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건축 워치 05 북한의 건설 관련 법규 2021.7

2023. 2. 7. 09:09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North Korean Architecture Watch 05
North Korea's laws and regulations in regard to construction 

 

1. 들어가는 말

건축은 공공복리, 안전 등과 관련이 있으므로 모든 나라에서 법에 의한 규제를 받는다. 또한 개인소유 토지에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건축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건축은 법에 의한 사유재산권을 제한받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건축법규는 건축밀도(건폐율, 용적율), 건축선, 높이, 구조, 환기, 채광 및 소방 등 건축 전반에 대하여 규정하고 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인허가 관련 법규가 800여 개에 이른다.      
북한은 노동당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고, 노동당 규약 등이 법률에 우선하므로 법치국가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건축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일찍부터 마련하여 적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헌법 제정과 개정사항은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의 법률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건축관련 규정의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 1990년 이후부터 국제정세 변화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하여 여러 법규를 제정하고 일부 법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하였으며, 북한의 건축관련 대표적인 법규인「도시경영법」은 1992년에,「건설법」은 1993년에 제정되었다. 도시경영법과 건설법의 제정은 사회변화를 반영하여 제한적이지만 법치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법률 체제는 헌법, 법률, 시행규정, 시행세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의 법률을 남한의 법률체계와 비교하면, 법률은 법, 시행규정은 대통령령(시행령), 시행세칙은 부령(시행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법률은 인터넷으로 전문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개되어 있으나, 규정, 시행세칙 등은 외국인 투자관련 외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 만수대 의사당(북한방송 캡처)


