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7. 11:28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Symposium
사회 홍성용 건축사(건축사사무소 NCS Lab) 참석자 조남호 건축사(주.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이재혁 건축사(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
CO2 삼키는 착한 목조 건축
2020년 목조건축 높이제한 규제 폐지돼
2024년 대전에 7층 규모
국내 최고층 목조건축물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 들어설 예정
목재는 UN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한 탄소저장 소재로 목재를 이용하게 되면 그 양만큼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인정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약 99제곱미터 규모의 목조건축은 탄소 약 40톤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자국 목재를 활용한 목조건축이 해외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목조건축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1월 13일, 건축사회관 2층 김순하홀에서 목조건축 활성화를 주제로 월간 건축사 좌담회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탄소저감, 친환경 등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목조건축 활성화 과제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주제라는 데 공감하고,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목조건축의 방향성에 관해 논의했다.
현재 목재는 과거의 한계를 넘어 원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 전통적인 목재 또는 목조 건축을 떠올리는 과거 시선에서 벗어나, 사양 중심이 아닌 성능을 중심으로 한 섬세한 기준의 제도개선과 그러한 제도가 뒷받침되는 정부 차원에서의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또 건축사들의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월 13일, 건축사회관 2층 김순하홀에서 목조건축 활성화를 주제로 월간 건축사 좌담회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탄소저감, 친환경 등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목조건축 활성화 과제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주제라는 데 공감하고,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목조건축의 방향성에 관해 논의했다.
현재 목재는 과거의 한계를 넘어 원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 전통적인 목재 또는 목조 건축을 떠올리는 과거 시선에서 벗어나, 사양 중심이 아닌 성능을 중심으로 한 섬세한 기준의 제도개선과 그러한 제도가 뒷받침되는 정부 차원에서의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또 건축사들의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 탄소 저장소 목재…시대적 흐름에 따라 친환경·탄소중립 등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목조건축
수입 의존, 시장 규모 특성상 변동성 있으나
사용량·작업 기간 등 고려하면 경제성 훨씬 뛰어나
홍성용_요즈음 목조건축이 이슈로 떠오르는 데는 자원고갈 등으로 비롯된 친환경 글로벌 이슈로 인한 시대적 요구의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목조건축이 정말 친환경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분들도 있어서 그 가치와 앞서 언급한 시대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오늘 좌담회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조남호_오늘 목조건축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열린 데도 시기적인 게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환경문제는 늘 단계적으로 성취할 계획을 갖고 있잖아요. 단계적으로 친환경을 성취하겠다는 전략은 뒤로 미루는 것에 가깝습니다. 당장 급하진 않고, 그걸로 경제적 손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위기 상황을 압축해서 앞으로 확 당겨온 거죠. 더 이상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친환경과 관련해 시기적으로 오늘의 목조건축 좌담회가 마련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성용_실질적으로 목조라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화학처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들어 목조는 소재일뿐이고 본질적인 친환경이나 저탄소 소재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이재혁_전에는 나무를 베는 게 아니라 살려야 친환경이라는 생각들이 있었다면, 현재의 친환경은 탄소 같은 것들이잖아요. 손으로 만졌을 때 친환경이냐를 논하는 게 아니고요. 목재는 나무가 자라면서 탄소를 많이 흡수하는 특징이 있기에 탄소 덩어리죠. 그래서 잘라서 불태우면 다시 탄소가 다 방출되고 목재를 잘 쌓아두면 탄소가 저장되는 거죠. 콘크리트든 철근이든 만들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여기에 나무를 사용한다면 나무는 이미 탄소가 저장돼 있는 상태이므로 탄소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 가공이 적으므로, 가공에 드는 탄소가 적게 방출된다는 개념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짓는 자재 생산에는 탄소가 거의 들지 않는데, 운반을 하게 되면 엄청난 탄소가 들어간다는 점이 조금 아이러니하죠. 실상 나무가 많은 캐나다에서 베어 만든다면 제일 좋은 거죠. 결국 어떤 자재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내재 에너지가 더 많은가에 답이 있는 것 같고, 건설에 발생하는 탄소의 양 등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야겠죠.
홍성용_일반인들은 경제성 측면에서 목조주택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도 더 경제적인가요?
