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적 요소 더한, 공간에 묻어나는 편안한 가구 디자인 추구_류윤하 · 이학준 실장 2022.8

2023. 2. 22. 09:23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Pursuing comfortable furniture design in the space, 
adding formative elements 

 

목재를 주요 소재로 한 생활가구를 주력으로 하는 스탠다드에이는 OEM 가구가 아닌 디자인부터 재료 선정과 가공(제작), 마감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오리지널 가구와 비스포크(맞춤) 가구를 취급하는 디자인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다. 제작자의 노력과 고민이 제품의 수명과 직결된다는 신념 아래 소재와 기능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정직함이 묻어나는 가구를 추구하는 이들. 현재는 파주에 제작소를, 서울 합정역 인근에 쇼룸을 두고 있으며 다양한 개인 또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 7월 8일, 스탠다드에이의 쇼룸에서 두 명의 실장을 만났다.

# 쇼룸과 제작소 동시 운영…
   생활가구 주력으로 직접 디자인·제작한
   오리지널 가구, 비스포크 제품 취급 

홍성용_스탠다드에이는 어떤 곳인지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류윤하_스탠다드에이는 스스로 디자인한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 판매, 배송하는 가구 브랜드입니다. 이외에도 비스포크(고객의 개별 취향을 반영해 제작하는 물건)라고 해서, 원하는 디자인을 의뢰하시면 구조적으로 풀어 가구로 만들 수 있는 형태를 뽑아내 만들어드리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인테리어하시는 분들이나 건축하시는 분들이 조금 규모가 있는 일들도 많이 의뢰해주셔서 여러 일들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성용_주로 어떤 가구를 다루시나요? 지금도 직접 가구를 제작하시는지요?

이학준_쇼룸과 제작소 두 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작소에서 만들어져 납품되는 형태의 생활가구를 주축으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식탁, 의자, 침대 등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가구 등이고, 이외에 상업공간 가구들도 같이 디자인·제작하고 있어요. 저희는 목재를 주로 사용하는데, 원목이 수분에 취약한 편이라 주방가구는 작업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조금 덜 하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류윤하_지금도 저희가 직접 가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직접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퀄리티를 컨트롤할 수 있는 걸 중요시해서, 직원들끼리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스탠다드에이 류윤하 실장
스탠다드에이 이학준 실장


# 조그만 목공소에서 시작…20여 명이 함께하는 회사 규모로 발돋움
   미래를 위한 고민, 편안한 가구에 조형적 요소 더한다

홍성용_사업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류윤하_10년 정도 됐습니다. 브랜드의 처음은 2011년 10월에 조그만 목공소로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해 재미있게 가구를 만들어보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도 많잖아요. 그러다 점점 스케일이 커져 직원도 생기고 회사로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지금은 디테일 등 공방에서 다루기 어려운, 회사에서 할 만한 디자인을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홍성용_디자인을 다루는 곳으로서, 스탠다드에이의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류윤하_저희는 가구디자인을 오브제로서의 디자인과 가구가 공간에 묻어있는 공간 친화적 디자인, 크게 이 두 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여태껏 후자 쪽에 좀 더 가까웠고요. 눈에 확 띄는 가구보다는 공간에 가구가 편안하게 오랫동안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디자인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스탠다드에이(STANDARD.a)로 지었고요. 원래는 편하게 보통의 디자인을 잘, 좋은 비례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브랜드가 좀 심심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부터 조금 오브제(조형)적인 요소들을 가미하려 노력하고, 그런 비전을 갖고 움직이고 있어요.

홍성용_커스터마이즈에 준하는 시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겠네요.

류윤하_네. 그런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물론 단품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시지만, 인테리어나 건축을 시작할 때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본인 취향이 있으신 분들이잖아요. 본인의 취향을 이미지나 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주시면 저희가 그걸 갖고 상상을 해보는 거죠. 이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도면이나 이미지로 먼저 제안해드리고, 이후 수정을 해가면서 작업하고 있거든요. 물론 비용들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원하는 형태와 취향으로 나오는 거죠. 

