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건축 워치 01Ⅰ 북한의 건축설계 2021.3

2023. 2. 1. 09:07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North Korean Architecture Watch 01
1. Architectural Design in North Korea

 

연재를 시작하면서  

2010년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인하여 개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대북사업 TF팀을 만들거나 정비하였다. TF팀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건설사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 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북미정상회담, 건설사 잇따라 대북 TF 구성…통일건설포럼·세미나 등 러시/ E-대한경제, 2018-06-14)이었으며, 정림, 희림 등 대형건축사사무소도 북한사업관련 TF팀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건설업계는 오래 전부터 북한개발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남한의 SOC(사회간접자본)와 주택시장이 포화상태이고, 해외건설도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으므로, 남북관계 개선 시 SOC와 도시개발사업 등 수십조 원 이상의 시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을 미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의 건축사사무소와 건설사가 북한에서의 설계 및 건설공사경험1)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건축업계의 많은 관심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북한건축현황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건축 또 하나의 우리 모습(이왕기)』, 『북한 도시 읽기(임동우 외)』, 『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이선)』, 『모델 시티 평양(크리스티아노 비앙키 외)』 등의 국내 출판물이 있으며, 『조선건축(조선건축가동맹 기관지)』, 『건축예술론(김정일)』, 『조선건축사(리화선)』, 『주체건축역사의 갈피를 더듬어(김응상)』 등의 북한 간행물을 구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북한건축 현황을 알기는 어렵다. 북한건축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은 북한 방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료를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건축학계의 연구가 많지 않고, 그동안 남북건설협력사업 대부분이 북한의 법규와 제도와는 관계없이 시행되어 북한 건축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수 없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북한의 건축기술 수준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1980년대 릉라도 경기장(5.1경기장), 102층의 류경호텔을 북한이 자체적으로 건축한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건축구조분야에서 상당한 기술 수준을 갖췄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북한과 교류가 확대되면서 전시성 건축물, 물자부족, 속도전에 따른 부실공사와 건물붕괴, 청년돌격대의 강제동원 등 북한건축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건축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2018년 9월, 중국 정주시에서 열린 '2018 국제 도시 설계컨퍼런스'에서 북한의 심영학 조선건축가동맹 위원장이 북한 건축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한지역에서의 건설과 개발사업이 본격화된다면,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고 추진형태도 다를 것이다. ODA(국제개발원조), 외자유치 등을 통하여 북한이 주도하거나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개발사업이 많아질 것이며,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개발사업 참여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국제적 경쟁과 더불어 북한과의 공동개발에 대비하기 위해 북한건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북한건축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구할 수 있는 자료와 경험을 기초로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하여 연재를 하기로 하였다. 내용은 ① 건축설계 ② 건축행정체계 ③ 법제도 ④ 건축교육과 자격제도 ⑤ 건축시공 ⑥ 건축재료 ⑦ 건축물의 유지관리로 구분하였으며,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분야는 2회로 나뉘어 수록된다.  

 


북한의 건축설계(1)

1) 설계연구소
우리나라(남한)는 건축물 설계는 등록된 건축사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남한의 건축사사무소는 13,915개, 자격등록건축사는 16,030명이고, 배출된 건축사는 23,038명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적으로 남한에서는 한국종합기술공사(기공)에서 건축설계를 하였으나 1994년 민영화된 후 국가나 공공에서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LH 등 여러 공기업에 건축설계실이 있으나, 건축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건축사사무소가 아니며 주로 설계관리와 외주관리를 담당한다. 
북한은 토지와 건물의 개인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계획경제체제이며, 건물과 시설물을 국가에서 건설하고 관리한다. 건축설계도 남한과 같이 개인이나 법인이 운영하는 설계사무소(건축사사무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단체)에서 운영하는 설계연구소가 담당한다.  
북한은 건축설계를 수행하는 기관을 주로 도시설계사업소라고 불렀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도시설계연구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도시설계연구소라는 명칭은 건축과 도시를 통합된 분야로 보는 북한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수도 평양의 모습.