조남호_처음에는 목조가 확실히 비쌌어요. 육안으로 비슷한 형태를 비교한다면 목조건축의 가격이 대략 콘크리트조의 1.5배 가까이 들지 않았나 싶은데요. 수입돼서 거의 조립된 형식의, 전형적인 형태일 때였죠. 10년 가까이 지나니 거의 같은 수준으로 비슷해졌고, 그 단계가 지나니 특별히 디자인된 주택이 아니라면 목조가 조금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소재 사용량,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갈수록 더 목조건축, 건식공법이 콘크리트조보다 절대적으로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장구조와 관계가 있는데, 아직 경제적이지 못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목조주택 비중이 낮기 때문이죠. 일본만 해도 매년 단독주택이 40만 채 정도 지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고 목조도 비중이 높은데, 우리나라는 매년 지어지는 대략 5만 채의 단독주택 중에서도 목조는 5분의 1정도 될 테니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1만 동 정도 규모로는 시장이 형성됐다 말하기 어렵고, 경제효과로 연결되지 않아서 실제 시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시장을 늘린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목조건축의 경쟁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재혁_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는 콘크리트로 구조를 만들어서 지붕까지 타설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북미에서 하는 경골목구조로 구조를 하는 게 조금 저렴했어요. 중목 구조가 되면 오히려 콘크리트보다 좀 더 비싸지고요. 그런데 펜데믹을 거치며 1년쯤 지나면서는 이동할 수 있는 배의 문제부터 해서 목재 수입가격이 엄청 올라서, 가격도 세 배 가량 올랐어요. 최근 러시아 전쟁 영향도 있고,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오히려 지금은 가격이 많이 비싸졌습니다. 그래도 목조건축이 콘크리트 건물보다 일찍 작업이 끝난다는 장점이 있어서 한 달이라도 일찍 끝나니까, 공기 단축으로 관리비 등 금융비용이 오히려 다운되어 건축주에게 훨씬 이득이 되죠. 목조는 합판이나 판재, 각재 등을 쓰니까 목조로 구조를 하고 나면 이후 단계의 공사들이 좀 쉬워져요. 직각이 딱딱 맞아 떨어지니까요. 콘크리트와 달리 계절의 영향도 적게 받고요.
# 전통적 목재 NO, 원하는 방식으로 구현 가능해져
전형적인 과거 시선에서 벗어나야
홍성용_클라이언트에게 목조건축을 제안할 때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남호_시장은 아직도 여전히 기초적인 질문을 하죠. 불에 약하지 않냐, 썩지 않냐, 비싸지 않냐, 구조적으로 약하지 않냐, 라는 부정적 견해를 많이 갖고 있는데 최근 이런 시선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민간시장에서는 목조건축에 이해도가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공공영역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공공에서도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여러 매체를 통해 과거의 전통적인 목재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결합됐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는 거죠.
홍성용_캐나다 같은 경우 6~7층짜리 건물도 OSB 합판으로 짓던데, 우리나라에서 중층 목조건축에 제도적으로 그런 게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재혁_일본은 기후적으로 삼나무가 매우 많고 크게 잘 자라요. 그걸 잘라서 집을 짓는 게 익숙하죠. 캐나다도 카우보이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듯 가까운데서 많은 나무를 이용해 집을 짓고 그 전통이 이어져온 거죠. 우리도 목조로 한옥을 짓고 살았지만 전쟁이 나면서 명맥도 끊겼고, 제대로 쓸 수 있는 나무도 없다 보니 그렇게 되지 못한 거라 봐요.
