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_청렴서약 캠페인 비롯 ‘심사위원 풀’ 구성, 범 건축계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돼야 2023.6

2023. 6. 23. 13:34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 ‘pool of judges’ formed including the Integrity Pledge Campaign
It must be strongly promoted at the level of the entire architects world

 

 

지난 5월 25일, 건축사회관 김순하홀에서 보다 나은 설계공모를 위한 2차 좌담회가 개최됐다.

 

5월 25일, 건축사협회 2층 김순하홀에서 ‘보다 나은 설계공모를 위한 2차 좌담회’가 열렸다. 이는 지난 4월 28일 열렸던 1차 좌담회에서 못다 한 토론을 잇고, 언급됐던 내용을 재차 정리해 실질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이날 다시 모인 참석자들은 지난 좌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개선방향에 집중해 어떻게 하면 실질적 실행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4월 28일 진행된 1차 좌담회에서는 심사부정 행위를 비롯한 로비 근절 대책,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한 개선 방향 등 설계공모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5월 25일, 다시 모인 참석자들은 기존 잘못된 관행을 비롯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에 재차 동의하며 심사위원의 중요성을 다시금 언급, 지난 좌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개선방향에 집중해 어떻게 하면 실질적 실행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이날 의무가입을 기반으로 전체 건축사를 대상으로 한 청렴 서약 등의 캠페인을 통한 분위기 환기, 건축사사무소와 건축계 모든 관계자들의 전체적 참여 필요성, 강력 제재와 교육 이수, 경력, 수상, 작품 활동 등을 고려한 공신력 있는 심사위원 풀 조성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참석자를 추가 섭외해 6월 중 3차 좌담회를 개최하고, 이후 토론회 등을 열어 더 많은 의견을 받아 실행 가능한 실질적 내용을 다듬기로 했다.

 

 

박정연 건축사 _ 그리드에이(Grid-A) 건축사사무소


# 불공정 고리 끊고 개선 방향 찾아야
   새로운 기준에 따른 심사위원 풀 구성·활용 관련 발전적 논의 필요

 


박정연_지난 좌담회 후 이승환 건축사님이 시스템 중심과 심사위원 중심제로 나누어 SNS에 정리하신 내용과 이를 보고 다른 분께서 심사위원 공개·비공개를 주제로 작성한 다른 글도 보았습니다. 지난 1차 좌담회에서, 모두 이상적인 방향은 알고 있지만 한 방법으로 일순간에 바뀌기는 어려움이 있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전 이상적인 방법은 안목과 혜안, 능력을 두루 갖춘 심사위원이 친분 등에 개의치 않고 좋은 프로젝트를 뽑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심사위원이 방향성을 갖고 좋은 것을 만들어가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조금 더 기능적인 프로젝트들인 경우에는 심사위원을 늦게 뽑거나 비공개하는 것도 공정한 설계공모를 위한 방법일 수 있겠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교집합은 분명 있지만 두 가지로 완벽히 구분 짓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큰 취지에서 현재까지는 그런 차이점이 공존한다는 것을 인식해주셨으면 하고, 이번 좌담회는 대립되는 의견보다는 가장 이상적 방안이 어떤 것이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진_심사위원의 공개·비공개가 논점이 아닌데, 지난번 논의가 다른 방향으로 알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저는 시스템과 심사위원 중심으로 나누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봐요. 시스템이 잘 만들어지면 좋은 심사위원이 나올 테니까요. 굳이 두 방향으로 나눈다면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환_저번 좌담회에서 분명 두 주장의 대립이 있었고, 전 이걸 좀 더 쉽게 프레임화하기 위해 심사위원 중심제와 시스템 중심제라는 임의의 용어를 붙여 설명하려 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종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심사 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두 가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요. 말씀처럼 심사위원 공개·비공개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도 있지만, 저는 그게 두 시각을 구분하는 핵심적 키워드라고 봅니다. 심사위원의 공개와 비공개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고, 공개하지 않으려면 최후의 순간까지 하지 않는 게 맞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요. 제출 이후 공개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누차 말씀드렸고, 제대로 하려면 심사 당일 AI 시스템으로 그 시간대에 가능한 사람을 선택해 심사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사이트와 프로젝트를 1~3시간 만에 본다 한들 제대로 된 심사가 될까 의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공개·비공개를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제도에서 프로젝트마다 다르게 접근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그래서 저는 그 대립에서 언제나 심사위원 중심제 쪽을 지지합니다. 시스템 중심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그나마 가능하고, 단점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프로젝트에 따라 방향성이 뚜렷해야 하는 것이 있고, 또 반대로 기능적인 조건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있다고 구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무리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건축은 다 단순한 기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동네 행정복지타운이더라도 마냥 기능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해석하기에 따라 어떻게 보면 이미 조달청에 그런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시스템에 의해서 돌아가는…. 기존 시스템을 보완해 로비가 이뤄지지 못하게 하면 지금 말씀하시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기에 이미 시스템으로 설계공모 시스템이 운영되는 조달청을 어떻게든 뜯어고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기반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조달청에서 계속 아카이빙도 하고 심사과정을 공개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들어서,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박현진 건축사 _ (주)온디자인 건축사사무소


