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0. 09:28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Drawing up a comprehensive master plan
incorporating the direction of cities for the next
작년 7월, 강병근 건국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가 제4대 서울시 총괄건축가로 위촉돼 활동 중(임기 2년)이다.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도시와 건축관련 정책, 디자인 등 시의 건축사업 전관을 총괄 기획·조정한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지난 5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후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계획하는 것이 급선무라 밝히며 관련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체계적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지적하고, 서울건축기본계획 등의 시스템 구축과 공공의 도시공간을 위한 실현 방안 등을 계획·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단순한 행정기획이 아닌 선제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앙·지방정부부터 기초단체까지 시티아키텍트, 즉 시티플래너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 향후 100년 내다보는 서울시 종합 마스터플랜 수립 중…
제도, 시스템 정비 작업 선행돼야
홍성용_그간 서울시 도심재개발, 도시디자인 혁신을 위한 원칙, 디자인 규정을 세우는 작업을 추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병근_일단 제도가 하나씩 정비돼야 실현가능한 것들이 많습니다. 서양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있어서 그대로 준비하고 움직이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다 보니 시행주체에 따라서 그때그때 적응하고 대응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어려움이 큽니다. 어떤 시스템이 체계를 갖추면 현실에 맞게 보완·수정하면 되는데, 우리는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다 보니 낭비가 큽니다. 시작하다 얼마 되지 않아 사라져버리기도 하죠. 연속성을 가지면 더 발전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도·시스템을 정비 중입니다.
홍성용_총괄건축가로서 실무체계 안으로 들어와 활동하시면서 그동안 느꼈던 점과 앞으로 진행하고자 하시는 것들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강병근_개인적으로, 외부에서 자문이나 위원회 등으로 참여했던 것은 주제·과제단위였기에 어떠한 전체 틀을 보는 덴 한계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 때는 조각을 보고 이야기를 했다면, 서울시 총괄건축가로 위촉을 받아 거꾸로 관의 입장에서 보니 그 조각 상호 간의 관계 맺기를 할 때 어떤 퍼즐이 모아지면 나중에 하나의 그림이 될까에 집중하게 됐어요. 우리가 그걸 흔히 마스터플랜, 종합계획이라고 하잖아요. 어떤 종합적인 큰 그림 하에 이 조각들이 붙어있는지 찾다 보니, 우리 사회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전체의 큰 그림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국가로 보면, 국토계획법이 있는데 국토이용계획이 없다는 거죠. 그동안은 필요한 지역을 조금씩 오려서 지구단위계획이란 툴을 가지고 부분적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했었거든요. 그래서 서울시 총괄건축가를 맡게 되고 나서 ‘아,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하는 것을 이해했다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이고, 그 틀에서 제일 먼저 100년 후 우리 서울이 이런 모습으로 가야 한다는, 서울시의 종합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은 단시간에 팽창한 도시지 계획도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앞으로 이렇게 100년을 더 갈 것이 아니라, 100년 후에는 최소한 이런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나아가야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도 100년 후 서울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을 모으는 쪽으로 계획 중입니다. 내부적으로 100년 계획을 위한 토지이용계획 방향, 또 어디는 고밀로 하고 어디는 저밀로 갈 것인지, 또 도시는 어떻게 관리하고, 수로와 육로 그리고 항공수송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이 누군가에 의해 시작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저희 도시공간기획과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 단순 행정기획 NO! 선제계획 가능한 시티플래너 필요
좀 더 폭넓은 공공건축가 역할 구상 중
홍성용_2011년도에 도입된 공공건축가 제도가 10년을 넘겨 확대·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초기 직접 계획에 참여하셨던 전문가 입장에서, 또 현재 서울시 총괄건축가로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또 공공건축가와 관련해 새로운 명칭을 고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민 중인 새로운 명칭과 역할 범위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병근_저도 초창기부터 참여해 공공건축가 제도를 제안했었고, 팀을 이뤄 일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마찬가지로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선제계획(마스터플랜)입니다. 도시에 관한 것이든 건축에 관한 것이든 선제계획을 해놓고 그 상위계획 틀 안에서 실행계획이 따라가야 해요. 선제계획, 큰 방향의 줄기가 맞다면 실행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지역·시대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보완이 가능한 거죠. 그렇게 간다면 그 역할을 담당하는 플래너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요.