조남호_(일상화되기 전에)전통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죠. 학생들이 도면을 그릴 때 콘크리트공법이기에 어떻게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잖아요. 어떤 형태든 다 할 수 있으니까. 현대목조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데 그 과정을 모르고 있죠. 전원에 있는 어떤 주택을 상상하게 만드는 목조 이미지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순수한 목조일 수도 있고, 철골이나 콘크리트와 하이브리드로 결합할 수도 있을 만큼 이젠 과거의 목재가 아니라 거의 콘크리트 같아진 공학목재를 활용하죠. 강도가 엄청나거나, 유연하거나, 덩어리처럼 만들 수도 있고요. 더 이상 목재의 전형적 인상을 한정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봐요. 판, 선, 면, 공간을 이루는 콘크리트처럼 목조의 기술도 거의 같아지는데, 우리는 그 부분을 공부해 본 적이 없기에 아직 유연하게 다양한 건축유형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목조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목조건축은 단점을 극복하는 방식에서 특성이 생겨나잖아요. 다른 한편, 기술개발로 그 단점이 거의 없어지면서 이제 빠르게 의식 전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홍성용_LA나 캘리포니아 쪽도 목조건축 규모가 작지 않더라고요. 6~7층 정도의 아파트를 엘리베이터 부분만 콘크리트로 하고 OSB 합판과 투바이포 공법 등을 써서 전부 목조로 짓고요. 외피는 드라이비트로 마감하고, 슬래브는 탄성페인트로 다 칠한 뒤 몇 년에 한 번씩 매트 걷어내듯 뜯어내서 부패한 부분은 갈아내고, 페인팅 보수를 하더라고요. 제가 일전에 머물렀던 집도 1988년도에 지은 목조건축인데 2013년도에도 멀쩡한 걸 보면서 기술이 발달돼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6~7층 정도의 목조 건물을 짓는다는 상상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이재혁_실제로 어려운 편입니다. 일단 건축구조기술사가 많이 없는데다, 다들 구조와 설계를 잘 모르고, 기술이 부족하거든요. 목조건축을 이야기하다 보니 캐나다 언급이 많이 되는데, 자재도 그쪽엔 많지만 여기에선 수급해야 합니다. 기후도 많이 달라서 거기선 이상이 없었더라도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해결할 기술이 필요하고요. 또 법적으로 바닥 충격음을 목조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층수와 규모에 대한 법적 제한은 다행히 2~3년 전에 없어져서 크게 지을 수 있게 됐지만요. 현재 제일 큰 목조 건축물은 영주의 5층짜리 한그린목조관이고, 지금 대전에 7층 규모로 지어지고 있지 않나요?
조남호_최삼영 건축사(주.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님과 함께 산림복지진흥원의 (가칭)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대전 외곽에 지어지고 있는데요. 당선 당시는 5층까지밖에 안 됐는데, 한 달가량 후에 법이 바뀌었어요. 더 높일 수도 있었는데 지구단위계획상 7층이 한계였고요. 메인 코어는 콘크리트로 했어요. CLT로 하는 방법도 있는데, 국내에서 생산되긴 하지만 양이 워낙 미비하고 비싸서 공사비를 맞출 수 없는 관계로 부분적으로 횡력에 대응하기 위해 CLT를 아주 형식적으로 썼어요. 바닥도 다층으로 목조를 만들 때 대개 CLT를 쓰는데, 예산을 고려해 경골 장선 형태로 썼죠. 조이스트가 내화에 유용한 점이 있어요. 우리는 기둥과 보 위에 장선을 얹고, 장선 밑에 바로 층간 방화를 위한 내화석고보드를 부착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천장은 별도로 설치했습니다.
홍성용_목조로 할 경우 내화를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조남호_목재를 노출시킬 때는 탄화 속도를 계산해요. 1시간 동안 얼마나 타느냐를 계산해서 그만큼 더 크게 만들면 됩니다. 경골목구조의 경우, 내화석고보드로 표면을 싸서 해결합니다. 다층 목조가 되니까 재미있는 건 내화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내화의 기준은 단기 하중 기준이에요. 그러니까 기둥과 보가 이미 장기하중을 고려한 크기이고, 단기하중은 그보다 훨씬 작아져도 되니까, 2시간 내화라고 하면 2시간 내에 무너지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다층이 되니 별도로 내화 두께를 고려하지 않아도 내화 기준이 반영된 것이 되더라고요.
# 탄소저장 소재 목재 이용한 목조건축, 탄소 저감의 해답
탄소중립 위한 순환구조 생성 등 전략적 제도 운영으로 수입 의존도 낮추고,
재료·수치 규제 아닌 성능 중심으로 법적 제도 개선해야
홍성용_목구조에서 내진구조 계산 같은 부분은 어떻게 커버하는지 궁금합니다. 산림청에서 목구조기술자, 전문가 양성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 같던데요.
조남호_구조 전문가의 숫자는 부족하지만, 시장이 생기면 관심 있는 사람도 있고 결국 해법은 비슷합니다. 계산하기 위한 목재의 데이터만 있으면 일반 구조기술사도 쉽게 적응할 수 있어요. 전문가 양성은 국토부가 나설 일이고 산림청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산림청은 주로 산림녹화와 관리의 영역이고, 이용에 대한 영역 비중이 굉장히 낮다 보니 정책도 약간 그렇게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용의 관점에서 볼 때 국토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신한옥 육성도 성과가 있었잖아요.
