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미래 구현할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갖춰야_김경민 교수 2022.3

2023. 2. 17. 09:19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 ‘new governance’ system must be established to realize the future of the city

 

월간 <건축사>가 지난 2월 15일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도시계획) 교수를 만났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김경민 교수는 UC버클리에서 정보통신 석사 학위를 받고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보스턴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회사 PPR(Property & Portfolio Research)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전공 교수로 부동산 트렌드와 건축과 공간의 동인이 될 만한 요소들을 분석·발표하며 방송 출연, 도서 집필, 인터뷰 등을 통해 다양한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경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의 장소성·역사성을 이어나가면서 도시의 미래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 도시개발의 비전을 제시할 공공 디벨로퍼와 도시개발청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도시·건축의 변화를 위한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또 단순히 설계뿐 아니라 인문·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금융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도시계획 플랜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 전공) _ 하버대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 박사. 저서로는 <도시개발, 길을 잃다>, <리씽킹 서울: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2020 부동산 메가트렌드>, <부동산 트렌드 2022> 등이 있다.


# 부동산 가격이 미치는 영향, 인정할 부분 인정하되
   도시의 장소성·역사성 보존하며 균형점 찾도록 노력해야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

홍성용_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건축 이야기의 포커스가 전부 가격에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건축보다 부동산 측면으로 먼저 접근하다 보니 건축의 질은 항상 논의 밖인데요. 이런 측면에서 왜 건축이 부동산을 알아야 할까요.

김경민_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용도에 따른 건축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건축을 기획·설계하는 사람들의 몫과 개발·운영하는 사람들의 몫이 따로 있습니다. 그 접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디벨로퍼(부동산 관련 개발사업자)와 건축사가 소통하며 맞춰가는 과정들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말씀하신 작금의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문제들은 우리가 인정할 부분은 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부동산 가격에는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제일 염려스러운 것은 폭등이 나왔을 때 지나치게 도시의 어떤 맥락을 무시하고 무언가를 하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500% 상향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송파 헬리오시티도 우악스럽게 보이지만 용적률 300%가 안 되잖아요. 서울시 도심 안에 500%의 용적률은 다 부수자는 얘기인데,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서울의 모습도 아니기에 이 관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한계 안에서 어떤 식으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도시 안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좀 더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할까와 더불어 역사적인 도시로서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그 안에서 균형점을 찾는 노력들을 같이 했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디벨로퍼들도 금융이라든지 개발에 의한 전략을 세워야 하고요, 건축을 하는 분들도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예쁜 건물을 넘어서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같이 냈으면 좋겠어요.

# 향후 대규모 해체 바탕의 개발은 불가,
   보존·개발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 고민 급선무
   주택·도시개발의 미래 비전 제시할 ‘공공 디벨로퍼’ 있어야

홍성용_아파트처럼 이천, 삼천에서 에서 많게는 만 정도의 세대수가 들어간다는 것은 건물의 개념이라기보다 도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생활이라는, 도시의 라이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다 배제되고 단순히 주택·주거에 딸린 인프라 정도가 남은 것 같습니다. 도시 구조에서는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의 접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보면 도시에서 도로를 차단하고 울타리를 쳐서 여기는 우리 마을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형태인데, 이게 도시 기능으로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현재는 부동산 가치 면에서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어 자생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경제적 관점에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김경민_아파트 생활편의시설이 이미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기에 애매한 문제 같습니다. 그런데, 대규모 해체를 바탕으로 한 개발이 앞으로도 과연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도시재생을 통해 대안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 과거처럼 다 부수고 같은 방식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과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과 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디벨로퍼나 건설사들이 그 방향으로 가려 하죠. 또 그쪽 입장에서도 대규모 경제규모로 가는 쪽을 선호할 거고요. 다양한 부분에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시 단위에서 기본적인 인프라를 과거처럼 다 제공하진 못하더라도 약간의 주차장이나 길을 개선해주거나 작은 규모지만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동네 레벨에서의 작은 규모를 듬성듬성 메워주는 식의 작은 단위 개발을 하고, 이를 풀어낼 수 있는 응용적 시스템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1년에 <도시개발, 길을 잃다>라는 책을 쓰면서 뉴욕의 배터리 파크 시티를 개발 성공사례로 들었는데요. 초기에는 매립지이기에 개발하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디자인 안이 반영되며 주변에 있는 골목길 등까지 장소성과 역사성이 이어지게 만들어놓고, 코어부터 단기적으로 개발해서 커뮤니티를 쌓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생각해요. 그러기 위한 전략은 시에서 해야 한다고 보고요. 조금 먼 얘기긴 하지만, 시 당국 밑에 재개발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개발청이란 공공이 직접 개발하는 게 아니라 계획을 알려주고, 민간은 여기만 먼저 언제까지 개발하라는 식으로 디렉션 해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면 장소성이 쌓일 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상암동 미디어시티도 MBC가 들어와 콘텐츠가 생기기 전까지는 저녁 9시 이후나 주말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당시에도 JTBC나 YTN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요. 만약 서울시 산하에 상암동 미디어시티개발청이 있었다면 더 제대로 개발이 이뤄졌을 것 같습니다. 코어부터 개발하고, 그다음에 점점 주변을 개발하고… 이것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고민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식이 아니라 한 번에 쭉, 지나치게 말해서 땅을 쪼개 팔고 알아서 들어오라고 하면서 잘 안 됐던 거죠. 따라서 저는 지금이라도 공공 측면에서의 공공 디벨로퍼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직접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고 거기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공공 디벨로퍼요.
법에서 도시와 관련된 비전을 제대로 만들어 지역 단위 개발을 할 때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디벨로퍼들, 건축사들이 함께 도시설계를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성공적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거버넌스 체계가 없기 때문에 힘들지만요.