박현진_그런 관점이라면 저는 심사위원 중심제를 지지하는데, 다만 심사위원 중심제라고 하는 것이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죠. 저희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그 ‘좋은 심사위원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의견을 수렴하자는 거고요. 결정적으로, 의무가입이 시행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대한건축사협회에 전부 가입하게 되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그때그때 심사위원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협회에서 정말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구성된,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심사위원 풀을 공개해서 활용되도록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고요. 또 이 풀을 다루는 운영위원회는 제대로 구성돼야 해요.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 심사위원 풀만 되면 그 안에 우리 역량도 같이 걸러질 테니 공개·비공개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이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니 100% 완벽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소문과 경력 등 모든 것을 고려해 풀을 구성하고, 100명이든 200명이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시도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승환_새건축사협의회에서 청렴선언서(청렴하고 공정한 설계공모를 위한 건축사들의 선언서)를 발표할 예정(5.30 발표)인데, 436명이 참여했습니다. 뜻을 같이 해 참여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보면, 만들려 한다면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은 인원이 포함된 큰 풀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러한 심사위원 풀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양재석_저도 서명했습니다. 자발적인 서약이기에 순수함이 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서명을 하면서도 의구심이 드는 게… 대부분의 설계공모에도 청렴서약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계공모가 청렴하게 진행되지 않듯이 서약 여부와 청렴함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강제성이나 제재가 없다면 과연 서약한 모두가 청렴한 인원과 동일시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심사위원 공개·비공개와 관련해서 공개 당시 공정했으면 그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았을 텐데, 공개되면 로비가 발생하기에 그걸 막기 위한 방법으로 비공개가 제안되는 거잖아요. 거꾸로 생각해서, 일종의 시험이라고 본다면 수능을 볼 때는 출제위원이나 평가위원을 미리 알아보고 성향을 파악하지 않고 순수하게 공부만 생각하잖아요. 일전 좌담회에서 건축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왜 우리가 평가·심사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공정성까지 따져가면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체의 문제를 제기했던 거고요. 좋은 심사위원이 있는 공모에만 접근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저는 어떤 시험에 평가위원들이 부정행위가 많다는 소문이 나면 그 시험이 아닌 다른 시험을 보는 식으로의 접근으로 이해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모든 시험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유효하고 가능한 건데, 이건 접근 방식이 다른 게 아닌가 싶어 일부 공감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고요.

이승환_생각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심사위원이 더 많을 수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말씀드린 것이고, 시험은 정답지를 기계적으로 맞추는 것이기에 시험과 심사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에는 인문학적 성격도 있기에 심사 과정에서 토론할 때 근본적 가치관이 충돌할 때가 있거든요. 지침과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는 논의가 이뤄질 때도 많고요. 그러다 보면 공정함과 실력을 갖춘 심사위원 간에 대화가 되는, 끝나고 나면 즐거운 기분이 드는 심사판이 좋고요. 사실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심사위원들의 자질에도 편차가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심사위원들을 보고 참여하게 되는 것이고요.

