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시간을 달리는 남자’에게 배달시키고 싶은 것 2018.08

2022. 12. 6. 09:08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During this summer, I want to deliver it to 'the man who runs the time'

 

집을 나서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창 밖의 쨍한 하늘과 쏟아지는 햇살은 111년 기상청 관 측이래 최고로 뜨거운 날씨를 예고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자 찜질방에 들어 선 듯한 열기가 훅 끼친다. 양산을 받쳐들고 걸었다. 보도블록에 전기장판을 깔아놓은 뒤 온도 를 최고로 올려놓은 것 같다. 혹시 상상력이 더위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잠깐 지금이 한겨울이라고 생각해 봤다. 옷깃을 아무리 여며도 파고드는 한기를 막을 수 없어 잔뜩 웅크리 고 걷는 나. 마른 잎 한 장 달려있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들. 얼어붙은 빙판길에 행여 미끄러 질까 조심스러운 발걸음. 찌푸린 하늘에서 팔랑팔랑 떨어지는 눈송이… 그렇게 추운 겨울 날 도로가 오늘처럼 따뜻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내 빈약한 상상은 단 1분의 시원함도 가 져오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커다란 택배 트럭 두 대가 지나쳐 간다. 차에서 핫팩을 껴안은 것 같은 뜨거운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트럭은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가서 멈추고 택배기사가 택배를 내린다. 내가 어제 주 문한 물건을 싣고 왔을지도 모르겠다. 양산을 쓰고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데 택배기사분들은 얼마나 더울까? 택배기사도 야외의 주차관리요원이나 불 옆에서 일하는 요리사, 소방관이나 산악구조대원 못지 않은 한여름의 극한 직업이 틀림없다.

지난 6월 전파를 탄 G마켓의 영상캠페인을 한 번 보자. 영상은 하루 13시간 이상을 일하는 택 배기사를 따라가며 그의 일상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배달할 짐을 들고 이어폰으로 통화를 하 며 뛰는 남자.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너고, 온 몸을 가리는 큰 집을 세 개씩 쌓아서 들고 가는 남 자.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니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고 계단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에 2리터 들이 생수병 12개를 등에 지고 계단을 오르는 남자. 트럭 안에서 김밥을 먹으려다가 걸려오는 전화 에 도로 내려놓는 남자. 매일같이 우리 동네에 찾아오는 택배기사가 영상 속에 있다.

G마켓_온라인 광고_스마일 도시락 캠페인_2018_스토리보드①

Na)        시간을 달리는 남자

             택배기사님은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 일합니다.

             매일 300개의 택배를 전달하기 위해

             98km를 이동하고 200통의 전화를 받으며

             고객들을 만나죠.

             늘 시간에 쫓겨 하루 두 끼를

             단 15분만에 해결해야 하는 택배기사님.

             그래도 힘을 낼 수 있는 건

             따뜻한 고객의 한 마디 덕분입니다.

             이제 고객의 응원을 G마켓이 응원합니다.

             택배기사님 스마일 도시락 드세요.

             G마켓에 응원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응원메시지는

             택배기사님의

             든든한 도시락이 됩니다.

             택배기사님 고맙습니다.

 

(G마켓_온라인 광고_스마일 도시락 캠페인_2018_카피)

 

택배기사의 분주하고 힘겨운 노동 뒤에 이어지는 영상은 택배를 받는 고객들이 보낸 감사의 메시지이다.

 

 

             더운데 고생 많으세요.

             늘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기사님.’

             ‘기사님, 저희 동네 오래오래 맡아 주세요.’

             ‘바쁘시더라도 식사는 거르지 마시길…’

 

 

 

이런 메시지들은 실제 택배를 받은 고객이 작성해서 온라인으로 보낸 것들이다. 무인 택배함 에도 택배기사의 끼니를 걱정하고 감사를 전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메시지를 보고 고객이 보낸 쿠폰으로 도시락을 찾아 먹는 택배기사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약 1분40초 길 이로 제작된 이 영상은 G마켓이 최근 진행한 ‘스마일 도시락’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인터넷 광고다. 대행사인 제일기획의 소개에 따르면 ‘스마일 도시락' 캠페인은 고객들이 특정 택배기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온라인으로 작성해서 전송하는 고객 참여형 캠페인이다. G마 켓은 고객이 보낸 메시지에 편의점 도시락 모바일 상품권을 더해 택배기사에게 선물한다. 이 영상은 유튜브 공개 1달만에 조회수 1,100만건을 넘기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G마켓_온라인 광고_스마일 도시락 캠페인_2018_스토리보드②

