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나인컴퍼니_사옥벽을 세워 더 열린 세길 골목의 건축 경계와 여백, 공간의 역설 2026.10

2026. 10. 31. 11:3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_ Nain Company Office
Architecture of a Three-Way Alley, More Open by Erecting Walls
Boundaries and Void: The Paradox of Space

 

서울의 작은 대지에서 건축은 흔히 얼마나 많은 면적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시작한다. 용적률과 그에 따른 주차, 일조와 인접대지와의 관계를 조정하다 보면 외부공간은 프로그램을 배치한 뒤 남겨진 공간에 위치하곤 한다. 군자동의 나인컴퍼니 사옥은 이 일반적인 순서를 뒤집은 듯하다. 무엇을 채울 것인가 보다 무엇을 비워둘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고, 그 여백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건축물에서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안쪽의 공간을 비워서 층층이 올린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대로변 도로에서 이면도로로 들어오며, 열기 위해 닫고, 바라보기 위해 가리며, 비우기 위해서 벽을 세웠다는 것이다. 대지는 세 갈래 길이 만나는 코너 자리에 위치하며, 주변은 저층의 주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창을 크게 낸다고 해서 좋은 풍경을 얻을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창과 창이 마주하는 아주 흔한 서울의 주거지역의 모습이다. 바로 앞 길 보행자의 시선마저 나인컴퍼니 사옥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건축사는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열 것인가’라는 질문 대신 ‘대지 안에 새로운 바깥을 만들 수 있는가’를 묻는 듯하다.
그에 대한 결과물은 결국 안쪽의 마당이다. 1층의 마당은 2층, 3층의 공적인 테라스, 4층의 사적인 테라스와 옥상으로 이어진다. 형태와 크기는 유사하면서도 층층이 쌓인 외부공간은 하나의 테라스 하우스와 같은 흐름을 만들어 낸다. 중요한 점은 이 공간들이 실내를 계획하고 남은 자리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비워둘 곳을 정하고, 그 주변에 업무공간을 배치한 것이다. 잔여면적을 여백의 공간으로 무심코 남겨놓는 것이 아니라, 건축을 조직하고 적층 하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이것은 건축사가 기술적 역량을 넘어 주변의 맥락을 읽고, 공간을 어떻게 조직하려 했고, 구축해 갔는 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여백의 공간은 어떤 정해진 프로그램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업무 중 잠시 쉬러 나올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회의 뒤에 부담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이어가거나, 전화통화를 하기도 하고, 고즈넉한 노을을 배경으로 혼자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용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장소를 이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공간.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내부의 개방성은 강한 경계에 의해 만들어졌다. 바로 인접한 주택 쪽으로 설치된 높은 콘크리트 벽은 공간을 닫는 요소이자 안쪽의 마당과 큰 창의 개방성을 확보해 주는 벽이다. 주변 주택의 복잡한 전망들과 어지러움을 뒤로 물려놓음으로써 내부 공간을 더 열고, 풍성하게 해주는 장치로 작동한다.

 

내부 전경
외부 벽체 / 외부 1층 / 외부 테라스

 

도로를 향한 붉은 벽돌도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일부 영롱쌓기 구성은 빛과 바람을 간지럽게 받아들이면서도 거리의 시선을 여과한다. 직조의 감각을 벽돌 쌓기의 방식으로 번역한 건축사의 의도도 있지만, 반복의 형태와 틈이라는 형태적 접근을 통해 나인컴퍼니 사옥의 브랜드 이미지를 은유의 형태로 구축하고, 이는 안과 밖의 여과된 공간경험으로 치환되고 있다.
1층 마당을 품고 있는 유리 쇼룸형식의 공간은 상품을 거리에 직접 보여주기보다 방문자가 내부로 들어온 뒤 정원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투명한 유리와 실루엣이 보이는 정도의 블라인드, 콘크리트와 소소한 식재, 그리고 높이 보이는 하늘이 내부공간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려냄과 비워냄을 통해 내향적 열린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옥은 외부를 향해 그 존재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한다. 나인컴퍼니 사옥은 그러한 요소들을 내면화한다. 외부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 보다 내부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일상의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건축사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결과로, 나인컴퍼니 사옥의 브랜드적 표현은 보이는 그 자체의 정체성보다 이용자들에 의해 경험되는 정체성에서 더 잘 드러나 보인다. 방문자는 거리에서 건물 전체를 한눈에 이해하기보다 벽돌의 틈을 지나고, 마당을 지나고, 유리 너머의 쇼룸을 발견하며 건축을 단계적으로 경험한다. 이용자들 역시 업무공간과 테라스 사이를 오가며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쉽고, 느슨하게 향유한다. 건축이 기업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할 때, 나인컴퍼니 사옥은 이미지 그 자체보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행위와 시간을 설계했다고 할 수 있다. 특정한 형태나 색채 하나로 요약되기보다 작은 경험의 연속 안에 공간에 잘 녹여놓은 인상이다.
관점을 달리 보면, 이러한 공간구성에 대한 필연적 질문이 남기도 한다. 내부를 향한 강한 개방성이 사용자들에게는 안정되고 깊은 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도시와의 관계를 지나치게 차단한 것을 아닐까? 건축은 대부분 도시와 소통을 해야 하고, 가깝게 바로 앞 대지와 주변에 관계 맺음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콘크리트 가벽과 영롱쌓기를 통한 필터링은 내부 공간의 질서를 조직해 가는 데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했지만, 골목에서 바라보는 내부적 소통은 차단하는 효과가 크다. 물론 입지가 좋은 코너자리에서 묵묵히 거리를 안내하는 듯한 모습은 그 차단성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인컴퍼니 사옥은 이 지점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경계, 여백, 그리고 공간의 직조. 여기서 파생되어 나온 이 사옥의 결론은 여전히 우리 건축사들에게 많은 질문과 해답과 고민을 남기고 있다.


나인컴퍼니 사옥은 경계에 있다. 열림과 닫힘이 서로 대립하지 않게 애매하면서도 확실하게 조직되어 있다. 무엇을 닫느냐에 따른 선택, 무엇을 열어 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건축사의 몫이다. 결국, 도시와 사람, 일과 휴식, 안과 바깥의 경계에 대한 고민은 여백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로 귀결되었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사옥이다. 작은 대지에서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지만, 거기에 한정되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건축사의 태도. 밀도 높은 도시에서 우연히 남겨지는 여백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구성된 여백을 건축의 중심으로 삼으면서 세워졌기에 나인컴퍼니 사옥은 닫혀 보이지만 더 많이 열려있는 건축물이다.



 

글·사진. 오현일
Oh Hyunil
제오 건축사사무소(주)

 

 

오현일 건축사·제오 건축사사무소(주)

 

고려대학교와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건축을 수학하였다. 국제건축사연맹(UIA) 공모전 등 다수의 국제공모전에서 수상하였으며, 네덜란드의 OMA와 UNStudio, 한국에서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연세대학교 겸임교수이며, 제오 건축사사무소와 함께 프레임워크 종합건설을 이끌고 있다. 제오 건축사사무소는 형태와 기능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연구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고, 그러한 작업의 구축을 통해, 건축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자 한다.


hi.oh@jeo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