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31. 10:5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The Humanities of Hanok Viewed From the I Ching (Book of Changes)
Introduction - Historical Review
연재순서
1. 서론 –역사적 고찰
2. 퇴계, 9자 연못에서 우주를 품다
3. 8각 기둥의 교훈을 실천한 남원 몽심재
4. 경복궁 아미산 굴뚝은 왕비의 수신서(修身書)
5. 두 개의 섬이 있는 보길도 세연지
6. 도산서원 기숙사의 방문짝 수는 왜 다를까
숫자가 갖는 의미는 동서양이 다르지만, 건축에서 숫자를 모티프로 사용한 것은 예로부터 동일하다. 우선 서양의 교회건축을 살펴보자. 가우디(Antoni Gaudi)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2사도와 4복음서 그리고 성모마리아와 예수를 뜻하는 18개의 첨탑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 이전의 교회건축도 이 같이 3, 4, 12 등 성경에서 나타나는 의미 있는 숫자로 첨탑이나 창을 설계하였다.
기념비적인 건축물에도 이러한 숫자로 의미를 부여하였다. 노예해방을 이룬 미국의 링컨 대통령 기념관은 36개의 기둥이 회랑을 형성하고 있는 바, 이는 링컨 대통령 재직 시 미연방이 36개 주를 표현한 것이다.
숫자의 의미는 1,000여 년 전 건립된 멕시코의 마야 유적지에도 있다. 일례로 엘 카스티요(El Castillo)는 4면에 각각 91개 계단을 설치한 피라미드로 4면 계단 수에 맨 꼭대기 마지막 계단을 합치면 1년 365일을 정확히 건축에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숫자 개념을 도입한 대표적인 건축물은 1,400여 년 전 축조된 경주의 첨성대이다. 전체 돌 361∼ 365개는 1년을, 전체단수 28은 별자리 28수를, 개구부를 제외한 상 하단 수 12는 1년 12달을 상징한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조선 건국 단계에서 나라의 통치 철학으로 성리학이 도입되면서 주역에 의한 수치가 건축에도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니, 대표적인 건물이 경복궁 경회루이다. 이에 대하여는 이미 발표된 논문이 많음으로 정학순의 경회루전도(慶會樓全圖)를 통해 간략하게 살펴본다.
경회루 디자인의 핵심요소는 주역의 천원지방(天圓地方), 양의삼재(兩儀三才), 삼십육궁(三十六宮)의 원리에 있다. 경회루는 불의 형태인 관악산으로 인한 궁궐의 화재를 방지하고, 유사시 소방수로 사용하기 위하여 못을 파고 그 위에 누각을 건축하였다. 따라서 물을 상징하는 6의 숫자를 기본으로 전체 간수는 제왕의 궁을 상징하는 36궁에서 움직이지 않는 불변의 태극 1을 제외한 현실 공간으로 35간을 만든 것이다.
평면의 높이는 3단으로 가운데가 가장 높은 상단이다. 이 상단의 3간은 천·지·인 삼재를 뜻하며 임금의 자리가 되는데, 3간을 지탱하는 8개 기둥은 팔괘(八卦)이다. 다음 중단은 헌(軒)이라 하는데 헌의 칸수 12는 1년 12달을 의미하며, 고위관료가 앉는다. 높이가 가장 낮은 하단의 기둥 수 24개는 1년 24절기를 뜻하며 하위 관료의 자리가 된다. 또 기둥 사이에 달린 분합문은 64개로 주역의 64괘를 표현한다. 이토록 완벽하게 주역에 맞춘 이 거대한 누각은 방주와 원주 등 기둥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건축을 살펴보면 교태전 굴뚝에서 6의 숫자를, 도산서원 기숙사 방문에서 1과 2의 숫자를 그리고 남원 몽심재 기둥에서 8이란 숫자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굴뚝의 문양이나 문짝을 미학적 관점에서 논하기는 하나 이러한 숫자에 관한 연구는 황무지나 전무한 상태이다. 이는 건축물의 배치나 평면 입면 그리고 기능에만 관심을 가질 뿐, 설계 의도를 무시한 것이다. 지금으로 발하면 건축사의 숨은 설계의도는 도외시하고 결과물만 가지고 논평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필자는 건축주의 건물에 대한 애정과 숨은 뜻을 파헤치기 위하여 이러한 숫자의 의미를 주역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완벽한 논문 형식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향후 이에 대한 후학들의 훌륭한 논문을 기대하며. 그 길라잡이가 되고자 그간 연구한 것을 몇 차례에 걸쳐 에세이 형식으로 발표하고자 한다.
글. 장양순 Chang, Yangsoon
前 본협회 이사 및 감사·본지 및 대한건축사신문 편집국장·건축사사무소 창건축

장양순 건축사, Columnist · 건축사사무소 창건축
홍익대 및 동 대학원에서 한국건축사를 전공하고, 대한건축사협회의 임원으로 본지 편찬위원장, 건축사신문 초대 편집국장과 건축문화대상 시행위원장을 역임하면서, 홍익대, 강원대, 명지대 및 한서대에서 40년 간 제자를 육성했다. 저서로 『한옥 건축학개론과 시로 지은 집』, 『툇마루 한담』 등이 있고, ‘본 협회 50년사’ 건축사지 500호 별책 등을 편찬했다. 가곡 ‘논개’, 동요 ‘무지개 떴다’, ‘건축사 찬가’ 등 작곡 활동과 더불어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cyss1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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