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31. 11:25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chieving a Sophisticated Office Space by Communicating and Blending with the Surroundings, Yet Expressing Sensual Individuality
다세대주택 건축물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시 논현동 거리, 홍정희 건축사(스테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는 오피스 빌딩의 설계과정에서 도심과의 조화를 선택했다. 개성을 감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입체적인 공간활용이 가능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지만, 이웃한 다세대 주택과도 어울릴 수 있는 비즈니스 공간을 창출하고자 한 것이다. 스튜디오 파라노이드 사옥은 연한 색깔의 벽돌을 사용해 시간의 흔적을 나타내며, 한편으로 노출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를 통해 평범한 건축물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다세대 밀집 지역에 세워진 ‘스튜디오 파라노이드 사옥’
은은한 입체감 통해 눈에 띄지만 튀지 않는 실용성 높인 공간 구현
박정연_ 인터뷰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홍정희_ 지난 2018년 스테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운영 중입니다. 건축설계를 주력으로 하기 전에 실내공간 등 인테리어 설계에서 일단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창업 전 서울 역삼동에 있던 ‘C’ 건축사사무소 재직시절, 인테리어를 담당하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의기투합한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무소가 인테리어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브랜딩에 확장성을 보였고, 건축설계와 인테리어,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사업영역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스테이라는 사무소 작명 때문에 숙박시설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이 다수 방문하시기도 합니다. 사실 스테이의 어원은 ‘세우다’라는 뜻입니다. ‘진중한 건축을 통해 결과물을 땅 위에 세우고, 그곳에 머물고 싶은 건축을 하자’라는 의미로 출발했는데, 본의 아니게 숙박용(스테이) 건축물 설계 의뢰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이죠. 초기 방문하시는 건축주분들이 숙박시설을 전문으로 하는 사무소라는 견해를 가지고 보실 때는 부담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현재는 경쟁력이 되기도 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박정연_ 스튜디오 파라노이드 사옥을 작업하게 된 계기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홍정희_ 건축주와의 인연부터 설명드려야겠네요. 파라노이드 사옥 건축주와는 안면이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사무소를 방문해 건축주분의 집 인테리어 설계를 맡겨 주셨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소통을 하고 지내다가 스테이 아키텍츠 사옥을 대수선 하게 되었는데, 당시 현장을 몇 번씩이나 보고 가시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본인도 빨리 사옥을 구축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셨는지 1년을 ‘땅’을 보러 다니셨습니다. 이후 어느 순간 오시더니 사옥 설계를 맡기신 것입니다. 처음 대지를 보고 ‘이 땅에서 어떤 콘텍스트를 찾아내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역이 다세대주택이 즐비한 논현동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큰 도로에서 다소 후퇴한 뒷골목에 자리 잡을 오피스 빌딩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고민 끝에 주위와 소통하고 동화할 수 있는 다세대 맥락을 가진 사옥을 디자인했고, 건축주에게 제안하게 됐습니다. 제안을 받은 건축주분도 처음엔 반신반의하셨던 것 같아요. 특히 발코니를 보시고는 ‘주위에 있는 빌라와 똑같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보이셨기도 했으니까요.
# 무주공간 실현으로 건축 가치 높이고
다세대의 따뜻함 콘텍스트로 가져와 모두의 만족 이끌어
박정연_ 설계안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던 건축주를 어떻게 설득시킨 것인가요?
홍정희_ 숫자로 설명드렸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못하니까요. 용적률, 건폐율, 건축면적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보여드리면서 발코니가 나와 있는 오피스 건축에 대한 장점도 숫자로 입증해 드렸습니다. 개방성과 자연채광, 맞통풍이 고려된 설계안에 대해 이해를 도왔던 것이죠.
두 번째는 건축물이 지닌 가치를 주목했습니다. 전용공간 내부에 기둥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코어를 한쪽으로 빼고, 10미터 이상의 스팬이 가능한 무주공간을 실현했던 것입니다. 건축주분은 이 점에서 만족을 표했던 것 같습니다.
박정연_ 설명을 듣고 보니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맥락에 대한 숨은 디테일까지 완성도 높은 계획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편집증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파라노이드’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정희_ 실제 파라노이드는 국내 광고 업계에서 탑티어 회사 중 하나입니다. 이름처럼 차가운 이미지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기도 하죠. 건축주분 역시 끝을 알 수 없는 이를테면 편집증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시면서도 앤티크 가구를 좋아하는 한편으로 따뜻하고 순수한 면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건축 설계에서도 두 얼굴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 프레임의 차가운 선과 대비를 이루는 다세대의 따뜻한 느낌을 모두 표현하려 한 것이죠. 햇빛이 비칠 때 1층 다세대 주택의 빛이 반사돼 차가운 스테인리스를 따뜻하게 데우고, 건물 표면 역시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효과를 줍니다. 내재된 회사의 이미지와 결을 잘 맞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연_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스테이 아키텍츠 사옥을 바라보며 말씀하신 바와 같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홍정희_ 느낌을 그렇게 받으셨다면 대지 환경에 따른 콘텍스트가 이를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사옥도 눈에 띄긴 어려운 웜그레이톤을 갖습니다. 내부에는 벽돌을 활용했고, 실리콘도 똑같은 색으로 조색해서 정갈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사무실 밑으로 임대를 하고 계신분들도 디자인 회사가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브랜드와 정체성이 잘 조화를 이룬 경우라고 하겠는데요. 최근에 사무소를
찾는 고객들을 보면 주택보다 회사 사옥 등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되고 있는 인테리어와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노출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의 질감 보완한 벽돌,
단조로운 풍경될까 ‘영롱쌓기’로 시각적 즐거움 선사
박정연_파라노이드 사옥 외관을 보면 은은한 입체감과 색감이 도시 속에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파사드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벽돌 표면의 질감을 활용한 아이디어는 설계자의 아이디어인가요? 아니면 건축주의 의향이 반영된 것인가요? 벽돌의 어떤 점을 선호하는 것인지, 또 이외 작품에서도 벽돌 활용이 잦은 편인지도 궁금합니다.