 

 

G마켓은 2014년과 2015년에도 택배기사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그 내 용을 광고 영상으로 만들어 홍보에 활용했다. 2014년에 진행된 ‘택배기사님, 택배왔어요.’이벤 트는 추석 직전에 진행되었다. G마켓은 택배기사들에게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해 전국의 몇 지 역을 뽑아 택배를 발송했다. 그리고 그 택배가 도착하는 곳에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택배 기사가 차에서 내려 배달하러 간 사이에, 택배트럭에 커다란 초록색 리본을 달아 두었다. 차량 으로 돌아온 택배기사는 리본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데, 숨어 있던 이벤트 진행요원들이 깜 짝 등장해 코믹한 응원 댄스를 선보이고 선물을 전달했다. 택배기사들은 갑작스러운 이벤트 에 쑥스러워 하기도 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보면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따스한 풍경이다.

 

 

Na)       오늘도 쉴 틈 없이 계단을 뛰어오르고 복잡한 골목을 누빕니다.

             하루 평균 200개가 넘는 상자들, 그 상자에 담긴 마음을 전해주시느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택배기사님들의 마음은 바쁘기만 합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평소보다 불어난 배송물량 때문에 바쁘게 달리시는 그 분들께

             G마켓이 감사의 마음을 미리 전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짜고 회의를 하고 미리 선물도 준비하고

             우리가 준비한 장소로 기사님들을 모시기 위한 택배도 미리 보냈습니다.

             드디어 추석 3주 전 택배기사님, 택배 왔어요!

             고맙다는 한 분 한 분의 이야기, 사실 우리가 드리고 싶었던 말입니다.

             택배기사님, 언제나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G마켓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자막)     전국 4만 5천명의 택배기사님이

             일년 동안 15억개의 택배를 전해주십니다.

             우리의 따뜻한 한마디로 택배기사님들께

             힘을 드리는 건 어떨까요?

 

(G마켓_온라인 광고_택배기사님, 택배왔어요_2014_카피)

 

이 영상을 보기 전에는 택배를 가져다 주는 분들이 택배를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생 각해 본 적이 없다. 명절이면 하루에도 수 백 개가 넘는 선물 상자를 나르는 분들이야말로 선 물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광고 카피를 자세히 보면 2014년에 하루 200개 이던 배송 물량이 4년 사이에 300개로 늘었다. 그러니 택배기사의 노동 시간도 따라서 늘어났 을 것이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도착하고, 밤 11시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는 편 리한 택배서비스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잘못은 아닐까 자문하게 된다.

내가 주문한 택배를 무인택배함에 두고 간다는 문자가 왔다. 택배기사의 휴대폰으로 보낸 문 자이다. ‘고맙습니다.’라고 답을 보냈다. 시원한 얼음물이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대개는 무인함 으로 택배를 받게 되니 마음뿐이다. 고마운 진심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을까?

조금 전보다 온도가 한 칸 더 올라간 전기장판 길을 걸으며 다시 실현 불가능한 상상의 날개 를 편다. 지금의 열기를 상자에 담아 내년 소한에 맞추어 택배로 보내는 거다. 한파경보가 발 령되고 체감온도가 영하 17도인 어느 날 더위가 가득 들어있는 그 택배 상자를 풀어 그 온기로 겨울을 따뜻하게 덥히는 거다. 그리고 내년 한파가 오면 잊지 말고 얼음장 같은 추위를 택배상 자에 담아 폭염의 8월로 보내야지. 내년 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식힐 수 있도록! 고객을 위해 하루 13시간이나 일하는 대한민국의 택배기사님들이라면 무엇이든 빠르고 안전하게 잘 배달 해 줄 것이 틀림없으니 말이다.

택배기사님들도 택배를 받는 우리도 모두 재난 수준의 무더위를 잘 견디고 건강하게 가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름이 지나가고 있고, 어디선가 찬바람이 틀림없이 다 가오고 있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dm0PYgb11wo

(G마켓_온라인 광고_스마일 도시락 캠페인_2018_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iAHLan3Ptyc

(G마켓_온라인 광고_택배기사님, 택배왔어요_2014_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