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 2023.12

2023. 12. 30. 09:30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How to appreciate happiness?

 

 

 

행복과 불행은 삶에 따라 순환하는 것 … 행복의 비밀은 새옹지마와 같은 격언 속에 담겨있어

 

우리나라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른바 ‘행복추구권(幸福追求權)’이다. 행복추구권은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고통이 없는 상태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는 권리로 정의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력에 있어서 세계 10위권에 올라선지 오래다. 어느 순간부터 ‘K’자가 붙는 음악, 드라마, 영화는 물론 패션, 화장품, 음식, 관광, 무술, 산업과 심지어 방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각종 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경제력 순위 이상으로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2023년 세계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6점, 순위 57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강의 기적, 세계화의 기적, 인터넷의 기적, 이제는 문화의 기적 등 수많은 기적을 만든 나라에서 행복은, 기쁨은 왜 사라져 버렸는가?

시간의 질서를 직선적으로 이해하는 서구에서는 인류의 문화가 계속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는 행복도 계속 지속되거나 추구할수록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한 번 불행해지면 이 불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반면에 시간의 질서를 육십갑자처럼 계속 순환한다거나 아니면 사계절처럼 어떤 주기를 가지고 반복된다고 이해하는 동양에서는 그렇지 않다. 행복이 오면 다음에는 불행이 올 수도 있고, 불행이 오면 다시 행복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행복이 오더라도 다 누리려 하지 않았고, 불행이 오면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며 불행이 이렇게 작게 지나가는 것을 오히려 감사해 하기도 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는 이러한 동양적 사고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고사성어를 행복과 불행으로 판단해 보면 이럴 것이다. 기르던 말이 도망치면 불행, 그 말이 다른 말을 데리고 다시 나타나면 행복,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지면 불행, 그로 인해 전장에 징집되지 않아서 아들이 목숨을 보전하면 행복이다. 

그러나 새옹지마의 노인은 이런 행복과 불행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행복 뒤에는 불행이, 불행 뒤에는 행복이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행복한 일이 생기든, 불행한 일이 생기든 무덤덤하고 태연자약하게 삶을 살았다. 행복과 불행은 살아가는 도중에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행복한 일이 생겼다고 들뜨거나 또 불행한 일이 생겼다고 우울해하지 않고, 그저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행복과 불행이 목표가 아니라 그저 평상심을 갖고 사는 것을 삶의 본질로 삼았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이 새옹지마의 관점을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살면서 행복한 상태인 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행복하지 않은 상태를 불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불행하게 산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행복하지 않은 상태는 남과 경쟁할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할수록 더 커지고 오래 지속된다. 이러한 가치관으로는 행복을 추구할수록, 혹은 행복을 인식할수록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상태, 즉 불행이 더 도드라질 뿐이다. 새옹지마와 같은 동양적인 사고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아도,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줄여주지 않을까?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토론토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조던 피터슨 교수는 “행복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행복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행복이 오면 그 감정을 즐기되,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지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행복 대신 우리가 삶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내가 될 수 있는,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 두 번째로 인격을 수양하고 최고의 선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옹지마의 자세와 일면 통하는 이야기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훈련에 앞서 스트레칭을 할 때 기자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세요?”
“생각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검색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유명한 동영상이다.

그래, 그냥 사는 거다. 
그냥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할 때도, 불행할 때도 있다. 행복할 때는 그 순간을 맘껏 즐기면 되고, 불행이 닥쳐왔을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인내하면 그만이다. 행복에만 가치를 두고 애써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보다 그게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글. 유훈조 Yu, Hoonjo (주)재마건축사사무소

 

 

유훈조  건축사 · (주)재마건축사사무소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 건축학과 석·박사를 졸업했다. 건축문화설계연구소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정림건축 등을 거쳐 현재 (주)재마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강서제일교회 본당과 청파동교회 본당 설계 및 감리, 안면도 ‘C’ 펜션, 용인 동백지구 유타운, 광교 레고하우스, 과천 여안재, 용인 세정상가 신축 설계 및 감리, 노변동 사직단 복원·정비 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yuhl9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