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드럽고 유연한파사드 연출한‘선데이브런치 HQ’그레이톤 벽돌로도심 속 여백느낌 살려 오승현 건축사 2025.10

2025. 10. 31. 11:45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Sunday Brunch HQ’ with a soft and flexible facade: gray-tone bricks create a sense of empty space in the city

 

 

 

지난 9월 5일, (주)건축사사무소 서가에서 오승현 건축사와 월간 ‘건축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거리는 고층 업무시설이 밀집돼 있다. 하지만 블록 내부로 한 겹만 들어서면 다양한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골목이 이어진다. ‘선데이브런치 HQ’는 상이한 도시 풍경이 급격히 전이되는 경계부에 위치해 있다. 선데이브런치 HQ를 설계한 오승현 건축사(주.건축사사무소 서가,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고층 빌딩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커튼월 파사드가 형성하는 도시 이미지와 다른 골목길의 스케일과 표정에 부합하는 건축적 해법을 설계에 담아냈다. 오승현 건축사를 만나 설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 동일한 벽돌로 상이한 질감 표현
도로와 인접한 입면
단순한 선형으로 전체 매스 정돈해


박정연_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승현_안녕하세요. ㈜건축사사무소 서가는 2010년 박혜선 대표가 설립했고, 2016년부터는 공동대표로서 함께 이끌고 있는 오승현 건축사입니다. ‘서가’라는 이름은 ‘서쪽에 있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사무소 개소 당시 위치가 서촌이었던 점도 작용했습니다.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가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이름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서가’로 정했습니다.

 

박정연_선데이브런치 HQ를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오승현_저희는 주로 개인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재작년쯤 강남에 있는 부동산 디벨로퍼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디벨로퍼에 대해 선입견이 있어 만나지 않았지만, 회사를 접하고 탄탄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들을 통해 건축주를 만나게 됐습니다.

역삼동 필지는 이번에 처음 진행했는데요. 역삼동은 대로변 고층 건물군이 형성하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커튼월 파사드가 만드는 도시 이미지, 그리고 그와 다른 골목길의 스케일과 표정이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선데이브런치 HQ 대지는 6m와 4m 도로가 만나는 모서리에 위치해 있었고, 사방이 다가구·다세대 주택과 접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단계부터 다양한 민원을 수렴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도로와 인접한 입면의 개구부를 최소화하고, 전체 매스를 단순한 선형으로 정돈해 신축 건물이 지역 주민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했습니다.

 

박정연_작업하시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오승현_아무래도 디벨로퍼 회사를 통해 시작한 프로젝트였기에 임대 수익률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수익률을 높이려면 가치 있는 건축물이 지어져야 한다는 점을 건축주께 강조했습니다. 그래야 좋은 임차인이 들어와 깨끗하게 사용할 테니까요. 이 부분을 확신 있게 말씀드렸고, 건축주도 공감해 일반적인 임대용 건물보다 공사비를 조금 더 확보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임대가 모두 완료됐습니다. 디자인 관련 회사가 입주하길 기대했지만, 지금은 로펌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정연_선데이브런치 HQ의 경우 외부에 벽돌을 사용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승현_저희 작업에는 벽돌 건축물이 많은 편입니다. 대체로 벽돌 건축물에 좋은 인상을 가진 분들이 저희를 찾아오십니다. 개소 초기에는 주택 설계를 주로 했고, 그때부터 줄곧 사용해 온 자재가 벽돌입니다. 벽돌을 자주 사용한 이유는 주택의 성격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벽돌은 합리적인 가격의 자재였고, 내구성과 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었습니다.
선데이브런치 HQ는 근린생활시설이며, 주변에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있어 점토 벽돌을 제안했습니다. 무채색 계열의 회색 벽돌을 선택했고, 보행자 동선과 맞닿는 1층 필로티 벽체는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해 회색 벽돌과 물성을 연계했습니다. 가각전제(街角前提, 도로 모서리에 접한 대지)에 따른 사선 형태의 대지 경계부에는 지상 2층부터 옥탑까지 연속되는 곡면 외피를 덧대어 코너에서 부드럽고 유연한 파사드를 구현했습니다. 코너에 위치한 이 건축물이 독립적으로 드러나면서도 주변 건물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 여백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조적은 동일한 벽돌을 서로 다른 질감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공장에서 성형된 표준 치수의 매끈한 벽돌과 현장에서 조적공이 반파해 만든 불규칙한 요철 벽돌을 혼용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건물은 단일한 회색 벽돌 매스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상이한 텍스처가 드러납니다. 특히 반파된 벽돌의 불규칙한 단면은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그림자를 드리워 입면에 다층적인 표정을 주도록 했습니다.
선데이브런치 HQ는 전 층이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됐습니다. 지하 1층은 사진 스튜디오나 연습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용 내부 계단과 높은 층고를 계획했습니다. 지상 1층은 골목길 보행자에게 열린 공간감을 주기 위해 매스를 후퇴시키고, 작은 진입홀을 통해 주출입구로 기능하도록 했습니다. 지상 2층부터 5층까지는 코어를 중심으로 전용 공간과 공용 공간(화장실 등)을 분리 배치해 효율적이고 쾌적한 업무 환경을 계획했습니다. 특히 지상 2·3층에는 외부 테라스를, 옥상에는 소규모 정원을 마련해 사용자가 일상 속에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희는 사옥도 주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사용하는 동안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꼈으면 했습니다. 주택 설계를 많이 했던 경험이 이번 설계에도 바탕이 됐습니다.

