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31. 10:3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Visitor’s Report
on the UIA World Congress in Barcelona
국제건축사연맹(UIA, Union Internationale des Architectes)이 주최하는 세계건축의 축제인 UIA 월드 콩그레스가 6월 28일부터 4일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매 3년마다 열리는 이 국제 건축행사가 올해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스페인 건축계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사랑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설계자 안토니오 가우디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올해 성당을 완공하고, 세계 건축인들의 축제인 UIA 월드 콩그레스를 통해 스페인 건축의 전통과 독창성,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의도였다. 바르셀로나가 UIA 월드 콩그레스 유치에 성공한 후 6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번에 대회가 열린 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이 중요한 국제건축행사에 김재록 회장과 이정용 이사, 이건섭 국제위원장, 김항년 건축사교육원 운영위원회 자문위원(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이사장) 4인이 참석했다. KIRA와 함께 한국건축단체연합(FIKA)의 주요 구성원인 한국건축가협회의 박상진 회장을 비롯한 부회장단, 그 외 회원들도 참여했다.

스페인 특히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건축사협회는 이번 대회에 자신들의 문화와 지역특성을 잘 보여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수년간 UIA 회원국들과 정기적인 화상 보고회를 통해 자신들의 준비과정을 낱낱이 공개했고 의견을 수렴했다. 유럽에서도 독특함을 지닌 카탈루냐의 건축문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이들의 준비는 주제 설정부터 잘 드러났다.

스페인 건축계가 제시한 대회 주제어는 “생성: 변환기의 지구를 위한 건축- Becoming. Architectures for a Planet in Transition” 로 6개 주요 분야로 나눈 다양한 학술발표, 강연을 풍성하게 준비해서 주목을 받았다. 결과만 중요한 건축이 아니라 생성의 과정이 중요하고 기후위기 시대의 건축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건축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준비위원회의 노력은 다양한 면에서 돋보였다.
우선 연사선정부터 달랐다. 크고 거대한 건축을 하는 저명한 건축인들의 화려한 조형에 대한 잔치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작지만 의미 있는 건축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강사로 초빙되어 청중들에게 반향을 남겼다.

프리츠커상 수상자 등 연사로 초청된 사람들 가운데서 눈에 띈 사람은 프랑스의 Lacaton & Vassal (앤 라카통과 쟝 필립 바살)이다. 이들의 설계는 기존 아파트를 개조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공간사용을 배려하고, 최소한의 변화를 통해 생활을 개선하려는 건축의 특징을 보여준다. 아울러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와 관대함(Generosity)도 엿볼 수 있다. 특히 통상적인 건축이 가진 습성, 항상 효율적인 설계안을 통해 최대의 경제효과를 달성하려는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친절한 건축, 재료를 절감하고 동시에 순환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안들을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 초청받은 반 시게루는 지난 대한민국 건축사대회(2022년, 제주)에 연사로 등장해 친숙한 일본 건축사이다. 그는 재해를 당한 전 세계 여러 지역에 긴급 구호주택이나 커뮤니티 시설(교회)을 디자인하면서 잘 알려졌다. 종이튜브라는 재료를 가지고, 시급히 지어야만 하는 건물들을 설계했고, 긴박한 필요성에서 공간의 의미를 찾고자 한 프로젝트들로 익숙한 인물이다. 반 시게루는 건축이 재해로 고통을 당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프로젝트를 통해 결핍 속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강렬한 주장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을 받은 다른 연사로 일본의 준야 이시가미( 石上純也 / 1974년 생)가 있다. 그는 건축 공법과 재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건축을 모색하면서 바르셀로나 대회가 추구하는 생성형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지마 가즈오 사무소에서 4년간 수련 후 자신의 사무소를 개설한 그는 자유롭고 유연한 건축을 주장하며 획일화, 표준화에 저항하는 건축을 추구한다고 소개했다.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공개한 프로젝트로 2022년 준공한 ‘메종 아울(Maison Owl)’은 도쿄에서 기차를 3번 갈아타고 6시간이나 걸리는 야마구치 현 우베시의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자신의 친구인 오너 셰프 히라타 모노토리(平田基憲)와 함께 설계와 시공에 9년이나 걸려 완성한 이 레스토랑 겸 숙소는 동굴을 뚫는 것처럼 지면을 뚫고 그 굴착된 구멍에 콘크리트를 주입한 뒤 골조가 굳으면 그 사이의 흙을 파 들어가서 골조를 드러내고 공간을 정리한 뒤 개구부에 유리를 끼워 내외부를 구분하며 설비를 마무리 짓는다. 빛과 동굴이 함께하는 것 같은 단 270제곱미터의 작은 프로젝트는 방문객들에게 경외감을 준다. (레스토랑은 철저한 예약제로 단 1팀 만을 위한 저녁시간만 운영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에서 130개국 10,000명이 넘는 건축사들이 참여해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바르셀로나 UIA 대회는 역사와 현대의 공존, 지속가능성의 추구에 대한 보다 다양한 접근, 도시재생을 더욱 깊이 추진하려는 동력, 재해시에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세계 건축인들의 노력을 깊이 있게 다루는 250개의 다양한 강좌가 마련되어 관심 있는 건축인들은 주최 측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재록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한건축사협회 출장단은 해안가의 열병합 발전소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Tres Xemeneies" (3개의 굴뚝)”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부터 폐막식까지 각국의 건축사협회와 교류와 친선의 시간을 갖고, 세계 건축계의 현안에 공감하면서 각국 단체들과 연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대회에 KIRA와 미팅한 외국 건축단체들은 미국의 AIA의 일리야 아자로프(Illya Azaroff) 회장, 신임회장으로 취임해 국제건축계에 첫 선을 보인 일본 JIA의 마쓰야마 마사카수(松山將勝) 회장, ARCASIA 우지앙 회장 등으로, 김재록 회장은 도합 20여 개국의 건축사 단체장들과 연이어 면담하고 한국건축계의 위상정립과 국제교류를 위해 노력했다.
상대적으로 일본, 중국에 비해 한국 측 발표자들이 적어 아쉬웠던 이번 대회에서 문화유산 워크 프로그램(Heritage and Cultural Identity (HCI) Work Program) 분야의 발표회에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UIA Heritage 분야에서 Co-director로 활약해 온 대한건축사협회 조인숙 APEC건축사 위원장(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이 발표자로 무대에 올라 한국 문화유산의 파괴와 복구 노력을 소개했다. 조 위원장은 2025년 3월 경상북도 의성군 고운사의 화재와 이후 복구과정을 소개한 "Between Restoration and Intervention: Post-Fire Rehabilitation of Gounsa Buddhist Temple" 주제 발표로 해당 분야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UIA(Union Internationale des Architectes)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시급한 전후복구사업에 건축의 역할을 고민하는 단체로 출범했다. (1948년 스위스 로잔에서 결성) 건축 선진국들인 유럽이 다 잿더미가 된 데다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신생국들이 줄줄이 독립하면서 수도와 도시를 건설해야만 하는 시점이었으니, 국제적인 건축 연합체가 탄생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시점이었다.

