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2021.11

2023. 2. 13. 09:05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We are never alone”

 

지난주,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처음으로 명동엘 갔다. 퇴근 시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가게들 세 집 중 하나는 셔터를 내리고 있었다. 떡볶이부터 스테이크나 랍스터 같은 고급 요리까지 호화롭게 차려지던 길거리 음식 수레도 자취를 감추었다. 밤 10시만 되면 명동 일대가 길고양이와 노숙인 외에는 아무도 오가지 않는 죽은 거리가 된다는 신문 기사를 보긴 했지만, 밤 열 시가 아니라 오후 여섯 시에 이미 명동은 텅 비어 있었다. 
한국자영업자협의회 공동의장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영업자들의 빚은 66조, 폐업한 매장 수가 45만 3,000개를 넘어섰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자영업자 수도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확인된 숫자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적막한 명동 거리를 걸으며 이 끝없는 격리의 시절을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광고를 만든다는 일이 너무 한가하게 느껴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소비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전달하는 메시지가 죄스럽게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팬데믹으로 어려운 주변을 살피고 아픔을 나누는 광고도 있다. 맥주 회사 하이네켄의 옥외광고는 ‘코비드19 시대를 사는 브랜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광고는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캠페인이다. 

광고는 오늘 보시고,
이 바는 내일 즐기세요.

하이네켄_셔터광고_2020


하이네켄은 코로나로 문을 닫은 전 세계 약 5,000개 이상의 술집(bar) 셔터문에 광고를 붙였다. 닫혀 있는 셔터를 옥외광고판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광고비를 술집에 직접 주어 술집 주인들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만회해 주었다. 하이네켄은 전통적으로 해외 광고비의 10%를 버스 정류장이나 야외 전광판 등의 옥외광고에 써왔는데, 그 비용을 셔터 광고에 쓴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 캠페인은 기존의 전통적인 옥외광고보다 40% 이상 높은 미디어 가치를 가졌다고 평가되었다. 또 하이네켄의 다른 계열 브랜드와 기네스 등 경쟁자들까지 참여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낳았다. 750만 유로가 광고비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되었는데, 셔터 광고를 붙인 바들은 한군데 빠짐없이 100% 재오픈했다고 한다. 

팬데믹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광고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 중심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등장했고 많은 호응을 받았다. 루마니아의 마스터카드 캠페인도 그중 하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역 시장이 문을 닫은 뒤,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루마니아의 농부들은 농작물의 판로를 잃었다. 디지털 경제에서 소외된 지역 농부들을 돕기 위해 마스터카드는 로드사이드 마켓(Roadside Market)을 고안했다. 말 그대로 ‘길거리 시장’이다. 농작물 판매를 원하는 농부들의 얼굴을 그린 아이콘을 만들어 주고 루마니아 운전자들이 애용하는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Waze)에 작물을 살 수 있는 도로 주소를 입력해 주었다.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을 통해 각 농부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원한다면 미리 구매할 물건을 예약하고 시간 약속도 정할 수 있다. 
로드사이드 마켓을 처음으로 시도한 농부의 이야기는 공개된 지 48시간 만에 5개 TV채널 뉴스에 소개됐고 약 2,800만 뷰를 기록했다. 캠페인 집행 이후, 웨이즈를 사용하는 루마니아 운전자들의 18%가 원래 가려던 그들의 길을 변경해서 로드사이드 마켓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터카드의 미디어 노출은 18만 번, 투자수익률(ROI)은 148%를 기록했다. 

자막)             여러분, 새로운 강력한 디지털 참여자를 소개합니다. 
                     농부들입니다, 네 농부들 맞습니다. 
                     경제에서 현금이 사라지면서 농부들은 온라인 환경을 이용하지 못해서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농부들이 시장에 나올 수 없다면
                     마스터카드가 시장을 그들에게 데려가겠습니다. 
                     소개합니다, 로드사이드 마켓!
                     마스터카드는 운전자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인 ‘웨이즈’를 
                     지역 생산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했습니다.
                     농부들은 각각 자신만의 핀을 부여받습니다. 
                     자신을 알리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주문을 하고 픽업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농부1)          경찰처럼 웨이즈에 아이콘이 생겼어요.
자막)            생산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원하는 아이콘을 설정한 뒤 
                     스토리를 공유하면 됩니다. 
                     마스터카드로부터 교육과 지원을 받는 동안 
                     웨이즈의 첫 농부가 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객)            웨이즈에서 이 아이콘을 누르면 치부타 씨를 찾을 수 있어요. 
자막)            동등한 기회와 금융 포용성을 위한 프로젝트/월 스트리트
                     주간 등록 300건 이상, 영세 사업자를 위한 국가 전략으로 선정될 예정
                     농부 참여율 평균 대비 3.6% 향상
                     운전자의 18%가 농부를 만나기 위해 경로 변경
농부2)          이제 어떻게 팔고 돈을 받으면 되는지 알아요.

 

마스터카드 루마니아_로드사이드 마켓_케이스 필름_2021


팬데믹의 한가운데에 있던 지난 2년 나는 고작 마스크가 숨막히고 모임이나 여행이 자유롭지 못 해서 답답한 정도의 불편함을 겪었다. 육체적, 경제적 고통을 겪었거나 지금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운이 좋았다.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확진자 증가세가 줄어들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이 거론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과 완전히 같아질 수는 절대 없을 것이다. 문을 닫은 많은 가게들이, 일자리를 떠난 많은 노동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달라진 근무환경과 쇼핑 습관은 그대로 굳어지고 더 많은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 속에서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브랜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광고는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구 구성원으로서의 내가 어떤 소비를 하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것인지도 당연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어렵고 힘든 일이 되겠지만,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나이키 광고에서 희망을 본다. 

Na)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그게 우리의 강점이죠. 
                     방해를 받으면 더 멀리 나아가고 강해집니다. 
                     그래도 우리를 얕본다면 직접 증명해 보일 겁니다. 
                     우리가 스포츠와 맞지 않는다면 우리가 스포츠를 바꿀 겁니다. 
                     항상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O.V)             전세계 스포츠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됐습니다.
Na)               하지만 어떤 난관이 와도 우린 방법을 찾을 겁니다. 
                     불공정한 일을 겪으면 바꾸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겁니다. 
O.V)             우리는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책임이 있습니다.
Na)               어떤 힘든 일이 다가오든 우리는 늘 더 강인해질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함께 한다면 어떤 장애물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테니까요. 
자막)            스포츠는 멈출 수 없다. 
                     우리는 멈출 수 없다. 

 

나이키_기업PR_2020

 

https://www.youtube.com/watch?v=HrHk94Af5oo
하이네켄_셔터광고_케이스필름_2020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tJ8NMLVHyd8
마스터카드 루마니아_로드사이드 마켓_케이스 필름_2021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7BeaT2LlAQ8
나이키_기업PR_2020_유튜브 링크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