박원근_기본적으로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제대로 된 토론을 통해 결정된 작품은 어느 정도의 차이는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날 겁니다. 공정하게만 흘러간다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꽤 많은 곳에서 이미 설계공모에 참여할 때 설계비의 5~10% 정도를 미리 심사위원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많고, 거기에 현혹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다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게 문제죠. 지금은 일단 그 고리를 끊고 그래도 공정하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건축사업계 건축사사무소 동참 필수
   심사위원 교육 이수, 대안 될 수 있어…
   심사과정 완전 공개·아카이빙 필수, 당선작은 치열한 토론 끝 선정돼야 
  


양재석_건축사사무소 규모별 사업체 수를 찾아봤더니 50인 이상, 중규모 이상의 사무소가 전체의 약 0.9%로 1%가 채 안 되고, 그다음 10인 미만의 보통 아틀리에라고 얘기하는 소규모 사무소가 93% 정도 돼요. 그런데 전체 규모별 매출액을 보니 전체 시장 규모가 11조 정도 되더라고요. 설계공모 외에도 감리 등이 다 포함된 거죠. 소수의 대형 업체들이 엄청난 매출을 일으키면서 업계를 주도하는데, 이런 주요 이슈에서도 어떻게 보면 주류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대형 사무소에서 참여를 해야 전체적으로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신진 건축사들이 대형 건축사사무소에 있다 독립하잖아요. 그러면서 기존의 대형 사무소에서 해왔던 행태들을 업무적으로 너무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거든요. 결국 소규모 사무소에서도 로비를 너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이게 나쁜 문화의 초석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실제로 대형 사무소들이 모여서 정화 노력을 좀 더 강하게 한다면 전체적인 영향력 면에서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박원근_실제 사무소들 간 서로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만, 그래도 이런 주제를 갖고 한자리에 모여서 진지하게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은 판이 깨끗하게 바뀌어 서로 손해 볼 것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합의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성관 건축사 _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이성관_대형사에서 물러나면 아래 하도급에서 같은 상황이 생기기에 기본적으로 모두 막기는 힘들 거예요. 쉬운 방법으로는 어느 정도 능력 있고 심지 굳은 사람이 심사를 하면 지켜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좀 불순물이 섞이더라도 심사 과정에서 파악·인지하고 배제하면서 꾸려간다든가… 만약 7명의 심사위원 중 4명만이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좀 더 공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져요. 어차피 시스템의 한계가 있기에 기계처럼 되진 않더라도, 확률론적으로 전혀 로비를 시도하지 않았는데 당선되는 횟수가 계속 늘어나면 그게 정화의 시작이 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문제를 추적해 잡아서 한 번에 강력하게 제재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될 것도 없다고 봐요. 다 로비를 하지 않더라도 그중의 하나는 다른 마음을 먹는 부류가 있고, 이를 완전히 피하기 힘들다는 가정 하에 우선 심사에서 잘 걸러주고 지켜주는 방법이 먹혀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기에 이를 제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심사위원들을 어떤 식으로 뽑을 것인가에 대한 한 이슈에 집중해 보면, 결국 직접적으로 청탁을 받으면 다른 생각을 하면서 뽑게 되잖아요. 방법은 잘 몰라도 옳은 심사위원 풀을 만들고, 조달청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심사위원은 실력은 물론 인성 등 많은 항목을 고난도로 갖춰야 하기에 지원자보다는 초빙이나 추천을 거쳐 의견을 물은 뒤 리스트에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봉사 차원의 공공건축가 등은 지원 형식으로도 괜찮지만 심사는 고난도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춰야 하기에 리스트는 훨씬 한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양재석_심사위원 풀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로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지원을 받고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걸러내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현진_설계공모 대행업체의 위원회, 업체에서 직접 심사위원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심사위원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데, 지금 구조는 운영체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는 구조이기에 협회에서 풀을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박원근_심사위원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엄격히 따지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풀 안에 집어넣을 것인지 반드시 조건을 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심사 방법에서는, 그래도 경험상 한 2~3시간 정도의 토론을 거치면 크게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오진 않더라고요. 그걸 공개하면 더 좋고요. 투표로만 이뤄지는 방식은 너무나 쉽게 로비를 통한 당선이 나올 수 있기에 적어도 그런 부분에서 엄정한 룰을 만들고, 이를 위반하면 당분간이라도 확실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성관_사전에 자료를 봤다며 바로 투표하자고 한다면, 그렇게 확정한 이유는 뭐냐고 질문을 던져 대답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설계공모는 아니지만, 제주도 작품 심사 때 비행기 연착으로 심사장에 조금 늦게 도착해 가자마자 떨어진 작품과 이후 현장 방문을 하려던 작품 목록을 봤는데, 탈락작품 중 심사에 통과한 것에 못지않은 좋은 작품이 두어 개 있었어요. “늦어서 미안하지만 이 두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못한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다수결에 밀렸던 사람들에게서도 사실 나도 어떤 부분을 좋게 보았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재심사가 진행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유도하는 것도 극복을 위한 진행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분위기에 휩쓸리더라도, 혼자서라도 이야기를 하면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설계공모에서도, 숨겨진 내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한 70%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선택과 비교를 하는 경향이 많은데, 토론하다 보면 내가 발견하지 못한 안의 장단점을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거죠. 누구는 영향을 받는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은 자기 판단인데 마냥 휘둘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 차례의 심층적 토론을 거쳐 숨겨진 내용을 더 많이 찾아내면, 100%는 될 수 없더라도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고 오류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토론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표만 행사하려는 사람에게는 그 이유를 분명히 물어봅니다. 그러면 대충 심사 하려는 생각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토론을 통해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을 선택하는 부분에도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합니다.

