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연을 향하는 주택, 자연은 곧 집안의 공용공간이 되다 박민성 건축사 2025.9

2025. 9. 30. 15:06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 house communing with nature, where nature becomes the common space of the home

 

 

지난 8월 11일, 플라노건축사사무소에서 이원길 소장(좌), 박민성 건축사와 월간 ‘건축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경기도 양평 남한강변에 위치한 와유화원(臥遊花園)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축적 기교를 최소화하고, 내부에는 노출콘크리트로 간결함과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건축물이다. 여기에 건축주의 삶과 자연의 거리는 오픈스페이스 구조로 금세 맞닿아진다. 1층을 비워 풍경을 더욱 가깝게 끌어왔다면, 생활의 무대가 되는 2층은 강변의 계절변화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사적 영역이 된다. 설계자는 와유화원의 어디에서도 외부와 소통할 수 있지만 생활의 영역에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받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설계자 박민성 대표 건축사(플라노건축사사무소)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남한강과 ‘집’을 이어주는 ‘와유화원’
  ‘건축탐구’에 나서다

플라노건축사사무소는 박민성 건축사와 성균관대 건축학과 시절부터 함께 했던 이원길·김근혜 소장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이들 3인 모두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에 시너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 박민성 건축사의 전언이다.

플라노건축사사무소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지방에 있는 박 건축사의 본가이다. 시골의 정서를 느끼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아내와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진주 자택을 설계한 것이다. 박민성 건축사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이라서 우왕좌왕했다기보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과 분석, 솔루션에 이르는 과정을 구성원들과 치열하게 논의하는 일이 반복됐고 여기에 시간할애가 다소 이뤄졌다”며 “돌이켜보면 그렇게 시작된 업무처리 방식이 현재의 집단지성을 활용, 에러를 줄이는 기반이 됐다”라고 밝혔다.

신진건축사가 개소 후 사무소의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은데, 박 건축사에게는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바로 EBS 프로그램 ‘건축탐구 집’에 자택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박 건축사는 “건축주들은 대부분 본인이 살 집을, 자신의 손으로 설계를 해본 이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도 싶어 하죠”라며 “설계자 본인이 직접 살고 있는 주택이 레퍼런스가 되었고, 이를 접한 시청자이자 건축주들이 연락을 해와 비교적 빠른 시기에 사무소가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와유화원도 같은 경우입니다”라고 말했다.

# 자연을 향하는 건축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절경....그것은 ‘자연’ 

와유화원에서 와유(臥遊)는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이다. 자연과 동화된 집에서 남한강 풍경을 그림처럼 감상하는 일상을 누리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대지 위에 길게 뻗은 매스는 유유히 흐르는 강의 동선과 일치하고, 너른 정원은 강과 와유화원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작품이 누적되다 보니까 사무소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성격에 호감을 느끼는 건축주들이 또 연락도 주시고요” 박민성 건축사는 자연친화적인 건축 모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운을 띄우고, “자연을 쫓아 공간에서의 쉼표를 만들겠다는 목적의식이 있고, 그래서 자연을 향하고, 열려 있으면서도 외부의 대자연이 사용자의 공간 속으로 들어오도록 설계를 하는 편이죠. 건축주들이 이런 부분을 선호하고, 사무소도 자신감을 갖는 영역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와유화원에서 눈길을 끄는 모습은 1층을 띄우고, 생활공간인 2층에서 풍경을 마음껏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1층 다실에 앉노라면 그늘진 대청의 느낌과 자연스럽게 생긴 필로티를 통해 누각에 선다는 효과를 갖게 된다. 와유화원 건축주의 바람이 모두 구현된 순간이다.

2층 역시 마찬가지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통합돼 풍경은 끊어짐 없이 연속된다. 화려한 기교가 필요 없는 내부는 수식어 없는 노출콘크리트가 조화를 돕는다. 설계자의 땅의 해석과 건축철학,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설계자의 의도를 믿고 지지해 준 건축주의 안목이 만들어낸 성과이자 결과물이다.


# 결국 사용자 중심의 설계가 핵심
  “주택은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구현하는 일관된 작업”

박정연_ 와유화원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박민성_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시공에 들어가려고 할 때가 공사비가 급상승하던 시기였어요. 당초 설계 계획에는 뒷부분이 3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결국 2층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공공건축이 아닌 일반 주택인데 노출콘크리트가 합당한 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결로라든가 우리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주택을 섭외해 사용자로부터 피드백을 얻었고, 시공사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이해해 유지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디테일을 잡아주었습니다. 완공된 후에 건축주께서 ‘와유화원 프로젝트를 위해 애써주신 여러분과 함께라면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하고 싶다’ 말씀을 해주셔서 모두가 보람을 느낀 현장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요. 자칫 형태적인 것에 매몰돼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와유화원처럼 안에서 보는 풍경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용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간단한 이론인 것이죠.

