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9. 09:26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자 註
AI와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계문명이 아닌 인류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타더니 이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의 키워드 중 하나가 AI이며, 메타버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일찍이 비전 아키텍트(Visionary Architect)였던 레베우스 우즈(Lebbeus Woods)는 사고하는 AI의 건축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다소 현학적인 존재론적 상상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반자동화 단계에 이른 건축설계 산업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이를 대비한 새로운 준비가 무엇인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아직도 캐드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는 건축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BIM 초기 단계를 지나 메타버스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버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다가올 일이며 마냥 손 놓고 아날로그 시장과 경제환경을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한번 뭔지 구경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첨단의 고민을 하시는 두 분의 현역 건축사를 모셔 장대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한번은 알아야 할 듯해서 마련한 기획으로,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1 The future that is already upon us Changes in the architectural world
1.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손안에서 펼쳐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곁에 있어야만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 녹음, 카메라 기능은 물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며 만능 요술램프 노릇도 하는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소프트웨어가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의 원자력 항공모함과 잠수함은 완전한 소프트웨어의 총화다. 원자력 연료봉의 수명은 30~50년간 작동한다. 좌표만 찍으면 완전히 컴퓨터로 순항한다. 5년 쯤 후에는 인간 대 인간의 전투는 없어질 것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미국의 빅 텍크(big technology)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들을 꽃피우고 있다. 애플의 팀 쿡(Tim Cook),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 구글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메타(페이스 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엔비디아의 젠슨 황(Zensen Huang),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의 리더들이다. 이 빅 텍크 기업들의 일단을 조망하면서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의 실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들 중 가장 돋보이는 혁명가는 단연 일론 머스크(Elon Musk)다. 그는 물리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다. 2002년 5월 6일 우주 탐사기업 Space-X를 설립한다. 우주 발사체, 로켓 엔진, 우주 화물선, 위성 인터넷, 행성 간 우주선 등을 설계·제조하며 우주 탐사와 화성의 식민지화를 넘어 인류의 우주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이스 X는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발사,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의 수직 이착륙과 궤도 발사체 재활용, 세계 최초 민간 우주 비행사의 국제 우주 정거장(ISS) 도킹 등 기록적인 업적을 달성함으로써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2015년 12월 1일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궤도 로켓의 1단 부스터를 수직 이착륙 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는 NASA, 러시아, 중국 등 각국 정부기관에서조차도 아직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궤도 로켓을 100번 이상 재사용 하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우주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2020년대 중반까지 12,000여 개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는 2022년 현재까지 인류가 발사한 모든 인공위성 숫자보다 3배가 많다.
2010년 이후의 주요 행적을 요약해 보면,
2012. 5. 22. Falcon 로켓을 NASA 비용의 1/6로 ISS(국제 우주 정거장)에 도킹→ 2015. 12. 1. 1단 로켓을 해상 바지선에 소프트 랜딩→ 2016. 7. 18. 1단 로켓을 육상 발사지점 근처에 안착→ 2020. 5. 31. 유인 우주선 ‘crew dragon’까지 목표 해상에 안착→ 2021. 5. 19. 민간인 4명을 태운 ‘crew dragon’을 지상 420킬로미터에 떠 있는 ISS보다 더 높은 575킬로미터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고, 90분에 한 번씩 사흘간 선회한 후 목표 고도에서 낙하산으로 해상에 안착시킴으로써 2002년 스페이스 X 창업 이후 19년 만에 우주여행의 비용을 20분의 1로 줄이는 비행을 성공시킨다. 본격적인 우주 관광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예고한 쾌거다.
우주여행에 앞서 5년 이내에는 텍사스의 보카 치카(Boca Chica) 발사기지가 아닌 뉴욕의 JF 케네디 공항에서 여객기 수준의 승객을 싣고 2시간 이내에 인천 공항에 착륙하는 스페이스 X의 우주선(Starship)을 볼 것이다. 길고 넓은 활주로가 필요 없다. 축구장만한 넓이면 충분하다. 공항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의 미래는 두 가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중행성 종(多重行星 種)이 되거나 하나의 행성(지구)에 국한된 채로 남아 결국 멸종되는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다중행성 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그의 나이 70이 되는 2041년 이전에 화성으로 이주하여 성간(星間) 여행을 하면서 다중행성 종으로 살다 죽는 최초의 인류임을 역사에 남기려 한다.
