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豚) Worry, Be Happy!”돼지 해 새해 인사가 이 정도는 돼야지 2019.1

2022. 12. 12. 10:19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Pigs Don't Worry, They are Just Happy. This Year. You Don't Worry Either. Be Happy!" Isn't this the real class of the New Year's Greetings for the Year of the Pigs?

 

2018년 1월호 칼럼을 쓰면서 아주 추상적인 새해 소망을 하나 세웠었다. 내 소망 은 ‘내 안의 좋은 것, 선한 것을 이끌어내 줄 그 무엇을 만나는 것’이었다. 개의 해 를 맞아 ‘개는 우리 안의 선(善)함을 이끌어낸다.’는 광고 카피를 보고 세운 소망 이었다. 그런데 한 해를 돌아보니 작년에 나는 내 안의 선함을 이끌어낼 무엇을 만 나는 것은 고사하고, 내 안에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분노를 끌어내는 사람을 만 났다. 짧지 않은 세월 마음을 주고 시간을 나누고 좋아했던 지인에게 영문도 모른 채 발등을 찍히는 순간, 내가 참 사람을 볼 줄 모르는구나 스스로가 한심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른 시선으로 보니 그이는 앞에서는 세상을 달관한 사람처럼 비우 고 내려 놓아야 한다는 둥 좋은 말을 늘어놓으며 뒤로는 여러 사람의 뒷담화를 일 삼고 조직 구성원들을 편가르기 하는 암적인 존재였다.

그렇게 당한 이유가 어쩐지 야무지지 못한 새해 소망 탓인 것 같아서 새해에는 제 대로 분노하고 독하게 싸우겠다는 다짐을 마음의 대문에 걸었다. 그러나 그 또한 추상적인 소원인 것은 지난 해나 마찬가지여서 돼지꿈 꾸고 복권 사겠다는 소원 보다 어쩐지 시원치 않아 보인다. 언젠가 말할 수 있을까? 그가 내게 한 짓이 얼마 나 폭력적인 것인지, 내가 얼마나 상처입고 분노했는지, 내가 그를 얼마나 믿고 의 지했는지… 아마 그런 날이 오더라도 그이는 내 마음을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한 아파트 광고 속 아이들이 부모의 마음을 짐작도 못하는 것처럼.

 

밤 늦은 시간 아빠는 아들이 공부하는 독서실로 마중을 간다. 집에서는 얼굴도 보 기 힘든 아들이다. 아들은 독서실 건물의 계단을 걸어 내려온다. 아들이 계단참에 이를 때마다 천정의 센서등이 켜지고 아빠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혼자 중얼거린 다. 공부 다 하고 대학 가서, 어른 돼서 놀라는 말 믿지 말라고, 어느 때가 되어도 마음껏 놀기 쉽지 않더라고. 그런 아빠의 속마음을 까맣게 모르는 아들은 왜 왔냐 고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지고는 혼자 앞서 걸어간다. 긴 육교를 아들은 앞서 걷 고, 뒤따라 가는 아빠는 민망해서 공연히 허공만 자꾸 쳐다본다. 그 풍경 위로 흐 르는 BGM은 조덕배가 만들고, 몇 년 전 아이유가 리메이크로 다시 부른 ‘나의 옛 날이야기’라는 곡이다. 가사가 아빠의 마음 같이 들린다. KCC건설의 아파트 브랜 드 스위첸의 영상 광고다.

 

CC건설_스위첸_TVCM_현실 부자 편_2017_스토리보드

 

자막)          집에선 만나기 힘든 너에게 아빠

O.V)           준영아, 공부 다 하고 놀라는 말 믿지 마.

                  대학가서 놀라는 말도 믿지 마.

                  어른 되면 놀라는 말도 믿지 마.

                  언제가 됐든 마음껏 놀긴 쉽지 않더라.

아들)          왜 왔어?

아빠)         아니 그냥 BGM

가사)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사랑한단 말 못하고 애태우던 그 날들을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아빠O.V)   언젠간 말할 수 있겠지?

아빠)         천천히 좀 걸어, 아빠랑 같이.

자막)         집으로 가는 길 SWITZEN

                  KCC건설

 

KCC건설_스위첸_TVCM_현실 부자 편_2017_카피

 

스위첸 광고는 딸에게 진심을 말 못하는 엄마 마음을 담은 모녀 편도 제작되었다. 엄마가 학원 앞에 차를 세우고 딸을 기다리고 있다. 딸은 친구들과 웃으며 걸어오 다가 엄마 차를 보고는 무표정한 얼굴이 된다. 차 문을 열 때도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다. 속으로는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엄마의 첫마디는 ‘시 험 잘 봤어?’이다. 딸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다른 곳을 쳐다 본다. 딸은 차에 내려서 도 같이 가자는 엄마를 기다려 주지 않고 한 발 앞서서 가버린다. 부자 편과 같은 조덕배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자막)          집에선 웃지 않는 너에게

엄마O.V)    미정아, 친구랑 놀아도 괜찮아.

