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31. 09:15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Is reading a superpower?
미국의 아동 도서 주간(Children’s Book Week)은 1919년 시작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국적인 어린이 독서 장려 캠페인이다. 매년 5월과 11월에 개최되어, 학교, 도서관, 서점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또 해마다 새로운 슬로건과 유명 작가의 일러스트로 꾸민 포스터를 선보이는데, 2021년의 슬로건은 ‘독서는 초능력(Reading is a Superpower)’이었다. 영화 속의 슈퍼맨처럼 강한 힘을 가지게 해주는, 책 읽기의 혜택을 전달하기 위한 슬로건이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물건을 드는 힘이나 싸움을 하는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서가 인간의 지적·정서적 역량을 높여주는 초능력이라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독서는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낮추고, 청소년기의 뇌 용적을 증가시키고, 학업 성적과 창의성을 높여준다고 한다. 예일 대학의 한 연구는 규칙적으로 책을 읽으면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 평균 2년 더 오래 산다고 밝혔다. 독서는 또 진정 효과가 있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단다. 이 정도면 책 읽기를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그러나 독서라는 만병통치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4월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43%로, 10명 중 6명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종합독서율이란 지난 1년간 종이책, 전자책, 소리책(오디오북) 형태의 일반도서를 한 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교과서와 학습참고서, 수험서나 잡지, 만화는 일반도서에서 제외된다. 10년간 종합독서율의 추이를 보면 2013년 72.2%에서 2015년 67.4%, 2019년 55.7%, 2023년 43%까지 매번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2023년 연간 종합독서량 즉, 지난 1년간 읽거나 들은 일반도서 권수도 3.9권으로 지난 조사 때인 2021년보다 0.6권 줄었다. 설문 대상자들이 대답한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였다. 다음은 ‘스마트폰/텔레비전/영화/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였고, 세 번째 이유는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였다. 이쯤 되면 독서하는 일 자체가 초능력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지독한 ‘독서 가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독서 라이프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며, 톱스타 김태리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를 선보였다. 광고는 모델이 일상 속 다양한 공간에서 페어링 기능을 활용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으로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책은 종이책에만 머물지 않고 전자책, 오디오북에 더해, 인공지능이 음성합성기능으로 읽어주는 AI TTS(Text to Speech)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기기와 환경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독서 경험을 누리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은 계속 늘지만
시간은 계속 없을 거야.
사람은 안 변해.
그래서 독서가 변했지.
종이책 읽던 곳부터
전자책으로 이어 읽고
AI로 이어 듣고.
종이책이 좋은 나도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는 호기롭게 외쳤다. 사람이 변하지 않아서 독서가 변했다고. 과연 그럴까?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람이 변했기 때문에 독서가 변한 것이다.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독서는 변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청소년 시절에는 읽을거리가 늘 부족했다. 보고 싶은 책을 살 만큼 용돈도 충분하지 않았다. 지금은 책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책보다 가까이 있는 휴대전화 속에 있는 다양한 OTT와 SNS 채널은 책으로 향하는 눈길을 방해한다. 내 부모님은 내게 그림책을 읽어준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나는 책을 좋아하고, 내 아이들은 목이 아프도록 동화책을 읽어줬건만 책 보기를 돌 같이 한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했다. 빠르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독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나의 독서는,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책을 읽는 초능력(?)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수상한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원래 한 명의 독자이다. 내게는 평생의 열정인 독서가 마법의 양탄자여서 내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게 해준다. 나는 매일 글을 쓰지는 않지만 매일 책을 읽는다. 어떤 것도 내게 독서를 포기하게 만들지 못한다.” 또, 노벨상에 빛나는 한강 작가는 “저는 쓰는 사람이기 전에 읽는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고단한 날에도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라고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존경하는 두 작가의 말에서 읽기를 멈추지 말아야 할 답을 찾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16Fp0Xhe3R8
밀리의 서재_페어링 편_TV_2024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CsdvytQ26Vg
밀리의 서재_독서기록 편_TV_2024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2019)』 시리즈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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