# 국내 공공민간 협동개발 사례 이미 존재
   성공적 도시계획 위한 도시개발청 등의 혁신적 변화 시도할 때

홍성용_공감합니다. 공공에서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직접 개발을 주도하면 사실 성과가 날 수 없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공공이 전략이나 비전을 제시하고, 관리감독 기능 정도를 수행하면서 나머지 큰 틀만 잡아주면 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김경민_만약 리더십을 갖고 조금 혁신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벌써 40년도 더 된 낙원상가 아파트 같은 경우는 굉장히 성공적인 공공민간 협동개발입니다. 서울시에서 당시 시장을 다 밀어버리고, 길을 세워 상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지은 거잖아요. 그 옛날에.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여건입니다. 역으로 말씀드리면, 그때의 전통을 잘 이어왔다면 우리도 성공적인 도시계획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따라서 리더십의 문제와도 연관이 되어 있고요. 그렇기에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습니다만, 그러기 위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시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조직을 좀 개편해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고… 서울시 주택국, 도시계획국을 따로 떼어서 갖다 놓으면 그게 앞서 말씀드렸던 도시개발청(재개발청)이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SH나 LH 같은 경우는 결국 공공 계통의 회사이고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지만, 말씀드린 재개발청은 회사가 아니라 ‘청’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비전이 따라가는 거죠. 일정부분의 영리는 하는 게 맞습니다만,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기에 단순히 숫자를 기준으로 계획한다거나 필지를 잘라 계산하는 식의 접근방법과 다르고요. 지금 공공 디벨로퍼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이 됐는데도 아직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거든요. 실질적으로 도시의 미래를 구현할 수 있는 체계,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해 빨리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홍성용_말씀하신 공공 디벨로퍼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김경민_외국의 공공 디벨로퍼는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보스턴 재개발청(BRA)처럼 시 개발을 주관하는 데도 있고요, 아니면 자기들이 기획을 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공공개발청이 있습니다. 허드슨 야드도 그 개발청이 따로 있습니다. 개발청에서 개발에 대한 도시계획 권한, 미래에 대한 질의응답 등을 해요. 외국의 도시재개발청을 보면 다양한 힌트가 있습니다.
우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재개발 사업이 망했잖아요. 그럼 서울시에서 그거라도 시도해봤으면 좋겠어요. 시도도 해보지 않고 우리와 맞지 않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니까. 실험적으로 용산재개발청을 만들어서 성공사례가 하나 나오면 충분히 인식이 될 것 같아요. 일전의 세운상가와 낙원상가 같은 공공민간 협동개발사례가 있기에, 우리도 못할 건 없거든요. 

