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포스트 코로나 이후 건축의 지속가능성 2023.4

2023. 4. 20. 15:04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Sustainability of architecture after post-COVID-19

 

 

 

<이월서가> 드론 top view © 김용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변화한 건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능별, 실별 프로그램 간의 모호한 경계, 소위 공간의 하이브리드화일 것이다. 기존의 건축에서 보였던 명료한 공간의 분할, 용도에 의한 실 구획은 이제 프로그램의 중첩, 복합화, 경계 없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상업공간 안에 자연을 끌어들인다던지, 주거와 사무공간이 결합되는 등 공간의 활용, 쓰임에 대한 탈경계, 복합화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월서가는 포스트코로나 이후의 건축이 보여줄 미래의 주택의 모습, 공간구성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월서가’의 첫인상은 마치 진경산수화 속에 놓여있는 호젓한 집 한 채를 현대적 건물로 바꿔 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대지가 위치한 진천의 산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지세의 연속적인 흐름을 그대로 매스로 표현해 놓은 듯했다. 솔직하게 드러낸 매스의 과감함이 전혀 인공적이지 않고 주변의 자연 풍광, 풍성한 수목의 율동을 담아내고 있었다. 곡선이 아닌 날카로운 직선을 사용했지만 자연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역동적인 매스와, 계곡을 벗어나 능선에 오르며 눈앞에 펼쳐질 풍경을 기대하듯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바뀌는 동선의 변화는 이용자들에게 설렘과 특별한 경험을 부여하고 있었다.
 


초록 책방
시인 출신의 건축주는 땅을 보자마자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에 매료되어 이곳에 집을 짓기로 하였다. 건축사와의 오랜 논의 끝에 기능적 요구 등은 건축 구상단계에서 자연스럽게 건축주의 오랜 숙원이었던 주택과 서점으로 귀결되었고, 코로나19가 만든 거리두기의 생활과 성찰적 삶의 태도를 온전히 실천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산중 서점이야말로 이상적인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단 한 명이라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찾아와서 편안하게 자연 속에서 쉼의 여유를 느꼈으면 그것으로 됐다는 건축주의 소박한 바람은 그대로 실현된 듯 보였다. 
 
외부공간
언덕을 배경으로 펼쳐진 대지의 형상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숲, 남쪽 산자락 사이로 보이는 열린 하늘과 진천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최대한 부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지 레벨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얹힌 매스의 모양은 건축사의 땅에 대한 고심을 보여준다.
뒤틀리고 펼쳐지고 접히는 선형의 매스와 볼륨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인공적인 건축을 자연 속에서 어떻게 대응시켜야 감동의 장치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층별로 방향을 달리하는 전면 개구부와 테라스의 형태는 주변 풍경을 각각의 다른 높이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가온다.
방문객들의 쉼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1층 서점은 드넓게 펼쳐진 마당정원을 내부로 끌어들이며 작지만 큰 독서 공간을 만들어냈다. 특히 1층에서는 실제 수목과 유리창에 반사된 수목, 그리고 수공간을 통해 반사되는 파란 하늘이 겹치면서 이용자들에게 다층적으로 중첩되는 자연의 풍경을 체험하게 한다. 특히 전면부 마당에는 잔디 외에 아무것도 식재하지 않음으로써 사색과 사유의 시간을 부여한다. 주거와 만나는 하이브리드 층이라 할 수 있는 2층은 주택의 입구와 서점 입구를 분리하여 주거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내부에서 연계시킨다. 
건물의 주조색은 흰색이다. 르 꼬르뷔지에나 리차드 마이어가 즐겨 썼던 하얀색의 덩어리는 그림자를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하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적합한 재료일 것이다. 균질한 하얀 스토로투산(Sto Lotusan) 페인트의 단일 재질은 그림자에 의한 조형성을 극대화하고 주변 초록색과 대비되는 순수함 그 자체로 다가왔다.
 
내부공간
이월서가는 평면이라는 도구에 익숙한 건축사들이 기능별, 용도별 쓰임을 정해 놓고 프로그램과 영역에 따라 분할하여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선에 따라 공간을 배치하고 시퀀스의 변화를 통해 공간을 이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출입구에서 2층 거실까지 비워진 내부공간은 현관, 복도, 응접실, 그리고 계단으로 이어지는 주동선을 따라 빛과 그림자, 다양한 공간의 체험을 유도한다. 비틀어진 외관을 따라 몸과 시선은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각층별로 다른 뷰를 보도록 하고 있다. 1층, 2층, 3층에서 각각 바라보는 뷰가 다르게 설계된 이 건물은 이동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장면의 변화, 주변 풍경의 변주에 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3층으로 갈수록 서서히 닫힌 입면을 구성하여 사적 영역임을 나타내고 아래층으로 내려올수록 더 많이 열어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적 영역인 서점으로 끌어들인다. 
휴먼스케일에 바탕을 둔 적정한 공간의 크기와 비례, 효율적인 가구들의 배치는 건축사가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고심해서 결정했는지를 보여준다. 


집의 재발견, 미래주거의 공간
적절한 폐쇄성을 유지해야 하는 주거와 가장 상업적이고 공적공간이라 할 수 있는 서점의 다소 이질적인 만남은, 땅과 관계를 맺으며 자연과의 소통이라는 주변에 대한 배려로 슬기롭게 풀어내었다.
이월서가는 주변 자연과 대지에 조성되는 인공적인 건물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연 속에 놓여야 할 건물의 형태, 공간구성, 프로그램 간의 경계의 모호성, 하이브리드화 된 미래 주거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상과 현실이 만나는 디지털 트윈시대로 가는 시대에 이월서가는 주거 외 프로그램이 어떻게 우리 삶과 결합되어야 하는지, 미래 주거 건축은 어떤 기능적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

 

 

글. 신동윤 Shin, Dongyoun 단국대학교 교수

 

 

 

 

신동윤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스위스 연방공대에서 건축 디자인을 위한 디지털 도구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와 Future Cities Laboratory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정림건축, 아름건축을 거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건축IT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indy@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