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9. 17:52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The establishment of design competition review monitoring system’, etc. is necessary… “Let’s start with what we can do right now in order to establish and run a process design competition system”
건축 설계공모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다. 그러함에도 작금의 설계공모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건축사와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 월간 건축사가 ‘보다 나은 건축 설계공모’를 주제로 지난 4월 28일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설계공모에 대한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한 제도 개선과 대안 마련을 목표로 마련돼 ▲심사과정에서 로비가 이뤄지는 원인 ▲로비 근절 대책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한 개선 방향 등 설계공모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건축 설계공모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다. 그러함에도 작금의 설계공모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건축사 및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여긴다. 월간 건축사가 ‘보다 나은 건축 설계공모’를 주제로 지난 4월 28일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설계공모에 대한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한 제도 개선과 대안 마련을 목표로 마련돼 ▲심사과정에서 로비가 이뤄지는 원인 ▲로비 근절 대책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한 개선 방향 등 설계공모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설계공모 개선을 위해 “협회 내 ‘공정 설계공모 위원회’ 신설·운영을 통한 공모제도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이 지속 추진돼야 한다” “건축사협회가 주축이 돼 심사위원 풀을 구성·운영해 지자체에 제공해야 한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심사위원 자질 필터링과 더불어 심사위원의 책임감에 비례해 그에 합당한 심사위원 수당이나 여비가 책정되도록 하고, 현장답사를 강화해야 한다” “‘건축부조리신고센터’ 활성화를 위해 익명제보도 가능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또한 이번 논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실천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오는 5월 25일 2차 좌담회 자리를 마련해 다시 의견을 다듬기로 뜻을 모았다.
# 설계공모 심사위원 선정 시스템 미흡
① 선정 과정의 보안성 구축, ② 모니터링 제도, 고발, 통화·금융기록 조회 등 부정비리 적발 시스템 구축,
③ 심사 풀 관리 및 공모운영 대행 등 전 과정에 다양한 시스템 필요
박정연_현재 설계공모에 엄연한 규정이 있지만, 그것이 과연 잘 지켜지고 있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시기에 이 자리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미묘한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추구하는 방향은 모두 같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두고 심사과정에서 로비가 이뤄지는 원인과 근절 대책, 방안 등 건축 설계공모제 개선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으면 합니다. 사전접촉이 없었다지만 막상 실제 분위기가 미묘하다거나, 금품 수수 행위가 없었으니 문제가 없었다고 인식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 되려 건축사 대표로서 뛰어서 심사위원들을 만나는 것이 일인데 그걸 왜 열심히 안 하는 식으로 말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지금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원근_아는 사람이 심사위원에 선정됐는데 한번 연락해 내 의도를 설명해보겠다는 욕심을 누르는 건 인간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심사위원의 사전 발표는 로비할 생각이 없었던 사람도 욕구를 발생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한 것을 어떻게든 당선시키고 싶은 의지는 본능에 가깝다고 보거든요. 그런 여지를 줄이기 위해 접수 이후에 심사위원을 공개하고, 사전발표를 하지 않는 쪽이 맞는 것 같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설계공모는 공정성 측면에서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장 지속이 어렵더라도 최소한 2~3년간만이라도, 소위 로비 의혹을 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적인 것 외에도 통화 기록이나 금융 기록 등을 허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심사위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승환_심사위원 공개방식 부분에서 전 조금 생각이 다른데요. 접수 이후 심사위원을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심사까지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도 로비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심사를 하면서 전화를 받아본 건 언제나 접수 이후였습니다. 바로 그 기간이 안이 완성되고 나서 홍보물을 들고 돌아다니는 기간이거든요. 또 선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심사위원 선정 후 100% 비밀이 보장되기 어려운데, 그렇다면 누군가는 독점한 정보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거죠. 당장 예전의 경우를 생각해 봐도 문제들이 있었기에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을 통해 계속 심사위원을 선공개 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왔고, 그게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해 여러 개의 좋은 공공건축이 지어졌죠. 그렇다면 선공개를 유지하면서 말씀하신 근절 대책을 같이 시행하면 두 개의 장점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심사위원 선·후 공개보다도 심사위원 자체의 문제, 심사위원을 어떻게, 어떤 사람들로 선정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괜찮은 심사위원 수가 절대적으로 적을 뿐더러, 그 사람들을 실제 심사위원으로 선정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취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재석_저는 좋은 심사위원과 그렇지 않은 심사위원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골라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도 좁고 학연, 지연 등의 인맥에 좌우되는 시스템이잖아요. 