UIA는 정부 간 기구인 UN의 많은 산하기관들 – UNESCO와 WHO, WTO 등의 국제기구들이 인정하는 건축계 유일의 국제대표성을 지닌 기구이다. UN 각 기구들의 인정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세계건축의 주도자로 나선 UIA는 3년마다 월드 콩그레스를 열어서 건축의 현안과 성과를 결산하고 점검하면서 전 세계의 건축인들이 모이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3년 전의 코펜하겐 세계대회가 상대적으로 인구가 작은 노르딕 국가 –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들이 연합해서 치러진 것에 비해, 스페인이라는 유럽의 강국이 단일국가 단위로 치러낸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할 것이고, 전시관으로 사용된 바르셀로나 디자인 전시관 DHub는 각국의 건축계가 전시관을 차렸고 경쟁적으로 자국의 건축문화의 우수성을 세계 건축인들에게 알리려는 각축장이기도 했다.
우선 스페인관(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관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은 “이성과 열정 (Seny i rauxa)”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 지역의 독특한 2가지 정서 ‘냉철함과 합리성’, ‘반면 이에 대비되는 열정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지역건축의 사조를 잘 보여줬다. 풍부한 역사연구와 다양한 디자인 사례들을 통해 스페인 모더니즘의 근원과 발전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이뤄졌다.






중국관은 차기 2029년 월드 콩그레스 개최지답게 대규모 전시관을 차리고 자신들의 대표적인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VR과 풀스크린 영상으로 과시했고, 많은 중국 건축사들이 참석(중국 건축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300명 이상 참가)해서 눈길을 끌었다. 2028년 UIA forum을 유치한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도 홍보관을 열고 자신들의 도시를 홍보했다.
한국전시관에는 대표적 두 도시인 서울과 부산관이 나란히 설치되어 우수 디자인 사례, 시민들이 사랑하는 지역명소, 우수 디자인을 진작하는 정책사례들이 소개되었다.
대한건축사협회가 가입한 아시아건축단체연합(ARCASIA)도 별도 부스를 열고 ‘ARCASIA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사들과 아카시아의 특성을 홍보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해당부스에는 각 아시아 국가 건축사들과 유럽 건축사들의 교류와 친선의 장이 되었다.