이승환_중요한 말씀입니다. 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심사장에서 토론을 하지 말자는 말에 화가 나거든요(일동 동의). 자신은 하나의 완전무결한 존재로 이미 안을 100% 파악하고 결정하고 왔으니 다른 의견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니까요. 돌려 말하면 이미 로비를 받았고, 무엇을 찍을지 결정되어있기에 말을 해봐야 피곤하니 토론하지 말자는 얘기랑 같다고도 생각합니다. 토론을 통한 영향은 좋다고 봅니다. 영향을 받는 것이 두렵다는 말은… 전 남에게 의지해서 표를 행사하는 사람은 심사위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말을 경계합니다. 부정청탁을 받아 찍을 작품이 정해져 있는 것을 감추는 말이라고 보거든요.

 

양재석 건축사 _ 림 건축사사무소(주)


양재석_실제 그런 공모의 참가 경험이 있는데, 발주처에서 유튜브 공개 심사를 한다고 하지만 말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발표장에서 질문도 오가지 않고요. 그런 게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소리가 외부로 송출되지 않기에 토론도 얼마만큼 진행되는지 알 수 없고, 그런 식으로 결선까지 가는 거죠. 요식행위로 공개하는 것 같은데,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 뼈아팠고요. 지난 좌담회에 아카이브와 관련해, 공무원의 업무 부담으로 잘 이뤄지지 않아 강제적으로 해야 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저는 우리 세움터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사위원들에게 노트북을 나눠주고 그 자리에서 평가를 작성하고 인증해버리면 업무 부담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 자체로 아카이브로 남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승환_경기도 교육청이 그런 시스템을 운용합니다. 심사 전날 제출안들에 대한 평가를 담당 주무관에게 보내면 주무관이 이를 미리 시스템에 입력해두고, 당일 랩탑으로 최종 투표까지 단계마다 각 안에 대해 자기가 쓴 평가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심사가 끝나면 그대로 파일로 남아요. 다만 심사위원 구성 측면에서는… 설계하는 건축사 한 명에 학교장 또는 공공기관 소속 건축사 출신 공무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심사 완전 공개와 아카이빙은 저번 좌담회에서 누구나 동의할 수 있었던 내용 중 하나인데, 협회 차원이나 범 건축계 차원에서 어떻게든 강력히 추진해서 국토부에 의견을 관철해야 합니다. 이성관 건축사님이 말씀해 주신 토론의 중요성과 관련해서도, 이 토론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토론을 무슨 관점으로 제출안을 볼 것인지 얘기하는 것, 무엇이 좋고 나쁜지 언급하는 것, 그렇기에 이 안을 지지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총 세 단계로 나누는데요. 이 세 번째 단계까지 가서 첨예한 의견교환이 이뤄져 생중계, 아카이빙 되면 심사위원들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일종의 교육연수를 이수한 사람만 심사위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제안합니다. 학교에서도 성범죄 예방 교육 등을 진행하잖아요.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몰라도, 교육이 진행된다는 자체가 토론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려주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업 건축사, 학계를 막론하고 심사위원으로서 작품을 평가하려면, 교육을 이수하고 증서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협회에서 강력하게 추진했으면 합니다. 