# 부동산 트렌드에 따른 도시 안 건축물의 다양성 부족
   다양성 있는 도시 위한 새로운 정책 필요
   ‘용적률 거래제’ 도입 대안 될 수도…

홍성용_아파트 가격이 오르거나 붐이 있을 땐 사람들이 주택(집)을 안 짓고,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면 집을 짓는 등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30여 년간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부동산 가격과 주택 건축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경민_트렌드가 겹친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수요자(일반인)들은 기본적으로 투자했을 때 돈을 벌길 원하잖아요. 아파트는 자본만 투입하면 되지만, 주택은 땅을 사서 건축사들과 얘기하고, 시공하고, 집을 짓는 과정도 힘들고요. 또 서울 같은 도심이 아니라 외부에 주택을 건축한다고 했을 때 과연 주택가격이 아파트와 대비해 투자한 만큼 많이 오르느냐? 그게 아니기에 사람들은 순간순간 경제상황, 시장상황에 맞게 경제적 판단을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건 다양성 측면에서 도시 안에서 다양한 유형의 건축물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서울은 대기 수요가 너무 많아서 아파트가 들어서면 부침이 있더라도 언젠가 부동산가격은 계속 오를 거예요. 인플레이션에 맞춰 오를 가능성이 높고요. 다른 단독주택이나 한옥 등의 주택들은 개발 압박을 받을 텐데, 그렇다면 부수고 짓는 게 맞지만 사실 도시다양성을 위해서는 그렇지 않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서 다양성 있는 도시를 만들 것인가 실질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북촌 한옥마을에 사는 분들은 건물을 부수고 더 높이 지으면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 그걸 못 하게 막았잖아요. 저는 개인들에게 ‘당신들은 한옥에 대한 역사적 자원을 당신이 아닌 다른 대중들에게 주니까 참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다고 느꼈던 건 일전에 서울시에서 한강 르네상스를 한다며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에 용적률을 줘버린 거예요. 토지의 가격이 상승하는 건데, 그렇다면 이쪽(북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참았는데, 다른 쪽엔 한강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용적률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우리도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용적률 거래제가 반드시 들어와야 합니다. 이게 있어야 도시 안에 있는 건물들이 남겨져요.
자기 용적률을 못 찾으면 팔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서 오래된 아파트의 용적률이 지금 250%라면 300%까진 봐줄게, 이렇게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부자동네라면 그들이 용적률을 사 모아서 올릴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성수동의 경우도, 우리가 언제까지 창고 주인들에게 성수동이 한국의 브루클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재건축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수면 500%의 용적률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결국 이 사람들에게도 용적률 거래제를 허용해야 해요. 그래야지 사람들이 어느 정도 건물을 남길 거예요. 이 혜택이 사실은 모든 건축주를 100% 다 만족시키지 못하는 혜택이에요. 따라서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가 현재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도시계획적 정책이라든지 금융 정책이 좀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공공 거버넌스 기반으로 한 도시계획가& 
  도시 관련 인문·역사 이해 바탕으로 금융 전문성 갖춘 플랜 세워야

홍성용_금융이나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모르면 건축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응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시스템이나 제도가 필요할까요?

김경민_우선 진정한 계획가를 양성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공공에서도 계획가는 계속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공공에서 플래닝에 대한 철학과 운영 인식을 갖고, 이 플래닝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로, 사회가 더 복잡해진데 따라 플래닝도 단순히 도시설계에서 그림을 그리고 용적률을 그리는 식이 아니라, 도시와 관련된 인문학적 또는 역사적 백그라운드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나아가서 금융과 같이 붙어야 한다고 봅니다. 금융 같은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괜찮은 플랜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 사회적 측면에서의 새로운 대응 모델,
   법적 제약으로 인한 도약의 어려움…
   도시·건축의 혁신적 변화 위한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 必

홍성용_교수님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사회주택인 셰어하우스도 사회적 측면에서 필요한,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건축 과정에 건폐·용적률, 대지안의 공지 등의 건축법과 세법 사이에 장애물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또 최근 다주택 소유정책에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정책 오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김경민_제가 셰어하우스를 건축하게 된 것은 2010년대 초반에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며 청년들의 주거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고서인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다가 셰어하우스가 돈이 부족해 적정 가격의 주거지를 찾는 학생들과, 돈을 벌고자 하는 건물주 양쪽이 원하는 것을 모두 맞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축 셰어하우스는 거의 최초다 보니 여러 업체에서 보기 위해 방문했는데, 법과 관련해 미비한 사항이 많다 보니 다음 단계로 나가질 못하더라고요. 당시 강남구청에서 융통성 있게 해석하셔서 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그걸 뚫는 과정도 힘들었고요.
저는 우리나라에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해서는 안돼!’가 아니라 하지 않을 것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해도 된다고 해야 하는데, 현재는 딱 정해두고 ‘여기까지만 해’ 라는 식이 되니까 하지 못하는 거거든요.