일본에서는 20년 전 이미 건축영역과 산림영역의 순환구조를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산업 전반에서 탄소 저감에 목조가 차지하는 비율도 3.9%로 정해 놓고, 어느 지역에서 나오는 나무를 얼마나 사용하는지까지도요. 삼나무가 많은 일본에서도 당시 목재 자급 비율이 12%인가 그랬어요. 일본도 전통 재래공법에서 온 굉장히 큰 시장을 갖고 있었지만, 현대건축에서 사용되는,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데서 갖고 있는 현대목조건축 기준은 없었던 거예요. 목재가 많더라도 보증된 기준이 없기에 우선 수입해 활용했고, 지금은 거의 자급률이 45%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그런 순환구조에 대한 제도, 재료인증기준 등을 만들어 운영했기에 가능한 거죠. 목재가 많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산업적으로 연관돼야 하는 거예요. 산림을 가꾸는 관점으로 보자면, 그냥 내버려 두면 탄소는 계속 공기 중으로 되돌아, 적정한 나무를 베어내야 새로운 나무가 자라면서 탄소를 계속 축적하는 거죠. 적당량을 베어 건축이나 가구로 만들면 탄소를 저장해 두고 있는 거고요.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결국 해답은 건축입니다. 건축이 다 목조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경제적이면서 마치 표준주택과 같은 것들이 정립되면 결국 산림 가꾸기와도 연관되면서 장기적 관리가 될 거예요. 결국 목재가 갖고 있는 친환경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게 탄소저장인데, 보통 1세제곱미터의 목재를 사용하면 0.25톤 정도의 탄소를 저감한 걸로 계산합니다. 운송과정에 배출되는 탄소를 차감하더라도, 나무 자체만으로 엄청난 저감 효과인 거죠. 문제는 우리처럼 주로 나무를 수입해 쓰는 경우 보통 산지국가가 탄소저감 혜택을 받거든요. 반반씩 갖든지 해야 되는데… 결국 미래에는 우리 산의 나무를 가꿔 써야 한다는 거죠. 이 순환구조를 만들고 적합한 공법, 보편적 집을 짓는 데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바탕으로 전통에서 온 표준주택 R&D를 국토부가 주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재혁_저는 한국목조건축협회에서 활동하다 보니 산림청과 산림과학원에서 나무를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걸 봐요. 지원사업을 보면 목질 단열재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설계하는 사람들도 시공사도 쓰기 힘들고 조잡하다 얘기해요.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걸 만들어 굳이 사용하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쓰다보면 언젠가 제품이 될 수 있겠죠. 지금처럼 수입에 의존하면, 지금처럼 가격이 오르거나 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거예요. 오르락내리락 하는 시장 가격에 대응할 수 없고요. 자체 생산하는 목재, 낙엽송 등도 국내에서 생산된 걸 쓰려면 엄청 비싸서 사용이 어려워요. 이걸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수요가 생겨야 할 텐데, 당장은 어렵겠죠.
# 목재 성능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하고 섬세한 규정, 제도적 뒷받침되는
파일럿 프로젝트 위한 국토부 역할 중요…이제 정책이 뒤따라야 할 때
홍성용_말씀하신 내용들은 국가산업정책과 연동해 포괄적으로 전략화해야 하는 부분으로, 전체적인 산업 로드맵 안에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와서, 제도적 부분에서 문제가 있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남호_앞서 국토부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부분도 결국 제도·정책문제와 연관되는 것 같아요. 목조로 다층 주거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이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 210밀리미터 이상이라 결국 다른 재료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안 되는 거잖아요. 도시의 보편적인 건축에서 목조 또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건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제하면 당연히 국토부가 중심이 돼서 법적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재료나 두께 등의 식으로 규제할게 아니라 성능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든 증명이 되면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보고, 내화나 불연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웬만한 시설에서 외부에 목재를 못 쓰거든요. 저도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의 외장재에 목재를 못 쓰고 시멘트사이딩을 썼어요. 교육연구시설에선 불연 소재를 써야 하거든요. 난연처리 방법이 있긴 한데 비용도 올라가고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있죠. 나무는 생각보다 고열에서 불이 붙고 타는 데 긴 시간이 걸립니다. 화재가 발생해도 유독가스가 나오지 않기에 상대적 안정성이 있어요. 화재를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섬세한 규정을 바탕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불에 탄다, 혹은 안 탄다 하는 낮은 수준의 단편적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목조에 너그럽게 규정을 완화하는 것은 오히려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니 맞지 않고, 오히려 성능을 요구하면서도 좀 더 섬세한 규정을 통해 다양하게 성능을 증명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적인 실험 등을 뒷받침하는 과정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진주시가 도전적으로 목조 건축을 시도하는 것처럼, 기술이 완비돼 있지 않다면 콘크리트와 결합하든가 하고, 산림청보다는 국토부에서 주관해 제도를 보완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혁_작년부터 목조건축대전에 서울특별시장상도 신설됐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시에서도 그런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면 굉장히 좋은 케이스가 될 것 같아요. 재작년에 산림과학원에서 목조로 층간소음 실험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봤었는데요. 지금 국토부 기준으로 210밀리미터 두께의 슬래브를 치고 30밀리미터의 층간소음 저감재를 사용하면 법적인 부분을 충족하는데, 그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쓸 거면 실험해서 제출해야 돼요. 쉽게 말해 다세대주택을 목조로 짓겠다면 실험해서 증명하면 되는 거예요. 10억짜리 다세대주택을 하나 지으면서 시험해서 안 되면 말고, 이럴 순 없는 거잖아요. 산림과학원에서 그 부분을 실험하기 위한 과제를 만들더라고요. 그런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국토부에서 해 줘야 하는 거죠.
