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간에 ‘숙성’될 건축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정웅식 건축사 2025.4

2025. 4. 30. 10:45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We are trying to create architecture that will ‘mature’ in nature over time”

 

 

정웅식 건축사·온 건축사사무소, 울산광역시건축사회 © 온 건축사사무소

논스페이스·왕방요 등 땅의 장소적 기억 담은 건축 실험, 국내외 호평 도발적 실험이 만들어낸 새로운 가능성 자연과 시간에 대한 존중, 작품에 담아

 

 

농어촌 및 지방 소멸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적 공간인 ‘논스페이스’가 2024년 아카시아 건축상을 수상했다. 논스페이스는 논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이천 호법면에 위치한 지역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상업 공간이다. 다양한 겹의 공간을 조직하고 볏짚 노출 콘크리트로 구축된 논스페이스는 논을 경작하는 질서 체계인 가로와 세로의 질서를 건축적 언어로 해석한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자율적인 건축을 실험하는 정웅식 건축사(온 건축사사무소, 울산광역시건축사회)를 통해 그의 건축관에 대해 들어봤다. 


Q. 최근 ‘논스페이스’로 아카시아 건축상을 받았습니다. 논스페이스는 아카시아 건축상 외에도 국내외에서 수상한 작품입니다. 수상 소감 및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논스페이스’라는 작품에 많이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작품임에도 먼저 어워드 출품을 권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논스페이스는 경기도 이천 호법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벼를 가장 먼저 심고, 수확하는 지역에서 준공된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상업공간입니다. 동시에 농어촌 및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안한 실험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논으로 둘러싸인 땅을, 그리고 과거 논으로 사용되던 땅의 장소적 기억을 회복하기 위한 콘셉트로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논을 경작하는 질서 체계인 가로와 세로 질서를 건축적 언어로 해석한 뒤 다양한 겹의 공간을 조직하고 볏짚 노출 콘크리트로 구축한 작품입니다. 

 

 

다양한 겹의 공간을 조직하고 볏짚 노출 콘크리트로 구축된 ‘논스페이스’는 논을 경작하는 질서 체계인 가로와 세로의 질서를 건축적 언어로 해석한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 작품은 아카시아 건축상 외에도 IF 디자인어워드, 그리스 IAA, 스위스 2023 BUILT 디자인어워드, 독일 Iconic 어워드 등에서 수상했다. © 윤준환
새로운 관점의 도발적인 실험성 등이 담긴 ‘왕방요’는 2024 IAA, 아키타이저(Architizer), 디자인에튜케이트어워드(Design Educates Awards) 등에서 수상했다. © 윤준환


Q. ‘논스페이스’ 외에도 ‘왕방요’ 등을 살펴보면 작품의 기하학성이 도드라집니다. 자율적인 건축을 실험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데요. 온 건축사사무소에서 지향하는 건축적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새로운 관점의 건축적 실험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실험이 자연과 관계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사회 현상들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스페이스’와 ‘왕방요’는 아주 작지만 변혁적인 실험이 있었던 저예산 프로젝트입니다. 
왕방요는 맥이 끊어진 우리의 유약과 흙을 연구해 우리 도맥을 발전시킨 도예가 신용균(고 신정희 선생의 차남)의 작업 공간에 전시 및 티하우스를 만들고자 한 프로젝트입니다. 왕방요가 위치한 왕방마을 삼동은 조선시대 중앙관청에 도자기를 납품하던 자기소가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곳에 일반적인 실내 전시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자연에 도자기를 전시하는 방법을 제안하여 무한히 확장된 내면의 세계를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논스페이스, 왕방요 안에 담긴 도발적인 부분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가치관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하는 생각의 시작점을 중요하게 여기며 건축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Q. 지역과 자연환경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에 시간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를 일컬어 ‘숙성 건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건축에 관한 건축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뛰어놀았고 오래되고 낡은 세월의 흔적을 담은 물건들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게다가 건축을 하면 할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연의 위대함 앞에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 강하게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변한다는 사실도요. 그래서 저는 자연과 시간 역시 인간이 존중해야 하는 절대적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숙성’이라는 단어는 외부 개입 없이 자연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며 인간에게 이로운 것들로 충만해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건축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건축을 ‘숙성 건축’으로 정의했고, 이는 저의 건축적 지향점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건축사로서 좋은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 것이 전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작업은 소규모 주택과 상업시설 등이었지만, 조금 더 다양한 규모와 유형으로 확장하고, 가치 있는 공공건축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아시아 건축사들과 교류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사고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아시아 각국에서 각국 건축사들이 정립한 사회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과정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인터뷰 정웅식 건축사 Jung, Woongsik (주)온건축사사무소

글 조아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