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정체성 <PARTⅡ> ① 서울의 도시 어휘들

2023. 7. 21. 13:50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Identity of the City <PARTⅡ> ① Urban lexicons of Seoul

 

월간 건축사 2023년 2~5월호에서(1월호 : 연재글의 개요와 구성 소개) ‘파트 1. 도시서울, 역사 이전의 흔적부터 지금까지’ 내용으로, 서울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았다. 7월호부터는 도시 변화과정에서 축척된 서울의 도시 어휘 10개와 다른 도시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질문들을 소개하여, 독자들과 함께 현재의 우리 도시들, 그리고 미래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자 한다. 

 


■ 도시 어휘 1 _ 일정한 도시 형태
    Constant urban form

 

<그림 1> 그림 1 일정한 도시형태 © 김선아

 

두 겹의 자연 지형
서울은 성장과 팽창, 보존과 개발의 과정을 지나며 현재의 모습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 지형은 도시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며, 기능적 역할, 도시 배경으로서의 역할, 도시 영역 분리에서 결합까지 다양한 역할을 했다. 서울은 자연지형을 보존하거나 변형하기도 하며, 내사산 영역 밖으로 확장되기 시작해 외사산의 경계에서 그 팽창을 멈추며, 605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특징, 물길이 중앙을 가로지르고, 도시의 내·외부를 구분하는 산으로 둘러싸인 두 겹의 자연 지형이 만들어내는 형태는 서울의 DNA로서 도시 원형시기와 동일한 일정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산_내사산과 외사산 
산은 항상 서울의 가장 중요한 자연 요소로 기능해왔고, 현재는 광범위한 생태적 보고로도 인식되고 있다.
도시원형 시기의 내사산과 외사산은 도시의 방어선으로서 두 단계로 도시를 보호하는 기능적 역할로 도시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서울의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도시의 힘은 수많은 터널로 내사산을 넘어섰고, 내사산은 더 이상 도시의 방어선, 장애물, 또는 신성불가침의 요소가 아니라 도시의 일부인 공원으로 변모했으며 도시 내부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의 서울과 인접한 다른 도시와의 분리와 연결은 외사산의 역할이 되었다. 외사산은 본연의 모습을 보존하며, 초창기 지형을 상기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오늘날 내사산과 외사산은 각각 다른 역할로 존재하며, 이런 이유로 그 안의 도시화 지역과, 그 경계지역에서의 도시사업들은 다른 방식으로 고려된다. 

물길_청계천과 한강 
서울의 물길, 청계천과 한강 또한 서울을 남과 북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공간구조를 서울에 형성한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서울의 확장은 내사산의 남측에 있는 한강으로 뻗어나가, 외사산 시작부분까지 다다르며 청계천이 도시 원형시기 동서축을 형성하는 도시의 중심이었다면, 한강은 현재 서울의 동서축을 가로지르는 도시의 중심이 되었다. 
청계천은 조선시대에 형성된 종로,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을지로, 충무로와 함께 도심을 가로지르는 약 11킬로미터의 동서축으로, 조선시대에는 여가와 사회적 모임을 위한 장소였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피난민들의 정착지이자 도심제조업이 시작된 장소였다. 경제개발기 이후, 청계1~9가 일대는 각 영역별 특성화된 제조기반 산업 및 상업 활동이 전개되던 곳이었다. 청계천은 2004년에 완공된 복원 사업으로 도심 내 일상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공장소로서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한강은 너비 약1킬로미터, 길이 약 41.5킬로미터, 유역면적 39.9제곱킬로미터(서울시 총 면적의 13.5%)로 서울과 인접한 주변 도시들을 연결하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서해에 합류한다. 한강은 안양천, 홍제천, 탄천, 중랑천 등 4개의 주요 지천과 그 외의 소하천 등 총 698개의 지천이 합류하고 1,601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조선시대의 한강은 물류의 이동 공간으로, 한강변에는 17개의 나루터가 형성되었다. 또한 한강은 도시와 분리된 유휴자연공간으로 자연의 미를 즐기고 누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20세기 초 식민도시의 물류 거점으로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한국 전쟁 이후 한강변은 본격적인 도시화사업이 진행되었다. 을축년 홍수에 시작된 한강변의 제방구축사업은 일제강점기에 시작하여,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도시고속도로의 건설, 잠실과 여의도 일대 일부지역의 매립과 함께 1970년대부터 1990년까지의 한강변 도시지역에 건설된 아파트지구 조성, 한강 남쪽으로의 도시화 진행에 의한 한강대교들의 건설 등이 20세기 후반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한강변은 시민들에게 한강의 자연성이 살아있는 여가의 장소이기도 했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강남북의 도시화가 완료되며 한강은 본격적인 서울의 중심이 되었으며, 한강에 인접한 건축물에는 최고의 조망경관을 제공하고, 한강변의 제방위에 조성된 11개의 한강공원은 다양한 외부활동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의 장소가 되며 오늘날 한강은 도시 속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서울 시민들은 아침에는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으로 반짝이는 한강 위를 지나는 지하철로 한강을 건너며 일터로 향하고, 저녁에는 색색 조명을 밝힌, 어두워진 강물에 반사된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물길도 도시에 맞게 그 역할이 변해, 계속 변화하는, 서울시의 핵심이 된 도시 계획 수립 역할을 하고 있다. 청계천은 서울시를 두 지역으로 나누는 선형 요소로, 이제는 서로 유사해진 두 지역을 결합하는 장소이다. 한강은 서울을 두 지역으로 구분하지만 한강 위 25개의 다리는 두 지역을 연결한다. 도시 영역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한강 남북의 두 강변과 그 각각의 지구를 결합하는 활발한 현장으로 변모했고, 도시 사업이 도시화지역으로 변모한 곳과 이전의 도시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그림 2> 서울의 내사산, 외사산 © 서울사진아카이브
<그림 3> 청계천 © 서울사진아카이브
<그림 4> 한강 © 서울사진아카이브


