조병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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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정원 2024.2
Mom’s Garden Center 다문리는 양평군 용문면에서 그나마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동네이다. 경의중앙선인 용문역과 아파트, 용문시장, 학교 등이 자리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읍내다. ‘엄마의 정원’은 번화한(?) 읍내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수도권의 변두리 용문에서도 변두리인 셈이다. 3차선 도로를 따라 드문드문 단층의 상가들이 늘어선, 긴장감 없이 한가한 거리 풍경을 가진 동네다. 용문에서 나고 자란 건축주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땅에 근린생활시설을 짓겠다고 우리를 찾아왔다. 변두리의 변두리에 들어서는 근린생활시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다. 서울의 근린생활시설은 높은 지가와 인구밀도로 인해 허용되는 건폐율과 용적률을 가능한 꽉 채우며 존재한다. 지가 대비 공사..
2024.03.08 -
망미농장 2023.11
Mangmi Farm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에 위치한 대지는 인적이 드물어 고요하고 평화롭다. 은퇴 이후 이곳에서 과실나무를 재배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는 건축주 부부는 근린생활시설과 온실, 캠핑장을 의뢰했다. 이 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녹음(綠陰)이다. 긴 시간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녹음과 나무는 무엇보다 긴 시간 이 장소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 이 땅에 앉혀질 건축물의 모습은 자작나무를 닮았으면 좋겠다. 푸르른 녹음들 사이에서 은회색의 존재감은 갖되 아주 큰 덩어리보다는 작은 단위의 군락을 이루어 주변의 녹음과 조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군락을 이룬 건축물이 주변의 녹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긴 시간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무를 닮은 형태_벽과 지붕이 합쳐진 이등변삼각형(60°) 나무는..
2023.11.30 -
바란다 2022.3
VARANDA 처음, 대지를 마주한 길에서 받은 인상은 도시 주거의 변천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장 같다는 것이었다. 오래된 단독주택과 그보다는 나이를 덜먹은 다가구주택과 이제 막 태어난 멀대 같은 아파트가 같은 시간, 장소에 존재함이 당연함에도 이질감이 크고 낯설게 느껴졌다. 아마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인위가 만든 삭막함이 ‘전시장 같다’라는 인상을 더 짙게 했을 것이다. 면목동은 용마산 자락에 기대고 있는 동네임에도 주거 밀집도가 높아 블록 내부에 녹지가 거의 없다. 내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40년 전의 면목동은 대부분 단독주택이었고 마당이 있었으며 골목에 나서면 저 멀리 용마산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산은 고사하고 풀 한 포기 보기 힘들다. 자연과 가깝지만 먼 동네가 ..
2023.02.17 -
상가주택에 대한 단상 2022.3
A thought on commercial housing 상가주택은 지금의 투닷을 있게 해준 고마운 주제다. 우리에게 버티기의 생존이 아닌 주도적 생존 전략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준 상가주택에 대해 정리해보고, 더 발전된 생각을 쌓아가고자 한다. 상가주택의 한계 신도시나 도시개발구역의 점포(상가)주택지는 도시의 비좁은 골목의 빌라촌과는 여건이 다르다. 도시 빌라촌의 태생은 단독주택지이다. 단독주택의 크기에 적합한 토지와 도로의 크기를 갖고 있던 것이 점차 빌라촌의 모습으로 변화된 것이다. 1가구를 위한 단독주택지에 다가구를 넣고 적층하다 보니 주거환경이 좋을 수 없다. 물론 그 한계를 인정하고 그에 적합한 다가구 형식을 고민해 적용했더라면 지금의 빌라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일 수도 있었겠으나, 불행히도 그 ..
2023.02.17 -
커튼콜 2022.2
Curtain Call Apartments 1년 전 도시계획가를 꿈꾸는 앳된 고3 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투닷을 찾아왔다. 집 지을 곳과 그 집의 설계를 맡을 건축사 물색에 주도적으로 관여해왔던 아들의 열정과 지식은 나이로만 판단했던 꼰대의 자세를 바로잡게 했고, 우리에게 좀 더 도전하기를 바라는 열린 마음에 큰 자극을 받았더랬다. 투닷이 그간 작업해 온 상가주택은 각각의 특수해를 품고 있다. 땅과 조건이 다르므로 그 해법들은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 상가의 구성, 집을 앉히고 쌓는 방법, 외부와 조우하는 방식 등 그 해법이 적용되는 부분은 크고 작은, 전체와 부분에서 드러나게 된다. 이런 특수해가 우리의 머릿속에서 툭하니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접근 방식에서 출발해 가급적 다양한..
2023.02.16 -
진화산방 2023.1
Jin-hwa mountain Cottage 양수리를 좋아하는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댕댕이(개)와 생태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고는 가끔 투닷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가곤 했다. 늘 양수리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가끔 고향인 울산 얘기를 하며 선산이 있는 땅의 관리를 걱정하는 말을 그냥 하는 푸념 정도로만 생각하며 정만 나누고 지냈더랬다. 양수리에 짓고 싶다던 집이 울산에 지어질지는 건축주나 우리나 그때는 몰랐었다. 양수리 땅의 인연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고, 자꾸 의도치 않게 울산의 땅이 엮이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결국은 그렇게 그들이 바라던 집의 위치는 울산으로 결정되었고, 늘 거주하기를 바라던 집에서 한시적인 머무름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집 지을 땅을 구하고..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