그는 1998년 피터 틸(Peter Thiel)과 공동 창업한 페이팔(Paypal)을 매각하여 얻은 수익 1억 8천만 달러 중 테슬라(Tesla)에 7천만 달러, Sola City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2002년 5월 나머지 1억 달러를 투입하여 스페이스 X(Space-X)를 창업하였다. 그때부터 그는 스페이스 X 부지 한편에 조그만 조립주택을 지어 거주하면서 우주 개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를 보면 그가 열정을 쏟는 대표 기업은 테슬라가 아니라 스페이스 X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론 머스크가 일구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① 우주 로켓 기업인 Space-X, ② 전기 자동차 Tesla, ③ 통신기업 Star Link(지구 저궤도 상에 12,000여 개의 소형 인공위성을 배치해 지구상 모든 지역에 통신 서비스. 2024년부터 서비스 시작, 그 이후 기지국 시스템의 통신회사는 지구상에서 없어질 것임.), ④ 인공지능 Open AI, 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Neural Link, ⑥ 태양 에너지 Sola City, ⑦ Hyper loop Project와 초고속 진공열차 The Boring company.
이들 7개 기업들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소통하고 협업한다. 7개의 기업을 한마디로 일별해 보면, ‘자동차 산업을 혁신하고, 화성을 식민지로 삼으며, 진공터널을 지어 기차가 달리도록 하면서, 인간의 뇌를 AI와 결합하고 태양열과 에너지 산업을 뒤엎으려는’ 일론 머스크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끔찍한 수준의 일 중독자다. 그는 하루 12~14시간, 주당 80~100시간 일한다. 두 명이 40시간씩 일하는 것보다 한 명이 80시간을 일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 한 바도 있다. 또 이 시대 최고의 인재들을 스톡옵션으로 끌어 모은다. 회사의 입사 난이도 및 업무강도는 매우 혹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힘든 업무를 감당할 수 있으면 환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공시한다.
스티브 잡스 이후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 일론 머스크의 생활철학 6가지를 들어보자.
①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② 열정을 쫓아라.
③ 목표를 크게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④ 모험을 준비하라.
⑤ 비판을 무시하라.
⑥ 즐겨라.
이번엔 그가 만들고 있는 테슬라의 (전기+자율)자동차에 대하여 이야기해 본다.
전기차 부속은 17개이고, 기존의 휘발유차는 부품이 1만 개도 넘는다. 휘발유차는 1만여 개의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여 만들지만, 테슬라는 17개의 부품을 조합하여 공장(Giga Factory)에서 찍어 낸다. 테슬라는 35%의 마진을 남기지만 현대차는 7%의 마진을 본다. 현대차가 연간 500만 대를 생산한다면, 테슬라는 100만 대만 찍어 내면 된다. 앞으로 내연기관차의 1·2·3차 밴드 공장은 집에 가야 한다. 환경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제 전기차는 대세다.
테슬라는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중국의 상하이 기가 팩토리에서 135만 대를 생산 공급했다. 금년 상반기에는 신설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 독일 베를린의 기가 팩토리에서 100만 대 이상을 더 찍어낼 것이다. 공장 신증설은 계속 진행 중이고, 공급은 더 늘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Model-Y의 가격을 2만 5천 불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세계의 자동차 산업을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구상에는 1년에 2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에너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에 짓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만 해도 300여 개가 1년 이내에 완공된다고 한다. 반도체, 배터리, ESS, AI, Data, Compute도 그 수요가 폭발할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상상을 초월한 기술 세계로 안내한다. 앞으로 1년 후면 FSD(Full self driving)의 레벨 5단계가 완성된다. 통신기업 Star Link, 인공지능 Open AI가 자율주행을 완성시키고 있다. 테슬라, 애플, 구글이 왜 자율 주행에 목숨을 걸까?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순간 20억 명의 인간들을 그들의 앵벌이로 만들기 위해서다. 전기차보다 자율주행차가 더 무서운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교통수단을 넘어 힐링하면서 생활하는 공간, 이동하는 모바일 주택으로 발전한다. 말에서 마차로, 마차에서 자동차로, 자동차에서 자율차로, 인간을 21세기 신 유목민으로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인터넷 다음 단계는 메타버스(Metaverse)라고들 한다. ‘Metaverse’는 초월·가상을 의미하는 ‘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서 현실과 연동하는 생태계를 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VR(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와 함께 3차원 가상세계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현실과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을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빅 텍크 기업들은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려고 플랫폼과 디바이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모든 기업이 물리적 현실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세계에서 8시간이 걸리는 우주선 조립 공정을 가상화면 홀로렌즈를 이용하여 3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Face Book)은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고 메타(Meta)로 사명까지 바꾸며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30억 명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거대한 소통과 연결 공간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심에는 메타버스 소셜 플랫폼인 ‘호라이즌(Horizon)’이 있다. 이는 가상 주거공간인 ‘호라이즌 홈(Horizon Home)’과 협업공간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 게임을 즐기거나 파티를 열 수 있는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안경처럼 생긴 호라이즌 진입용 안경을 쓰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가상세계가 펼쳐지고, 아바타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메타는 호라이즌 활성화를 위해 메타버스의 관문 역할을 하는 VR, AR(가상현실, 증강 현실) 장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만 10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최근에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고급 VR기기 ‘프로젝트 캄브리아(Project Cambria)’를 공개했다. 새로운 센서가 이용자의 시선과 표정을 추적하여 실시간으로 아바타에 구현해 현실 위에 가상세계를 겹쳐 보여주는 ‘MR’ 기능을 추가하였다.