저는 단순히 행정기획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선제계획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래는 중앙·지방정부, 기초단체까지 시티아키텍트, 즉 시티플래너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말로는 공공건축가로 부를 수 있는 시티아키텍트 중에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시는 어반플래너, 조경은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 등으로 다 따로 이름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시티플래너가 없으니 다 행정만 보잖아요. 그래서 선제계획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지원하자는 뜻에서 공공건축가 제도를 제안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현재의 공공건축가는 애초 봉사 개념으로 출발했습니다. 의무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대급부로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관 내부에 선제기획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니 외부에 조직을 만들어 할 수 있는 한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거죠. 그런데 조직화되다 보니 위원회도 만들어지고, 거기서 무언가를 심의한다거나 하는 것은 제가 볼 땐 본래 취지와 조금 다르다고 생각되어 원래의 취지대로 돌릴 수 있는 방향을 잡으려 합니다.
명칭이나 이런 것은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지만, 현재 공공건축가 외에도 마을건축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러 분들이 계신데요. 각자 하시는 일들과 상관없이 초창기에 생각했던 공공건축가, 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지칭할지에 대한 것을 좀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도권 내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의 지원 세력으로 본다면, 현재처럼 사람에 따라 언제부터 언제까지 기간별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폭넓게 많은 분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체적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 건축의 상위기본계획 만들고,
각 구에 총괄건축가 두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목표
홍성용_공공건축가 제도가 만들어지고 나서 마을건축가 제도도 생겨났는데요. 계속 새로운 제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말씀하신 시티아키텍트 개념을 좀 더 구체화 하는 식으로 제도를 하나로 통합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강병근_뭐라고 칭할 것인가, 누구로 한정할 것인가 혹은 개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떠나 실제로 무엇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봐요. 해서 두 가지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는데, 하나는 건축의 상위기본계획을 만드는 겁니다. 현재는 마스터플랜이 없더라도 도시기본계획이라는 상위계획이 마스터플랜 역할을 하는 거나 진배없습니다. 너무 포괄적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그렇지. ‘서울건축기본계획’이라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정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계획이 일방적이지 않도록 각 구나 기초단체마다 이를 시에서 내려 받아 자체적으로 마스터플랜을 짜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 겁니다. 또 자치단체에서 직접 실행해보면서 보완을 바라는 점이 있으면 그걸 상위계획에서 5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해 업그레이드 하는 식으로 쌍방으로 소통한다면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있듯 각 구에도 총괄건축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현재도 대표적으로 은평구 같은 일부 구나 지방정부에서 하고 있는데, 상위계획과 실행계획으로 나눈다고 하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봐요. 그러면 10년 전의 기획취지 그대로 실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프로세스 중이니까, 일단 이렇게 시스템이 구축되고 나면 당장 올 연말에 2040년까지 실행했으면 하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건축기본계획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아 안착될 거예요.
지역마다 종 구분과 높이, 용적률, 건폐율이 각양각색이잖아요. 현재는 이걸 필지 단위로 모든 행위가 다 이뤄지는데, 그러지 말고 옛날 지구단위계획을 하듯 그 지역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짜서 매니지먼트 하란 거예요. 시가 다 하기는 한계가 있고, 각 자치구에 대한 것은 해당 구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을 기획하고 우리 시의 정책을 갖다 조율할 수 있는 시티아키텍트가 있다면 그게 가능해지죠. 그러기 위해 지역 혹은 단지나 필지별 사전기획을 하자는 겁니다. 인허가 때가 아니라요. 그러면 시에서도 건축, 도시, 조경, 교통, 경관을 다루는 위원회를 만들어 사전기획안을 서로 협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도시공간기획과에서 공공이 원하는 도시공간이나 환경, 교통에 대한 13가지를 분류해 놨는데요. 공공이 원하는 수준에 어느 정도 도달하느냐에 따라 차등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유럽은 건축허가제가 아니고 신고제입니다. 책임을 지라고 라이선스를 부여한 거니까, 건축의 모든 권한을 건축사에게 주는 대신 책임도 무한으로 집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시스템입니다.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교통·환경 등 공공의 도시공간 위한 13개 꼭지 분류
모든 도시와 건축, 태생이 공공·공공재…건축사 권한과 책임 중요