서울의 산과 강은 도시화 과정의 역사에서 도시 서울의 형태를 결정하는 존재감을 유지하며 항상 도시와 관계를 맺어왔고, 지금도 그 관계성은 계속되고 있다. 변함없는 자리를 유지하는 산은 변함없는 영속성의 상징이며, 도시의 내부를 가로지르며 바다로 흐르는 강물은 끊임없이 새롭게 반복되는 인간 삶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근본적인 자연 요소는 도시와 건축물의 인공성과 대조되며  서울이 만들어내는 도시 멜로디의 근간으로 존재한다. 

 

Q 1 도시의 지형은 도시의 형태, 도시의 구조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Q 2 도시 지형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 
Q 3 도시 지형의 역할 변화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 도시 어휘 2 _ 파편화된 자연
     Nature Fragmented 
 

<그림 5> 파편화된 자연 © 김선아


서울의 도시화 과정은 자연과의 관계성에 지속적으로 질문을 남기며, 자연과 도시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결과적으로 서울의 자연지형은 도시 원형 시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존재한다. 서울의 자연요소는 지난 반 세기 동안의 급속한 대규모 도시 확장으로 도시에 잠식되며, 자연이 도시를 품고 있던 도시원형이 만들어지던 시기의 관계는 전환되었다. 