메타는 대중화의 열쇠로 꼽히는 게임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일부회사가 메타버스의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로보록스나 에픽게임즈 등은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는 반면, 메타는 포괄적인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한다. 사용자가 메타버스 속에서 가능한 모든 디지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메타와 달리 엔비디아(Nvidia)는 메타버스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그래픽과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인프라를 장악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의 메타버스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술 인프라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2020년 말에 공개한 ‘옴니버스(Omniverse)’는 3D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기업들은 옴니버스를 이용해 공장, 창고, 건설현장 등 실제 공간을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환경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으로 만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BMW는 옴니버스로 자동차 공장 전체를 가상으로 만들고, 새 모델의 출시에 맞추어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 지능형 로봇 배치나 훈련도 디지털 트윈에서 이루어진다.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은 옴니버스로 실제 도시 규모의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축해 5G 무선 네트워크 신호 전파와 성능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이 시뮬레이션에 따라 생산라인을 바꾸고 공장을 더 스마트한 공장으로 리모델링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기업용 옴니버스 구독료를 연간 9,000달러(약 1060만 원)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전문 분석가들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는 제조, 디자인,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핵심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메타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옴니버스 아바타’ 기술을 새롭게 공개했다. ‘토이 미(Toy me)’라는 이름의 옴니버스 아바타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대화하고, 대화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대화형 아바타’라는 특징이 있다.
옴니버스 아바타는 대부분의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AI 비서를 제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젠슨 황 CEO는 “지능형 가상 비서의 시대가 다가왔다”며 옴니버스 아바타는 엔비디아의 기본 그래픽과 시뮬레이션, AI 기술을 결합해 지금까지 만들어 진 것 중 가장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천명했다. 여러 언어의 음성을 인식하는 AI-‘리바(Riva)’, 5,300억 개의 변수를 학습한 세계 최대 언어의 신경망 AI-‘메카트론(Mecatron)530B’, 추천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AI-‘멀린(Merlin)’ 등 엔비디아의 모든 기술이 집대성되어 있다.