박현진_물론 좋은 분들도 계시지만, 제출된 안에 대한 재료가 뭔지 몰라서 묻는 것은 정말 답답하죠. 내구성이나 심미성 등은 한 번 써봤으면 알 수 있는 것이고, 최소한 기본적인 상식선에서 심사 중에 그런 질문은 나오면 안 되잖아요. 의무가입이 시행되어 좋은 이유는 우리가 먼저 윤리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 (가칭)공정한 설계 공모를 위한 위원회가 언제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8월 이후 건축사법 경과조치가 종료돼 의무가입이 본격 시작되면 당장 강력한 실제적 조항을 담은 청렴결백 동의서를 1만 7천여 명의 건축사에게 모두 배포해서, 몇 명이 응답하는지 보는 거죠. 로비 행위 적발 시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제재가 이뤄졌으면 좋겠고, 그 안에서 실적 등을 통해 한 번 더 거르고요. 우리(건축사)가 먼저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근거로 국토부에도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건축사를 비롯해 건축계 전체에도 알릴 수 있도록 하고요.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국토부와는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 전달해서 심사를 위해서는 심사위원 모두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심사 자격이 되지 않도록 하거나 하는 식의 룰들을 만들어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 그 안에서 위원회가 만들어지겠죠. 일단 올해 안에 시스템 형성 과정이 진행돼서 국토부로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 건축사들 공정 설계공모 희망…
  “범 건축계 차원 선언 등 청렴캠페인 추진하자”
    객관적 풀 형성해 공신력 확보, 적용해야



이성관_아까도 말했듯 로비를 하거나 룰을 위반하는 사람을 모두 차단하긴 힘들어요. 그에 반해 심사는 어찌 보면 옵션이죠, 안 해도 그만인. 생존하고 직접적 관계는 없는데, 사명감과 의지로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심사위원 풀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한 번 풀을 정해서 지속하는 것보다, 1년 정도는 올해는 이쪽 풀에서 잠정적으로 활용하면서 이 풀이 개선·조정될 수 있다고 열린 선언을 하고, 다음엔 그중 문제 있었던 사람을 영원히 배제하고 또 괜찮은 사람을 포함시키는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기에 공신력이 중요하거든요. 보통 심사위원 풀은 조달청에 가든가 아니면 공공건축가 중에서 정하려고 하는데, 관에서는 어떤 객관적인 신빙성이 있으면 쉽게 넘어갑니다. 우리가 봤을 때 실질적으로 엉망이더라도 일단 공인된 하나의 족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는 측면에서, 객관성 확보와 더불어 실질적인 능력을 모두 갖출 수 있는 접점을 생각해 봤어요. 제가 총괄건축가로서 제안해 성사됐던 건인데, 10년간 실질적으로 작가로서 활동하고 건축문화대상 등을 두 번 이상 수상한 사람의 리스트를 만들었더니, 50명이 조금 넘어서 20년으로 기준을 늘리니까 한 70명 좀 넘게 나오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객관적 수치가 확보된 80~90명 정도 인원을 포함하면 객관적으로도 딴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또 그렇게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보는 눈을 갖고 직접 작업을 할 수도 있고, 기존보다 능력적·윤리적으로도 낫지 않을까 합니다. 모두 윤리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확률적으로 기존보다 나아질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거죠. 또 그 안에서 정교하게 보완해 나가면 풀 안에 들어간 사람은 영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고요. 작은 변화라도 있는 게, 변화가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 현재 그런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건축사들은 심사와 피심사의 경험을 모두 갖고 있기에, 심사를 공정히 해야 한다는 각오가 되어 있고요.