조남호_제가 예전에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85년 된 집 개·보수 모습을 보았는데, 벽체 안의 목재가 표면만 변색되고 안은 그대로여서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요. 우린 목조주택이 나무(친환경 소재)니까 건강하다 생각하잖아요. 그런 측면도 있지만, 목조는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안에서 결로가 생기고 잘못 지어지면 몇 년 안 가죠. 우리가 목재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그 특징이 흡사 우리 기능성 옷처럼 작용하는 거죠. 공기의 흐름과 습기가 계절 또는 안과 밖에 온도 차이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는지 수준 높은 관리가 되는 거죠. 결로 관리가 안 되는 콘크리트 집은 세월이 지나 외장을 걷어내면 결로로 인해 시커멓게 돼 있기도 합니다. 목조의 특성이 친환경을 넘어서서 미래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린 그동안 콘크리트라는 점점 강한 것으로 만들어왔는데, 이 강함이라는 게 처음엔 우리를 보호하는 것 같았으나 펜데믹과 환경위기가 닥쳐 돌아보니 반대로 우리를 향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나무 같은 소재의 약한 것들은 그냥 밖에 두면 몇 년이면 썩는데, 잘 결합하고 건축화하면 백 년도 천 년도 가죠. 약한 재료가 잘 짜여져 강함에 대응하고, 도전 선례들을 볼 때 이게 미래건축이 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국토부가 신한옥, 한옥 R&D를 시작했던 것처럼 이젠 전통을 넘어서는 목조정책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홍성용_제도에서 자연스럽게 재료의 가능성으로 넘어갔는데요. 외국에서는 스타디움이나 아트리움 같은 대형 건축물들이 목조로 만들어지는 걸 보면 목조가 오래된 소재이긴 하지만 첨단의 하이테크 구조이기도 하지 않나 싶은데, 그 부분에 대한 가능성이나 요구사항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재혁_목조의 물성이 약하기에 철골이나 금속과 접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큰 프로젝트 등으로 그런 걸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으면 영원히 구경만 하다 끝날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 예천 공설운동장에 캐노피, 본부석 지붕을 두 배 정도 넓게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 있었는데, 당연히 막구조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목구조를 제안했어요. 구조에 기둥이 올라가고, 빔만 목구조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었어요. 그런 기회가 있는 게 중요해요. 길이가 십 몇 미터 되니 바람이 세게 불면 진짜 괜찮은 건가, 하고 목재를 결합해 볼팅해놓은 걸 보면서 걱정도 되죠. 그런 큰 규모 작업의 기회는 공공 발주 사업에서만 가능하기에, 목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건축사들도 이를 어필해야 하고요.
