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② 뭔가 다른 도시, 그 출발은 새로운 건축에서 시작된다 2023.6

2023. 6. 21. 17:43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Community space for restoring humanity is competitiveness ② A city about which something is different : its departure begins with the novelty of architecture

 

 

Stay Home and?


2020년 벌어진 코로나 전염병 확산은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도시를 폐쇄하고 이동을 제한했다. 영화 속 전시 행동 요령에나 볼듯한 풍경이 연이어 일어났다.
산업의 발달은 자유로운 이동을 확대했고, 여행의 일상화를 가져왔다. 발달한 모바일 정보 이용 환경은 공유경제를 태동시켰고, 주택과 사무실의 공유 공간화가 가속화되던 시점이었다. 팬데믹은 가치적이고 자원 순환적인 공유개념을 틀어버렸다. 이런 모든 흐름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초 연결 사회에서 전염병이 얼마나 빠르게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는지 증명이라도 하듯이 전 세계, 특히 발달한 산업국가들의 패닉은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들었다. 


셧다운 사회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대부분 국가에서 구호처럼 외치기 시작했다. 
집에 머물러라! Stay Home!

자, 문제는 이제부터다. 집에 머무르라는 반강제적 명령은 자유와 자율로 익숙한 21세기 세계시민들에게는 낯선 요구였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 사이의 만남을 제도적으로 억제하고 금지시켰다. 모임을 제한하고, 공간 사용을 제한했다. 디스토피아의 영화에서 익히 봐 왔던 통제 사회를 사람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로 인한 전염병은 바이러스 변이를 통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단지 이번뿐일까? 이번 팬데믹이 진정되고 난 후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까? 수많은 예측은 부정적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그때마다 집에 머물러 있어달라는 세계 각국의 호소가 지속되긴 어렵다.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그런 개별적 대응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수십 년간 산업화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있었고, 대안의 적용을 통해 가능성을 보인 것도 있었다. 그 핵심은 인간의 물리적 활동 가능한 반경을 범위로 해서 도시를 구성하는 제안과 연구들이다. 친환경, 지속가능성, 민주적 사회, 인간 중심의 공간 단위…. 그동안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인간적 이동 공간의 한계를 새삼 경험하고, 제한된 영역에서 새롭게 필요함을 느끼게 된 공간의 요소들. 분명 ‘집에 머무르기(Stay Home)’는 우리가 새로운 생각을 하게 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의 우리 도시와 공간을 어떻게 진화시키고 적응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발명의 시각이 아닌, 발견과 개선의 시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어쩌면 코로나 전염병은 초 밀집, 초 네트워크 사회에 대한 신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수치적 생산성과 효율성의 극대화 추구가 얼마나 취약한지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로 또 같이’와 같은 모순적 표현처럼 코로나 이후의 도시와 공간, 건축은 적절한 균형, 일정한 거리두기, 자생적 생존성, 인정할 만큼의 적절한 생산성과 효율성 사회로 전환해야 할지 모른다. <사진 1>

 

<사진 1> 도심과 교외 주택으로 구분된 신도시. 1990년대 초창기엔 베드타운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참 아이러니하고 모순된 면이 많다. 고밀도인 도시 상황과 새롭게 21세기에 떠오른 공유에 대한 부분, 그리고 이동 편의성이 그렇다. 우선 ‘고밀도’에 대해 언급해 보면, 명암이 확실하다. 고밀도 도시는 전염병 확산과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다. 그런 반면 또 고밀도 도시는 경제적 효율성으로 낮은 가격과 빠른 물류 배송의 근거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소유와 공유’에 대한 개념도 이중적이다. 자원의 개별 소유는 자산 계층의 독점적 권리와 혜택을 편중시킨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동 구매나 공동 이용 개념으로 자원을 대중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데, 팬데믹 상황에서는 위험한 전염 과정에 노출되는 행위다. 한동안 대세였던 ‘공유의 개념’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대중교통보다 불특정 타인과 접촉 빈도를 줄이는 자가용 이용을 자극하는 상황이다. 전염병이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발달한 기술로 시간과 이동의 제약이 느슨해졌고, 소유보다는 공유의 개념이 자리 잡던 흐름이 강제적으로 중단된 것이다. 오히려 독립하고, 분리되고, 소유해야 하는 상황이 더 안전한 것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사진 2> 팬데믹을 거치며 사람들은 그간 관심이 없었던 일상의 공간에 여유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업무시설에 마련된 작은 여유 공간들.


