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건축문화유산, 대신맨숀 2023.2

2023. 2. 16. 16:01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Daesin Mansion, Yeongdeungpo Architectural Heritage

 

대신맨숀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신로 60길 7(신길동 116-15번지)에 대지면적 4,609제곱미터, 1971년 2월 14일에 준공된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에 건물연면적 12,129제곱미터(상가 2,745제곱미터 포함)의 상가와 아파트로 구성된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이다. 

 

대신시장 간판


필자는 영등포구 소속 회원으로서 영등포에 소속을 두고 업무를 수행한지 어언 22년이 되었다. 오랜 시간 건축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영등포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고, 거주지도 영등포에 두고 있다. 요즘 전국을 살펴보면 근대시대 건축물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가까이 서울만 봐도 익선동, 종로, 을지로 등등 요즘 말하는 소위 핫플레이스나 건축사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있는 근·현대 건축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영등포에는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근·현대시대 건축물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영등포에서 근·현대적으로 건축사적 가치가 있으나 자본주의의 논리나 부동산 가치 극대화를 위해 사라져가는 건축물을 조사, 발굴하여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매년 한 편씩 건축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현재 ‘대신시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대신맨숀’이라 할 수 있다. 대신맨숀은 착공 전 1965년 5월 28일 시장등록을 하고 건물 6동과 중간에 노점상으로 구성된 시장으로 영업을 개시하였으며, 이후 대신맨숀으로 1971년에 준공된 건축적으로 매우 실험적인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 입주자에 의하면 건축주는 이창호라는 사람으로 미군 통역 일을 하면서 해외 관련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건축주의 건축에 대한 식견에 대해 많은 것을 건축물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1970년 이후 서울에는 경공업 중심의 산업화로 인해 많은 인구가 유입되는데, 당시의 단독주택으로는 유입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이때 당시 서울에는 낙원상가, 유진상가, 서대문아파트 등 많은 상가아파트가 건축되었다. 

 


그러나 대신맨손은 이들 상가아파트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건축적인 공간구성과 평면의 형태가 특이하고 당시의 상가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톱밥단열재를 사용했으며 외벽을 콘크리트 바탕 위 페인트가 아니라 적벽돌을 사용하여 단열 성능을 적용한 매우 보기 드문 외벽 마감을 사용했다. 공간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1층 상가는 대지의 형상을 따라 사다리꼴 평면을 적용하고 2층 이상 아파트의 경우에는 Y자형 평면으로 계획되었다. 이러한 평면 구성은 현재의 시점에서도 계획하기 매우 어려운 구성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거부분을 진입하는 방법으로 스킵플로어를 적용하여 반 층씩 엇갈려 주호로 들어갈 수 있다. 특히 도로에서 주거로 진입하는 방법이나 상가를 통하여 진입하는 방법, 외부 브릿지를 통하여 진입하는 방법, 주차장 램프를 이용하여 진입하는 방법 등 공간 접근방법이 타 상가아파트와 달리 독특하다. 특히 Y자형 형태로 구성된 내부 공용공간의 중심에는 계단실, 엘리베이터(당시에 12층으로 신축할 예정으로 공간을 구상하였으나, 인근 군부대의 반대로 인하여 실행되지 못하고 현재의 5층 규모로 완공되었다고 한다)가 위치하고 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완공된 상가아파트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건물의 중앙부인 가운데 계단, 엘리베이터 공간을 중심으로 마당 같은 홀을 구성하여 사람들이 만나고 각각 3개의 복도를 통하여 각 세대로 진입하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지금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고 한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대신시장 1층 평면도
대신시장 2, 3층 평면도


당시의 건축물 용도를 살펴보면 지하층은 공장으로, 1층은 시장으로, 2층 이상은 아파트로 구성돼 직주가 가능한 구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다른 상가아파트에는 전혀 없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건축주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는지 아파트의 경우 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1979년 3월 18일에 상가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3명의 사망자와 1층 상가 189개의 점포가 전소되고 아파트까지 화재가 발생하였다. 이때 건축주가 아파트를 모두 분양하였다고 한다. 당시의 신문 기사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간 구성방법은 당시 건축된 상가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이례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는 주차장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공간에 주차장을 설치한 점은 그 당시의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의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건축주의 놀라운 혜안과 건축사의 실험적인 도전 정신, 노력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없지만 당시에는 야외수영장도 있었다고 한다.

 

대신시장 점포 배치도


대신맨숀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대형할인점, 마트의 등장과 소비자의 욕구 변화로 인하여 재래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또한 영등포역 주변으로 롯데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롯데마트가 속속 개장하면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979년 대형화재로 인한 콘크리트 구조의 중성화의 진행으로 인하여 구조적인 문제점까지 발생하여 시장 내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조합설립 인가가 나고, 시공사까지 선정되어 철거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도 처음 대신맨숀을 방문했을 때의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듯 학계나 언론에 알려지지 않는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근·현대 건축물이 전국적으로 많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건축사나 협회 차원에서 조사, 기록하여 건축문화유산으로 남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도면 참고

강승현. 「1960-1970년대 서울 상가아파트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논문, 2010

 

 

글·사진. 김창길 Kim, Changgil 삼정환경 건축사사무소

 

김창길  건축사 ·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90년도부터 ㈜창우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01년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여 현재까지 설계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서울시건축사회 회관건립TF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설계작으로는 폴라리온 스퀘어(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번동 탑메디컬센터, 박순용 정형외과 사옥, 신일라이프건설 사옥, 성북동 한옥 리모델링 등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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