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022.5

2023. 2. 19. 09:2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자 註

 

AI와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계문명이 아닌 인류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타더니 이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의 키워드 중 하나가 AI이며, 메타버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일찍이 비전 아키텍트(Visionary Architect)였던 레베우스 우즈(Lebbeus Woods)는 사고하는 AI의 건축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다소 현학적인 존재론적 상상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반자동화 단계에 이른 건축설계 산업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이를 대비한 새로운 준비가 무엇인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아직도 캐드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는 건축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BIM 초기 단계를 지나 메타버스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버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다가올 일이며 마냥 손 놓고 아날로그 시장과 경제환경을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한번 뭔지 구경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첨단의 고민을 하시는 두 분의 현역 건축사를 모셔 장대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한번은 알아야 할 듯해서 마련한 기획으로,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2 In the Metaverse era, what should architects prepare?

 

팬데믹으로 인해 앞당겨진 온택트 시대

세상 사람들은 생전 처음 겪게 된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심각해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온택트(On-tact)라는 새로운 흐름의 변화된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일하고, 만나고, 보고, 먹고, 즐기고 하는 모든 것들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의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비대면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물리적인 만남보다 온라인으로 대면하는 방식으로서의 온택트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근래에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중에 하나는 단연 메타버스일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첫 등장한 개념이다. 영어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가상현실과는 차별되게 아바타에 자신을 투영하고 온라인 여러 매체를 통해 가상세계에 접근하고 있으며, 가상세계에서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하며 인간세계의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경제적 활동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이동통신 5G 기술의 상용화로 더욱 발전되고 펜데믹으로 인해 학습과 경험된 언택트 문화를 통해 급속히 가속화하는 중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메타버스가 단연 주목받고 있다. 또 건축, 예술, 게임, 쇼핑, 관광, 금융, 음악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유니티(Unity)에서 제공하는 WRLD SDK는 네이티브 VR 통합기술을 사용하여 도시의 사이트(Site, 현장) 분석을 가상체험할 수 있다. 앞으로 더욱 여러 회사의 기술발전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의 실감 난 현장답사가 이뤄지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신사옥 ‘엔비디아 캠퍼스’ 설계에는 최첨단 엔비디아 아이레이 VR기술이 적극 활용되었다. 각각의 사물별로 빛의 반사정도를 매우 정교한 계산을 통해 현실과 가까운 모습을 구현하여 사전에 공간 활용성 및 시공 상의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수정해 나감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고 한다. 또한 VR기술과 함께 AR기술의 확장이 매우 빠르게 발전되고 있는 듯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공단계에서 AR홀로그램을 활용한 시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작업환경을 사전에 예측하고 설계에 대한 시공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증강현실기술을 통해 현장에서 일어날 재해 상황을 체험하고, 교육하는데도 활용하고 있다.
국내 현대건설은 건설현장 특성·여건에 따라 건축정보모델링(BIM)기반의 증강현실 품질관리 플랫폼을 개발하여 객체정보 확인 및 정보측정, 3D모델 조작기능 등을 통해 시공 품질을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대지 조사부터 건축설계, 시공, 안전 단계에 이르기까지 활용이 발전되며 건축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해외는 이미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 대한 전문교육기관이 생겨나고 프로그램이 상용화되고 있으며, 적용 사례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고 있다. 비즈니스 및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정림건축에서는 건축설계유산 메타버스 아카이빙을 위해 티랩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물과 공간 디자인을 티랩스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 안에 구축할 예정이며, (주)삼우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는 메타버스 스페이셜(Spatial) 플랫폼으로 기존 건축사사무소 설계 프로세스를 벗어나 3차원 공간에서 의사소통을 갖춘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려 한다.

건축사가 바라본 메타버스

인간이 만들어가는 3차원의 유토피아 공간이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전의 싸이월드나 지금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로 자아와 끊임없는 소통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아바타지만 마치 실존하는 자아의 실체로 점차 발전해가고 있다. 제페토나 로블록스는 어린아이들의 새로운 세계로 자리 잡았으며 새로운 기업들의 또 다른 디지털 세상이 현실에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샌드박스, 테라월드, 뉴월드 등등 무수히 많다. 동일한 시스템을 가진 프로젝트들은 가상의 부동산을 개인이나 기업에 팔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 그들이 만들어가는 메타버스 세계의 가치는 이용자의 수, 디지털기술, 서비스의 차별화 등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특히 이용자 수가 많은 메타버스 프로젝트들은 점차 확장되고 기술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실 환경과 다른 이상적 환경을 제공하며 경제활동까지 가능케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 개인들이 메타버스 내에 땅을 사고 있으며 기업은 연수원, 브랜드홍보관, 상품전시장 등을, 공공기관은 문화재, 박물관, 공공장소 등을, 개인은 다양한 상상의 공간 및 이벤트공간과 게임공간 등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BGF 리테일 CU가 오픈한 메타버스 편의점 © CU
제페토의 구찌빌라 © gucci