평양에는 백두산건축연구원, 평양도시설계연구소, 평양도시계획설계연구소, 류경건설설계연구소 등 80여 개의 설계연구소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일부 중앙행정부처 산하에도 설계연구소가 있다(철도성 산하 철도설계연구원 등). 
지방에는 도 단위의 지방건설위원회 산하 설계사업소가 있으며, 규모가 큰 시·군의 인민위원회, 대규모 기업소 및 협동농장 등에도 설계연구소가 설치된 경우가 있다. 그리고 지방인민위원회 도시경영국(부) 산하에 시설물의 개보수를 위한 설계연구소가 있는 경우도 있다. 
설계연구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건축대학, 건축전문학교를 졸업하여야 한다. 북한에는 건축대학이 평양건축대학(구 평양건설건재대학)과 함흥건설대학(2002년 설립)등 2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학생도 많지 않아 지방의 설계연구소에는 평양건축대학 출신자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 북한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축설계기관은 백두산건축연구원이다. 1982년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설립되었으며, 국가의 중요 건축물을 주로 설계하는 기관으로 건축연구소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당창건기념탑,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조선인민군 4·25예술영화촬영소, 조선컴퓨터 센터, 김만유병원, 양각도국제호텔, 만수대예술극장, 인민대학습당, 창광원 등이 이곳에서 설계한 건축물이다. 
백두산건축연구원은 1989년 건물을 신축하여 이전하였으며, 연면적이 1만㎡(약3,000평)에 달하고 건축설계실, 연구원도서실, 건축물사진 및 건재를 진열한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인원은 전문설계사와 연구사, 보조설계사 및 조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총 200명 정도이다. 그리고 많은 인원이‘김일성상’계관인, 노력영웅, 인민설계가, 공훈설계가, 공훈과학자, 교수, 박사, 부교수, 학사 등 명예칭호와 학위학직을 소유하고 있다. 조직은 전문분야에 따라 실(室)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건재연구소 건축재료연구실(4실), 건축과학이론연구실(3실), 건축설계연구실(5실), 건축공학연구 공학실(4실), 건축정보센터실(4실) 외에 건물설계실, 구조물 설계실, 전기시설물 설계실, 력학설계실, 환경위생 설계실, 건재 설계실 등이 있다(데일리 NK. 2020.7.30.).
백두산건축연구원은 언론보도를 통하여 남한에도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으며, 류경정주영체육관, 개성 통행검사소, 금강산 옥류관, 평양과기대 등 남북건설협력사업에 관여하기도 하였다. 김정은의 건축가로 알려진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실장도 백두산 건축연구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도시설계연구소는 1947년 설립되었으며, 당초 이름은 도시설계사무소였다. 현재는 백두산건축연구원이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평양도시설계연구소가 북한을 대표하는 설계사무소였다. 연구소에는 김일성종합대학설계실, 혁명사적설계실, 만수대설계실, 3건축 설계실(주택과 공공건물), 산업설계실, 전망설계연구실, 대외설계실, 설계심사실, 설계문헌실 등이 있으며, 인원은 400명 이상이고 노력영웅 9명과 인민설계가 3명, 공훈설계가 30여 명이 있다. 많은 평양도시설계연구소 소장들이 조선건축가동맹 위원장, 건설건재성, 국가건설감독성의 장관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연구소는 평양대극장, 옥류관, 평양학생소년궁전, 천리마거리, 평양체육관, 인민문화궁전, 김일성경기장, 인민대학습당, 개선문, 빙상관, 창광거리, 문수거리, 광복거리, 5월1일경기장(릉라도경기장) 등을 설계하였으며,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에는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과학기술전당, 평양중등학원을 비롯한 90여 개의 건축물을 설계하였다(SPN 서울평양뉴스).
평양도시계획설계연구소는 평양도시설계연구소에서 도시계획분야를 분리하여 설립한 도시계획전문 설계기관이다. 평양도시건축연구소에는 총계획설계실, 세부 계획설계실, 명시설계실, 토목설계실, 상하수도설계실, 열 및 전기 설계실 등이 있다.(북한정보포탈) 탈북 건축가인 장인숙 씨가 이 연구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평양의 건축자재생산업체를 지도·감독하는 기관인 평양건재총국 산하에 평양건재설계연구소가 있고, 군대 및 사회안전성(경찰)에도 설계연구소가 있다.  

 


2) 건축설계의 절차(설계계약 및 설계공모) 
북한은 계획경제 국가이므로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건설계획을 국가건설계획에 반영하여야 한다. 건물의 건축주는 국가, 단체(협동농장 등), 기업소 등이며, 우선 건설계획도면을 작성하여야 한다. 건설계획도면은 도시설계연구소의 도시계획담당부서에서 작성하며, 건설예정 토지에 대하여 토지관리기관의 토지이용승인을 받고, 지방인민위원회 건설위원회 등에서 건설명시를 받아야 한다. 건설명시란 건축물의 위치를 확정하는 북한법의 법정용어이며, 건설명시는 건설계획이 공적으로 승인되는 것이므로 남한의 건축허가, 사업승인과 유사한 절차로 볼 수 있다. 
건설명시를 받은 후 본설계를 위한 설계계약을 하고 건축설계를 진행한다. 설계안은 건축주 기관에서 검토 및 합의 후 과학자, 기술자들로 이루어진 설계합평회의 의견을 받아 완성된다. 완성된 설계안은 심의 및 검토기관(중요건축물 국가설계총국, 일반건축물 지방건축위원회 등)에서 심의 및 승인을 받아 확정된다. 설계확정 후에는 자재수급 및 인력동원계획이 국가건설계획에 반영되면, 건설허가가 승인된다. 건설허가는 용어 때문에 남한의 건축허가와 유사한 절차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재와 인력동원에 대한 허가이다. 굳이 남한의 절차와 비교하면, 착공신고에 가까운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건축설계는 건축주기관과 설계기관이 계약하여 진행되지만, 국가에서 추진하는 중요대상 설계는 설계안을 공모하여 설계안을 선정한다. 설계공모는 설계기관 간의 경쟁을 통하여 설계원의 동기부여와 설계수준을 높이기 위해 중국, 베트남 등 체제전환 전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많이 시행하였던 제도이다. 설계공모에는 중앙 및 지방의 도시설계연구소만이 아니라, 평양건축종합대학, 전문학교, 지방 및 기업소의 설계조직도 참여가 가능하다고 한다.
건축설계사가 주인공인 북한 영화 <행복의 수레바퀴(2010년, 72분, 조선예술영화제작소)>를 보면 설계공모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2017년 준공된 려명거리의 일부 건축물은 평양종합건축대학 학생의 설계안이 선정되어 실제로 건립되었다고 한다.
북한은 2012년 이후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2012년 12.1조치)를 도입하면서 기업소의 자력갱생을 강조하였고, 주택, 상업시설들을 돈주가 건립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건축설계를 설계비를 받고 설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글. 변상욱 Byun, Sangwook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도라산출입사무소장·건축사·시공기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