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건축사의 위대한 승리를 기원하며 2018.07

2022. 12. 5. 09:28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Wishing the great victory of a local architect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이후로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했습니다. 그 런 만큼 항상 중앙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건축의 경 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조선시대는 오늘날만큼 건축에 있어서는 중앙중심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를 보면 벼슬을 한 양반들의 집이 전부 서울(한양)에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선조시대의 유명 한 권력자 류성룡은 안동지방에 집을 두고, 관직에 있을 때만 한 양에 있었습니다. 퇴계 이황 역시 한양에 살지 않았습니다. 역사 속에 나오는 수많은 관료들은 관직을 그만두면 자신의 고향에 서 살았고, 후손들 역시 그랬습니다. 이런 이유로 비록 우리나라 가 아주 큰 나라는 아니지만 지역적으로 조금씩 다른 건축 양식 과 형식을 남겨주었습니다.

나름대로 지방의 색채가 있던 건축적 지방성이 존재했던 겁니 다. 이런 구분이 희박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일본 식민지 시대와 해방이후 급속한 산업화 시대였습니다. 해방이후 우리 는 격동의 시간을 보내면서, 중앙중심으로 모든 것이 전환되었 습니다. 정치도, 권력도, 산업도, 그리고 건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고도 산 업화의 집적성과 맞물려 더 강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건축 또한 마찬가지여서, 서울에 새로 지어진 건물은 소문을 타고 지방에 재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때로는 무단 복제가 되기도 하고, 건축주가 복사해서 지방 여기저기에 짓기도 합니다. 아 파트는 부동산의 가치와 선망의 대상으로 등극하면서 도시 뿐 만 아니라 시골 마을 언저리에서 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건 축은 없습니다. 건물만 있을 뿐입니다. 건축에 대한 고민도 없 습니다. 건설산업의 대상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서 울이랑 똑같은 곳을 왜 가냐고.. 아마도 그래서 제주나 전라남 도 같은 서울과 다른 곳들을 여행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해외여행을 떠나죠. 건축과 여행은 상관 없을 것 같지만, 건축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여행의 선택 요소 중 가 장 큰 부분입니다.

세계적 일본인 건축사 안도 다다오, 스위스 건축사 마리오 보타, 포르투칼 건축사 알바로 시자 등 이들의 특징은 뭘까요? 이들 은 자신의 거주지 지역을 중심으로 건축적 해석을 하고, 자신들 의 작품에 표현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리차드 앤 바우어 건축사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특징을 건축적으로 표현해서 수 많은 상과 공공 도서관 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을 보면 각각의 장소마다 명 확하고 선명한 지방성을 드러냅니다.

저희 건축사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국의 각 지방들을 중심으로 매호 특집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건축 매체들은 서울 중심의 몇몇 그룹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지방에서 활동하는 건축사들의 작품이 소개되 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들이 전국적 지명도가 있고, 상업적 인지 도가 있지 않지만 저희 건축사지는 이런 숨은 건축사들을 발굴 해야 하는 의무와 사명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매번 작품수가 부 족해서, 어렵게 섭외하고 찾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 대학도 많고, 규모도 커서 가장 많은 건 축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전국에 수 많은 건축을 진행하는 경 우도 많습니다. 그 작품들을 보면서 아쉽다는 점은 좋긴 하지만 특정 지방의 특성에 대한 고민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입니다. 마이클 그레이브스라는 미국 건축사가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라 는 마을에 설계한 도서관은 그 지역의 수도원을 모티브로 해서 당시 AIA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자신의 디자인 언어와 지방 적 특성을 녹여낸 수작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고민의 산출물 인 건축작품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우수한 지방 건축사들의 탄 생을 기원해 봅니다.

 

 

 

.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