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_ 경쟁의 욕망이 만들어낸 가면사회 2019.2

2022. 12. 14. 10:1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SKY Castle _ The pretentious society created by the desire of competition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상당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 사회 특유의 교육열에 대한 냉소적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듯 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우리 사회 전 반의 다양한 풍자가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드라마의 배경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간에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 어진다. 영화에 비해서 드라마는 인물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데 반해서 텔레비전 드라마는 거실에서 볼 수 있는 화면 사이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대체로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영화는 스크린 가득 인물을 채우게 된다. 영화가 그런 이유는 관객의 몰입을 방 해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로 영화는 배경에 심혈을 기울이며, 제3의 주인 공으로 내용을 보완하거나 상징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때로는 주인공의 연기로 대처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영화 감독들은 그들의 영화에서 이런 장치를 기가 막히게 사용하는데, 알프레도 히치코크(Alfred Hitchcock)가 대표적 감독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배경의 역할을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용어로 설명 하고 있다. 미장센은 장면화라는 용어로도 사용되는데, 단지 배경장치가 아닌 화 면구성, 색상, 조명, 스타일, 카메라 앵글 등 보여지는 거의 대부분의 구성이다.

 

사진 = JTBC

흥미로운 점은 최근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의 화면 구성에서 배경이 영화처럼 다 뤄지기 시작한 점이다. 이는 가정의 텔레비전 크기가 커지고 있는 트렌드와 밀접 한 관계가 있다. 거실의 텔레비전이 커지는 것은 집의 크기에 비해서 방이 줄어들 고 거실 크기가 비례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과다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시 풍토를 배경으로 한다. 초미세 단위의 쓸데없는 경쟁 체제 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입시 풍토는 거의 정신병적 집단 현상이다.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이런 환경은 용인 골프장에 지어진 실제 분양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한다. 더더욱 지구 건너편의 이탈리아 마을 풍을 한껏 복사해서 어설프 게 흉내 낸 이 값비싼 분양 주택 단지는 이탈리아 마을 한 복판의 환상을 연출하 고 있다. 단지의 주택들은 재료며 구성이 결코 싸지 않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오랜 시간 장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이탈리아 오래된 마을에서 읽을 수 있는 섬 세함보다는 상업적 구성으로 가득차다.

흥미로운 점은 3대째 의사집안이라는 주인공 시어머니의 집은 거대 한옥이다. 왜 한옥으로 설정했을까? 이탈리아 풍경과 한옥 풍경 너무 상반되지 않나? 그런데 공 통점이 있다. 둘 다 일하는 사람을 두지 않으면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단순한 크기의 한옥이 아닌 거대한 규모는 이들이 성취한 성공을 상징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데 왜 주인공들의 공간은 한옥 마을이 아닌 골프장 속 이탈리아 이미지 마을일까? 드라마의 이야기는 이런 현실속의 가상을 연출한 마을에서 전개되는 것 자체가 의미 심장하다. 통제되어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골프장 마을. 이는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상징이며, 가상의 드라마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시청 자들이 몰입해서 보면서도 “그래 이건 드라마야!”라고 생각하지만, 상당한 사실 주의가 스며들어 있는 것은 주인공들의 직업이 0.01%의 재벌이 아니라 전문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의사나 변호사가 흔한 직업은 아니지만, 그렇 다고 손에 닿지 않는 직업도 아니다. 어쩌면 한국 입시의 상징적 장소인 학군 좋 은 서울 강남 대치동의 치열한 입시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대치동 학군이 성장 한 이유는 비교적 자기 힘으로 성장한 전문직 또는 대기업 직원들의 주거지였다 는 점이다. 이들은 교육으로 기회를 부여잡은 이들이고, 이들의 학력 사다리를 통 한 경제적 풍요를 자식들에게 전수하려는 피나는 노력을 말한다. 성북동이나 한 남동, 압구정동 학군이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은 굳이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전문직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기업을 물려받는 금수저 동네라는 점이 다. 이에 반해서 대치동의 노력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동 네는 연출되고, 흉내 낸 것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욕망이다. 욕망을 드러내는 장 면들은 곳곳에 드러나 있다. 거의 호텔 로비 수준의 높은 층고는 그들의 끝없는 욕망을 말하는 장치이며, 명암이 드러나는 빛의 구성은 은밀하게 정보(그들만의 수단을 말하는)를 교류하는 상황 설명이다. 사실 높은 천장을 일반 가정에서 관 리한다는 점은 엄청난 수고가 들어가서 보통의 가정은 불가능하다.

 

 

한국사회의 성공 열망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원동력인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대 단한 장점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성공 열망이 드라마 스카이 캐슬 의 첫 장면에 나오는 자살 장면이 되지 않으려면 “왜 성공하려는가?”하는 출발점 을 다시 살펴야 한다.

얼마 전 인천 송도에 사는 지인을 만났다. 미국 KPF가 설계한 오피스 모습의 고층 주거단지는 거대하고 기하학적 연못으로 최첨단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 속에 사는 지인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마음의 안정이 안 되요. 화보 속 장소 같은데 오피스에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여행지 호텔 같기도 해요. 중학교 다니는 아이도 그런 이야기를 해요.”

건축 허상이 아닌 삶의 공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서 시작한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공간을 보면서 좀 더 인간다운 도시와 건축이 많아지길 희망하게 된다.

 

사진 제공 = HB 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 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 화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 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 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 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ncslab@ncsarchit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