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건축사’에 실린 ‘청계천 문화관’을 다시 보다 2026.10

2026. 10. 31. 10:4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Revisiting the ‘Cheonggyecheon Museum’ featured
in the October 2006 issue of ‘Architect’

 

한때 『월간 건축사』의 지면을 채웠던 건축을 다시 만납니다. 시간이 흐르면 건축은 달라집니다. 건물의 표정이 달라지고, 주변의 도시가 변하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쌓입니다. 그리고 같은 건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역시 달라집니다. ‘그해, 그달의 건축’은 과거의 지면을 오늘의 현장으로 불러오는 아카이브입니다. 오래전 소개됐던 건축 작품을 다시 찾아가고, 당시의 기사와 비평을 다시 읽으며, 그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건축의 의미를 오늘의 시선으로 살펴봅니다.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현장이 만나는 자리. 그 사이에 흐른 시간을 통해 건축의 가치와 변화를 발견하는 만남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오늘, 오래된 기록을 펼쳐 다시 건축을 만납니다.   <편집자 주>

 

2006년 10월호 건축사지에 소개된 ‘청계천 문화관’

 

2006년 10월호 월간 ‘건축사’에는 ‘2006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수상작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사회공공부문 대상을 받은 ‘청계천 문화관’이 눈에 띄었다.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정림건축)에서 설계를 진행했던 작품이다. 정림건축은 필자가 약 7년 정도 일했던 인연이 있는 건축사사무소다.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들 속에서 가끔 눈에 들어왔던 프로젝트인데, 이렇게 건축사지를 회고하는 기회를 통해서 다시 접하기 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취재를 위해 오랜만에 다시 찾은 청계천 문화관은 ‘청계천 박물관’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비록 이름은 바뀌었지만, 건물의 보존 상태는 상당히 좋아서 예전 모습 그대로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2005년 5월에 완공된 청계천 문화관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청계천 복원 공사의 일환으로 함께 추진되었던 사업이었다. 본격적인 청계천 광장이 시작되는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마장동 고산자로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외부에서 느껴지는 길게 뻗은 유리 메스는 청계천의 흐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에 유행했던 랜드 스케이프 건축, 비정형 건축의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받은 흔적이 느껴진다. 실과 실 혹은 공간과 공간을 구획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엮으면서 바닥과 벽, 천장 등을 구분하지 않고 연결하는 제스처 등이 2000년대 초반 세계건축을 선도하는 추세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을 도입하고자 했던 노력들이 청계천 문화관의 곳곳에 남아 있다.

 

청계천 문화관 내외부 전경

 

외부에서 부각되는 한 줄기의 메스는 마치 단절된 흐름처럼 느껴지고, 상부에서 뻗어 나온 구조물은 마치 전망대 같아 보인다. 유리 메스를 떠받치는 하단부는 짙은 계열의 석재를 사용해서 단단한 기단부의 느낌을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는 내부의 동선 흐름을 완전히 느끼기 힘든데, 이 건물의 진면목은 내부를 관람하면서 느낄 수 있다. 큰 생각 없이 저층부의 출입구에 들어서니 안내하는 직원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외부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서 상설 전시실부터 관람을 시작하라는 이야기였다. 그 안내에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곧바로 4층으로 올라갔다.


본격적인 답사에 앞서 옥상에 있는 정원과 외부 전망대를 먼저 둘러보았다. 내부 공간의 흐름이 외부공간으로도 이어지고, 전시에서 보았던 감상을 품고 전망대까지 다다른 관람객들이 청계천을 바라보는 풍경을 상상했던 설계자의 의도가 한눈에 읽히는 듯했다. 옥상의 조경은 보존 상태가 상당히 훌륭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훼손되곤 하는 일반적인 옥상 정원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눈에 띄었다.


4층부터 시작되는 상설 전시공간은 2층까지 끊김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조선시대부터 시작되어 일제강점기, 근대화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굴곡 많았던 청계천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와 기사, 모형 등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차츰 내려가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바닥은 야트막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 전체를 몇 바퀴 돌아 내려오면서 전체적인 콘텐츠들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하기에 그렇게 불편한 수준은 분명 아니긴 했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온다면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했다. 이 상설전시 공간은 경사를 통해 건물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고자 하는 설계자의 의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저층부는 북카페와 기획전시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청계천의 구호활동을 위해 노력했던 종교인이자 사회운동가인 일본인 고 ‘노무라 모토유키’ 선생님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70~80년대 처참했던 청계천 판자촌 일대를 생생하게 취재했던 그의 자료들을 보니 근대화의 어두웠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청계천이라는 자연의 흐름을 건축의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건축사의 분명한 의도, 그리고 선진건축의 트렌드를 우리의 건축 안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건축사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건물이었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도 더 많은 공공 건축물에서 이러한 건축사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글·사진. 김선동 Kim Seon Dong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건축사 ·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이데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2021년에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건축사와 건축주, 시공사가 함께하는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글쓰는 건축사’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브런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축가의 습관」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저술과 강연 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ratm8203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