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7. 11:01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Oki Sato and Nendo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받는 질문이 있다. 철학적으로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과정에서 깊이 고찰할 때 하는 질문이다.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고객에게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것인가.”
디자인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개성을 드러내는데 있어서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스스로가 확립돼야 하고,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또한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만큼, 디자인이 필요한 목적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모두가 한번쯤 고민했을 이야기라 생각한다.
오늘부터 이야기할 디자이너는 바로 오키 사토(Oki Sato)이다. 캐나다 출신의 일본 디자이너인 그는 공학에서 두각을 나타내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건축과정을 수석으로 마쳤다. 2002년 졸업 이후 세상을 배우고자 배낭을 짊어지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여행 중 밀라노에 도착한 그는,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에서 하나의 동기부여를 얻는다. 박람회를 돌아보며 건축을 졸업한 이들 중에 가구와 제품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 들며 영역을 넓혀가는 많은 디자이너들을 만난 것이다. 건축이 가지는 논리적 사고와 기능적 탐구가 이 영역 안에서 새로운 형태로 창조되는 모습은 그에게 큰 매력이었다. 그는 이후 자신 스스로의 목적을 설정한다.
“건축사가 가구나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경계를 넘어선 창작활동에 충격을 받았죠. 또한 일반인을 끌어들여 거리 전체가 디자인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모습을 통해 디자인의 미래를 봤습니다. 저도 언젠간 이곳에서 제 작품을 들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당시에 했죠.”
여행하는 동안 쌓아 올린 열정은 일본으로 돌아온 후 큰 밑거름이 됐다. 사실 시작은 간단하지 않았다. 영역이 확장된 그의 포트폴리오는 실무를 같이 할 분야에서는 애매했다. 즉, 영역이 넓혀진 만큼 그 깊이는 아직 부족했던 것이다. 2003년 그는 빨리 용단을 내린다. 회사를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졸업 후 사회를 일찍 경험하고 세상을 읽는 현실적인 그의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후 5년간 사회에서 디자이너 오키 사토가 알려질 때까지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축과 달리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그의 에너지를 더욱 북돋았다. 2008년 이세이 미야케와 협업한 양배추 의자(Cabbage Chair)로 인지도를 얻기까지 그는 계속 불경기 속에서 회사를 키워갔다. 좋은 시절이 없었다.
“내일이 항상 오늘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겸손한 표현이 아니라 실제 그가 매일 회사를 운영하며 마음을 다짐하는 자세였다.
회사 이름은 넨도(Nendo). 일본말로 점토라는 뜻이다. 형태와 색을 무한정 바꿀 수 있는 점토처럼, 밀라노에서 느꼈던 자유로운 발상과 창작활동을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넨도는 직원 평균연령이 27세인 젊은 회사이다.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끊임없이 해결책을 제시하며 수많은 제약 속에서 끊임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디자인의 무게를 줄이려 부지런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중시했다. 아이디어 워크 전반을 담당하는 오키 사토 이외에, 공간 디자인을 총괄하는 오니키 고이치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는 이토 아키히로, 이 3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설립 당시 4명의 디자이너와 2명의 매니지먼트로 시작한 것이 현재 밀라노 지사 직원을 포함해 25명의 디자이너 조직으로 성장했다. 장기적인 일본 경기 침체와 대기업이 스타 디자이너 기용을 자제하는 추세에도 만들어낸 성장이다.
디자이너 사관 학교로 불리는 넨도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일본의 주요 기업으로 스카우트되는 일이 매우 잦다. 그만큼 고된 업무 강도와 집요한 시스템에서 습득한 역량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넨도의 업무 사이클의 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오키 사토는 각 프로젝트마다 한 명의 책임 디자이너를 배정하고 자신이 직접 그 책임 디자이너와 2인조 팀으로 일한다.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 직후 오키 사토가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클라이언트의 특징과 요구를 파악해 프로젝트 담당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무실에서 목업을 바로 만든다.
넨도와 협업했던 시저스톤(Ceaserstone)의 홍보 담당 제이컵 피어스(Jacob Peres)는 넨도의 성실함을 말한다.
“넨도는 한 마디로 늘 준비되어 있습니다. 첫 오리엔테이션 미팅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했을 뿐인데, 바로 다음 미팅에서 10개가 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놀랐습니다.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죠.”
실제 현재 넨도는 연간 25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떠안고 있을 만큼 큰 회사로 성장했다. 경기 침체로 외부 디자이너를 기용한 제품 개발이 감소하고 있는 요즘 이례적인 수치이다. 2013년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에서는 개인전을 포함해 20개의 부스에서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넨도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해외기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 속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넨도의 디자인을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김성환 Kim, Sungwhan KSP Jürgen Engel Architekten GmbH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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