홍정희_ 적벽돌은 처음 활용한 것인데요. 다행히 적벽돌 중에서도 채도가 높지 않은 제품이 있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노출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는 평평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다른 질감을 표현하는 데 어떤 소재를 사용할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샘플을 많이 활용해 봤고, 적색의 덩어리와 회색의 덩어리가 대비되어 보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실제 벽돌의 입체감과 색감은 다세대주택 사이에서 파라노이드라는 파사드를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영롱쌓기 기법을 적용해 단조로운 주위 풍경 속에서도 리드미컬하고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연_ 레벨차이를 이용한 모습도 좋았지만 마감의 구성도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인 구성들이 시공현장에서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실현이 어려운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홍정희_ 그 부분을 캐치해 주셔서 감동입니다. 레벨차이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지하층을 형성했고, 동쪽 도로 진입부는 지하층으로 연결돼 지상층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합니다. 북측 도로에서는 곧바로 수직코어로 이어져 효율적인 동선이 확보됩니다. 마감의 구성 역시 만들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전경이 나오는 장면도 좋지만 이런 부분들을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모퉁이 사선, 선형의 이어짐이나 그런 표현들이 대지에 딱 맞고 건축주의 만족도를 높인 것 같아 흡족합니다.

# 파라노이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최상층
“고무줄 잣대에 따른 인허가, 개선 필요성 있어”
박정연_ 이번 작업 중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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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_ 설계를 빠르게 마무리했지만, 허가 과정에서 이슈가 있었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오피스 건축물에 발코니를 절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법적으로 저촉되는 사항이 아님에도 ‘확장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막아섰기 때문입니다. 건축사 업무를 하다 보면 별의별 에피소드가 많지만 이 같은 개인적인 사유와 엿가락처럼 휘거나 고무줄과 같은 이중 잣대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건축주한테 설계안을 보여주는 것보다 공무원부터 보여준 후 이 계획안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봐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죠.
박정연_ 설계자가 꼽는 파라노이드 사옥의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어디인가요?
홍정희_ 아무래도 5층 최상층 공간입니다. 6층은 허용이 안 됐고요. 그래서 6층은 안되지만 복층 같은 느낌을 만들어보자고 발코니 영롱쌓기를 통해 구현하게 되었습니다. 채광을 두 개층에서 받아들이다 보니 흐린 날에도 조명을 안 켜도 업무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북측은 낮은 천장이라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높고 개방감이 극대화된 남쪽은 동선과 시선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공간이라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정연_ 시기에 따른 그간의 설계의 변화, 공통점과 기타 특이점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홍정희_ 용도나 규모에 따라 관점이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사무소의 정체성이 디자인에 포커스를 두기 보다 건축물의 시간의 흐름에 대해 주목하는 편인데요. 사용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엇을 느낄 수 있을 까라는 점을 주의 깊게 고려합니다. 생각해 보면 논문 역시 용도가 바뀌는 대수선을 주제로 썼던 것 같습니다.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대문을 열 때까지의 과정, 브랜드와 연계된 프로젝트라면 브랜드가 어떻게 해석되고 읽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작품 중에 ‘깃티’(경북 방언으로 ‘귀퉁이’라는 뜻을 가짐)는 대지의 가장자리에 두 동의 건물과 중앙 정원을 배치한 독립형 스테이인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브랜딩부터 조향, 가구, 조명까지 통일된 언어로 공감대를 형성하려 했고, 건물 진입 역시 도로에서 맞닿는 형태로 접근방식을 새롭게 제안한 케이스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인 ‘스테이모어’는 브랜드의 쇼룸 기능을 하는 건축물입니다. 파라노이드처럼 벽돌을 활용한 건축을 시도했습니다. 회사 자체가 웜그레이가 지배적인 질감이라 유사한 느낌의 벽돌을 통해 정체성을 이어나가고자 했고, 침대 브랜드인 만큼 안식과 편안함을 위해 인공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외부로 향하는 창을 없애 실제 침실 같은 분위기를 유도했습니다. 변화보다는 맥락을 유지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형태, 그러면서도 세련됨은 버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욕심
건축사 업역 확대 노력하며 대우받는 환경 마련에 최선
박정연_ 건축사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홍정희_ 프로젝트 규모에 대한 욕심이 일단 있고요. 설계는 물론 브랜딩에서 사업컨설팅에 이르는 과정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존 건축사사무소의 업역 외에 보다 많은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싶습니다. 이런 일들이 건축사의 전문성과 신뢰, 대가의 현실화로 이어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박정연_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시면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홍정희_ 우리나라는 OECD에서도 인구대비 개인사업자가 많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건축사가 예외일리는 없습니다. 건축사뿐만 아니라 건축사사무소를 포함하면 두말할 필요 없이 경쟁이 치열한 업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강점을 부각해야 하는 시대이고, 내 장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법규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건축업계라는 현실이 개선되고, 그래서 건축사가 전문가로 대우받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박관희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
홍정희 건축사 Hong Junghee
스테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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