2. 건설, 도시계획 및 부동산 법규 

북한의 대표적인 건축관련 법규는 건설법이다. 남한의 건축법은 건축물의 건설에 대한 법규이지만, 건설법은 건축물만이 아니라 항만, 도로, 댐 등 모든 시설물의 건설방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 남한의 건축법 2조에는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 지하나 고가(高架)의 공작물에 설치하는 사무소ㆍ공연장ㆍ점포ㆍ차고ㆍ창고,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건설법은 북한이 계획경제국가이므로 국가가 국가건설총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설물 건설 시에는 국가건설계획에 반영하여야 하며, 국가 혹은 단체소유인 토지이용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시설물과 건축물의 설계, 건설 및 준공절차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도시경영법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으로 건물의 보수, 관리, 살림집의 배정, 상하수도, 난방, 도로, 하천,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의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시설물 보수 및 유지관리 관련 법규가 별도로 있는 것은 모든 토지와 건물이 국가 혹은 단체의 소유이므로 공공이 시설물 유지관리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물의 보수 및 유지관리는 해당 기관(도시경영사업소 등)이 하지만, 경미한 경우에는 시설물 이용하는 단체, 기업소, 주민 등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규정은 건물의 외벽도색, 도로의 보수 등을 위하여 기업소의 직원과 주민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북한의 국토 및 도시계획은 토지법(1977년 제정)과 건설법에 의하여 규정되고 있었으나, 2000년대 초반 별도로 국토계획법(2002년)과 도시계획법(2003) 등 국토 및 도시관련법을 제정하였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후 2001년 1월 중국 상해를 방문하여 천지가 개벽하였다는 발언을 하였고, 건축전문가인 마원춘에게 중국을 배워오라고 지시하여 마원춘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후 제정된 것으로 보이는 이 도시관련 법들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경제특구 개발을 통하여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경제특구는 싱가포르의 영향을 받아 사전계획에 의하여 개발되었으므로,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도시계획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국토계획법, 도시계획법을 제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이용계획법, 도시계획법은 건설법과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어느 법이 어떤 상황에서 적용되는 지는 명확하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시관련법에는 남한의 도시계획법(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토지이용을 위한 용도, 지역, 지구와 같은 규정은 없으나, 토지를 주민생활토지, 농업토지, 산업토지, 산림토지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국토건설총계획, 도(직할시)국토건설총계획, 시(구역), 군국토건설총계획 등으로 계획의 위계를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사정으로 인하여 체계적인 국토개발이나 도시개발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2009년에는 살림집법, 부동산관리법 등이 제정되었다. 이들 법규는 1990년대 중반‘고난의 행군’ 이후 불법적인 주택 및 토지의 거래를 제한하고 이용 및 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규는 토지의 허가를 받아 이용하도록 한 측면에서는 경제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그 동안 당국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 토지의 불법적인 이용에 대한 규제 측면이 강하다. 
북한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하여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한 임금 및 가격현실화, 공장운영의 부분적 자율화, 시장양성화 등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확대로 정부 통제력의 약화와 빈부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이를 억제하기 위하여 2005년부터 배급제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였고, 2007년에는 50세 미만 여성에게만 장마당 장사를 허용하는 정부의 통제력 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물가상승, 장마당을 통한 거래확대는 계속되었으므로, 계획경재의 복원과 정부의 통제력강화를 위하여 2009년 12월 화폐개혁을 시행하였다. 이 조치는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에 따라 후계자에게 권력이양을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화폐개혁은 3개월 만에 주민들의 반발, 물가의 급등, 북한화폐의 신뢰성 하락과 외화(위안화, 달러) 사용 확대 등을 불러오며 3개월 만에 실패로 끝났다. 이에 화폐개혁을 추진하였던 박남기 국가경제계획위원회 위원장을 처형하기도 하였다. 
살림집법과 부동산관리법은 이러한 시장경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2009년 발표되었다. 토지를 허가 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정 당시에는 시장경제제한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화폐개혁의 실패를 인정하고 2010년 3월부터 시장을 인정하는 정책을 취하였으며, 이러한 정책을 반영하여 2011년에는 토지의 자율적인 이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살림집법과 부동산관리법을 개정하였다.  
살림집법은 살림집 건설의 절차, 준공검사, 살림집의 배정, 교환, 동거 등에 대한 규정이 있다. 그리고 살림집의 사용료 납부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어 살림집의 무상공급, 무상사용에 대한 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살림집법에서는 살림집에 대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나, 살림집이용허가증을 받으면 입주할 수 있고 교환에 대한 규정도 있으므로 살림집관리기관과 결탁하여 살림집을 거래하고 있으며, 북한당국은 이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살림집 이용허가증. 살림집이 준공되면 입주 시에 인민위원장 등이 참석해 입주를 축하하 는 ‘입사모임’을 한다.(북한방송 캡처)
살림집 이용허가증 배포 모습. 입사모임에서 입주에 대한 축사를 하고 살림집 이용허가증 을 배포한다. 도시에서는 강당 등에서 진행하지만, 농촌 등 강당이 없는 곳은 야외에서 진 행한다.(북한방송 캡처)


살림집법과 비슷한 시기에 제정된 부동산관리법에는 토지이용 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부동산의 가격을 정하고, 사용자가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법은 불법적인 토지임대, 거래를 제한하는 목적도 있지만, 토지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여 토지 이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에서 장마당의 매대를 대상으로 받고 있는 사용료도 부동산관리법의 부동산사용료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제정된 건설관련 법규는 도시미화법(2012)과 건설감독법(2014)이다. 
도시미화법은 도시경영법의 도시미화관련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이며,  김정은위원장 집권 후 건축 및 도시개발 시 강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미화법에서는 도시의 조경(법규에는 원림조성), 경관조명(법규에는 불장식), 옥외광고물(법규에는 간판, 구호판, 표시판), 전기선 등의 처리(신규 전기선, 통신선 등을 설치하는 경우 지하로 설치하도록 규정), 건물외벽색의 변경, 그리고 마을청소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미화는‘전군중적 도시미화사업원칙’을 규정하여 도시미화에 주민들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규에 의한 경관조명, 조경, 간판정비 등은 평양에서는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  
건설감독법은 설계의 심의와 승인, 건설공사의 감독, 준공검사 및 위법건설물에 대한 처리 등을 규정한 법으로 건설법에 있는 관련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규이다. 법에서 말하는 감독의 역할은 남한의 감리와 유사하다.
 2014년 건설감독법을 제정한 것은 북한의 건축물 붕괴 등 부실공사 증가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2014년 5월 북한은 이례적으로 아파트붕괴사고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은 2014년 5월 18일, 5월 13일 평양직할시 평천구역에서 23층 미완공 고층 아파트가 붕괴되어 수백 명 이상의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으며,“살림집 시공을 되는대로 하고 감독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2014년 이전에도 여러 건의 건물붕괴사고가 있었으며, 백두산 청년영웅발전소(수력발전소)도 부실공사 의혹이 있었다. 이러한 부실공사는 김정은 집권 후 대규모 건설사업의 추진과 속도전의 영향이었다. 
남한이 1990년대 중반 발생한 성수대교붕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건설공사 품질관리와 감리제도를 강화하고, 무리한 공기단축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과 유사하게 북한도 건설감독강화를 위하여 건설감독법을 제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한에서 시설물 대규모 재난 후 무리한 공기단축관행이 상당히 개선된 것에 반하여 북한은 여전히 속도전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실공사 문제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3. 외국인 투자관련 법규