조남호_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 경제규모나 건설에 비교할 때 목조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 정도로 존재감이 없죠. 저희가 국내 최초 7층 (목조)오피스를 작업하면서 그래도 국내 현실에 맞게 여러 가지 기술적으로 진보시킨 건 있어요. 이미 있는 선례를 따라가는 수준이기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단박에 국제적인 목조건축을 만들 수도 있겠죠. 기술의 문제라면 당장에 해외에서 구조엔지니어링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층수나 규모에 대한 법적 제한도 없어졌고요. 앞으로의 목재들은 더 이상 약하지 않고, 강도가 원목에 비해 서너 배씩 되는 집성목도 생산이 가능합니다. 목재 위에 콘크리트같은 무거운 재료를 얹는다면 프리스트레스 공법 등으로 목재 안에 철근을 심을 수도 있어요. 이제는 콘크리트처럼 목재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많이 사라졌어요. 중요한 건 우리의 단계적 수준 향상 문제가 아니라 방금 이재혁 건축사님 언급과 같은 도전적인 파일럿 프로젝트들이 시도되고 있는가 입니다. 필요하다면 해외 기술이나 제조업체와의 협력으로 우리도 동시대 최고의 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다양한 해외의 것들을 소비만 하는 형태론 미래 해답 찾기 어려워
수천 년 뿌리 간직한 목조건축…
특별한 영역이라는 인식 버리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홍성용_정부 정책 등으로 목표를 통해 말씀하신 퀘스트, 샘플이 될 수 있는 작업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작업을 유도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나설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조남호_상징적인 의미로도, 실직적인 의미로도 실제로 무언가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하고,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추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서양건축의 어젠다들을 소비하듯이 갖다 쓰고, 성과가 없으면 딴 걸 가져와서 쓰죠. 그게 소비되면 이제 ‘이건 아닌가 봐’ 하고 다른 것을 소비하고요. 목조는 우리가 수천 년을 해온 거예요. 역사에서 단지 100년도 안 되는 이 시기만 서양건축 기반의 콘크리트건축을 지어 왔을 뿐, 역사적으로 우리 문화의 대부분은 목조건축이었습니다. 건축이 아무리 철학적이고 미학적이라고 말해도 결국 재료로 구현하죠. 이 목재가 어디서 왔고, 어떤 기반 위에 어떤 속성을 갖고 있고, 어떤 작업자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들… 그러니까 우리 주변의 것들을 잘 결합해서 의미 있게 만들어야 비로소 철학이고 미학이지, 이미 있는 것을 소비하는 형식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우리다운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오래 전에 끊겼던 걸 이어야 합니다. 목조 현장에서 일하는 목수들은 자부심이 넘쳐요. 그런데 콘크리트 현장에서는 보기 어렵죠. 세분화해서 누구는 거푸집만 하는 식이어서 다 완성되어도 자기가 거푸집을 짰는지조차 기억을 못 합니다. 이렇게 파편화된 작업자들이 아니라 목조건축 현장에서는 적어도 목수 자신이 주도해서 짓지요. 앞으로의 건축은 누구에 의해 어떤 식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도 회복할 필요가 있고요. 이런 부분도 건축의 논의에서 중심이 되어야 우리만의 고유한 건축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의 좌담회도 우리 건축의 근원과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는 자리였으면 하고, 목조건축이라는 약간 특별한 영역이라는 인식 안에 머물러있음을 넘어서야 합니다.
홍성용_인상 깊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건축사 또는 정부 관계자에게의 바람이나 희망사항, 또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재혁_유행도 그렇고 돌고 도는 이유는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제가 아는 바로는 탄소를 저감할 방법이 딱히 없단 거죠. 산업을 죽이긴 힘들고, 차량도 전기차가 있다곤 하지만 한계가 있고, 규제를 해서 뭔가 줄이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건 건축 쪽밖에 없어요. 요즘엔 녹색 건축이나 그린에너지 같은 것도 많고, 필요하면 잘 만들잖아요. 건축에서 해결법을 찾을 수밖에 없기에 이런저런 것을 찾다 몇 년 만에 다들 목조건축에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흐름은 자연스럽게 목조건축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남호_목조는 우리의 뿌리이면서 오래된 건축의 유전자를 갖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런 오래된 뿌리가 단절됐던 이유는 목재가 갖고 있는 특성이 대량 생산 등의 사회구조와 맞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현대의 목조건축 기술은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여건을 갖췄기에 얼마든지 현대건축이 요구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고 K-건축 얘기도 나오는데, 그게 목조건축이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목조에 뿌리를 두고 있고, 최고의 첨단기술을 갖고 있잖아요. 가지고 있는 과학과 공업에서의 역량을 목조에 접목하면 단계가 필요 없이 단번에 첨단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돼요. 오늘 이야기됐던 지자체의 도전적인 파일럿 프로젝트들이 나와 많이 시도되고, 국토부가 정책화·제도화 과정을 지원하면서, 건축사들도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월간 <건축사>는 건축문화 및 건축사업계 발전을 위해 건강한 토론문화가 성립되길 희망하며, 건축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news@kira.or.kr)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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