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열정(Passion) 가득한 놀이터(Play ground), 피네이션(P NATION) 사옥 2023.2

2023. 2. 16. 17:46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P NATION office building, play ground full of passion

 

<그림 1> P NATION CONCEPT IMAGE

 

어렸을 때 동네 놀이터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있다. 누구에게나 한때 그런 즐거운 추억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무엇인가에 몰입해서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할 공간이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우리들의 진정한 놀이터가 아니겠는가.

피네이션 사옥을 접하면 그런 열정이 느껴진다. 단지 새로운 에너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엔터테인먼트 사옥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시간 클라이언트와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소꿉친구들과 함께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뒹굴듯이 여러 사람들과 많은 의견들을 주고 받으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창조해 내었던 그 인고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가수 싸이의 피네이션 컨셉과 동시에 구상되어진 본 사옥은 컨셉 이미지<그림 1>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장 파워풀한 열정과 잠재성이 느껴지는 건축물이다. 피네이션 사옥은 가수 싸이가 처음 시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요람으로, 박봉준 건축사가 설계를 시작할 때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인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한 유연한 건축물’을 구현하려 노력했다. 서울의 강남을 세계무대로 진출시킨 강남스타일을 열창한 가수의 건축물이지만, 절제된 열정으로 표현하고자 한 섬세함이 이 건축물에 사용된 재료와 디테일에 녹아있다. 

독일 건축비평가인 만프레드 색(Manfred Sack, 1928~2014)은 재료가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둔탁하게 보이는지 또는 반짝이게 보이는지, 냄새는 어떤지, 단단한지 또는 부드러운지, 유연한지, 차가운지 또는 따뜻한지, 매끄러운지 또는 거친지와 같은 재료의 감각은 공간에 항상 존재한다고 하였다. 즉, 건축공간은 가장 먼저 물리적이고 감각적인 방법으로 인지된다고 보았다. 피네이션 사옥의 외부마감에 사용된 크리마벨로와 큐블럭의 입면단차에 의해 만들어지는 레이어링과, 구리빛 메탈의 부분적으로 감싸진 디테일은 방문자들에게 가장 먼저 인식되며 유연한 흐름과 함께 건축물의 품격과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부드러운 입면에서 보여지는 과하지 않고 절제된 곡선, 기능을 효율적으로 살려낸 창과 개구부, 그곳을 감싸는 곡선은 전체적으로 건축물의 유연함을 표현해 준다. 절제된 곡선의 입면 디자인과 내부 동선의 흐름, 각 스튜디오, 녹음실, 연습실, 지원부서, 업무공간들이 구분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질 수 있는 공간구성을 통해서 하나의 커다란 ‘놀이터’를 구현하고자한 디자인적인 의도가 느껴진다. 

대지의 형태가 반듯한 모양이 아니고 전면과 후면의 대지레벨 차이까지 있어 대지를 처음 본 박봉준 건축사에게는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로 느껴졌을 것이다.

 

피네이션 신사동 사옥 ⓒ 제임스 정

 

건축설계를 할 때마다 느끼는 부분이지만, 대지조건의 한계와 단점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디자인적인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가 있는 작품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피네이션 사옥에서도 대지의 레벨차를 잘 이용하여 업무동선과 창작동선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였고, 내부에서의 동선의 흐름이 외부에서는 구분되도록 처리하였다. 

지하에는 안무연습실과 노래연습실 등을 배치하여 창작의 작업이 일어날 때 지상으로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메인 층이라고 할 수 있는 대로변 1층을 임대공간이 아닌 직원들의 업무와 휴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으로 과감히 구성한 것도 외부 방문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의도한 건축사의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옥의 특성상 철저한 보완이 필요한 2층부터는 안무창작실, 프로듀싱, 작곡실 등 외부와 단절된 나만의 작은 놀이터들이 존재한다. 이곳은 기능상 창문의 개방이 최소가 되어야 하는 곳으로 큐블럭 디자인쌓기 등으로 빛을 조절하고자 했다. 

중요한 결정과 판단을 해야 하는 대표실은 최상층에 위치하여 멀리 남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도록 하늘로 열려있다. 최상층과 함께 3층 테라스는 외부의 전망을 건물의 내부로 끌어들이는 창의적인 보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리적 공간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창의적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자 하는 건축사와 클라이언트의 뜻이 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것은 디자이너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유연한 사고를 계속할 수 있는 놀이터, 이곳에서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놀 때 집단지성에 의한 위대한 디자인(Great Design)이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피네이션 사옥은 오늘도 즐거워 보인다.

 

글. 이기석 Lee, Ki Suk 선문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이기석 교수·선문대학교 건축학부

연세대학교, 홍익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마쳤으며, 이로재(승효상 건축연구소), 창조건축, 김영준 도시건축연구소(yo2)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케이디에이그룹에서 대규모 주거시설의 환경디자인 및 경관디자인 작업을 하였다. 2009년부터 선문대학교에서 근무하며 건축설계, 건축텍토닉, 환경생태디자인 관련 과목들을 지도하며 후학양성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재생 관련 연구 및 스페이스 신텍스(space syntax)에 의한 논리적인 건축·도시 공간 탐구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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