홍성용_보통 필요에 따라서 예산을 잡는 경우가 많지만 삼천에서 사천,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의 예산을 잡고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가격대에 따른 패키지가 마련돼 있나요?

이학준_그런 패키지는 따로 없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침실공간에 신경 쓰시는 분들은 침실에서만 예산을 크게 쓰시는 분들도 있고, 거실공간을 중요시하면 침실은 그냥 기본적인 것만 갖추고 나머지는 다 거실에 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희도 상담을 할 때 거실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두에게 필요한 가구는 없다고 설명을 드려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가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여러 상황이 존재하니까요. 예전에는 패키지 같은 느낌의 가구를 찾는 분들이 많은 추세였다면, 요즘은 각자 취향에 따라 “이런 느낌을 위해서 어떻게 디자인하면 될까요?”라고 말씀하시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아요. 비용보다 취향을 앞세운 접근이 더 강하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홍성용_20년 전만 해도 가구는 검증되지 않은, 또는 브랜드가 아니면 당시에는 높은 가격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좀 시장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류윤하_그런 분들은 지금도 많습니다. 설득하는 과정도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아요.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건 사람들이 가구에 돈을 쓸 여력이 생겼다는 거죠. 예전엔 사람들이 10~20만 원짜리 의자가 비싸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50~60만 원짜리 의자도 집에 좋은 의자 하나 구입한다는 생각으로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관심이 생기고 그것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타이밍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성용_국내에 비슷한 규모의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또 가구업체 쪽의 롤 모델이나 지향점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이학준_인원이 4~5명 정도 되는 공방 브랜드는 많지만 저희는 지금 직원도 스무 명 정도 되고 회사와 공방 중간의 규모에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에서 비슷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롤모델이라 하면…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들, 국내보다는 해외의, 이를테면 일본의 마루니 목공이라든가 유럽의 프리츠 한센, 프레데리시아 이런 브랜드들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합정역 인근의 스탠다드에이 쇼룸


# 클라이언트의 명확한 의사표현 중요
   사전 협업 또는 체크…디테일한 가구 배치를 위한 필수 작업 

홍성용_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건축사 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같이 일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과 편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학준_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일반 고객들보다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하기 편하고, 단순히 제작을 대행해주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게 아니라 그동안 해왔던 프로젝트들을 보고 디자인스튜디오로 이해하시고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기에 큰 틀만 지정해주고 가구는 전적으로 맡기는 분들이 많으세요.

홍성용_주장이 특히 강한 분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류윤하_네, 맞아요. 취향이 있으신 거니까요.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좋다고 하면 더 어렵거든요. 디자인하는 입장에서 정확하게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해주시는 편이 편합니다. 보통은 믿고 맡겨주셔서 외곽 사이즈 정도를 알려주시고, 손잡이나 내부디테일은 저희가 마감하고 있습니다.

홍성용_건축과 가구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별한 가구를 디자인하시는 입장에서 건축이나 설계를 하는 건축사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학준_사람이 앉는 데 충분할 걸로 예상해서 넉넉한 사이즈를 잡는다든가 했던 것들이 오히려 커서 불편한 경우도 있는 반면, 지나다니는 통로기에 좁게 잡았다는 부분을 보면 의자 등을 놓거나 뭔가 하기에 어려운 애매한 사이즈가 많은데요. 몇 번의 필터링을 통해서 충분히 수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보니, 그런 것들을 설계단계에서 함께 의논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설계가 다 끝난 후에 구매만 하러 오시는 경우에는 사실 그런 것들을 맞추기 쉽지 않죠. 그냥 공간에 맞춰 사이즈만 변경해드리다 보면 아무래도 비례감도 좀 덜하고,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류윤하_저는 가구를 하는 사람과 건축을 하는 사람의 비례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스케일이 인간 전체를 바라보느냐, 혹은 부분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구를 하는 저희들은 센티미터나 미터 단위가 아닌 몇미리미터 단위의 디테일을 가지고 씨름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의 어떤 공간을 꾸미고 있다면, 그런 것들을 설계단계에서 가구를 의뢰하시거나, 가구를 계획하시는 단계에서부터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스탠다드에이 쇼룸 내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