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에, 사교적 소비 공간인 카페에서 사랑에 빠지다 2021.5

2023. 2. 3. 15:27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Amelie falls in love at a cafe, a social consumption space

 

<아멜리에> 포스터 ⓒ 콜럼비아트라이스타·프리비젼 엔터테인먼트

사교적 소비 공간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곳이다. 오래전 발간된 논문에서는 사교적 소비 공간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대표적으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으며, 다방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냥 일개 상업 공간일 뿐인 카페를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때문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상점 등의 상업 공간에 갈 때는 명확한 구매 의사와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다. 이 과정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을 보고 판단해서 구매하는 행위가 끝나면 사람들은 그 공간에 더 머물지 않고 떠난다. 상점에 있는 점원과 이용자는 어떤 감정적 교류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것은 옷을 파는 곳이든, 참기름을 파는 곳이든, 생선을 파는 곳이든 마찬가지다.

리처드 로저스는 그의 책 『Cities for a small planet』에서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얀 겔 등의 다양한 이론을 언급하면서, 가로를 활성화시키고 도시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카페의 시발(始發)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업 공간은 구매 목적을 이루고 나면 더 이용하지 않지만, 사교적 목적으로 만나는 공간인 카페는 그 공간에 머무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이유로 카페는 특정 범위의 공간에서 사람들을 모으는 독특한 집객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소득이 올라가고 도시에서 거주하는 이들의 잉여시간이 늘어나면서 카페 이용률은 더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런 이용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리처드 로저스는 이를 관찰해서 도시 공간의 카페를 하나의 건축적 요소로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관광지를 보면, 의외로 카페와 같은 소비공간이 부각되면서 화제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확장되면 카페는 체험형 공간으로 커지고, 다시 상업공간인 쇼핑몰의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이런 특징을 천천히 살펴보면, 비상업적인 사회적 행동 패턴이 오히려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절대적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이 21세기에 벌어지는 것이다. 왜냐면 이제는 모든 상품들이 공급의 경쟁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공간도 마찬가지고, 도시도 마찬가지다.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길을 걸어가는 행위조차도 눈여겨봐야 하고, 이를 그들의 상업적 목적과 연결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멈춰 서서 이야기하고, 안부를 묻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행위에 주목하는 이유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지극히 비 상업적 행동이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들에게 주목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말하고 나니, 스타벅스 전 CEO 하워드 슐츠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워드 슐츠의 스타벅스 이야기를 보면, 그는 이탈리아 거리에서 단골손님들과 대화를 하며 그들에게 맞춤형 커피를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에 주목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갈증 때문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 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커피를 애용하는 것이었다. 이웃과 소통하고, 친구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즐기며 수다를 떠는 사회적 관계 말이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라는 호칭에 필이 꽂힌 하워드 슐츠는 커피 친구를 만드는 이탈리아 카페 문화를 도입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스타벅스다.


오는 손님, 가는 손님 모두와 친구처럼 웃고 떠들며 그들의 취향대로 커피를 조제하는 정성과,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관계. 그런 관계를 주도하는 바리스타를 카페 사업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물론 사업이 확장되고 속도와 수익이 중요해진 지금은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방문하는 손님과 사적 잡담을 나눌 시간은 없다.

관련해서 이번에 언급하고 싶은 영화는 유쾌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Amelie Of Montmartre, 2001)>다. 성인 동화처럼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그래픽적인 컬러와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심장이 약하다는 오해로 아멜리에의 생활은 어릴 때부터 제한된다. 그 반동으로 세상에 대한 그녀의 호기심과 궁금증은 오히려 커져만 간다. 집에서 멀리 떠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신경이 과민한 어머니에게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는 생활은 타인과 사회에 대한 그녀의 궁금증만 더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사망하고, 어쩔 수 없이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여러 가지 생각의 변화를 겪는다. 그러다 화려한 스캔들의 주인공 영국 다이애나 비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그녀는 누군가를 돕기로 결심한다. 이런 각오는 아멜리에의 태도와 생활을 변화시켰다. 주변의 곤란함을 보고, 도와주기도 하면서 그녀는 점차 주변 사람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엉뚱 발랄한 아가씨 아멜리에는 그녀가 근무하는 카페에서 아티스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 카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력적인 장소다. 목적 없이 갈 수 있는, 그리고 짝사랑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 주변의 어떤 장소가 이런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연히 공원에서 낯선 사람을 만난다? 1960년대 낭만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면 오히려 공포의 순간이다. 낯선 사람이 내게 말을 건다? 둘 중 하나다. 도를 믿으십니까 아니면 돈 달라는 이야기다. 결코 낭만적인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는다. 

<아멜리에>의 주인공인 그녀는 일하는 카페에서 아티스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프리비젼 엔터테인먼트
<아이 엠 샘>의 주인공 샘이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모습은 일종의 기업이미지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이야기 속에는 어느 정도 제한된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꾼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카페는 영화나 이야기를 다루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다. 카페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왜냐면 일종의 기호성 공간이기 때문이다. 골라 먹는 재미처럼, 골라서 가는 공간이 카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카페 문을 열고 분위기를 0.5초 안에 스캔한다. 만약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카페를 나간다.