아무리 곧은 각오를 다져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사람의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고요. 개인의 도덕성에 기대어 부담을 주기보다 시스템적으로 만남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보안성만 보장될 수 있다면 심사위원의 공개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심사결과는 적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떨어졌는지, 어느 부분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피드백이 궁금한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는 거죠. 저는 이게 평가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참여했는데, 실제 평가는 10~20분에 끝난단 말이죠. 과연 평가가 가능한지 의문이 듭니다. 최근에 참여한 프로젝트는 대지가 경사지인데 심사위원이 레벨도 숙지되지 않아 서로 그게 맞는지 참여자에게 묻고 있더라고요.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제대로 심사를 할 수 있을까요. 좋은 평가를 들어도 낙선되기도 하고요. 비하인드를 들어 보면 다 로비를 하는데 금액의 차이로 결정되고요. 설계공모가 돈을 더 내면 당선되고 적게 내면 떨어지는 기록경기처럼 가고 있다는 거죠. 저는 개인의 윤리성이나 도덕성에 기대서는 안 되고, 보안성이 담보된 시스템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심사위원을 풀 단위로도 관리하며 공개하지 않아도 그 관련 소수 인원의 좁은 인맥을 통해 비밀이 흘러나오는데, 그렇다면 보안성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기업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 상황이고요. 그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인원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승환_저는 제대로 도면을 보지 않고 10~20분 만에 심사를 끝내는 심사위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심사위원이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작품 의도를 파악하고 충분히 비교해서 공정하고 철저한 심사를 하는 데 익명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성의 있고 공정한 자세로 작품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의 수는 체감상 전체 심사위원의 5% 정도 될까 하는 소수이고, 그렇다면 95%의 나머지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토부에서 주재하는 회의에서도 그렇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면, 부정비리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의 지속 강화라는 전략과 대다수의 손댈 수 없는 설계공모 판은 그대로 두고 괜찮은 공모를 조금이라도 늘려보자는 전략, 이렇게 두 가지 방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공정한 설계공모를 위해 모니터링 제도를 만들어 임의로 전화를 걸어서 로비에 응하면 명단에서 배제하거나 심하면 고발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시스템 구축 얘기를 계속 하고 있고요. 또 건축사협회 등 민간 단위에서 건축진흥원을 만들어 공정하고 능력 있는 심사위원 풀을 만들고 국토부의 인증을 받아 설계공모 운영을 대행하는 방법도 논의해보려고 합니다. 결국 이런 시스템도 시간이 흘러 약점을 공략당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라도 시도를 하지 않으면 이 판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 ‘(가칭)공정한 설계공모 위원회’ 등 운영 주체 만들어 관리해야
건축사 스스로 심각한 문제의식 갖고
풍토 개선해야 대안 시스템도 제 역할 가능
양재석_지금 같은 판에서 수주를 많이 하는 방식이 로비라고 전제한다면, 결국 로비를 많이 한 회사가 포트폴리오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기에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렇게 접근했기에 수많은 건축사들이 기회를 잃고 있거든요. 걱정되는 점이, 공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MZ세대는 이미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설계공모를 굉장히 싫어해서 결국 그 유능한 젊은 친구들이 벌써부터 탈(脫) 건축을 이야기하고, 결국 이게 건축계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보거든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또 로비가 불법이 아니라 관행으로, 영업행위라 안주하고 면죄부를 주는 인식이 강한데 기본적으로 그런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좋은 시스템도 성공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현진_저는 대안으로 설계공모위원회 같은 설계공모 운영 주체를 만들어 관리하는 방식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안에서 정말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요. 협회 의무가입의 가장 큰 이유에 윤리가 있는데, 이 윤리에 제일 크게 위반되는 게 지금 설계공모기에 이 윤리위원회 안에 가칭 ‘공정한 설계공모 위원회’ 같은 또 다른 조직을 하나 만들어서 건축사들이 윤리적인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걸 알리고, 전국 1만7,000여 명의 모든 건축사를 대상으로 공정하게 할 사람은 신청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 풀을 만드는 거죠. 공정하게 심사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우선한 뒤에 그 안에서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겠죠. 전체를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각 시도에서 별개로 진행 중인 것은 그대로 두고요. 다른 곳은 둘째 치고, 우선 건축사들이 우리가 스스로 이렇게 정화를 하겠다는 선언과 더불어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당장에 없어지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 사회적 합의가 되면 점차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리고 심사위원 수당 및 여비에 대해서는 다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사위원 스스로가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떤 때는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심사하는데, 사실 수고와 책임에 비해 형편 없는 수준입니다. 여비도 지급되는 곳과 아닌 곳이 있고요. 하루 동안 심사를 했는데 거기에 대한 책임까지 지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당일뿐 아니라 현장 답사를 포함해 적어도 3~4일 정도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요.