팬데믹, 건축 경험을 일깨우다
팬데믹으로 인간의 활동 반경이 축소되었다. 감염자는 방 안에서 머물러야 한다. 방이라고 하는 최소단위를 온전히 경험하는 순간이다. 감옥이 아닌 이상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최소단위의 공간 크기. 하루 이틀이 아닌 며칠을 머무르면서 체감하지 못했던 공간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된다. 한 시간이 아닌 며칠의 밤낮을 경험하다 보면 새삼 개인의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공간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다. 당장 화장실에 대한 요구가 생기고, 욕실에 대한 필요를 느끼게 된다. 그것뿐이랴? 방에 머물러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생각하며 감정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천만다행으로 발달한 문명 덕분에 방에서도 일을 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문화적 접촉을 할 수 있다. 발달한 OTT로 인해 영화도 볼수 있고, 배달로 음식을 전달 받을 수도 있다. 집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하게 되면서 집의 크기와 방의 크기에 대한 요구가 생겼다. 

폭등하던 집값에 대한 대응으로 시대적 흐름은 필요 기능의 작은 집과 비정기적으로 필요한 기능의 공유화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외부 위탁 창고회사에 계절 옷을 맡기고, 필요하면 찾아 입는 간이 옷장으로 집이라는 공간을 줄이던 참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집안에서의 시간 소비는 집을 기능별로 더 크게 만들도록 했다. 덕분에 사람들이 공간의 단위와 한계를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팬데믹은 이렇게 사람들이 공간의 최소단위부터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집 밖의 범위도 새삼 달리 보게 되었다. 동네와 골목길의 범위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반강제적으로 30분 도보 도시에 대한 경험이 이뤄진 셈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팬데믹이 사람들의 활동 반경을 축소시키기도 했지만, 체감하는 범위의 건축에 대한 시선을 확장시킨 것도 사실이다. 바쁜 일상과 시간에서 필요치 않았던 집안의 다양한 요소들이 눈에 들어오고, 불편함이 느껴지고, 대안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 도시들에 대한 시선도 바뀌기 시작한다.<사진 2> 참 지루하고 재미없는 도시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 신도시들이 그렇다. 잘 계획되어 깔끔해 보이지만, 의외성이 전혀 없다. 경직된 정의로 만들어진 도시와 건축은 팬데믹 같은 현상에 대처가 어렵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계획도시 공간 : 잘 계획된 도시에서 예측한 상황을 설정하고 계획했지만, 지루하기도 하고 변화에 대응하지도 못한다. 왜 그럴까? 생산성과 효율성의 조닝(Zoning) 개념으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유휴시간과 감정을 소비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며,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반영할 여지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응하는 자연발생적 공간 : 오래된 도시는 역사와 시간에 따라 수도 없는 변수들이 작용해서, 의외성이 강한 공간과 틈을 발견할 수 있다. 여백이라고 할 수도 있고, 틈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곳들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성격을 부여하며 디자인하고 표현하고 이용한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재미난 곳이 되는 것이다.


팬데믹이 우리 도시와 건축이 다루지 않았던  ‘재미와 흥미’라는 부분을 자극했다. 생각해 보자. 그동안 우리가 생산해 낸 도시는 어떤지, 도시를 구성하는 단위인 개별 필지의 건축은 어떤지를…….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신도시는 머무르기에 얼마나 좋은 공간인지, 의문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신도시는 정말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무미건조하고 드라이한 모범생의 표준같이 구성된다. 지역 특색이나, 장소적 특색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어디나 있는 공원, 어디나 있는 공공용지, 어디나 있는 넓은 광장, 기능적으로 나눠진 주거 지역과 업무지역, 상업지역…… 정말 이해되지 않는, 상가주택이라 이름 지어진 반강제 용도별 블록. 가장 최악의 건축 프로그램이다. 신도시 초창기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20년 정도 지나면 프로그램을 해제해서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건축 프로그램의 활용을 자극해야 한다. 

