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혼진리퍼블릭 사옥, 일하기 좋은 업무환경 조성에 초점…“본연의 모습 담은 건축물로 지역 건축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것” 건축사 조한묵 2025.3

2025. 3. 31. 10:25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KOHONJIN Office, focusing on creating a good work environment… “It will contribute to the development of local architectural culture as a building that contains its original appearance”

 

 

 

대전 신도심 원신흥동에 위치한 ‘고혼진리퍼블릭 사옥’은 부정형 대지 위에 자리한 건축물이다. 이를 설계한 조한묵 건축사(건축사사무소 YEHA, 대전광역시건축사회)는 업무시설인 만큼 근무 환경을 고려해 채광을 중시하고, 조경으로 꾸며진 옥상 휴게 공간과 더불어 1∼3층에서 각각 접근할 수 있는 타원형 중정을 계획했다. 배롱나무 그늘과 수공간이 조성된 중정은 이용자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제공한다. 지난 2월 10일, 조한묵 건축사를 만나 설계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초등학생 시절 대전에 온 후 뿌리내려
   설계한 건축물을 접한 건축주의 의뢰
  
박정연_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한묵_ 저는 한남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에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뒤 바로 사무소를 열어 20여 년째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향은 충남 금산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전에서 지내며 자연스럽게 이곳이 제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한남대에서 설계 강의를 하며 지역 건축문화의 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은 대전광역시건축사협회 회장으로서 또 다른 방식으로 건축계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박정연_ 사무소명(건축사사무소 YEHA)은 어떻게 작명하게 되셨나요?

조한묵_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예하’라는 발음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어요. 이후 ‘Your Earth Human & Architecture’라는 의미를 더했죠. 발음을 먼저 고려하다 보니 다소 어색할 수도 있지만, ‘땅과 사람과 건축을 조화롭게 디자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박정연_ 고혼진리퍼블릭 사옥을 작업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한묵_ 주식회사 고혼진리퍼블릭 대표가 이전에 설계했던 (주)두드림 사옥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면서 일이 연결됐습니다. 두드림 역시 제품을 개발하고 온라인으로 판매·마케팅하는 회사로, 고혼진리퍼블릭과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었죠. 건축물을 잘 남겨두면 그것을 계기로 일이 이어질 거라는 생각으로 작업해 왔는데, 기쁘게 생각합니다.

 

 


# 구성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초점
   빛의 방향 고려하고, 조경으로 꾸며진 옥상 휴게 공간,
   나무그늘과 수(水)공간 갖춘 타원형 중정 설계

박정연_ 작업하시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조한묵_ 감사한 점은, 건축주께서 제가 이전에 작업한 건물을 보고 일을 주신 만큼 설계안에 대해 특별히 간섭을 하지 않으셨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인 형태나 디자인보다는 직원들을 위한 조경 공간과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말씀만 하셨죠.
대지는 직사각형이지만 살짝 휘어져 있어 설계하기 까다로운 대지였습니다. 남쪽에는 두 개의 이웃건물이 있어 대지의 반 정도에 그늘이 드리우는 상황이었는데, 업무시설이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근무 환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남향을 확보하면서도 강한 서향을 차단하기 위해 주 업무시설매스는 북쪽도로에 면하여 자리 잡도록 계획했습니다. 여기에 중심 코어로 연결된 동쪽도로에 면한 매스는 높이를 줄여 아파트 단지에서의 조망을 확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전화 상담을 통한 판매가 주 업무입니다. 이에 따라 10명 단위로 한 팀이 반복되는 구성이라는 점을 고려해 실내 공간을 계획했습니다.
또한, 업무의 특성상 스트레스가 있는 환경이기에 이를 완화할 수 있도록 2, 3층 옥상에 조경이 있는 휴게 공간을 설계했고, 배롱나무 그늘과 수공간이 있는 중정에 면한 1층의 구내식당까지 걸어 내려갈 수 있게 동선을 구성했습니다. 처음부터 건축주에게 수공간을 제안할 만큼 조경 공간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는데, 최종적으로도 잘 유지되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연_ 특별히 마음에 드시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조한묵_ 타원형 중정은 휴게 공간이면서 동시에 건물의 상층부와 하층부를 시각적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공이 쉽지 않았지만,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고, 원형과는 또 다른 공간감을 선사합니다.
중정은 건물 곳곳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3층, 2층, 1층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특히, 중정 내 폭포는 건축주의 요청 사항 중 하나였는데, 적절한 방식을 고민하던 중 뉴욕 팔레이 파크(Paley Park)에 설치된 폭포에 감명을 받아 이를 벤치마킹했습니다.
중정에 심은 나무는 키가 크고 줄기가 곧게 뻗으며 위쪽에 잎이 적당히 형성되는 나무를 찾다가 최종적으로 배롱나무를 선택했습니다. 