                   성적, 떨어져도 괜찮아. 학원, 빼먹어도 괜찮아.

                   실은 이런 말을 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

엄마)           시험 잘 봤어? 가자!

BGM가사)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사랑한단 말 못하고 애태우던 그 날들을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엄마O.V)    언젠간 말할 수 있겠지?

엄마)          아가씨 같이 가요.

자막)          집으로 가는 길 SWITZEN

                   KCC건설

KCC건설_스위첸_TVCM_현실 모녀 편_2017_카피

 

아파트 광고라기 보다는 중고생 자녀를 둔 엄마와 아빠의 넋두리로 들리는 카피 다. 어디 중고생의 부모뿐이랴! 대학에 가서도 학점이 부족한 아들에게, 취업을 못 하고 있는 딸에게, 안개 속 같은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많은 부모가 속 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행복은 높은 연봉이나 좋은 학벌에 있지 않다는 사 실을,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짧다는 진실을. 본인들이 4~50년 살면서 깨달은, 먼 내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삶의 비밀을 자기 자식에게는 말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황금 돼지가 주인공이라는 2019년이 밝았다.

돼지꿈이나 한 번 꾸어 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돼지가 나오는 광고를 구글링해 봤 다. 먼저 구찌(Gucci)의 캠페인이 눈에 띈다. 2018년 10월 29일 이탈리아 럭 셔리 브랜드 구찌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를 모델로 한 2019 크루즈 남성복 광고 캠페인을 공개했다. 캠페인의 로케이 션 장소는 이탈리아 로마 북쪽 비테르보(Viterbo) 지역에 있는 빌라 란테(Villa Lante)라는 유서 깊은 정원이다. 해리 스타일스는 분수, 미로, 동굴 등 고대 유적 지를 연상시키는16세기 르네상스 스타일의 정원에서 다양한 패턴의 슈트를 입고 애완 양과 염소, 아기 돼지와 함께 개성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계적으로 이 름이 알려진 스물 네 살 청년과 450년 된 정원 그리고 아기 돼지들이 기묘한 분 위기를 만들고 있다.

 

구찌_2019 크루즈_남성복캠페인_ 2018

 

다음에 찾은 광고물은 세계적인 동물 권리 보호 단체인 PETA의 어린이용 홈페 이지 PETA Kids에서 제작한 동물 보호 빌보드 광고이다. 광고 모델은 매케나 그 레이스(Mckenna Grace)라는 열 두 살 꼬마 배우이다. 매케나 그레이스는 소피 (Sophie)라는 이름의 돼지 얼굴에 뺨을 대고 동물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돼지는 게으르다, 돼지는 지저분하고 미련하다, 욕심이 많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돼지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그런데 돼지는 애완견만큼 영리하고 충성심이 강하고 장난스럽고 다정한 동물이라고 한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 수는 없겠지 만 기왕이면 좋은 환경에서 사육하는 농장을 지지하고, 돼지에 대한 터무니없는 오해는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PETA Kids_빌보드 광고_2017

 

원고를 마무리하며 올해의 새해 소망을 다시 적기 전에, 2018년에게 작별을 고한 다. 안녕 2018, 안녕 덧없던 말들아, 안녕 끊어진 인연아, 안녕 쓸모 없던 후회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모든 빛나던 날들아, 영원히 안녕. 그리고 아직 아무 것도 쓰이지 않은 채 펼쳐져 있는 새해라는 노트에 욕심껏 길게 새해 소망을 적었다. 그리고는 키보드의 딜리트 자판을 눌러 지워버렸다. 소원을 백 가지 적고 그 소원 중에 어느 하나 이루어지지 않아도, 사람을 믿었다가 천 번 더 배신을 당해도, 나는 지금에서 크게 변하지 못하고 살아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쩌다 돼지꿈 꾸는 날도, 그 꿈이 맞는 날도 있겠지? 아무렴 있 을 거야, 그랬으면 참,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4KJxLxOED30

KCC건설_스위첸_TVCM_현실 부자 편_2017_ 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v75sYPt-8u0

KCC건설_스위첸_TVCM_현실 모녀 편_2017_ 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_ Jeong, Yisuk _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

 

정이숙 카피라이터

 

에 입문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주)샴페인, 한 화그룹의 한컴, 종근당 계열의 벨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 일했다. 독립대행사인 (주)프랜티브에서 ECD로 일하다 독 립하여 다양한 광고물 제작과 글쓰는 일을 하고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