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유신재오래된 신선함 2021.10

2023. 2. 10. 09:22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Yooshinjae The old freshness

지난 8월 28일 토요일, 갈월동 유신건축 신사옥을 방문하였다. 대한건축사협회의 국제적 활동을 함께한, 한양대학교 건축과 선배인 유신건축 김지덕 회장의 안내로 최근에 리노베이션을 완료한 건물에서 거의 충격적인 아름다움에 놀랐다.

9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지은 이 건축물은 콘크리트와 조적의 합성과 목조트러스 지붕 구조로 되어있다. 대지면적과 연면적이 약 529제곱미터(160여 평)로 비슷하고, 지하층 일부가 있는 2층 건물이다. 금년 초에 선배가 내게 했던 이공건축과 함께 이곳에서 일하자는 멋지고 고마운 제안에 근래에 이사한 나의 곤지암 주택에서 멀다는 사정으로 합류하지 않은 것이 유신건축을 위하여 얼마나 다행한 결과인지 설명드렸다. 만약 내가 이 건물에서 약 165∼198제곱미터(50∼60평)를 차지했다면 이 멋지고 여유 있는 분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유신재> 남동측 전경 ⓒ 이보영


고교시절부터 영국에서 유학하며 저명한 AA School을 거처 영국은 물론 귀국해서도 한국 건축사가 된 선배의 아들 김우영은 역시 훌륭한 디자이너였다. 그는 동년배인 내 큰아들 정철이가 말레이시아 Ken Yeang의 사무실에 근무할 때도 서로 만난 적이 있고, 내가 2000년 5월 AA스쿨에서 초청강의를 할 때 우연히 그 날 아들을 만나러 온 선배와 그를 처음 만난 인연이 있다. 이미 만 45세의 중견 건축사인 김우영의 디자인 능력을 직접 본 것은 이 유신건축 갈월동 사옥이 처음이다. 그의 디자인은 개념과 디테일이 명료하고 빼어났다. 역시 AA 출신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AA스쿨에서는 첨단의 개념적 디자인을 추구함도 맞지만 재료 작업실에 가보면 다양한 종류의 건축, 구조재료와 그 사용 디테일을 일상적으로 가르치고 있음을 우리나라 건축 교육에서는 잊고 있다. 건축공학과 4년 졸업을 하면 건축사시험도 볼 수 없고, 이른바 건축학과는 디자인 우선이라며 엔지니어링 교육을 거의 하지 않으니 나는 이것을 한국 건축제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세계의 어느 유명 건축사가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이도 없지만 구조적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더구나 없을 것이다.

 

<유신재> 2층 사무실 ⓒ 이보영


유신건축 신사옥은 우선 90여 년의 나이테를 지우지 않았다. 골격의 흔적과 본질의 깊이를 솔직하고 세련되게 되살리고 있으며 현세의 기술적 공법과 설비를 구축한 신선한 디자인이다. 나의 12년 추억이 담긴 옛 원서동 공간연구소에 몇 해 전에 가본 느낌과는 다르다. 공간건축 안팎의 벽돌과 거친 콘크리트의 높고 낮은 추억의 공간에서 나는 왜 실망했을까? 새로운 빌딩 주인인 예술가가 아마 그 거친 텍스처를 더 강조하려고 멀쩡한 바닥 재료를 다 긁어내고 거친 콘크리트로 바꾼 기억이 난다. 바닥은 오히려 비닐타일 아니면 매끈한 대리석으로 바꿔도 좋았다는 게 나만의 생각일까? 이 유신 사옥에서 벽과 천장은 옛 모습의 기억을 애써 남겼으나 직접 접촉하는 바닥만큼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였다. 이것이 기능적 디자인이다. 옛 목구조 트러스를 멋지게 노출하고 단열과 첨단 설비 그리고 조명을 공존한 2층의 천장 디자인은 이 곳의 하이라이트가 분명하니 많은 독자들이 가보길 권한다. 

김지덕 회장은 이 사옥이 유신건축을 넘어 건축계의 사랑방처럼 만남과 교류의 다목적 장소이길 바란다고 하였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국제통이며 특히 미국식 설계에 누구보다 경험이 많은 김지덕 회장과, 전술했듯이 영국에서 디자인의 기초를 잘 습득한 아들 김우영 부자 건축사의 유신건축의 내일에 우리는 더욱 기대와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주)유신과 유신건축은 선대부터의 가족적 유대가 있었기에 오늘의 이 신사옥이 95년 만에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징크로 멋지게 마감한 지붕디테일을 보려면 난간이 없어 위험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보완을 바란다. 

 

 

 

 

글. 류춘수 Ryu, Choonsoo (주)종합건축사사무소 異空 · 建築師(KIRA) · Hon.FAIA

 

 

류춘수  (주)종합건축사사무소 異空 대표 · 건축사

한양대학교 건축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김수근의 공간연구소에서 12년 근무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88 Quaternario 국제 건축상, 서울 월드컵경기장으로 IOC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외에 영국 The Duke of Edinburgh Fellow, 미국 Hon. Fellow AIA, 체육훈장 및 문화훈장 수훈, 일본 NHK의 다큐멘터리 제작, 우송대학교 석좌교수 등의 이력을 갖고 있으며 유튜브 ‘류춘수 Space TV’를 운영하고 있다.

 

beyonds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