 



# 기능은 물론 형태적 모습까지 고려한 설계
   재료 선정, 조경 설계까지 신경 써
 “비례 속 형태적 감각 찾아내는 데 재미 느껴”

박정연_ 층마다 작은 발코니가 자리하는 등 사옥의 특성이 잘 반영된 건축물로 보입니다. 다른 세부적인 부분도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한묵_ 발코니는 기능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형태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적소에 배치하려 노력했는데, 서쪽에는 수직 루버를 설치한 발코니를 두어 빛을 조절하고 동시에 입체감을 더하도록 했습니다. 5층 데크에 설치된 커다란 수평 루버는 내후성 강판 느낌이 나는 알루미늄 시트를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럽습니다. 외벽 재료는 처음에는 박판 세라믹 타일을 계획했지만, 공사비와 시공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브랏자’라는 석재로 변경했습니다. 일반 화강석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옅은 회색을 띠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석재입니다. 건축물의 재료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기존에 사용해 보지 못한 재료들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정연_ 세부적인 부분까지 건축사님의 손길이 닿아있네요.

조한묵_ 재료 선정부터 조경까지 모든 부분에 직접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옥상에 배치할 식재를 결정하기 위해 인근 백화점 옥상 정원의 나무들을 조사하고, 공부했습니다.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수공간(水空間)은 대부분 직접 설계하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조경까지 맡겨주셔서 조경 설계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수종 선정은 조경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적절한 종을 추천받아 최종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박정연_ 개인적으로는 건축사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르 코르뷔지에부터 앙리 시리아니로 이어지는 이론적 흐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세련된 구성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한 표현이 코르뷔지에만의 독창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론적 정리와 학문적 접근 측면에서 의미가 크기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 같습니다.

 

조한묵_ 실제로 저는 르 코르뷔지에의 라 로슈 주택의 공간 구성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지도교수님도 평생 르 코르뷔지에를 연구하신 분이라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유학을 다녀온 경험은 없지만, 르 코르뷔지에 대해 공부해 왔기 때문에 제 작업에서도 그 흔적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기둥을 안쪽으로 들여 평면과 입면(벽면)의 자유로운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코르뷔지에의 건축 언어 중 하나인데, 저는 특히 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시설을 설계할 때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벽면이 구조에서 자유롭다 보니 상황에 맞게 벽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정연_ 노출 콘크리트가 건축의 본질을 보여주는 솔직한 재료라고도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기둥이 벽에서 분리되는 것이 건축과 구조에서 솔직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매스에서 윗면을 연장시키거나 한 점, 그냥 덩어리가 아닌 벽도 창과 발코니 등 각각의 요소가 살아나는 방식 등도 좋아보였습니다.

조한묵_ 기둥이 벽체나 가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 단순한 구조 요소를 넘어 공간감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스터디를 할 때 스케치업을 활용해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길이를 조절해 보거나 형태를 수정하며 적절한 비례를 찾아갑니다.
건축물의 모든 요소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듯이, 감각적으로 전체적인 관계 속에서 형태적인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도 늘 흥미롭습니다.

 

<고혼진리퍼블릭 사옥>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조한묵 건축사.


# 법령 해석 차이로 인한 용적률 문제로 재설계
   휴게 공간 확대로 건축주도 더 만족하는 결과 얻어

박정연_ 설계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조한묵_ 허가과정에서 지구단위지침의 적용에 관한 견해 차이로 인해 설계를 변경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결국 용적률의 절반 정도만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건축주께서도 이 상황을 납득해 주셨고, 설계를 다시 진행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연면적이 줄어든 대신, 구성원들이 쉴 수 있는 외부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고, 건축주도 만족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하 주차공간이 삭제되면서 충분한 주차 대수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좋은 결과물 남겨 지역 건축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파
   대전에서 계속 좋은 건축 할 것

박정연_ 건축사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조한묵_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제 목표는 한결같이 좋은 건축물을 남겨 대전 지역의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제도 개선을 통해 건축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건축 본연의 가치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함께해야 진정한 발전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시건축사회장으로서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회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시행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건축사의 의도대로 설계된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이제는 SNS의 발달로 인해 어느 지역에서든 좋은 결과물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습니다. 마치 검색을 통해 전국의 맛집을 찾듯, 건축사를 찾아 나서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는 시공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실력을 쌓아간다면, 어느 곳에서든 좋은 건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믿습니다.

 

 

인터뷰 조한묵 건축사 Cho, Hanmook 건축사사무소 YEHA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