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거점센터우연한 건축현상의 지속가능성 2021.8

2023. 2. 8. 09:2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Sustainability of Accidental Architectural Phenomen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Faralda NDSM 크레인 호텔’이라는 독특한 호텔이 있다. 1894년에 만들어져 1979년까지 암스테르담 조선소에서 사용된 오래된 크레인을 개조하고 컨테이너를 객실로 활용하는 호텔이다. 해발 5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도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으며, 90미터 높이의 크레인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인기 있는 호텔이다. 이 독특한 호텔 건립의 발상은 폐기될 고철을 재활용하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크레인 호텔은 크레인이라는 기계장치와 다량의 상품을 담는 컨테이너가 성공리에 건축적으로 활용된 대표적인 경우다. 경제용어인 컨테이너는 ‘화물을 능률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자형 용기’로 정의된다. 화물 수송선에 싣기도 하고 트럭에 싣기도 하기 때문에 2.4미터의 폭이 반드시 유지되면서 일정한 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철제로 만들어진다. 이런 컨테이너를 건축의 일환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크레인 호텔에서 본 것처럼 ‘산업폐기물의 재활용’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제 컨테이너 건축은 새로운 조합 형식들이 고안되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재활용의 의미를 넘어 별도의 가치를 획득한 것처럼 보인다.

201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로 건축되기 시작한 컨테이너 건축들은 경제적이고 공간을 절약할 수 있으면서 형태적으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곳으로 인식되어 건축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재활용’이라는 당초의 의지와는 달리 하나의 새로운 건축형식으로 정착하는 듯하다. 규격의 변화와 개구부 형식, 설비형식의 변화가 수반된다. 3.6미터의 모듈 크기가 개발되고, 벽과 지붕의 변화를 통해 확장된 공간감을 연출한다. 빈티지한 외부 이미지와 깔끔하고 다양한 색감의 내부공간은 사람들에게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외부 벽을 들어 올려 매장을 확장하면서 공간의 융통성을 부여하며,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이제 컨테이너는 주거도 되고, 상가도 되고, 사무소도 될 수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의 산물인 컨테이너는 산업화의 의미를 충분히 나타내면서, 산업화 시대의 향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인정되면서 공간적 가용성과 색감에 도움을 받아 자체의 형태적인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평가된다.  
어차피 어떤 재료이든 형태나 공간적인 변화의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컨테이너 건축 역시 공간과 형태상 변화의 한계를 지적할 수도 있으나, 특성을 고려한 형태와 공간을 유지하면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수용할 만한 일이다.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목적에 맞추어 활용되는 방안만 나온다면 공간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태생적인 산업화의 산물이라는 이미지도 오히려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세종대학교 지역거점센터는 대학에서 주도하는 창업보육센터이자, 대학의 또 다른 사명 중 하나인 지역 활성화의 일환으로 제시된 작품이다. 장소의 의미와 공간의 용도, 프로그램상의 특별함을 포함하여 작품은 태생적으로 컨테이너 건축에 당위성을 부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예산의 투입, 상황에 따라 언제든 철거될 가능성이 있는 형식에 대한 수요, 예산 투입과 더불어 요구된 지역 활성화, 젊은이들의 창업공간으로서 기능적 요구 등은 건축 구상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컨테이너에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하였다. 이미 타 대학에서 시도하여 나름대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까지 더해지면서 형식이 확정되었다. 이후 설계는 장소의 특성을 파악하고 주어진 예산에 맞추어 공간적 변화와 조형적 가치를 높이는 구성과 색감을 정하고 설비적 성능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거점센터> 전경 ⓒ 김창묵


항공사진으로 파악되는 모습은 작품이 지역적 특성과 프로그램에 비추어 더없이 적절한 형식으로 땅에 녹아들었음을 보여준다. 고만한 주거건축들이 규칙적으로 나열된 오래된 주거지역과 상대적으로 크고 비 규칙적인 대학 캠퍼스 사이에서 부지는 사다리꼴의 쐐기처럼 두 영역을 매개하고 있다. 부지 형상의 특징과 법적인 규제를 준수하면서, 컨테이너들은 합리적이면서도 매개공간의 특징을 흥미롭게 연출한다. 실제로 활용되는 컨테이너를 그대로 활용하여 공간의 기본 모듈은 2.4미터이다. 하지만 좁아 보이는 모듈은 일종의 샌드박스인 연구실로는 합리적인 치수로 인정된 듯하다. 사용자들로부터 특별한 불평이 없고 경쟁적으로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지역주민과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1층은 정해진 모듈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면서 의외의 큰 공간을 형성하기도 하고, 수직적으로 연계되면서 시원한 높이의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상호 교차되면서 2층으로 포갠 컨테이너들 사이의 외부공간은 내부와 연계되면서 의외로 넓고 다양하다.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만남과 다양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효용 가치가 높은 공간이 되었다. 건물은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이고 땅도 훨씬 넓게 만들었다.  

개별 작품에 대한 세인들의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일반적 컨테이너 건축의 한계를 여전히 간직한다. 기대되었던 경제성이 확보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무엇보다 내구성의 관점에서 가설의 한계는 그대로 남아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는 그 형식이 무엇이든 공사비와 공기절약의 효용성을 우선 생각한다. 하지만 요구되는 단열성능과 구조적 보완, 설비가격을 생각한다면 결코 경제적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잘 된 도색을 전제로 10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건물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흥미를 토대로 제안된 형식을 거부하기 어려운 건축사들이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주어진 제안은 디자인을 위한 모티브이자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다. 

컨테이너 건축은 산업혁명 이후 공업화 건축의 흐름 속에서 단위와 집합의 논리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1960년대 유기적 생물학적 성장을 융합한 일본의 메타볼리즘(metabolism)이나 시간에 의해 의미가 획득된 단위 요소의 조합으로 전체가 구성되는 유럽의 유형학과는 궤를 달리한다. 생물학적인 증식이 가능하지만 거대 구조를 목표로 하지 않으며, 공업화의 산물이지만 공업화의 폐단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시작되었다. 공업화에 대한 기억은 갖지만 도시와 건축에 대한 기억은 없다. 무엇보다 지속성에 대한 담보가 없다. 그래서 컨테이너 건축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많다. 컨테이너의 건축적 효용성은 재활용의 가치나 단순한 미학적인 흥미를 벗어날 때 만들어질 수 있다. 다양한 조건에 대한 유연한 적응, 공업화를 통한 경제성의 확보, 친환경성, 재료적 한계를 극복한 내구성을 지닐 때 건축의 한 현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최종철 Choi, Jongchul 여주대학교 건축과 교수

 

 

최종철 여주대학교 건축과 교수

“건축사(가)는 작품을 향한 열정만큼이나 보편건축의 질적 향 상을 위해 노력하고 개별건축의 도시적 기여에 고민해야 한 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근현대 건축이론에 심취하였으며, 이후 한 국 전통건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 석사 이후 공간사 편집부를 거쳐 설계를 하다 대학에서 건축설 계를 강의하고 있다. 여주시립도서관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있다.

 

jongchul@yi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