UIA Gold Medal 수여식:
에두아르도 소토 드 무라 Eduardo Souto de Moura
이번 세계대회의 기간 중 하이라이트 행사로 UIA가 수여하는 권위 있는 건축상인 ‘Gold Medal 수여식’이 6월 30일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열렸다. 수상자로 포르투갈 건축사 에두아르도 소토 드 무라(Eduardo Souto de Moura)가 선정되었다. 가우디가 평생을 바쳐 건립한 이 아름다운 대성당에서 수상하게 된 그는 평생에 걸친 자신의 건축여정을 소개하면서 ‘지성과 자제력을 가지고 재료에 대한 존중심, 경외감 그리고 건축하는 이들에게 부과된 책임을 강조’하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골드메달 외에도 건축의 혁신, 도시설계, 비평등에 공헌한 건축인들을 수상하는 트리애뉴얼 어워드 시상식이 같이 열려서 수상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격조 있는 행사가 되었다.
Congress 폐막과 UIA 회장단 선거
콩그레스 폐막일에는 차기 대회 개최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대회 깃발이 이양되었다. 중국 베이징 부시장과 중국건축학회장이 무대에 올라 대회기를 받고 성공적인 대회추진을 다짐하는 행사를 마지막으로 4일간의 월드 콩그레스는 막을 내렸다. 2029년에는 다시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UIA 콩그레스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폐막 직후부터 UIA는 General Assembly (총회)를 열고 그간 검토된 안건들을 심의하고, 표결을 통해 향후 3년간의 정책을 의결하는 3일간의 추가행사들을 치른다. 일반 청중은 출입이 불가능한 이 회의는 각국의 건축사협회에서 위임받아 파견된 투표권을 보유한 인원만 출입이 허용되는 회의다. 이번 UIA 총회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국제기구 재정문제였다.

모든 기관과 단체에서 건전한 재정은 중요하다. 건축인들의 국제기구인 UIA도 이 원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건전한 국가재정을 이루는 데 국민들의 세금이 중요한 것처럼, UIA도 회원국들의 회비납부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어서, 2023-2026 회장단도 이 문제를 우선순위를 두고 논의해 왔다. 이번 바르셀로나 General Assembly에서 변경된 재정계획이 승인된 것은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다. UIA재정에서 회비수입은 전체 재정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구성요소로 회원국들의 회비는 3가지 종류로 정해져 있다. 1947년 창설 이후 선진국이면서 창설 멤버로 고정회비를 납부해 온 나라들을 Group 1(미국, 중국, 서유럽,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터키)으로 분류하고, Group 2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82개국- 개도국 혜택으로 적은 비용의 고정회비를 부담)하며, Group 3는 변동회비를 내는 대상인데 한국을 포함해 27개국이 해당된다. (건축사 숫자와 국민소득 PPP를 환산한 다소 복잡한 방식으로 변동회비 산출). 이 구조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1948년 UIA 결성 이후 변함없던 회비와 투표권에서 미국이 부동의 리더자리인 - 11표에서 10표로 한 표를 낮추고, 중국이 9표에서 10표로 올라가 한 표씩을 서로 주고받는 개정안이 승인된 것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동일 투표수를 확정하는 UIA 정관 개정안이 이번 바르셀로나총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두 번째로 건축만이 UIA를 담는 그릇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미래에 새로운 포럼들을 개최해 보자는 안건이 의결되었다. 이 총회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도시발전과 건강한 관광문화(UIA forum for Sustainable Tourism)를 양립시켜 보려는 포럼들이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서 총회 둘째 날 치러진 3년 임기의 UIA 회장단 선거에 한국도 도전장을 냈다. UIA region 4 이사를 역임한 한영근 FIKA 대표회장이 다른 나라 3명의 후보와 같이 출마하여 ‘UIA에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로 혁신을 가져온다’는 출마연설을 했다.

선거결과는 UIA region 4 부회장을 역임한 중국의 장리(Zhang Li) 교수가 당선되어 앞으로 3년간 UIA를 이끌게 되었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말레이시아 건축사(Esa Mohammed)가 2013년 당선된 이후 13년 만에 아시아 출신 회장을 맡게 됐다. 아시아 출신 신임회장의 임기는 금년 말부터 시작된다. 한국건축계가 보다 광범위한 국제적 역할을 모색하는 도전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후기
3년 전 월드 콩그레스를 개최했던 덴마크는 지난 대회의 주제로 ‘Sustainable futures -Leave no one behind’, ‘지속가능한 미래 -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건축’)을 내세웠다 그들은 자신들이 성공적으로 치른 대회 후속작업으로 지속가능한 건축을 향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취재해서 그중 7개국(덴마크, 스페인, 캐나다, 중국, 방글라데시, 팔레스타인, 르완다) 건축인들의 노력을 모아서 ‘10 Principles to Build On’,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10가지 실천방안)을 책으로 만들어 이번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배포했다.

이 책을 받아 들고 나서, 2017년 서울에서 UIA대회를 세계인의 호평을 받으며 치렀던 경험이 있는 한국이 서울 대회 이후 한국건축계의 성과와 후속영향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렵게 치러낸 UIA 대회 이후 자체적인 백서를 만들었지만, 이 결과가 우리들만 보는 보고서였다면. 앞으로 한국건축계는 많은 홍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계층에서 국제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특히 UIA의 다양한 Work Program (사회 보건, 지속가능한 개발, 소외계층에 봉사하는 건축 프로그램, 건축실무 제도와 AI문제 등)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한 걸음씩 묵묵히 전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글. 이건섭 Rhie, Gibson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위원장

이건섭 건축사 · (주)스튜디오5 건축사사무소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장이자 (주)스튜디오5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다. 연세대 건축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삼성미술관,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미국 Virginia Tech에서 교환교수로 건축역사 및 이론을 가르쳤다. 지은 책으로 네이버에서 오늘의 책으로 선정된 『20세기 건축의 모험』이 있다.
gibs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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