박정연_앞서 언급된 청렴선언 시도는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운동은 캠페인으로 발전시켜, 협회를 필두로 건축계 모든 건축단체가 공동 연합으로 빠르게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참여한다는 인증으로 조그만 명패 같은 것을 사무실에 붙여놓거나, 책상에 세워두거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자랑스럽게 청렴 선언을 했고, 앞으로도 이렇게 당당하게 할 거라는 증명이죠.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해 건축계 단체에서 뜻을 같이 해서 진행해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설계비의 1%에서 시작해 점점 3~5%씩, 또 그 이상 떼어 로비하는 현상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편으로 범죄를 일으키는 범죄당사자가 되려는 사람이 이 행위를 통해 내가 얻게 되는 것, 또 사회적으로 법적인 책임과 양심 등과 저울질하다 금액, 얻는 것이 더 크게 보이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 점점 더 강력히 양심에 호소하고 법적인 문제의 책임도 크게 보여주는 캠페인이 많이 이뤄지고, 주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한다면 혼자 참여하지 않을 때 자기 양심 문제를 더 되돌아보게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식으로 진행되다 보면 점차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재석_명패를 나눠주고 하는 것도 캠페인의 일종이라 생각하는데, 잘 만들어진 배지처럼 사무소 간판 옆에 같이 붙일 수 있게끔 해서, 저곳은 공정성을 중요히 생각하는 회사구나 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달았지만, 내부에서 실제 그렇지 않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쉽게 고발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고요. 

 

박원근 건축사 _ (주)인터씨티 건축사사무소


박원근_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가협회 세 단체가 함께하는 FIKA를 비롯해서 서울건축포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등 현실적으로 중요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 다 모여서 이참에 협회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현진_다른 요소보다 중요한건 우선 심사위원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먼저 심사위원만 흔들리지 않도록 운용하면 공정 설계공모 문화가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좌담회 참석자의 범위를 넓히는 건 어떨까요? 

 

이승환 건축사 _ (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이승환_로비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게, 공론의 장으로 끌고 오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이야기가 나온 대로 이후 좌담회 멤버를 좀 늘리거나 구성을 더해 논의의 색을 다르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아요.
 
양재석_스피커가 새로 오는 것도 당연히 의미가 있고, 다른 일반 건축사분들도 많은 관심이 있거든요.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을 거고요. 몇 명 안 되는 인원이 모여 결론을 내어가기보다 청취 시간을 더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좋은 의견도 많이 나왔지만, 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의 의견들도 많이 있을 테니까요. 만 개가 넘는 건축사사무소가 있으니 그 안에서의 경험과 의견들은 더 다양할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것들이 한 번 모이고, 그걸 유형화시켜서 꼭지를 만들어 3차 좌담회가 됐든 혹은 4차 공청회를 할 때는 명확한 주제를 갖고 집중적으로 토론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화제가 된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것이 계기가 돼서 뭔가 변화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박정연_중요 이슈들을 적어도 한 번씩은 다룬 것 같은데요.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한 각 건축계 단체가 뜻을 모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토론을 할 때도 더 영향력이 큰 분들이 모이고, 함께 뜻을 모은 선언도 가능해질 거라 봅니다. 묵직한 결론은 없더라도, 이런 이슈에 대한 토론이 재차 이뤄지는 것으로 사람들이 달라져야겠다고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다음 좌담회에 참석자 풀을 확대하고, 이후 공청회 등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추진해보고자 합니다. 오늘도 함께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시
5월 25일 목요일 오후 4시
장소
건축사회관 2층 김순하홀
사회
박정연 건축사 _ 그리드에이(Grid-A) 건축사사무소, 편집국장 
참석
이성관 건축사 _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박원근 건축사 _ (주)인터씨티 건축사사무소
박현진 건축사 _ (주)온디자인 건축사사무소
양재석 건축사 _ 림 건축사사무소(주)
이승환 건축사 _ (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글 육혜민 기자·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