메타버스의 대표주자인 메타가 메타버스의 플랫폼 구축에 목표를 삼고 있다면, 엔비디아는 메타버스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는 현실 물리세계를 디지털 가상세계로 대체한다. 현실과 가상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든다. 메타버스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에서 실제 우리 인간과 똑같은 가상 아바타 인간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공간과 시간이 자유로운 메타버스 세계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산업이 탄생한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로 시작하여 유통, 업무, 생산, 금융 등을 넘어서 정치와 군사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이렇게 메타버스도 인터넷처럼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으며 창업과 산업 혁신의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와 가상화폐가 현실경제에서 가상경제 순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됨에 따라 메타버스 시장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이상 일론 머스크의 Space-X, Tesla와 마크 저커버그의 Meta, 젠슨 황의 Nvidia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의 행적을 개관해 보았다. 세계 4대 혁신기업 ‘MAGA’라 불리우는 MS, Apple, Google, Amazon이 펼치고 있는 첨단기술과 행적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2. 자율주행차와 메타버스가 건축계에 던지는 메시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것에 비해 우리의 일상생활은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데 따른 두려움, 거북함, 번거로움과 이해부족으로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어쩌면 자발적으로 빠르고 원활하게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고 경험하는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화상 회의, 전 방위적인 배달문화와 종교 활동, 금융 서비스 등 비대면 접촉으로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가속화되고 있다. 나아가 5G 기술로 인해 데이터의 이동이 가속화됨으로써 자율주행, 메타버스, 드론, 로봇, IOT, AI 등 첨단기술, 그리고 건축 디자인 및 건축산업 전반에 필요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3D Printing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미래의 건축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또 배달과 택배 문화가 상시화 되면서 자율주행 차, 로봇, 드론이 배송과 물류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24년쯤 되면 택배트럭이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24시간 이동하는 세상이 온다. 무인 로봇과 드론은 시공간을 넘어 배송방식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빌딩에 ICT 기반의 ‘화물 수취 설비’를 갖춘 집적 공간이 요구되고, 소화물은 캡슐에 담긴 채로 현관 앞에 자동적으로 놓인다. 지하 주차장으로 자동차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현관에서 자율차가 대기하고 있을 것으로 보아 향후 공동주택의 지상 층 공지와 라운지를 보다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요구도 나타날 것이다. 지붕 층은 녹지와 힐링공간 이외 한편에는 드론의 착지와 화물 수취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가 건축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보다 충격적이다. 언젠가 사옥 없는 카카오뱅크가 생기더니, 카카오라 그럴 수 있겠다 했는데 드디어 오피스빌딩이 사라지는 날이 오고 있다.
관련해 조선일보 박순찬 기자의 “난 재택, 아바타는 출근…전국 인재 몰리더라” 기사(2022. 2. 4.)를 참고하기 바란다.
3.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 건축 – 그 이슈와 몇 가지 과제
3-1. 주택에 대한 요구 성향의 변화
◆ All in Home
코로나 팬데믹은 디지털기술과 더불어 건축과 주거 공간에도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택에 대한 대표적인 변화의 요구 성향이 ‘All in Home’이다. 재택근무, 자가 격리가 일상화된 언택트(untact) 시대다. 주거+업무+여가 생활을 모두 주택 한곳에서 해결하려 한다. 단순한 휴식, 수면을 위한 종래의 거주 기능을 넘어 집에서 근무하는 홈 오피스, 건강과 여가생활을 위한 홈 트레이닝과 홈 카페 행위까지 필요해짐에 따라 주택의 용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성향의 변화들을 제한된 공간에서 수용하기 위하여 가전기기, 가구, 집기의 배치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Omni-layered design’이 뜨고 있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자연 속의 그린(green)을 집 안으로 끌어드리기 위해 발코니와 테라스의 효용성이 커지고 있다. 또 발코니를 확장하여 거실을 넓히는 것보다 마당과 정원을 대신한 단독 주택의 맛을 즐기고 싶어 한다.
◆ 도시로부터의 탈출 – 단독 주택
또 하나의 변화는 단독주택의 선호 현상이다. 아파트에서 오래 살다 보면 느끼는 답답함과 자연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도시를 떠나 대지 값이 저렴한 시 변두리에 단독 주택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이 늘고 있다. 다가오는 자율 자동차 시대와 맞물려 젊은 연령의 건축주들이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 우리는 늘 미래를 예측하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며 살아간다. 그간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의 환경 문제만 걱정하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삶과 경제활동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또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소득이 줄어들며 출산율이 한 명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러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건축계가 예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도시외곽에 ‘1, 2인 소형주택’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율 자동차, 메타버스, 3D 프린팅 기술은 고가 밀집의 도시로부터 탈출을 한층 더 자극할 것이며, 다양한 디자인의 소형주택들이 늘어날 것이다.
3-2. 업무시설, 공장, 창고의 재탄생
혁명적인 디지털 기술과 코로나19에 의한 언택트 시대에는 주택보다 경제활동의 주체 노릇을 하는 업무시설, 생산시설과 저장 및 보관시설에 보다 더 기능적이고 효과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5G 기술과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갈수록 똑똑해지는 자율주행 기술,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세계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현실과 같은 공간에서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을 하는 메타버스 기술이 건축 관련 인프라를 바꾸려고 한다. 배달과 택배 문화가 일상화됨에 따라 자율주행 트럭, 로봇, 드론이 배송 분야에 물류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공장, 오피스빌딩, 창고 건물은 일정 공간의 화물 수취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도록 한다.