이승환_위원회 설립 제안에 공감합니다. 다만 심사위원의 수당이 높아지면 그게 또 기득권으로 보일 수 있고, 그 이권을 보고서 몰리는 이들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필요하겠죠. 심사위원이 되는 대신 통화 기록 조회나 계좌 추적, 그 외에 여러 감시 하에 있어도 괜찮다는 동의를 한 사람들이 오게끔 해서 협회가 인증한 청렴한 심사위원 풀이 만들어지면 학계에서도 풀에 들어오고 싶어 할 수 있죠.
양재석_통화기록 조회나 계좌 추적만으로는 우회할 방법이 많아서 방법적으로는 좀 더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시는 건축사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심사위원이 건축사인 경우 협회 가입 여부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협회 자체에 카르텔이 있다고 보는 거거든요. 그렇기에 심사를 위한 중앙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대신 지역 카르텔 등을 깨려면 지금 프로젝트 서울의 온라인 심사 체계처럼 지역 거점의 센터들을 만들고요. 지역에서 열린 공모라도 심사위원은 전국 풀 단위에서 온라인으로 모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범위도 넓어질 거고요. 프로젝트에 적합한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부분도 중요한데 사실상 심사위원 풀에 들어오는 첫 단계에서 당연히 역량 평가가 돼야 하고요. 그 적합성의 판단 부분에서도 공정성의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끝도 없겠죠.
# 시작이 중요, 극히 일부의 개선 효과일지라도 우선 시도
시스템 자리 잡으며 점차 분위기 전환될 것…
건축사업계 공표 후 단계별 시스템 수정·확대로 거듭 보완해야
이승환_정치나 행정 등 우리나라 어디를 봐도,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한들 사람이 바뀌면 와해되는 걸 너무 많이 봐왔잖아요. 시스템으로 어려우면 결국 사람이 잘 해야 합니다. 설계공모로 보면 최전방에 심사위원들이 있고 그 전 단계에 운영위원들, 그 전에는 공공건축가, 그리고 그 시작점에 총괄건축가가 있는 게 지금의 총괄시스템이거든요. 그래서 총괄이 괜찮으면 점점 그 영향력이 전파되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거죠. 하지만 그것도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일이기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심사위원이든 운영위원이든 선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일단 굴려보는 거죠. 그것도 물론 허점이 없을 순 없겠지만, 일정 기간 동안 운영하면서 성과와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또 만약 수정할 부분들이 발견되면 의견을 받아서 시스템을 보완해나가면 될 것 같아요. 협회 내 위원회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현진_저는 일단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공모를 위한 위원회를 만든 뒤에 동의하는 위원을 전국 단위로 모으고, 그 안에서 또 추천을 받아서 우리 안에서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을 공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우선 전국에 있는 건축사나 교수들에게 일단 메일을 모두 발송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 같아요. 일단 경고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경고하지 않고서는 이런 식의 분위기를 절대 바꿀 수 없어요. 그래야 조심을 하게 되고 그게 커지면 당연한 분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로비하는 업체끼리 돕는 지금 분위기에서, 서로 고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직원들, 젊은 친구들도 싫어하거든요. 또 연봉이 공개되는 직원들의 사이트에 이런 걸 고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범죄를 저지를 테니까 하지 않는다면 그냥 무법이 되어버리니 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려 위축되죠. 95%가 로비를 하고 있다면 그게 90%가 될지라도 점점 줄이도록 하고, 점점 효과가 없어진다면 그때 가서 법을 강화하며 진행해나가는 것이 맞는 거죠.