박정연_ 시기에 따른 설계 작품의 공통점과 변화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박민성_ 작품이 시기마다 변화가 있었나 생각해 보니 언뜻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결과물이 주택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주택은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바로바로 수용하고, 구현하는 것이 목표가 되기 때문에 건축주의 공간에 대한 생각·취향, 동시대 사람들의 공간에 대해 이해 등이 중요합니다. 작품들의 변화가 있었다면 그와 같은 건축주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무소를 개설할 때인 8년 전 건축주와 현재의 건축주는 아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정보의 습득에서 차이가 있고, 취향도 확실히 다른 편입니다. 때문에 트렌드나 감각을 유지하려고 하고, 일차적으로는 건축주와의 대화에서 핵심을 잘 찾고자 합니다.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동료 건축사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플라노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공간이나 집을 잘 설계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들은 바 있습니다. 제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정연_ 와유화원을 포함 작품의 면면을 살펴봤는데, 화려함이나 형태에 앞서 배후에서 탄탄하게 건축적 질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민성_ 건축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외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외장재료를 배제하더라도 좋은 공간이어야 한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주에 입장에서 보면 형태적인 모습들이 비용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질서를 만족하는 재료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쉽지 않은 과제이긴 한데, 재료를 넘어선 좋은 공간을 창출하면 그것이 잘 된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박정연_ 갓 입문한 건축사들은 홍보와 마케팅의 어려움을 느끼고, 설계공모 등을 통해 사무소의 이름 알리며, 역량을 제고하고자 노력합니다. 플라노의 경우 어떤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사무소 운영 전략은 무엇인지 소개 부탁합니다.

박민성_ 젊은 건축사들이 손쉽게 사무소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SNS인 것 같고요. 다음으로 흡입력이 높은 것은 유튜브가 될 듯합니다. 플라노 역시 관련 콘텐츠 생산이 활발한 편입니다. 최근 건축주들은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는 것보다 자신이 정보를 획득하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둡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시장의 호응을 넓혀나가는 전략이 주효할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공공건축도 도전하고 싶은데, 현재는 수요가 있는 주택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박정연_ 건축사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박민성_ 리모델링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주택 설계를 하면서 건축주와 대화를 하다 보면 어릴 때 주택에 대한 추억,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지금 대부분의 아이들은 빌라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 주택에 대한 추억이 부재한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기성세대에게는 주택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아이들에게는 미래에는 주택이 나의 생활영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플라노건축사사무소의 작품 세계

안은집

사이트는 인접 대지의 집들과 도로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다. 마당을 안고 도로에 등을 지고 있는 구조이지만, 입면 디자인을 통해 외부와 호흡하고, 최대 채광을 확보했다. 도로를 향해 열려 있지만 깊이감을 주어 진입부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긴 여름집

경남 진주의 장대산 자락에 위치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여름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 배치가 이뤄졌다. 긴 지붕아래 공간들이 마당과 소통하며 내부공간이 마당으로 확장되고, 마당은 다시 건물 안으로 확장된다. 공용공간은 박공지붕 형태를 살려 약 5미터의 높은 층고를 확보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오름뜰

북서쪽 도로와 남서쪽의 작은 숲 사이에 위치한 대지는 약 3미터의 레벨 차이를 가진 경사지였다. 건축주는 직선이 강조된 미니멀한 건축 스타일을 추구했기 때문에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방향을 경사지붕으로, 정면과 배면은 평지붕 형태로 계획했다. 1층과 2층은 같은 숲을 바라보지만 입면 구성의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감도와 거리로 자연과 조우한다.

 

화순별장

건축주는 서울에서의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농부의 삶을 택했다. 평면은 중심부를 관통하는 돌벽을 기준으로 공용공간과 사적공간을 구분했다. 공용공간은 통창 너머 툇마루로 확장되어 개방감을 극대화했고, 마당을 따라 긴 콘크리트벽을 통해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지켰다. 돌벽은 또한 천창에서 떨어지는 돌벽과 공용공간을 넘나들며 북향집을 밝힌다.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박관희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

인터뷰 박민성 건축사 Park, Minsung 플라노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