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공간의 변화 2022.1

2023. 2. 15. 09:24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자 註

 

설계의 새로운 도구, BIM
건축사들의 창의적 발상을 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속도를 압축하는 프로세스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이용해 생산성을 한층 높이려 한다.
CAD 시스템은 이미 1990년대부터 우리 건축사들의 작업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현 21세기에는 인공지능에 가까운 시스템 개발이 매일 전개되고 있다. 평면 도면에서 입체 시뮬레이션으로 설계 전 과정이 동시에 전개될 수 있는 현재, 건축사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과정이 목표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BIM은 완성도 높은 건축의 실현과 실천을 위한 도구이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이지만, 때로는 도구가 목표와 목적을 바꾸기도 한다.
문제는 1인 건축사들, 중소상공인 규모의 건축사들은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그 속도와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과실인 생산성 고도화와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02 Change in space

 

손 도면이 CAD로 대체되면서 제도판이 컴퓨터로 탈바꿈되는 설계 공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 과도기의 혼란은 있었지만, CAD는 컴퓨터 설계의 편리함의 차원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필수도구란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CAD에서 BIM으로의 이행이 화두다. CAD가 손에서 컴퓨터로의 변화를 이끌었다면, 하드디스크에서 클라우드로 전환되는 변화의 기수는 BIM이라고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고 있다. 과연 BIM도 CAD처럼 설계의 공간을 뒤흔들만한 파괴력이 있을까? 지금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협업 도구이자 설계의 생산성 도구 BIM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실무 BIM 적용 현황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 국내에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BIM의 활용성은 공공기관 및 대기업(대형 설계사, 대형 시공사)의 납품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프로젝트를 주로 다루는 업체에서는 계획설계부터 납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BIM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숙련된 BIM 인력 확보에 투입되는 비용, 즉 ‘가성비’ 때문이다. CAD는 투입 비용이 BIM에 비해 저렴하다. 대략 2∼30개의 명령어만 숙지하면 초보자도 3개월 만에 도면을 완성할 수 있지만, BIM은 6개월 이상 꾸준히 훈련해야 모델·도면화 작업이 가능하다. 기관/학원 교육과 실무와의 괴리가 있어 체계적인 실무교육도 수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BIM 사용 촉진 로드맵(2030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작은 프로젝트에서도 BIM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BIM 로드맵을 살펴보면, 소규모 프로젝트도 BIM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래 표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향후 10년 이내에 프로젝트 규모와 관계없이 계획설계부터 인허가 도면 작성 및 세움터 관리까지 BIM으로의 전환이 계획되고 있을 정도다. 클라우드 내에서의 디지털 검토뿐 아니라 500㎡ 이상의 민간 프로젝트까지 BIM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로드맵 20-30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허가의 경우, 더 클라우드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검토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시간과 노력의 비효율이 개선된다는 의미이다.


BIM 활성화로 2020년부터 LH는 설계공모 시 계획단계에 BIM 결과물을 가점에 반영하고 있고, LH 주도의 공동주택이나 플랜트(공정 검토), 비정형,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BIM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BIM의 상용화가 정부가 꿈꾸는 건축의 판타지에 불과할지, 아니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건축기술의 구원일지 기능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BIM은 CAD(2D)에 끝났던 데이터를 3D(+Z축):=>4D(+시간):공정=>5D(+코스트):견적 =>6D(+지속가능)의 단계로 확장했다


현재 건축사사무소에 BIM 도입 장점

2015년부터 조달청 공공사업에 BIM을 적용하면서, 정부 및 공공기관은 BIM 활성화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BIM의 효율성을 투자자본수익율(ROI)이라는 체감되지 않는 수치로 설명해왔다 실무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설명이다. 지금부터는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업체의 실용성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CAD는 검토 및 협업이 수평적으로만 가능했으나, BIM을 활용할 경우 3D 지오메트릭을 통한 입체적 검토가 가능하다. 도면의 앞뒤(평/입/단)를 모두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BIM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다. 비용과 인프라 구축에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지만, CAD 도면을 일일이 검토하는 데 투입되는 잦은 회의와 시간 손실을 고려한다면, 구축 단계의 투자가 도면 수정 감소 및 초기 투자를 효율성 높게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인허가상에 크리티컬한 법규 검토에 대한 휴먼 에러를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평/입/단이 안 맞아서 도면이 그림에 불과하단 이야기는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다. 동시에 세움터라는 건축 클라우드 공간이 단순히 인허가 공간이 아니라 4차 산업의 변화하는 공간에 대응할 수 있게 재구축되고 있다.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예정이므로 BIM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인허가 및 대관 업무에서 혹은 승인하는 관에서 서로 더블 체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관계기관에 고지가 되지 않아 법적 분쟁까지 갔던 ‘김포 왕릉 아파트 사태’와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BIM의 잘 알려진 또 다른 특징은 자동화 툴이라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한번 덜 클릭함으로써 잔업 및 야근을 줄여주는 효율적인 설계 자동화 툴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BIM이 단순히 모델링이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된다. BIM의 사용으로 본래 목적인 공간을 구축하고 삶을 만드는 도구에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다. 다만 과거의 이어오던 상하 수직식의 단순 주입식 기능설명 교육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무와 결합된 유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기관은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지방의 건축사사무소와 교육기관을 연결하여 상호보완적 교육을 통해 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교육 따로 실무 따로 방식은 지양해야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장점이 실현되려면 인력 교육 및 경험이 필수다. 정부와 기관의 로드맵에 보완 계획이 있다고는 하나 학원·기관 등의 교육을 통한 BIM 교육이 많아지고, 제도적으로 인증된 BIM 자격증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교육을 통해서는 실무 적용이 어렵다는 의미이며, 실무에서의 실례(實例)와 경험 부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당장 공동작업이나 도면화 등의 실무를 빠르게 작성해야 하는데, 경험이 축적된 숙련자가 아니면 오히려 불완전한 BIM 정보가 구축되어 실무에 혼란을 야기한다. 정부 BIM 로드맵에서의 교육이 그냥 기능을 익히는 교육으로 끝난다면 BIM의 실무적인 도입은 더욱더 더디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BIM 툴은 다양한 서드 파티들의 노력으로 점점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통한 BIM의 상용화는 건축 설계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이는 다양한 협업을 가능케 하며, 새로운 분야로의 건축사 위상도 향상시켜줄 것이다. 

“다 돼요”

BIM이 만능의 툴로 회자되며 “다 돼요”라고 이야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또한 공공에 납품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써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시대도 지났다. 만약 누군가 아직도 BIM의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BIM은 건축사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잡아먹는 부정적인 판타지에 불과하다.

BIM은 만능 프로그램도, 쓸데없는 프로그램도 아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주는 설계 생산성 도구이다. 정보화 시대에 수많은 건축정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시대가 변화하면 사람이 적응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BIM 로드맵에 함께 적응해 나간다면, BIM 클라우드 공간에서 설계, 시공, 감리, 협력사 등 관련자 모두가 참여하는 비대면 공정 검토가 가능해진다. BIM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실무에서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글. 윤지호 Yoon, Jiho (주)희림 종합건축사사무소·건축사

 

윤지호  (주)희림 종합건축사사무소·건축사

 

윤지호는 국민대 건축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동주택 실시설계를 시작으로 10년간 BIM 설계, 시공, 근생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현재 ㈜희림 종합건축사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설계와 시공 사이에서 BIM의 연결과 활용방안에 대해서 고심하고 변화를 탐구하고 있다. 

 

 

bluedark97@heer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