 

 

# 여백을 담은 단정한 디자인
재료 물성 오롯이 살려
특유의 공간 분위기 형성


박정연_(주)건축사사무소 서가는 형태와 질서, 공간을 만드는 재료로 벽돌을 주요하게 활용해 특유의 분위기와 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오승현_네, 벽돌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단한 재료를 선호해 벽돌, 석재, 타일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작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한 디자인보다는 여백을 담는 편입니다. 디자인적 지향점을 살리면서도 단단한 재료를 선택했을 때 그 답이 벽돌이었습니다. 작업 방식 또한 사람의 손이 직접 닿아야 하고, 재료가 가진 질감이 내부 공간의 분위기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박 대표가 늘 강조하는 것이 서가는 실험적인 건축을 하는 사무소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다만 그 안에서 정갈하게 정리하고 질서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방식입니다.

 

박정연_또한, 형태를 강조하기보다 매스와 땅이 가진 볼륨감을 잘 분석해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건축사사무소 서가의 건축 스타일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을까요.

 

오승현_무언가가 큼지막하게 바뀌었다기보다 시기에 따라, 프로젝트의 종류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소규모 주택 위주로 작업했고, 2018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며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도심형 다가구·다세대 주택, 사옥, 임대용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작업 범위가 확장됐습니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고 성격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서가가 꾸준히 추구해 온 건축의 색과 마감의 퀄리티입니다. 저희는 단정하고 선이 정리된 단단한 건축물을 지향하며, 재료의 특성이 온전히 드러나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재료의 질감이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외부에서는 알 수 없지만 내부에는 기대 쉴 수 있는 벽이 있고, 열린 공간이 있으며, 그것이 만들어 내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재료와 미감 같은 기본기를 충실히 지켜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층층마다 달라지는 마감과 구조
입면에 살린 의도적 요철
건축물 내·외부서 느끼는 공간 경험

 

박정연_(주)건축사사무소 서가의 건축 스타일을 보여줄 다른 작품을 소개한다면요?

 

오승현_선데이브런치 HQ 외에도 저희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을 몇 개 말씀드리자면, 렉토(Recto) 시리즈가 있습니다. 렉토는 여성복 브랜드 회사인데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가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9년에 준공된 렉토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장을 층별로 분리하지 않고, 공간 전체가 연속되도록 구성했습니다. 층마다 마감 방식과 구조를 달리해 방문자가 제품과 어우러진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건물은 나선형 동선을 따라 올라가며 열린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습니다. 창이 많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창을 두었고, 천장에서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해 개방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작품 이후 렉토의 본사 설계도 저희가 맡았습니다. 2022년 준공된 렉토 사옥에서는 처음으로 외벽에 타일을 시도했습니다. 설계 초기에는 벽돌을 사용하려 했지만, 필지 면적의 제약으로 벽돌 두께 때문에 내부 면적이 줄어드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외부 마감 두께를 줄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 결과 외벽에 타일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실내에 타일을 쓰는 경우는 흔하지만, 외벽에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탈락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타일이 떨어진 곳 없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렉토 본사의 실내 인테리어도 저희가 담당했습니다. 공간의 미감, 조도, 창의 위치 등 각각의 성격을 고려해 작업했습니다. 또 선데이브런치 HQ와 거의 동시에 진행한 연주제선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건물은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송판 노출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입면에는 의도적으로 만든 요철이 있어 태양의 위치에 따라 건축물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점을 건축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덕분에 제14회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 민간공공
프로젝트 균형 맞춰
좋은 작품 이어갈 것

 

박정연_좋은 작품을 기반으로 또 다른 좋은 작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다작을 이어갈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오승현_특별한 것은 없지만, 개소 초기부터 서가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사무소를 개소했을 당시만 해도 ‘땅콩주택 짓기’가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는 집을 지으려는 분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경기 침체로 인해 일이 많지 않습니다. 디벨로퍼 쪽 분위기도 좋지 않습니다. 저희는 홍보를 이어가기 위해 건축상에도 꾸준히 작품을 출품하고 있습니다. 고심 끝에 공공건축 설계공모에도 도전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없었지만, 민간 프로젝트 수주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하나씩 도전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두 건의 설계공모에 당선돼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정연_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오승현_특별한 계획보다는 지금의 상태를 잘 유지하고 싶습니다. 함께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서가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저와 박 대표가 더 열심히 노력하려 합니다.

 

 

(주)건축사사무소 서가의 작품 세계

 

렉토1

렉토1은 30여평의 대지에 세워진 플래그십 스토어다. 한남대로를 지나다보면 도로의 방음벽 너머로 렉토1의 상부층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어진 용적률 내에서 건축물의 층수와 높이를 확보하기 위해 바닥면적을 적절히 배분하거나 비워내는 방식을 적용했다. 단순히 소비행위만을 위하기보다 상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경험하는 가운데 차분한 배경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자했다.

 

 

렉토2

렉토2는 해당 브랜드의 업무 공간이다. 회사 조직의 내부 구성과 업무 구조를 이해하고 계획에 반영하여 업무의 흐름 및 조직원들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했다. 코너 부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체 볼륨을 구성하고, 동네의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보다 안정적이고 정돈된 이풍경을 부여하고자 했다.

 

 

연주제선

강남 역삼동의 화려한 대로변과 달리 그 이면에는 다세대, 다가구주택들이 서로를 이웃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 가운데 연주제선도 함께 하고 있다. 뒷골목길의 풍경 가운데 조금은 생경한 모습을 담고자 콘크리트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로 외부 파사드를 마감했다. 콘크리트 요철은 시간에 따라 그림자를 드리우고, 건축물의 표정도 서서히 변화한다.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조아라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

인터뷰 오승현 건축사 Oh, Seunghyun (주)건축사사무소 서가
<서울특별시건축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