홍성용_매우 동감합니다. 건축법도 안 되는 것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다 허용하면 창의적 발상이 나오고 새로운 도전도 가능한데, 요 정도만 가능하고 나머진 다 안 된다는 식이니까 거꾸로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없애고 시도조차 못 하게 되는 거죠.

김경민_네. 그렇기에 바뀌어야 합니다. 전 도시가 테크, 디지털과 관련된 플랫폼 도시로 바뀔 거라고 보거든요. 테크와 디지털이 얼마나 빠릅니까. 도시와 건축이 못 따라가게 되는 거죠. 그렇기에 지금 모든 걸 혁신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딱 정해주고, 그 선을 넘어오는 사람들에게 큰 패널티를 주면 되거든요. 그리고 실제 그 선을 넘는 나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봐요.

#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찰, 공감대 형성 후
   보존과 개발 등 방향성 갖춘 개발 추진해야 

홍성용_즉각 투자해서 회수하는 단기적 이익도 있을 수 있지만, 도시의 공원 같은 길게 회수할 수 있는 장기적 이익도 있잖아요. 공원이 제공하는 산소라든가 공기청정기 역할, 정형화하기 어려운 여러 심리적인 기능까지요.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도 그렇고 모든 것에 즉각적인 순위 분석을 해서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도시와 건축도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데요. 부동산이 분명 중요하긴 하지만, 한쪽의 시각으로 과도하게 쏠려있는 건 아닌가 합니다.  

김경민_공감합니다. 우리가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약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960년대에 뉴욕의 펜스테이션이 철거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지 않았지만, 소수의 건축사와 플래너들, 제인 제이콥스 같은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며 반향이 일으켜짐으로써 미국에서 이런 내셔널 히스토리 빌딩을 우리가 규제하고 보호해야겠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된 거거든요. 저는 아쉬운 게, 2008년 서울시 청사 일부를 철거했을 때 많은 건축사들이 잠잠했어요. 일제 강점기 건물이긴 합니다만, 도시에 근대건축물이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보존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우리 사회는 당장 그것에 대한 합의부터 되어있지 않은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서울 도시의 미래가 무엇이며, 우리가 간직할게 무엇인가 하는 공감대를 갖고, 그 다음부터는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지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에 도심에 재개발을 추진하는 건 너무 철학 없는, 정말 영혼 없는 전략이구요. 서울 도심에서 무엇을 보존하고, 균형적 개발을 같이 하겠다는 관점에서 장소성과 역사성을 살리는 우리만의 방향성이 나온다면 좋을 것 같아요.

홍성용_개인적으로,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도시나 건축을 언급하는 칼럼니스트 등의 존재가 부재하고, 매스컴도 따라주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모두가 다 아는 문화적 관점, 그것도 역사가 있는 고궁이 사라진다거나 이정도가 됐을 때의 맹목적인 시각 외에는 다른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 황폐함 때문에 계속해서 도시나 우리나라의 모든 건축이 길어야 20년짜리 부동산으로만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대학로의 건물도 하나도 원형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역사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는 거죠. 그 부분이 매우 안타깝고, 현업 건축사, 건축교수들의 발언도 많지 않고 발언하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전달이 되지 않는 부분도 아쉽게 여겨집니다.

# 디벨로퍼-건축사 간 소통 중요
   도시에 대한 역사·이해도 높여야

홍성용_마지막으로, 건축과나 도시건축과 쪽 학생들 또는 건축을 하는 분들을 위한 핵심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경민_환경대학원에 건축학과 친구들이 꽤 많이 오는데, 대개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엄청 부지런해서 학부에서 엄청난 트레이닝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하고, 또 기술을 금방 학습합니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 언어가 피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맨 처음 언급했듯, 디벨로퍼와 건축사가 소통하며 맞춰가는 과정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건축학에서 도시에 대한 역사나 이해를 강화하는 부분들에 대한 수업이나 교육이 좀 더 강화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업역 자체가,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건축비가 낮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이 더 심하고 맨먼스(man/month)가 더 투입되는 것 같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공부하거나 다른 걸 돌아볼 여력이 없다는 걸 느껴요. 빠르게 변하는 인더스트리(산업)를 꿰찰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고, 그 교육을 하는 역할을 건축사협회라든지 학회 등 누군가 담당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경민 교수 Kim, Kyungmin 서울대 환경대학원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