북한은 외국인 투자 시 적용되는 건축, 개발, 토지이용 및 부동산에 대하여 외국인 투자관련 법규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1992년 나선경제자유무역를 지정하고, 자유무역지대법, 외국인투자법, 토지임대법 등 외국인투자관련 법규 50여 개를 연이어 제정하였다. 이 법규들에서는 북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토지의 임대(이용권)방법, 재산권 보장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토지사용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중국 경제특구개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는 나선경제무역지대(나선경제특구)의 건설을 위하여‘나선경제무역지대 청부건설규정’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이 규정에서 외국의 건설회사도 나선경제특구에서 시공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북한허가기관의 건설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당시에는 건축물 건설 시 북한의 건축법규와 기준에 따라 건축설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핵문제, 김일성주석의 사망 등으로 나선경제특구는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2002년 하반기에는 신의주특별행정구법(2002.9), 금강산관광지구법(2002.11), 개성공업지구법(2002.12)을 제정하였다. 이 시기에 제정된 경제특구관련 법규의 토지, 부동산, 건축관련 내용은 1990년대의 나선경제무역지대법 등 외국인투자관련 법규와는 차이가 있었다. 1993년 제정된 자유경제무역지대법과 1998년 제정된 나선경제무역지대법에서 개발과 건축은 북한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신의주특별행정구기본법, 금강산관광지구법 및 개성공업지구법에서는 투자자가 개발·건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토지임대와 건물소유 등에 대하여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그리고 금강산과 개성공업지구법에서는 북한허가기관이 아니라 관리위원회에서 건축허가를 하도록 규정하여 북한의 법규와 관계없이 건축이 가능하였다.             
2010년 이후 북한은 나선경제지대법 개정(2011),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2011) 및 경제개발구법(2014)등을 제정하여 경제특구를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법에서 개발업자가 주도적으로 개발 및 건축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비해, 2010년 이후 경제특구관련 법에서는 개발과 건축에 북한의 참여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러나 건축(건설)기준은 북한법이 아닌 별도의 기준을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법 55조(건설기준과 기술규범)조항에서 경제지대의 건설설계와 시공에서 선진적인 다른 나라의 설계기준, 시공기술기준 및 기술규범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다른 법규에서도 건설허가는 관리위원회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중국과 공동개발합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개발구법에는 북한기관이 토지이용권을 출자하여 외국기업과 합영이나 합자회사를 설립하여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향후 남북관계개선으로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하는 경우, 이러한 사례를 참조하여 경제특구개발 시에는 남북이 협의를 통하여 건설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적용하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건설 관련 법제도를 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개발에 북한이 참여하여 개발이익을 공유하면, 개발의 위험성도 분산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글. 변상욱 Byun, Sangwook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도라산출입사무소장·건축사·시공기술사

 

 

변상욱 건축사·건축시공기술사

1999년부터 현대아산에서 근무하면서 금강산관광지역 건 축물과 평양체육관 등 건설사업관리업무를 수행했으며,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근 무하면서 개성공업지구 종합지원센터, 기술교육센터 등 건 설사업관리와 공장건축 인허가업무를 담당하였다.

 

gut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