그렇게 선택된 기호 공간인 카페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매개 공간의 기능을 한다. 특히 길거리에 있는 카페는 개성이 더 강하다.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거리의 카페는 관계를 형성하는 매력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영화에서 거리의 카페는 낭만적 묘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훔쳐보거나, 거리를 구경하는 해프닝의 공간이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거리의 카페는 낭만 그 자체이다. 

동아시아에 있는 우리에겐 이런 카페의 풍경은 판타지 같은 이미지였다. 특히 뉴요커 영화감독인 우디 알렌(Woody allen)은 상당수 영화에서 이러한 거리의 카페 풍경을 아침 공기처럼 묘사하곤 했다. 영화 <맨해튼(Manhattan, 1979)>에 등장한 엠파이어 디너는 덕분에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스트리트 카페는 아니지만, 또 다른 우디 엘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에서도 전형적인 프랑스 스타일의 카페가 등장한다. 짙은 초콜릿색의 실내 카페는 낭만적인 프랑스 장식을 드러내면서 환상의 이미지로 주인공을 초대한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우리 역시 유쾌한 과거 시대로 빠져들어간다. 이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것은 카페라는 공간이 갖는 기본적인 사교적 속성 때문이다. 물론 그런 만남의 목적에는 사랑도 빠질 수 없다. 더구나 영화의 주된 소재가 사랑이 아니던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틸컷 ⓒ (주)피터팬픽쳐스


미국 영화 <유브 갓 메일(1998)>에서 캐슬린 켈리 역의 맥 라이언이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는 카페다. 이른바 별다방 카페의 세계적 이야기가 시작되던 시점으로, 사람들은 태평양 건너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 장담하곤 했다. 왜냐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카페가 살롱식 분위기를 연출하는 고급스러운 라운지 개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커피는 설탕과 우유, 그리고 인스턴트커피를 고정 비율로 섞은 것을 팔았을 뿐이다.

<유브 갓 메일>에 등장한 스타벅스는 이른 아침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포장커피 (To-Go-Coffee)를 주문해 받아 들고나가는 풍경을 이색적으로 보여주었다. 덕분에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된 우리나라 스타벅스에서, 맥 라이언으로 빙의한 수많은 손님들은 스타벅스에서 주문하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카페의 판타지에 이제 기업 전략이 함께 붙은 셈이다.
스타벅스의 이런 이미지 전략은 상당히 많은 영화에서 활용되었다. 숀 펜(극 중 샘)이 지적 장애를 겪으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따뜻한 내용의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 2001)>에서 스타벅스는 한술 더 떠 장애인을 고용하는 착한 기업 이미지까지 만들어 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샘은 스타벅스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입고, 하루 종일 스타벅스에서 일한다. 

아무튼, 많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카페에는 커피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는 목적을 강화하기 위한 더 많은 전략들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이런 카페들은 카페 자체에 방문하고 싶은 목적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간의 테마들을 하나씩 추가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이런 전략의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영상미가 디자인 작품 수준이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은 그렇게 도구화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보다 영화 속에 등장한 수많은 이미지들을 더 많이 이야기할 정도다.

파스텔컬러의 매력적인 화면 연출은 마치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시각적 풍성함을 연출해 관객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보게 된다. 이런 시각적 전략을 민간 기업에서 그대로 차용해 성공한 사례는 정말 많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상업 카페에서 그대로 차용해서 그들의 매장 영업 전략으로 삼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지금 당장 경리단 길이나 시내의 카페들을 찾아가면 이런 이미지 차용이 정말 많음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그런 공간에서 느끼는 체험에서 영화를 연상하고, 공간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상업 공간의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서 영화를 참조하는 경우가 많고, 영화를 상업 공간의 테마로 삼아 연출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공공에서도 카페를 공간의 주요 시설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심지어 도서관조차도 방문객의 편익을 도모하는 단순한 목적의 카페 구성에서 점차 핵심 집객 공간으로 카페를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개별 시설 내 카페뿐만 아니라 도시 정책, 도시 전략으로 카페를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호주 멜버른 시내의 가로 카페(Street Cafe) 정책이다. 멜버른은 2000년부터 적극적인 도심 재생 정책 중 하나로 가로 카페를 구상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도심 가로의 번화한 정도를 계량화해서 개별 블록마다 금액을 책정하고 민간에 임대를 준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세부적인 구성 지침을 마련해서 가로 카페를 적극적으로 구성했다.

그렇게 20년이 흐른 지금, 멜버른의 가로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된 도심을 재생하는 청년 공간 창조의 기폭제가 되었다. 단순한 도심재생이 아니라, 도시 활성화까지 이끌어낸 미끼 상품과 같은 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덕분에 단 몇 개의 가로 카페만이 있던 20년 전에 비해서 100배가 넘는 200여 개의 도심 가로 카페가 활성화 중이다.
우리도 가끔은 주변에 있는 가로 카페에 들러 낭만에 빠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 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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