메타버스 세계 건축은 가상공간을 활용하므로, 현실과 달리 공간을 원하는 만큼 사용하고 하늘에 건물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 SNS에서는 메타버스 건축사(Architect)라는 용어가 생겨났으며, 메타버스 건축사(Architect)가 되기 위해서는 3차원 공간조작 능력, 즉 3D그래픽을 이용해 공간에 구축하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제페토와 로블록스 모두 해당 플랫폼에 3D에셋과 3D공간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여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게임 업계에서 주로 활용하던 3D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이 더욱 보편적인 수요를 이루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빌디잇이라는 메타버스 건축 프로그램은 조작법이 매우 간단해서 처음 3D프로그램을 접하는 사용자도 쉽게 건물과 맵을 만들 수 있다. 건축사가 가진 전문적인 기술과 현실세계에서의 법규·제약들이 사라진 지금의 메타버스 공간은 창의성·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세계인 것이다.
지금의 메타버스 공간은 과거 게임을 하며 짜인 맵에서 소통하던 방식과 달리, 사용자에 의해 환경이 변화·구축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활동하는 세상인 것이다. 

건축사가 지금의 메타버스 세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메타버스 공간에 대해, 건축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공간디자인 컨설팅과 브랜딩 작업, 건물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며 실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자신의 세계관을, 여러 가상의 건축디자인을 구현해 자산소유권을 정의할 수 있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크)화 하여 다양한 고객에게 판매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작품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구축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건축사 레이먼드 아브라함은 “건축사는 드로잉 실체 외 건물 실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은 지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건축의 의미와 정의는 결국 생각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건물을 완성해 내 생각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시기 런던에서는 피터 쿡을 필두로 한 아키그램 운동이 시작됐고, 두 사람의 인연은 평생의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이어진다. 훗날 ‘페이퍼 아키텍처’라는 개념을 정립·표현하며 새로운 건축적 영역을 넓혀 갔다. 메타버스 세상을 맞이한 우리 건축사는 건축이 갖는 본질을 다시 되새기고 되돌아봐야 할 때라 생각한다.
 
2020년 한국계 미국인 디지털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에 의해 세계 최초의 NFT 디지털 건축물 마스 하우스(mars house, 실제 거주할 수 없는 집)가 세상에 나오고, 50만 달러에 거래가 되었다. 실제 본인이 일본에서 경험한 zen철학을 모티브로 제작한 디지털 집은 3D프로그램 언리얼 엔진을 통해 제작된 가상 주택인 것이다. 현재 이 주택은 실제 명상을 할 수 있는 메디테이션 휴양지가 될 것이라 한다.

지금의 우리 설계 프로세스는 건축주를 만나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설계하는 방식이나, 마스 하우스가 보여준 행태는 불특정 건축주가 가상의 작품을 보고 그것을 건축화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건축프로세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메타버스를 향한 인간의 욕구와 갈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따라 기술 또한 발전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2022년 인간 뇌에 마이크로 칩을 이식할 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곧 가상세계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가상세계에서 음식을 먹으며 맛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며 모든 행위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다면 가상세계가 현실세계가 되는 완벽한 디지털 트윈시대가 오는 것이다. 미래에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디지털 트윈시대가 온다면 아마도 건축사는 지금과 같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건축적 지식을 바탕으로, 더욱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설계업무를 수행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글. 박현우 Park, Hyunwoo 비움디자인빌드 건축사사무소·건축사

 

 

 

박현우 건축사 · 비움디자인빌드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창조건축, 건축 사사무소 다인에서 실무를 쌓았다. 서울시립대 겸임교수로 재 직 중이며 서울시 관악구 도시재생 자문위원, 대학건축학회 주 택설계분야 참여전문가, 용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대 표 작품으로는 LIG NEX1연구소, 렉쎌연구소, 선감역사박물 관, 포항야생화카페, 이천도예촌상가주택이 있고, 현재 바이오 연구소, 시흥동 정비사업 등을 설계하고 있다.

 

1biuu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