양재석_말씀하시는 내용에 동의합니다. 다만 제가 답답한 부분은 기존에도 윤리적 선언이나 처벌이 모두 이야기 됐고, 살벌한 내용의 청렴 서약서도 있습니다. 해서 고발 같은 대안만이 유일한 방안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좋은 건축사가 윤리적인 사람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또 별개이기에 윤리성을 과연 그냥 그 사람에게 맡길 것인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현진_그래서 제도가 필요한 것이고, 제도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승환_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연락하면 로비인줄 모르고 전화를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시스템을 아예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 연락하는 게 10~20% 내외더라도 일단 시스템을 만들면 그 정도는 거를 수 있을 테니 시도하자는 거죠. 최근 모 사무소가 공모전 제출일 아침 출력업체 웹하드에 홍보물 폴더를 만들었다가 경쟁사에게 들킨 사건이 있었어요. 경쟁사가 그걸 캡처해서 톡방에 공유했고요. 제가 그걸 보고 SNS에 올렸더니 얼마 있다가 출력업체에서 내려달라고 연락이 왔고, 해당 사무소도 그걸 인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그 사무소는 당선되지 못했죠. 모르긴 몰라도 로비심리가 위축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로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 풀을 만들 때, 살벌한 조건에 동의하기 어려워서 100명 중 5명이라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 5%라도 우리는 얻을 수 있는 거예요. 정말로 모니터링 전화를 하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지라도 심리가 위축될 테니까요. 이것저것 다 고려하면서 어차피 소용없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홍보물도, 그 업체에서 내부 교육용이라고 둘러대면 끝이지만 우리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다 알죠. 실제적 패널티를 줄 수 없더라도, 로비 정황이 포착되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문자만으로도 심리가 위축된다는 겁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장치들이 몇 가지 있고, 증거의 수준에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겠죠. 이렇게 단계별로 촘촘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될 것 같아요. 또 정황 증거 정도만 있어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하고요. 제가 건축사협회 부조리신고센터에 익명으로 전화해 봤더니, 반드시 실명을 공개해야 하더라고요. 물론 ‘이**’ 같은 식으로 성만 보이지만, 전화 받은 사람은 제가 누구인지 알고 혹여나 이름도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거죠.
박원근_동의합니다. 적어도 심사위원은 익명의 정황 신고가 들어올지라도 통화기록, 계좌기록 공개에 사인하고 할 수 있는 각오가 있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 공정 설계공모, 당연한 일…
설계공모, 건축문화 발전 위한 ‘기회·축제의 장’ 돼야
참여작 아카이빙과 공개로 투명성 확보하면
공공건축 질 향상 등 선순환 있을 것
박현진_적어도 당선될 확률이 있는, 희망이 있는 건축물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당연한 것이 왜 이상적인 것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설계공모를 정말 축제로 만들어서 열심히 설계하고, 아이템을 내고 싶은 공모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모두 지식인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조심을 하게 되고 그게 커지면 당연한 분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협회에서 먼저 움직이고 나서 1~2년 정도 지나면 다른 곳에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당장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 순 없지만, 그 안에서 모니터링 감시의 효과가 있다면 다양한 걸 해보는 거예요. 당장 우리가 만든다고 다는 아니고, 이것이 계속 빌드업 돼서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적어도 3~5년을 보고 있고요. 지자체나 다른 곳에 의지하기보다 우리 건축사 스스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조금씩 움직여보자는 얘기죠. 의무가입이 시행됐으니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요.
양재석_로비를 설계공모 업무의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하니 불법 의식도 없어지는 게 문제인데, 실질적으로 계속 이뤄지는 로비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공개됐던 자료도 비공개로 돌리는 현 상황에서, 심사 내용을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유지되도록 법제화해 기록을 영구히 보존하고 누구나 수시로 열람할 수 있게 하면 평가자 입장에서도 긴장하게 되어 자연스러운 감시 체제도 유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 체계에서는 아까 언급됐던 짧은 심사시간이나 대가 부분도 문제가 되므로 평가도 용역화의 관점으로 접근해 충분한 시간과 대가 용역이 만들어져야 하고요. 그렇게 해야 참여한 사람에게 심사기준에 따른 구체적 평가, 즉 어떻게 작품을 바라보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충분히 담아서 전달할 수 있고, 제출한 작품에서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개선해 다음 작품에 내 이야기를 좀 더 잘 담을 수 있는 그런 선순환의 과정이 되도록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인식과 풍토의 전환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지만요.
이승환_좋은 말씀입니다. 피드백이 없으니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심사위원 수당도 작품 수에 비례해 줘야 하고, 심사할 때 모든 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코멘트를 써줬으면 합니다.