자연 자원의 존재
도시가 만들어지던 초창기 서울은 도시의 특징을 결정한 본연의 요소로서 산지지형에 순응하였다. 현재의 서울도 자연 요소의 상징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내사산과 외사산은 옛 도시와 지금의 도시를 에워싸는 요소에서 도시를 연결하고, 분리하고, 특정 영역을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서울의 강 또한 도시화의 힘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도시 개발을 위한 자원이 되었다. 도시에 형성된 수많은 하천들은 도시 내 이동의 방향과 흐름을 만들어주며, 한때는 서울을 ‘물의 도시’로 부를 만큼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었으나, 복개된 후 만들어진 도로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 자원의 공간적, 생태적, 상징적 가치는 최근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자연은 서울의 가시적인 주요 자원이다. 산과 강, 하천은 서울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즉, 자연은 하루 중 어느 때나 존재한다. 도시의 가로수들, 공원, 정원, 강이나 산의 경관들은 도시민들이 일상에서 감상하고, 공적 자원으로 관리되는 서울의 필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자연 자원의 변형 
자연의 가장자리는 도시와의 관계에서 항상 불안정하다. 자연의 가장자리는 언제든 도시에 통합되어,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지곤 한다. 도시화의 공격을 받은 자연은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수단, 즉 접근의 어려움, 내구성, 규모, 자연지형 등 물리적 특성으로 저항하지만, 도시화의 힘을 넘어설 수는 없다. 자연요소는 도시 공간 필요성의 증가, 토목과 건설 기술의 향상, 인간의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의 증가로 조금씩 점진적으로 손상되어 왔다. 
이러한 손상은 공격받는 자연요소의 규모에 따라 세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 작은 요소의 자연은 쉽게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취약하며, 흔적 없이 사라지고, 기억으로만 남는다. 언덕이나 계곡, 물길의 경우, 평탄하게 지형을 조성하거나 자연 자체의 특징에 무관심한 구조물이나 도로 등 도시 인프라를 건설한다. 이들 요소는 오직 이름이나 흔적으로만 남을 뿐이다. 두 번째 다소 큰 규모의 자연 요소는 손상되지만, 본연의 모습을 지킬 수 있는 내적인 힘으로 손상된 형태로나마 남는다. 산과 큰 물길, 무성한 숲, 접근하기 어려운 계곡은 파괴되지는 않지만, 그 가장자리의 연이은 건설로 인한 잠식으로 규모가 축소되는 변형을 겪게 된다. 선형 요소들도 수정, 축소 또는 인위적으로 재생된다. 이들 요소는 독자적으로 남아 있지만, 향후 보다 심한 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세 번째, 거대한 규모의 자연 요소는 전혀 손상되지 않고 변함없이 남아 있다. 손상되어도, 표면이 긁히는 정도다. 이 요소들은 주변에 길을 만들고 에워싸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거대한 요소에 대한 개입의 어려움이 오랜 시간 이 부분의 자연을 지속시키는 힘이다. 

 

<그림 6> 세 단계의 자연의 변형 © 김선아


파편화된 자연과 도시의 공존
서울은 여전히 자연적 특징 또는 자연요소와 유대를 이루고 있다. 자연의 품 안에서 건립된 서울의 도시 형성 원칙은 항상 자연요소와의 특수한 관계를 주문했고, 모든 요구는 자연과의 관계에서 답을 찾았다. 그러나 도시의 성장과 함께 자연은 소모되기 시작했다. 도시가 점차 자연의 공간을 차지하며, 자연 본연의 구조는 개조나 변경 또는 파괴되었고, 도시가 자연을 통제하게 되었다. 서울은 더 이상 도시 원형 시기의 방법으로 자연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연을 유지할지, 개조할지, 제거할지를 선택한다. 자연을 도시의 요소로 삼고 도시의 삶이 요구하는 이용 및 생산성의 원칙을 적용하여, 자연요소의 특징을 바꾸거나 자연요소와 함께 물리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인공 요소를 만들어 배치하기도 한다. 

 

<그림 7> 서울의 자연지형화 시기별 도시화 영역 © 김선아
<그림 8> 파편화된 자연 © 김선아


결국 자연은 하나의 큰 존재로서가 아니라, 작은 단위의 영역들로 파편화되어 도시 안에 소속되고, 도시 기능에 동조하고, 도시의 개발을 지원하며, 자연의 경관과 자연의 생태적 가치는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Q 1 현재, 도시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인가? 
Q 2 자연자원의 변형은 불가피한 것인가? 
Q 3 도시화로 인한 파편화된 자연은 도시와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까? 

 

<그림 9> 도시화 과정에서 잠식된 자연 © 서울사진아카이브

 

 

이미지 출처 
© 김선아
Configurazione dell’Identita’ della Citta’ di Seoul.  La possibilita’ e potenziona;ita’della fisicita’ urbana, Roma, La Sapienza, ICAR 21, 2008 
(도시 서울 정체성의 형성_ 물리적 도시성의 가능성과 잠재성에 대해, 로마 라 사피엔자 대학, 박사학위 논문, ICAR 21, 2008년 )
© 서울사진아카이브
https://archives.seoul.go.kr/contents/seoul-photo-archive 

 

 

 

글. 김선아 Kim, Seon-ah (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김선아  건축사·(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1988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및 2001년 베니스건축대학(IUAV), 2008년 로마 국립대학(La Sapienza,Valle Giulia)을 졸업했다.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이탈리아 건축사, 도시계획학 박사이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 (사)한국건축가협회 스마트 도시건축위원장, (사)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spacing-pa@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