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30. 16:40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We reinterpret cultural heritage from a current perspective and contain unique values”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IAA 건축상 도서관 부문 본상
‘구축과 표상’ 개념적 문제 내재한 공간 ‘서별관’
전통성에 관한 질문 던지며 새로운 역사성 부여
“더 많은 공공건축물,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과 낼 수 있는 환경 되길”
신라천년서고는 업무 시설과 수장고 등으로 쓰이던 서별관을 전면 개보수해 완성됐다. 이전까지 서별관은 국립경주박물관 내에 방치된 공간이었다. 버려진 이 공간에서 김 건축사는 구축과 표상의 관계성을 발견하고, 현시점에서 바라본 전통성의 표상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해 나갔다.
김수경 건축사(텍토닉스랩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서별관에서 신라천년서고로 변화한 공간을 어떻게 접근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로 IAA 건축상 도서관 부문 본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 및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제건축상 수상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립경주박물관 측도 이를 명예로운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공공건축물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신라천년서고는 박물관이 소장 중인 아카이브 도서와 전시 도록 등을 공유하고, 이용객의 휴게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성된 도서관입니다. 수장고로 쓰이던 폐쇄적인 건물인 서별관을 전면 개보수해 완성한 공간입니다.
이 작품은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의 예산과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구조로 구현하려 했던 전통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받았습니다. 건물 내부에서 과거 형태의 단순한 모방에 그쳤던 전통성의 표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역사성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비워진 채 방치된 공간이었던 서별관이 도서관으로 쓰임이 달라졌습니다. 공간 설계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무엇입니까.
서별관은 1979년 업무 시설로 지어진 이후, 2008년 수장고로 개보수됐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수장고로 계획된 건물이 아니었기에 유물을 보관하는 기능에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2019년 박물관 남측에 영남권 수장고인 신라천년보고가 지어졌습니다.
수장고로서의 기능을 잃은 서별관은 직원 식당이 위치한 북측 1칸을 제외하고 비워진 채 방치됐습니다. 더욱이 그동안 효율적인 공간 사용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다 보니, 건물 형식을 알아보기 어려운 내부 공간 구성과 가벼운 텍스 마감의 평천장 등 아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건물이 지닌 공간의 가능성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습니다. 효율과 기능이 우선시되는 수장고에서 도서관으로 기능이 바뀌는 만큼 말입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건물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낡고 거친 구조를 그대로 노출하면서도, 새로운 역사성을 부여한 점입니다. 또한 다소 좁은 공간감과 비대칭적인 모순 등의 한계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기존 서별관은 정면 5칸 중 북측 1칸을 제외한 4칸과 측면 3칸, 총 12칸만 도서관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좁은 공간감이 문제였습니다. 대칭과 균형을 중시하는 건축 형식과 달리, 비대칭적인 구조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벽면 상부에 거울을 설치해 비대칭적인 공간의 형상을 반사함으로써,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Q. 신라역사관(이희태, 1975), 월지관(김수근, 1982) 등의 작품이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부지를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그 해석이 신라천년서고에 어떤 방식으로 이어졌는지도 궁금합니다.
국립경주박물관 주변에는 경주 월성을 비롯한 여러 문화재 사적이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 부지도 맥락상 한옥 형태를 따라야 하는 문화자원 보존지구에 속해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설립 이후 줄곧 전통성과 한국성의 표상을 실험하는 장이었습니다.
서별관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외관만큼은 전통 한옥 형태를 표현하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시관으로 지어진 신라역사관, 월지관과 비교하면 다소 어색한 디테일과 조악한 시공 품질 등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은 건물입니다.
신라천년서고는 전통성에 대한 표현을 실내로 적극적으로 가져왔습니다. 예산의 한계로 외관에서는 기둥-보를 표현한 표면만 정리했으며, 대신 미완으로 남은 전통성의 표현을 새롭게 드러난 천장에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Q. “서별관에는 1970년대 한국 건축계의 전통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전통성과 정체성 사이에서 고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별관은 한옥의 목구조 형태를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구현한 후, 기둥과 기둥 사이에 조적벽을 쌓고 시멘트 미장을 더해 신라의 전통성을 재현했습니다. 이는 건축에서 구축과 표상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개념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통 목구조의 겉모습만을 차용해 콘크리트로 구현한 것으로, 이는 현시점에서 전통성의 표상에 대한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전통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전통성을 과거 지향적으로만 정의한다면, 전통적 건축은 고유의 정체성을 잃고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표상하는 동어반복의 건축이 됩니다. 반면, 현재성을 바탕으로 과거 문화유산을 재해석하고, 연속적인 역사성의 개념으로 미래와 관계를 맺을 때 지속 가능한 고유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신라천년서고에 이어, 최근 작업한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전용 전시실 ‘왕의 서고’까지 전통 건축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전통 건축의 가치를 깊이 고민하며, 이를 현재라는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고 싶습니다.
인터뷰 김수경 건축사 Kim, Sukyung 텍토닉스랩 건축사사무소
글·사진 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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