박정연_정보 공개와 아카이빙에 대해 공감합니다. 주변의 젊은 건축사들도 열심히 한 작업물이 자신의 하드뿐 아니라 어딘가에 작은 이미지라도 아카이빙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소정의 보상금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요. 해외에 있는 설계공모 참여 작품집처럼 아카이빙되고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될수록 심사위원 역량에서 풀지 못한 것들이 재조명되고, 심지어 로비가 있었더라도 계속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면 이건 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결과가 더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이성관_사람이 함께 협력해야 제도가 빛을 발하고 사람도 제도 속에서 포텐셜을 갖게 되잖아요. 부정부패의 근절은 쉽지 않지만, 제재로 인해 위축되고 하나씩 쌓이게 되어 사회의 에너지가 모인다면 의외로 변화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양심의 호소보다, 증거만 있다면 엄격한 조사로 영업정지까지 갈 수 있는 혹독한 물리적 제재를 두어 번 정도만 시행한다면 의외로 짧은 시간에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증거를 찾는 게 쉽지 않아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심사위원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거죠. 그것만 해도 크지 않을까… 또 이후에도 이런 논의가 지속된다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일할 때 밤새서 혼신의 힘으로 했는데 딴 데서 로비하는 시점에 자신은 가만히 있으면 직원에게 미안해지는 일도 있죠. 우리가 맘 편히 설계공모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려면, 제3의 지엄한 존재가 심판을 한다면 우린 일만 하면 됩니다. 그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제3의 기구에 의해 관리하는 법도 현행법으로 전부는 할 수 없을 거예요. 일부 프로젝트에서 시행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을 지속적으로 남겨 시스템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면 많은 사람이 모여 흥행이 되니까.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작더라도 액션으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하나씩 쌓아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또 심사위원 명단 후공개 기준이 설계비 20억 이상으로 기준이 올랐는데, 공개 시점에 따른 각기 장점이 있지만, 그렇게 선을 그었을 때 중소규모에서는 포기하게 됩니다. 그게 건축문화의 손실입니다. 전 제한적 공개보다는 전체공개에서의 이점이 더 크지 않은가 합니다. 판을 모르고 무작정 들어오는 것보다 건축 개혁 측면에서도 사전에 알려서 들어올 사람은 골라서 들어갈 수 있도록 자체적인 판단에 맡기는 게 덜 소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원근_저는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특별한 다른 노력을 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신경을 덜 쓸 것 같아요. 로비로 인한 상처를 줄이려면 정말로 건축사협회에서 심사 전체를 관장·운영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서 심사위원 풀 자체를 관리해서 질도 관리하고,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게 하면 맞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아카이빙을 하면 어차피 나중에 공개될 사항이 될 거구요.
박현진_공정성과 심사위원 역량에 대한 부분이 나눠져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오늘 논의에서 공정성에 대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합니다. 제대로 된 위원의 구성과 그 안에서 심사위원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다음 논의로 가야 할 것 같고요. 사실 심사활동 역량만 제대로 구성이 된다면 저는 익명이든 오픈이든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오늘의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두세 번 정도의 좌담회를 더 거쳐 의견을 다듬은 후 대토론회 등을 개최해 더 많은 건축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합니다.
이성관_오늘의 이야기는 문제점을 위주로 선별적이고 파편적인 이야기가 많았으니, 임팩트 있는 이슈와 솔루션이 나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내용을 좀 더 짚은 후에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승환_오늘 어느 지점에 서로 이견이 있는지 확인했으니, 향후 같은 주제로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보다 나눴던 이야기들 중 합의를 본 것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의논해보면 어떨까요.
박정연_여러 의견 감사합니다. 소소한 부분에서 약간의 견해 차이는 있었지만 상황과 변수로 인한 차이로 보이고, 뭐가 됐든 조금씩 실행을 하자는 큰 방향에는 모두 공감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모두 동의해 주셨으니,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2차 3차 담론의 장을 마련해 다시 뵈었으면 합니다.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시
4월 28일 금요일 오후 4시
장소
건축사회관 3층 국제회의실
사회
박정연 건축사 _ 그리드에이(Grid-A) 건축사사무소, 편집국장
참석
박원근 건축사 _ (주)인터시티 건축사사무소
박현진 건축사 _ (주)온디자인 건축사사무소
양재석 건축사 _ 림 건축사사무소(주)
이성관 건축사 _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이승환 건축사 _ (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글 육혜민 기자·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