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젊은 건축사를 ‘사고하는 주체’로 대하는 프랑스” _ 강소영 건축사 2026.10

2026. 10. 31. 11:45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France:
Where young architects are treated as thinking subjects.”

 

신입사원도 자유롭게 의견 제시하는 분위기
건축, 사회적 가치·문화적 의미 창출하는 일로 여겨
회사 구조·경영 관련 질문, 건축사 자격 취득 과정 중 다뤄

강소영 프랑스건축사(Maison Kang Gassmann)

 

월간 건축사는 해외 실무경험이 있는 건축사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 제도나 정책의 한계점, 개선 방향 등을 다른 시각에서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건축사의 사회적 위상은 프랑스에서 상당히 높습니다. 유럽에서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젊은 아시아 여성 건축사로서 일할 때 오히려 많은 존중을 받았고, 발주처와의 관계에서도 갑을 관계보다는 협업의 관계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사로서의 전문성과 아이디어가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습니다.”


강 소 영 프 랑 스 건 축 사 ( M a i s o n Ka n g Gassmann)는 건축사를 대하는 프랑스의 분위기와 문화를 소개했다.

 

Q1. 어떤 나라에서 실무를 진행했고, 당시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건축학 학부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에서 석사 과정과 건축사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이후 파리에서 약 5년간 실무를 경험했고, 영국 런던에서 3년간 근무한 뒤 최근 건축사무소 개소를 위해 다시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해외에서의 실무 경험을 돌아보면,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젊은 건축사를 ‘사고하는 주체’로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실무가 곧 교육의 연장선에 있으며, 연차와 직급보다도 생각의 논리와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비교적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리의 A26 architectures에서 첫 출근을 했을 당시, 진행 중이던 공모전의 입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기회를 받았습니다. 막 학업을 마치고 입사한 신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며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도록 독려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 공모안에 반영됐고, 이는 제게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비록 작은 규모의 공모전이었지만 첫 작업에 실무 경험이 없는 저의 생각도 존중해준다는 경험이 5년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이후 실무에서도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기보다, 프로젝트의 맥락과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갖게 됐습니다.

 

파리 12구 Reuilly에 위치한 노인 요양원, 젊은 알츠하이머 병동,여성 사회복지 주택 및 보육원 프로젝트로 복합적인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한 프로젝트. 설계·사진=A26 architectures

 

Q2.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내와 가장 다르다고 느낀 설계 환경이나 일하는 방식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나요?


많은 유럽권 건축사들이 공감할 수 있을 텐데, 가장 큰 차이점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입니다. 특히 제가 일했던 A26 architectures에서는 직급이 세분화되지 않았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와의 대화에서 편하게 반말을 쓰며 (프랑스어에서 존댓말과 반말이 구분되지만) 제 아이디어를 주저 없이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생각도 맞지만, 내 생각도 좋아!”라는 마인드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이를 통해 젊은 건축사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법과 의사소통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건축사로서 자신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적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야근이나 마감 후에 체력을 회복하거나 쉬는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고, 개인 일정도 미리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 건축사로서의 경력과 개인적인 삶을 균형 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러한 문화가 장기적으로 건축사의 지속 가능한 경력 개발에도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Q3.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제도나 정책 중 현장에서 불편하거나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프랑스에서 실무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건축사의 역할과 협업 방식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건축사가 Maitrise d'OEuvre(프로젝트 관리)로서 단순히 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전반을 이끄는 리더로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건축사와 시공사 간의 관계가유연하고 수평적이라, 단순한 계약자와 설계자의 관계를 넘어서 협력하는 파트너처럼 의견을 나눕니다. 이렇게 서로 자유롭게 대화하다 보면, 설계 변경이나 시공 중 발생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죠.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건축 프로젝트 품질 향상에 정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제도적 차이가 크게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실무 중심의 프로젝트와 논문 심사를 통해 건축사 자격을 취득합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 구조나 경영에 관한 질문들이 자주 다뤄집니다. 예를 들어, 3년 치 비즈니스 플랜 작성과 같은 과정이 포함돼, 향후 건축사사무소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건축사 자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습니다. 저도 8~9년 전 건축사 과정에서 준비했던 비즈니스 플랜을 현재 파리 사무소 MKG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다시 보며, 그때 간직했던 비전과 꿈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가 젊은 건축사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건축사가 될 것인지 방향 설정을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파리 동쪽 Montreuil에 위치한 어린이와 청소년 정신과 병동 프로젝트로 2023년 완공됐다. 도시 계획적으로 매우 제약된 부지 위에 나이대가 다양한 어린이들을 수용하는 치료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프로젝트다. 설계·사진=A26 architectures

 

Q4. 건축사의 역할이나 사회적 위상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실무를 시작하면서 발주처와의 미팅을 파리와 지방 도시에서 직접 진행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유럽에서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젊은 아시아 여성 건축사로서 일할 때 오히려 많은 존중을 받았고, 발주처와의 관계에서도 갑을 관계보다는 협업의 관계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사로서의 전문성과 아이디어가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습니다.


또한, 건축사의 사회적 위상은 프랑스에서 상당히 높다고 느꼈습니다. 저 또한 건축사로서 그리고 종합 예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 내에서도 존경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창출하는 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건축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자랑스럽게 느끼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Q5. 해외에서의 경험이 건축사로서의 생각이나 방향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의 설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한국에서 건축학을 공부할 당시 정말 즐겁게 학문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랑스와 영국에서의 경험은 각기 다른 두 나라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세 나라 모두 저에게 자유로운 사고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건축사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들이 현재 제 회사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튼튼한 기초가 되어, 앞으로 제가펼칠 건축 작업에 잘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또한, MKG 파리가 MKG 서울로 확장돼, 한국에서도 좋은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 조아라 기자

 

강소영 건축사·프랑스 건축사

Kang So-young
Maison Kang Gass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