홍성용_동의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 건축사 위상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책임을 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고민하신 내용이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강병근_관에서 어떻게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또 외부에서 공공에 기여하는 것들이 연동되면 과연 우리 도시가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환경·교통 등 도시공간에 대한 13개 꼭지를 정해 실현 방안을 만들어 놓고 있어요. 2040 계획과도 연관돼있기에, 연말이 되면 구체적인 양까지 정리해 혜택을 드리려고 하는데 의무라는 어떤 법적인 허들을 만들진 않으려 해요. 그보단 선택으로, 추가적인 이득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건축물 치고 공공재가 아닌 건축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누군가 사유 도시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사유는 없습니다. 도시나 건축은 태생이 공공, 공공재니까요. 그렇기에 사실 모든 건축사는 공공건축가죠. 개인 건축사라는 건 없잖아요. 저는 건축사들이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건축실명제도 생각 중입니다. 제도적으로는 명패를 붙이는 방식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모든 건물에 반드시 붙이되,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거죠.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 건축사의 책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요, 너무 강렬해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 종사자의 임금 역시 어마어마했습니다. 임금을 그만큼 보장했다는 건 엄격한 책임이 주어졌다는 거거든요. 함무라비 법전의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준하는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권리를 확보하려면 건축사들이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먼저 선언하고 그에 맞는 설계 요율을 요구하면 되는 거죠. 저는 독일의 요율에 따라 매년 받고 있는데, 1년에 하나만 설계해도 될 정도로 우리처럼 많이 작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무한 책임을 져야 하니 하나뿐이더라도 피로도는 더 높을 수 있죠. 우리는 늘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작업하는 입장이다 보니 요구에 끌려다니는 일이 많은데, 그런 게 어딨어요. 모든 지적 소유권을 갖고 있는 건축사의 요구에 그들이 맞춰줘야지. 하지만 의견을 관철할 수 있는 권한과 설득력을 갖고 있는 건축사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힘을 합쳐서, 건축사가 원하는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거죠.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로 손해와 아픔이 있더라도요.
또 저는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공서의 모든 부서에 건축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건축사가 도면을 확인하는 게 너무나 타당하지 않나요? 그런 식으로 건축사들이 할 수 있는 외연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설계공모 심사 자체적 운영 제도화 중
심사 전(全) 과정 공개, 질적 향상 불러올 것
홍성용_공공건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설계공모 심사에서 공공건축가들의 참여 비율이나 현지 건축사 참여 등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심사위원 자질 논란이 많은데요. 관련해서 서울시 차원에서 일정 부분 이상의 자격을 갖춘 공공건축심사단 인력풀을 조성해 운영하고, 윤리적으로 문제 사유가 있는 경우 제한을 하는 방안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강병근_우선 서울시 입장에서 지금까지 일정 인원의 공공건축가가 심사에 배정되던 것은 제가 오고 나서 없앴습니다. 기초단체 혹은 산하단체에서 요청이 오더라도 파견이나 배정을 하지 않아서, 심사위원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제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문제없이 공정성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제가 일전부터 이야기한 기준이 공고부터 모든 심사위원 공개, 공개된 심사위원들에게 지키지 못할 행동은 하지 않도록 윤리적 요구, 심사 현장 실시간 공유 등입니다. 현재 LH 같은 경우도 심사장을 생중계하고 있죠. 또 프로토콜을 책자로 엮어 주기적으로 일반에 공개하라고 제가 감사원에게 요청한 적 있습니다. 심사 과정이 정당하다면 채점표까지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게 해서 나오는 결과는 스스로 책임질 일이지 누가 가서 벌을 주거나 혼낼 일이 아닙니다. 문제가 있으면 도태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면 한두 번 정도 지나고 나면 누구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해야 할지 금방 알 수 있을 거라 봐요. 그래야 공정하고 정당한 투명사회가 되는 거죠. 공개된 내용에 따라 심사위원들이 어떤 부분을 높이 평가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이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려 질적인 향상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설계공모 당선작뿐 아니라 미당선작과 심사평까지 모조리 실어 발간하는 잡지가 있습니다. 저도 수십 년간 사서 보고 배우고 있는데요.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게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공개되는 내용을 통해 이런 과정을 거치면 스스로 자질을 다듬을 수 있는 역량과 사회적인 역량이 함께 키워진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이 제도적으로 유지되면 건축할 만하지 않을까요? 독일 사회에서는 유일하게 건축사만이 비석에 직함을 새길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존중받죠. 건축을 대가를 받고 하는 직업군의 한 부류로만 보지 말고, 건축사가 사회적 역할을 하며 존중받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