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30. 15:06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비수도권에 지어진 첫 대규모 클래식 공연장
‘부산콘서트홀’ 설계해 완성
2011년 미군부지 반환 후
조성된 부산시민공원 내 위치
국내 공연장 중 세 번째로 파이프오르간 설치
각종 음향지표서 세계적인 콘서트홀과 비견
부산콘서트홀이 지난 6월 20일 개관했다. 비수도권에 지어진 첫 클래식 공연장이자 파이프오르간이 도입된 대규모(2,011석) 콘서트홀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예술의전당(2,505석), 롯데콘서트홀(2,036석)에 이은 규모다. 파이프오르간 역시 롯데콘서트홀과 부천아트센터에 이어 국내 공연장에서는 세 번째로 설치됐다. 부산콘서트홀은 인천아트센터, 세종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국내 공연예술 공간 설계를 이어온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에서 설계를 맡았다. 대한건축사신문은 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의 오호근 건축사를 만나 부산콘서트홀 설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부산콘서트홀은 ‘땅을 움켜쥔 장소’라는 인 시투(In Situ)를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이곳이야말로 기억을 움켜쥔 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부산콘서트홀은 부산시민공원의 일부이지만 저희는 공원 전체를 설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부산시민공원은 2010년 1월 주한미군 기지였던 캠프 하야리아 부지를 약 146년 만에 반환받아 조성된 공원입니다. 근현대사의 굴곡과 부침이 담긴 땅이죠. 그래서 저희는 땅을 움켜쥐어 만들어진 장소이자, 그 움켜쥔 힘이 공원 전체를 연결하는 에너지로 퍼져 나가 공간을 입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했습니다. 공원 전체의 에너지나 사람들의 동선, 흐름 등이 모여 꽉 움켜쥔 형태로 모여들기를 바란 거죠.”
오호근 건축사는 움켜쥔 땅이라는 맥락으로 디자인을 풀어냈다. 이 개념은 그라운드(Ground)와 클라우드(Cloud)로 나뉘며 공연장 내·외부 설계로 구체화됐다. 그라운드에 자리 잡은 객석은 땅의 굴곡으로 파도치듯 공원과 연결되고 내부에서는 입자화 된 질감으로 객석까지 연결된다. 클라우드는 지면에서 풍경을 열어주도록 하늘에 떠서 외부에서는 흐릿한 경계로 풍경에 중화되며, 내부에서는 소리를 확산하는 상징이 되는 것이다. 부산콘서트홀의 객석이 지하 1층에 위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개의 공연장과 달리 공원의 지면 높이에 맞춰 객석이 구성돼 공원을 걷다 객석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개념이다. 동떨어진 공연장이 아닌 공원 전체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라운드와 클라우드 사이에 무형의 벽이 존재했다고 가정했습니다. 공원을 걷다 자연스럽게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콘서트홀 1층 벽면을 유리로 둘렀습니다. 공연장 내부가 외부에서 보이는 시창은 시민에게 열린 문화공간으로 인식시키는 상징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물론 흔하게 시도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아예 불가능한 방식도 아니거든요. 다만, 유리는 음향적으로 불리한 재료이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면 상부에 QRD(Quadratic Residue Diffuser)를 설치해 반사음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음향적 불균형을 최소화했습니다.”
부산콘서트홀의 공연장도 관객 친화적인 빈야드 형식으로 구성했다. 빈야드 형식은 음향 제어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겹겹이 쌓인 관객석이 원형으로 무대를 감싸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구조다. 오호근 건축사는 음향 제어를 위해 볼록한(Convex) 형태의 벽체와 천장을 적용해 소리를 고르게 확산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천장 반사체와 객석 형태는 음향이 특정 지점에 집중되지 않고 2층 가장자리까지 고르게 전달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땅의 질감의 연장되는 건축적 개념을 담아 공연장 벽면 재료로 벽돌을 사용했다. 둥근 형태와 각진 형태의 이형 벽돌 9만 3000개가 각도를 미세하게 다르게 배열되어 소리를 부드럽게 난반사시킨다.
무대크기 300㎡인 부산콘서트홀의 잔향시간은 약 2.3초다.(중주파수 대역) 저음비는 1.07, 명료도–0.3dB이고 음의 세기는 5dB 이상이다. 공간감을 나타내는 측면 반사음 비율도 0.2 이상으로 각종 음향지표에서 세계적인 콘서트홀과 비견될 수준이다.
부산콘서트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도 건축, 음향, 설비, 시공이 긴밀한 협업 과정을 통해 완성한 작품이다. 독일 프라이부르거 오르겔바우 사에서 제작한 파이프오르간은 파이프 수 4,423개, 스탑 64개, 4단의 건반과 2개의 콘솔로 구성된 가로 18m, 높이 11m, 깊이 3.4m다. 오르겔바우 사에서 제작하는 오르간 중 가장 큰 작품이다. 오호근 건축사는 콘서트홀 건축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는 파이프오르간 디자인 구현을 위해 여러 디자인 시안을 제안했고,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했다.
“파이프오르간의 경우 기술적으로 모터룸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것이 주요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모터와 에어덕트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홀 내부로 전달되지 않도록, 흡음 및 차음설계를 정밀하게 적용했습니다. 시공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오르간 설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콘크리트 골조 일부를 절단하는 등 구조적으로도 쉽지 않은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장비 설치를 넘어 설계변경이 필요한 큰 작업인 만큼 시공사와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됐습니다. 파이프오르간과 건축물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도록 건축적·음향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국내 공연예술 공간 설계를 이어온 오호근 건축사. 그가 생각하는 공연예술 공간 설계의 매력은 무엇일까.
“공연장을 설계하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한두 번의 경험이 쌓여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건축사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부산콘서트홀 개관 공연에서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현악기, 관악기에서 나오는 음들이 제가 설계한 곡선과 공간을 타고 흘러 관객들의 귀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거든요. 공간이 하나의 악기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야말로 공연장 설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연장은 지자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물을 넘어 도시 맥락에서 건축 설계의도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하게도 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가 제2세종문화회관 공모에 최종 5인으로 선발돼 11월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설계공모에 집중해 좋은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인터뷰 오호근 건축사 Oh, Ho-Keun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
<서울특별시건축사회>
글·사진 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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