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가을에 다시 본질을 생각한다 2018.9

2022. 12. 7. 09:24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Architect! Think again about the essence at autumn

 

동서양은 건축의 과정과 결과가 매우 다르다. 대륙의 양 끝 에 있는 문화와 민족만큼 건축이라는 큰 틀이 있지만 내용은 차이가 크다. 문명의 시작과 동시에 진행된 양단의 건축은 신의 영역에서 창조자로서 역할을 한 것이 서구였다면, 조화 와 집단지성처럼 구축되고 시스템으로 구현된 동아시아의 건축이었다. 하지만 두 문명의 건축이 가지는 공통점은 창조 자가 드러나든 아니든 표현되어지는 결과물이 가지는 미학 적 가치와 문화적 속성이다.

새삼 이 지면을 통해서 이런 건축의 원점을 보는 이유는 끝 없이 흔드는 건축의 부차적 요인들로부터 굳건히 건축의 가 치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우리나 라의 건축은 수많은 부차적 요인들이 중심처럼 부각되었다. 부동산 대상으로 거칠게 다뤄지는 건축은 즉각적인 수익성 이야기뿐이다. 환경의 문제가 부각되자, 온통 친환경으로 건 축을 이야기 한다. 지진이 나고 일부 건축의 부실함이 드러 나자, 건축은 안전이 지고지순의 최고 가치인 듯 이야기한 다. 어느 것이 틀리고 맞다는 것으로 논쟁을 시작하려는 것 이 아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오늘날 건축에 담겨야 하고, 모든 것이 맞 다. 부동산도 중요하고, 친환경도 중요하고, 안전도 중요하 다. 대학에서 첫 수업 시간에 건축의 3가지 핵심 요소로 무 엇을 이야기 하는가? 기능, 미, 구조 아니던가? 그런데 이 요 소들이 전부 제각각 잘났다고 혼자만 튀어나오면, 그건 좋은 건축인가? 기능으로만 이야기 하면 창고 만한 것이 어디 있 으며, 구조만 이야기 하면 송전탑 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건축은 이런 모든 요소들을 아울러서 하나로 형성되는 집합 체다. 개별 요소가 아니다.

건축은 코끼리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한다는 말이 있다. 건축은 수많은 요소들로 구성된 전체다. 그런 전체의 부분은 균형을 갖춰야 한다. 균형에 대한 판단은 미학에서 출발하고, 미학은 시대마다 다른 기준과 가치관으로 판단된 다. 건축은 이런 가치관속에서 완성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 서 구조가 다루어지고, 환경이 다루어지고, 부동산이 다루어 진다. 그리고 각각의 요소는 1000%가 아니라 ‘적정함’에 기 초를 두어야 한다. 그 적정함은 ‘현재 가능한’이라는 바탕에 서 시작한다. 가능하지 않은 모험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이 런 ‘현실성’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해서 한 시대의 건축이 완성되고 그렇게 완성된 건축 은 후손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고, 유산으로 남겨진다. 우 리를 포함해서 수많은 역사를 가진 문명들이 역사를 가지고 위대한 유산으로 물려받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시장 경쟁 체제는 건축사들의 위 상조차 위협받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힘 겨운 전문가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 몸의 각 지체들이 서로 자기만 살겠다고 솟아오르면 어떻게 몸이 온전한 기능 을 하겠는가? 인간이 걸리는 수많은 병들은 이런 각 지체들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과할 때 탈이나지 않는가? 건축은 전체의 결과물로 각각의 요인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성과가 난다. 이런 사막의 힘겨움이 가속화 되는 시절, 건축사들이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보면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해주 고 싶다.

지난 호에서도 그렇지만, 2018년 9월호의 작품들은 특히 이 런 시절을 이겨내듯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건축사들의 결과들이다. 건축사의 본질은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고, 온 역량을 이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는데 쏟아야 한다. 우 리가 깨진 균형 때문에 부분들을 추스리면서도 건축의 본질 을 잊지 말고 가야 하는 이유를 이번 호에서 찾을 수 있다. 건축사여 힘을 내시라!

 

 

 

 

 

 

 

글. 홍성용 •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