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31. 10:30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al Critics
미술 전시가 시작될 때 전시 팸플릿에 꼭 비평 글이 더해져 있다. 캔버스 위의 물감은 말이 없으나, 이를 관람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의 비평글을 통해 작품은 생명을 얻는다. 다른 세계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작가의 작품을 해석하여 관람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보여준다. 비평 이전의 작품은 생명이 없으나 비평이 더해져 생명을 얻는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처럼 하나의 몸짓이 우리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것이다.
건축물 또한 말이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건축물들이 그저 도시의 풍경일 수 있으나, 안목 있는 비평가가 건축사의 의도, 혹은 건축사가 놓쳤을지 모르는 사항들을 이야기해 줄 때 건축물이 작품이 되고 장소가 되며 우리가 직접 개입하는 공간이 된다. 이 중요한 비평이 이미지와 동영상의 시대에는 알 수 없는 철학자의 말이나 인용하는 재미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건축물을 다시 한번 살피고 의미를 찾고 이야기하는 작업을 10년 넘게 이어오는 책이 있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창간된 [건축평단]은 의외로 그 당시에도 경기침체로 인한 설계업무 부족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된다.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으나 당시에도 그러했나 보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하는데, 건축이란 무엇인가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근본을 다진다. 또한 새롭고 특별한 형태를 보여줘야 좋은 건축이라는 강박증을 가지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자는 말도 더하며 본질을 중요시한다.

2호(2015 여름)에서는 대한건축사협회에서 현재 유사명칭 사용금지를 법제화하고 있는 ‘건축사’와 ‘건축가’ 호칭에 대한 이 책의 편집인이자 건축비평가 이종건의 글은 한 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다. 세계의 역사와 교육, 문화의 변화 속에서 건축 전문가의 사회적 역능에 대해 차가우리만큼 객관적으로 살펴보며 자기비판적인 시각도 가지게 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3호(2015 가을)에서는 ‘수십 년 동안 건축 작업에 매진해 왔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크리틱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던 김인철 건축사(주. 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의 ‘바우지움’이라는 작품의 오픈하우스 투어를 함께하고 이에 대한 6명의 비평 글을 실었다. 크리틱이 대학의 설계 스튜디오에서 교수님에게 받던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축사들에게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자신의 작업을 살펴보며 ‘다음 작업’을 더 잘 만들어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4호(2015 겨울)에는 ‘건축의 한국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쟁 이후 급격한 성장기에 전통성이 한국 건축의 정체성이었으나 점차 시대성을 더하게 되었고, 다양한 시도는 당연한 것이 되거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현대적인 재료와 구법에 어떻게 우리 전통을 녹여낼 것인가를 건축사들은 고민한다. 가끔 멋진 해법을 만날 수 있는데, 세계 속에서 K-POP이 주목받는 것처럼 건축에 담긴 우리 고유의 멋이 더욱 드러나기를 바란다.
2017∼2018년에 발행된 9호∼16호는 다른 미디어에서 다루기 어려운 당당함을 가지고 정치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학생들의 비평글을 모집해 학생건축비평상을 시작하기도 했는데, 우수한 글로 주목받은 이들은 지금쯤 후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전에 비해 실제 건축 작품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비평글을 싣기도 했다. 활자가 가지는 힘도 강력하지만 점차 이미지와 도면이 더해지면서 조금이나마 대중이 편안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 호에는 거대한 미술관에 휴식을 위한 벤치가 없는 느낌이었다면 보다 여유 있는 관람이 가능하게 된 느낌이다.
책의 힘을 통해 파생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 것에 대한 기록도 담고 있다. 다양한 집담회, 토론회, 비평회가 진행되고, 실제 건축물을 함께 답사하는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17호부터 최신호인 27호 역시 건축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함께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와 복원을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나라 건축물들의 복원과 새롭게 더하는 작업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24호에는 이번 호 표지작으로 소개되기도 한 김효만 건축사의 작품들을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25호부터는 더 많은 이미지와 보기 편한 구성이 더해져 그만큼 많은 분들이 읽기 편하게 느낄 것 같다.
오랫동안 [건축평단]의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를 수집하려 노력했으나 두 권을 구하지 못하였는데, 이것은 책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은 애지중지 소장하고 있다는 뜻인 동시에 건축비평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책이 유통되는 양이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제작사가 최초에 ‘정예씨출판’에서 ‘주.서울하우스’, ‘건축평단’, ‘제대로랩’으로 바뀐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건축이 마주하는 현재에 대해 비판적인 부분이 있어서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비평의 순기능일 것이다. 건축사들의 책에 대한 관심이 우리 건축이 좀 더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상으로 [건축평단]을 소개하기 위해 20여 권의 책을 다시 살펴봤다. 건축 비평이 비판과 비난이라 오해하시는 분도 가끔 있지만, 비평은 건축을 분석하여 가치를 논하는 것이다. 건축사들끼리 서로의 작업을 진중하게 비평하는 것도 꾸준히 이어져 나가야 하겠지만,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대중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사회가 건축을 접하고 대하는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미술관이나 카페를 투어 하듯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으나 건축의 가치를 더 깊게 논하는 장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건축평단]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

박정연 건축사·그리드에이(Grid-A) 건축사사무소
건축사 박정연은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실무를 쌓은 후 그리드에이(Grid-A)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 속에서 건축의 역할과 이를 만드는 건축사들이 놓여진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laqui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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