◆ 업무시설, 종래의 오피스 빌딩 기능 하나만으로는 복합적인 경제사회에서 언제 도태할지 모른다
주업종이 변화하고, 연관 업종이 보태지고, 새로운 업종이 추가되면서 기업은 진화한다. 그러면서 계속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쇠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스포츠 센터, 상가와 문화 시설은 이미 건축법규에 저촉범위를 벗어나 부대시설로서 이미 오피스 빌딩에 입주도 가능하다. 오피스텔은 다양한 형태의 도시 주택으로 자리매김하는 하나의 길목에 서 있다. 건축물이 수용해야 하는 용도와 기능의 변화는 디지털기술과 언택트 경제사회에서 더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 속도를 더할 것이다.
복합과 공생의 개념을 넘어 업종과 업태 간 융합하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제한된 건물규모의 빌딩 하나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공간 이용의 가변화와 융복합화”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건물 내부 공간을 벽으로 나누지 않고 기둥식 오픈 구조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업무용 빌딩은 벽식 칸막이 구조가 없어질 것이고, 현재의 빌딩들도 구조적인 리모델링을 따라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직방’은 아바타가 출근하는 가상 사옥 ‘메타폴리스’에서 관계사를 포함, 600여 명 직원의 아바타가 옹기종기 모여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100% 재택근무,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아예 별도의 사무실이 없다. 충격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오피스빌딩들은 용도변경을 하거나 재건축하여 새로운 용도를 찾게 될 것이다.
◆ 생산시설은 벌써부터 스마트공장으로 자동화·지능화되고 있다
스마트공장이란 설계·개발, 제조 등 생산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 공장을 말한다. 기업들은 ICT 기술을 이용해 공장, 창고, 건설현장 등 실제 공간을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환경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으로 만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Giga-factory)는 메타버스 기술로 자동차 공장 전체를 가상으로 만들고, 새 모델의 출시에 맞추어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 지능형 로봇 배치나 훈련도 디지털 트윈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토대로 공장을 설계하고 시공을 한다.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은 실제 도시규모의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축해 5G 무선 네트워크 신호 전파와 성능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통신 품질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한다.
테슬라나 에릭슨 같은 빅 테크 공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장을 짓는 기업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5G, AI, IOT, VR, 로봇 등 디지털 정보통신기술로 지능형 공장을 짓는다. 건축의 영역이던 공장건축의 레이아웃을 소프트웨어가 다 해버린다. 가상 시뮬레이션을 거치면서 설계디자인도 하는 세상이다. 모든 공장은 스마트 공장으로 재탄생 한다.
창고시설도 스마트 창고로 진화한다. 도시 외곽에서 덩그러니 홀대받던 창고가 귀중한 물류센터로 기능과 시설이 지능화 되고 있다. 2, 3년 이내 자율주행트럭이 24시간 운행하고, 나아가 로봇과 인간이 운전을 나누어서 하고 배송까지 확장하게 됨으로써 창고가 물류의 출발점에서 배송의 종착지까지 ‘스마트 물류센터’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3-3. 모듈화 공법, 3D-printing 등 공업화 공법의 진화
◆ 미래 건축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점은 바로 설계와 시공법의 발전
건축물의 모든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 도구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등장은 현대 건축 분야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다. 비정형 디자인은 물론, 설계 최적화를 통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시공에 앞서 물리적 디자인 오류까지 해결해 줌으로써 그에 소요될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더욱이 건물이 지어지기 전 메타버스 기술로 가상의 건물을 짓고 입주하여 관리해 봄으로써 효율적이고 보다 똑똑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BIM 설계를 바탕으로 건축의 현장 환경을 바꿀 시공법의 변화 방향은 건축물을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인 ‘모듈화 공법(Modular construction method)’이다. 건축물의 복합 요소들을 각각 모듈화해 생산 공장에서 제작하는 기술이다. 현장에서는 건축물의 골격만 세우고 그 외의 작업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진 모듈을 현장으로 옮겨와 위치에 맞게 배치하고 조립하면 되는 것이다. 기계, 전기, 통신 설비까지 가장 복잡하게 얽힌 천정틀까지 모듈화 시켜 공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4차 산업 관련 첨단기술들이 건축물과 일체화되고 있음에 공업화 공법은 더 한층 발전 속도를 올릴 것이다.
