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소요유가주택의 프라이버시와 공공성 2024.3

2024. 3. 31. 10:3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Housing Privacy and Publicity

 

 

 

 

최새벌 건축사가 설계한 ‘소요유가’는 양산물금지구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양산물금신도시 단독주택용지에 건축된 단독주택이다. 공공이 택지 개발한 새로운 도시에서 단독주택이 갖는 프라이버시와 공공성에 대한 방향은 아쉽게도 사회적 양상을 따르고 있으나, 그 구현에 있어서 건축적 장치와 해법은 주목할 만하다. 건축사의 이상 속 설계가 현실 세계에 소환되는 과정에서 그 의도가 다소 약화하기는 하나, 건물이라는 실재 속에서 건축사가 꿈꾼 건물의 설계 의도를 해석하고 이해해 보고자 한다.

공공,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도하는 택지개발 방식의 신도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해당 도시의 고유성과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하나 늘 성공하지 못한다. 특히 단독주택지는 지구단위계획으로 이웃과의 교류와 친환경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그 규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순진하여 건축주와 그에 복무하는 건축사들이 지구단위계획의 취지를 늘 배반해왔다. 양산물금지구의 지구단위계획 중 단독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전면도로를 정면으로 향하도록 배치하고, 담장은 설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꼭 필요하면 높이 1.2미터 이하 생울타리 또는 디자인적인 투시형의 담장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요유가는 전면도로에 출입구를 두고 있으나, 현관의 위치를 도로를 기준으로 측면으로 돌려놓았다. 거기에 가벽을 더해 외부에서의 시각적 침입을 차단하고 있다. 담장에 대한 제한으로부터 시각적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중정을 내부로 끌어들여 건물 외벽이 담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중정에서는 건물 외벽을 연장해서 담장 높이 1.2미터의 제한을 피하여 1.8미터 높이의 벽을 요령 있게 만들었다. 소요유가의 평면 형태는 대지 경계선을 외벽과 외벽을 연장한 벽으로 완전히 에워싸서 폐쇄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외벽 공유형이다. 또한,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수직으로 분리하여 1층에는 개방형 거실, 부엌, 식당과 다용도실 등 공적 공간 및 서비스 공간을 배치하고 2층에 사적 공간을 배치했다. 

즉 소요유가의 공간적 특성은 여러 신도시 단독주택지에서 볼 수 있는 폐쇄성과 배타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적 양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필지를 분양받은 건축주는 주변에 어떠한 건축물이 어떠한 형상으로 들어올지 예상할 수 없고, 집 앞의 가로가 어떠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점유되고 이용될지 예상할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 건축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폐쇄적인 공간 형식을 구성해 주변의 불확실한 환경요인을 최소화함으로써 외부공간과의 소통을 포기하고 내부의 프라이버시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다.

단독주택의 폐쇄성에 기인한 외부를 대하는 배타성을 완화하기 위해 최새벌 건축사는 외부 디자인에서 곡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벽을 분절했으며, 빛에 의한 그림자를 지혜롭게 활용했다.
첫째, 대지의 모서리부에 있는 건축물의 외벽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구성하고, 거실과 방1 사이에 있는 보이드 공간의 외벽도 높이를 낮추고 곡선을 적용했다. 둘째, 방1과 피아노실이 만나 접히는 부분에 벽돌과 밝은 라임스톤을 구분해 사용함으로써 덩어리로 인식되지 않고 두 개의 벽으로 나뉜 듯 분절했다. 셋째, 1층 현관 출입구와 2층 안방 베란다 공간은 빛의 그림자에 의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여, 비와 해가림을 할 수 있는 천장은 두되 벽을 제거하여 외부로 열린 공간 형식을 갖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이 세 가지 설계 수법은 주택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지 않고 분절된 볼륨으로 인식되도록 하며, 각 볼륨도 분할된 선으로 구성하여 덩어리 감을 더욱 상쇄하고 있다. 이로써 대지에 면한 폭 8미터의 가로에서 이 건물을 마주할 때의 부담감이 줄어들고 우호적인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외부를 향한 공공성을 포기한 대신 얻게 된 내부의 프라이버시는 중정과 실내공간을 개방적으로 연계하여 중정의 사적 활용을 극대화했고, 실내공간 간의 공간적 구분을 더욱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
첫째, 중정은 높이 1.8미터의 벽으로 외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 거실을 비롯한 1층의 공용공간들이 중정과 최대한 열린 관계를 갖게 되었다. 1층의 공용공간과 중정 사이의 문과 창들을 바닥부터 천장 끝까지 열어 채광과 조망을 최대한 확보했고, 중정과 연계한 거주자의 활동이 자유롭게 가능하도록 했다. 마당은 자연과 인공의 바닥 상태로 구분되어 거주자의 활동이 더욱 자유롭도록 지원하고 있다. 둘째, 실내공간 간의 관계 또한 개방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최새벌 건축사는 벽체의 재료 구분, 문틀과 문지방을 활용한 전통적인 실내공간 간의 공간 구분을 대신해 빛을 활용한 명암의 처리로만 실내공간 간의 공간 구분을 하고 있다. 문의 사용 없이 물리적으로 늘 개방되어 있으나, 빛의 그림자로 문틀을 대신하여 벽체의 재료를 분리하지 않고 일체화하는 것을 지향했고 문의 설계 적용을 최소화했다. 다시 말하자면, 빛에 의한 면 분할로 전통적인 문틀을 대신하여 실내공간 간의 경계를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외부와의 공공성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내밀한 내부를 갖게 된 그 자율성을 바탕으로 실내공간 간의 프라이버시를 빛의 명암 차이에 의한 구분만으로 확보하여 실내공간 간의 경계가 매우 느슨한 열린 평면을 구현하고 있다. 이것이 더욱 가능한 이유는, 실내공간들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한 4개의 실내 빛 우물(상부 천창)로부터 쏟아지는 빛이 벽면은 더욱 밝게 하고, 문틀을 대신하고 있는 개구부의 마구리면은 더욱 어둡게 그림자를 지워 벽면과의 명암 차이를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건축주의 동의를 구해 안방과 방1, 방2의 문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더욱 완벽한 개념이 적용될 수 있었겠으나, 최새벌 건축사의 다음 프로젝트를 기대해 보자. 이상과 달리 현실은 늘 부족함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빛에 의한 면 분할 수법은 계단실 상부의 빛 우물에 의해 계단의 디딤판(명)과 챌판(암) 또한 빛의 명암 차이로 재료는 같으나 그 다름을 인식하도록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으면 건축사가 무척 서운해할 것 같아 이를 추가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글. 최영준 Choi, Youngjoon 건축사사무소 아키텍톤·BA 네덜란드 건축사

 

 

최영준 네덜란드 건축사(BA)·건축사사무소 아키텍톤

 

계명대학교와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며, 2008년 김영준도시건축에서 실무 중 제6회 김중업 건축상을 수상하여 파리 LACATON & VASSAL ARCHITECTES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우지현 건축사와 함께 건축사사무소아키텍톤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아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오늘날 범람하는 디자인의 수사 속에서 보다 직접적이고 정확한 공간설계로 차별화한 건축 프로젝트 및 도시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도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건축을 매개로 미래를 향한 비전을 던지고자 한다.

ychoi@architekt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