낡고 초라해서 기능이 열악했던, 불편한 과거에 비해 새것으로 도배된 신도시 경험은 만족 그 자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가고, 기본적인 생활수준이 확보된 21세기에는 그다지 감동적 신도시는 아니다. 다들 그렇게 느끼고는 있었지만,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방향이니 그러려니 했던 것이다. 팬데믹은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 셈이다. 시간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마땅히 이용하고 갈만한 공간이 어디냐 하는 것이다.<사진3> 

 

<사진 3>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한 상업공간들은 이미 재미난 경험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팬데믹 현상으로 새삼 깨닫게 되는 인간적 공간 범위
우리 행동을 자세히 보면 공간의 조건에 따라서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펼쳐지는 자유로운 버스킹들을 보면 사람들이 멈춰 서서 구경하고 즐긴다. 거리의 포장마차들이 보행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거리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는 행위는 위생상 어떨지 모르지만, 거리의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요인인 것이다. 이런 거리의 행위들에 우리만 주목한 것은 아니다.
덴마크의 얀 겔이 사람들의 거리 멈춤에 주목해서 제안한 것 중 하나가, 오픈 카페라 불리는 거리의 거실화다. 카페는 사교적 소비공간으로, 상업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적 기능이 있다. 이미 리처드 로저스 같은 이들도 주목했듯이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카페를 일정 시간 사교를 위한 만남의 장소로 활용한다. 이런 카페의 사회성에 주목해 얀 겔이 컨설팅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도시에 가로의 거실화를 제안했다. 오픈 카페는 가로 응접실이라는 개념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거실 가로(Living Street)인 셈이다. 

20세기 도시들 대부분이 그렇든 멜버른 역시 낮에는 북적이다 밤이 되면 비어지는 8시간짜리 도시 공간이었다. 이른바 공동화 현상으로 불리는 도심 공간의 황폐화다. 아침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번화한 도시 공간은 그 유효성이 주간뿐이다. 오로지 주거단지인 외곽 주택지는 정반대다. 업무시간엔 동네가 비어있고, 퇴근시간 이후부터 사람이 보인다. 하루 24시간에서 적어도 8~16시간 정도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단지 한두 사람의 책상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공간 자체가 비워진다. 이런 현상에 주목해서, 멜버른 시는 도심 내 공공용지인 도로의 다양한 패턴과 이용도를 분석했다. 건물 사이 버려진 공간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는 카페가 되었다. 하나 둘 늘던 오픈 카페는, 사람들에게 도심을 떠나지 않고 친구나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가 되었다. 도심에 머물 이유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을 관찰한 제인 제이콥스의 주장이 정책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사진 4> 뉴욕의 작은 여유 공간들.


얀 겔은 뉴욕에서도 이런 실험(단지 실험이 아닌 성과다)으로 브로드웨이에 거대한 보행자 광장을 만들었다. 그 결과 빽빽한 도심인 뉴욕 한복판에 사람들이 멈추고, 관찰하고,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 탄생했다. 이렇게 열린 공간들은 외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건축의 구성에 따라서 외부 공간과 호흡하는 형태가 탄생하기도 한다. 건축의 일부가 할애되기도 하고, 매개공간을 만들어 단계별 관계 공간을 설정하기도 한다.<사진 4> 이렇게 다양한 공간들이 도시 생활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언급되었고, 최근에는 도시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발론자의 시각에서도 거리의 매력도 증가는 지역 가치를 높이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임을 새삼 인식하고 있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건축사사무소 NCS lab

 

 

홍성용  건축사·건축사사무소 NCS lab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영화속 건축이야기(1999)』, 건축사가 쓴 최초의 경영서적 『스페이스마케팅(2007)』, 『하트마크(2016)』 등의 저서가 있다. 1998년 부터 다수의 건축 및 인테리어 설계작업 활동 중이다.

ncslab@ncsarchit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