◆ 한국 건설기술연구원 내 ‘건설 3D프린팅 연구단(2016년 설치)’은 관련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시작해 제법 큰 건축물까지 쌓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소형 건축물 기준으로 골조 공사기간을 60%나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하고, 공사비용도 40%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2022년에는 실험 주택을 건축할 계획이다.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세계 건축 업계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여러 방법으로 3D프린팅 건축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 건축 기술이 달이나 화성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위성 등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꿈으로써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우주를 건설하는 이 계획에서도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인화와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3D프린팅 기술의 특징이 그 배경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우주개발업체 Space-X를 설립하면서 인류를 화성에 이주하여 정착시키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이 꿈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연구와 탐사 목적으로 달이나 화성에 건축물을 지으려는 시도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런 시도의 중심에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있다고 본다.
4. 건축 관련 제도와 교육의 혁신
4-1. 디지털 기술과 사회적 요구를 담을 수 있도록 건축 관련 법규 혁신적인 정비
땅 위에 집을 짓는 것이 건축일진대, 건축 관련 최상위 법은 땅에 대해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다. 그다음 짓기 위한 계획과 짓는 행위를 조장하고 규제하는 법은 계획단계에 건축법, 건축사법이, 짓는 단계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 진흥법이 있다. 이 법 밑에는 각각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두어 목적 달성을 위하여 자율적인 행위까지를 구속한다. 땅 위에 집을 짓는데 이 법들만 있으면 좋으련만 ○○기본법, ○○개발법, ○○관리법, ○○특별법 기타 등등 수십 가지 법이 존재한다. 이것도 부족하여 행정부처는 ‘○○요령’이란 것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만들어 사소한 행위까지 간섭한다. 이러다 보니 때로는 법끼리 충돌하고 시행기관끼리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이 시대는 우리 생활 곳곳에 혁명적인 디지털기술이 계속해서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생활을 더 편리하고 유익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를 선진화시킨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있어, 촉진시키고 조장한다고는 하는데, 여기저기 규제가 똬리를 틀고 있어 선의의 행위까지 구속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 이후 AC(After Corona)시대는 BC(Before Corona)의 과거와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들 한다. 사회는 변화되고 첨단기술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건축 관련 제반법규와 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규제보다는 장려해야 디지털기술을 건축에 활용하고 건축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디지털 기술로 가득한 언택트 경제 사회에서는 하나의 건축물이 수용하는 기능과 용도가 변할 수밖에 없다. 업무시설과 생산시설을 업무방식과 생산방식에 따라 하나의 용도에 맞추어 건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디지털 기술과 사회적 요구를 건축물에 편리하게 담을 수 있도록 시급한 건축 관련 법규의 정비가 요구된다.
건축 관련 최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장 제6조는 우리나라의 국토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과 자연환경보전지역의 4가지 용도로 구분하고, 제4장 제2절 제36조에서 4가지 각 지역마다 용도지구와 용도구역으로 구분하여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지역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의 4가지 용도지역으로 구분함으로써 복합적인 용도의 건축을 제한한다. 이러한 용도지역제 하에서는 복합적인 공간 구성이 제약됨으로써 건축주의 자율성까지 해치게 된다. 주택, 업무시설, 생산시설 등 모든 건축물은 디지털 기술과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코로나 19이후 언택트 시대를 맞아 변화의 모양과 속도는 융·복합적으로 빠르게 진화한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동안 3월 3일 서울시는 향후 20년간 추진할 각종 계획의 지침이 되는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8년간 묶여 있던 서울시 아파트 35층 제한 규제를 풀고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다채롭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땅의 용도와 건물의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제도인 ‘용도지역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내 용도지역은 크게 주거·상업·공업·녹지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이 제도가 복합적인 공간 구성에 제약이 된다고 보고 자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토계획법 개정 등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4-2 교육의 혁신 - 건축 기술인의 자기계발 교육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합친 용어 디지로그(Digilog). 지난 2월 26일 타계한 이어령 교수가 언급한 디지로그는 생명자본주의와 맞닿아 있다. 디지털이 차가운 컴퓨터 정보공학의 세계라면 아날로그는 인간애와 생명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세계다. 디지로그는 컴퓨터가 낳은 디지털기술과 컴퓨터 이전의 아날로그적 지식을 합친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컴퓨터가 나오기 전 우리는 책과 사전을 통해 교육을 받아 왔고,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책과 사전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대부분 컴퓨터로부터 흡수하고 있다. 아날로그적 지식은 디지털적 지식으로 치환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책과 사전은 지식을 얻는 도구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지식의 기본적인 콘텐츠는 컴퓨터를 통해 배양하기보다 책과 사전으로부터 배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은 생각하면서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제 것으로 다져지고 이를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힘이 생긴다. 클릭으로 얻어지는 지식은 논리적인 힘을 만들기에 부족하다. 인문적인 지식이 아날로그라면, 기술적인 지식은 디지털에 가깝다. 인문지식이 기본적, 공통적인 지식이라면 전문기술 지식은 전문적, 선택적인 지식이다. 우리 건축 기술인들이 간과한, 그래서 부족한 것이 인문적인 지식이다. 아무리 전문적인 기술지식이 있다 하더라도 전달하고 설득하지 못하면 쓰지를 못하는 죽은 지식이 되고 만다.
앞으로의 세계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제공자와 소비자로 나뉠 것이다. 그 비율은 각 5%, 95%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시대에 우리는 이미 20%가 80%의 소득을 차지하는 2080을 경험했기에 정보화 시대를 넘어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로 가면 0595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런 앞날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논리력과 창의력이다. 그리고 이를 기르는 첩경이 독서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와 말하기다.
그러니 하버드대학은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혹독하게 시킨다. 아마존(Amazon) 사는 6쪽 짜리 보고서를 써오게 하고 보고서를 바탕으로 말하기를 테스트한다고 한다. 논리적인 사고력, 독창성, 창의력은 글쓰기와 말하기로 만들어진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우리 건축사, 건설기술인이 5%의 정보제공자로 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자기 계발을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다음은 BIM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컴퓨터의 활용능력 나아가 코딩(Coding)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조선일보 박건형 차장의 “[만물상] 코딩의 시대(2022. 2. 4.)”라는 기사를 보면서 우리 건축사, 건축기술인들의 실상과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살펴보면, 누구나 혁신적인 변화가 시급함을 다 함께 공감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시대에서는 코딩(Coding)이 컴퓨터 창의력(Computational Creavity)이다. 영국 정부는 올 가을 학기부터 초중고에서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국민교육은 그 나라의 경쟁력이다. 건설기술인 특히 건축설계자의 경쟁력은 BIM의 운용능력에서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디지털기술은 이미 우리 앞에 와있는데 우리의 인식세계는 과거세대에 머물러 있다. 건축 구조 등 전공과목 몇 가지의 필기시험과 T자와 삼각자로 설계능력을 평가하는 건축사 자격시험을 아직까지 굳세게 치루고 있다. 기술사 자격시험도 T자와 삼각자만 없을 뿐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검증조차 하지 않는다.
건축사와 기술사의 자격 면허시험제도부터 하루 빨리 바꾸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우리나라도 초중고에서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교육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우리 건축사, 기술인들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적응해야 할 것이다.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산업 전 분야의 관련 정부, 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 및 관련 단체에서도 건축사, 건설기술인들을 위한 각종 보수교육 프로그램에 디지털 첨단기술과 컴퓨터 활용력을 제고시키는 조치를 하루 빨리 하여야 할 것을 제언하는 바이다.
디지로그 시대에 아날로그적 경쟁력을 키우는 요체는 ‘생각근육 키우기’다.
생각 근육은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 꾸준한 글쓰기로 다듬어진다.
디지털적 경쟁력은 컴퓨터의 활용능력, 첨단기술의 이해와 이용능력을 키우면서 확장된다.
우리 건축사, 건설기술인은 지식과 정보의 제공자로 살아가야 한다.
짧은 시간에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말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하면 된다. 시도는 해 봐야 한다. 늦은 것이 아니다. NOW & HERE.
글. 양영호 Yang, Youngho (주)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건축사
양영호 건축사 · (주)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동 대학원 건설공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건축사, 1977년에는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을 취득했 다. 상공부 공업단지국 건축기좌(제9기 기술고시 임관), 중소 기업진흥공단 건설본부장 및 삼환기업 현장소장 등의 풍부한 실무 경력을 갖췄으며 현재 ㈜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 소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Technical Proposal to Planning & Presentation(2007)’, ‘기술제안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2011/ 2007년 증보판)’, ‘내가 살아 온 70년의 흔적들(2022)’ 등이 있다.
yh25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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