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7. 11:12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 new year has begun
2018년 무술년이 추위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한때는 겨울이 춥지 않다고 모두 걱정을 했습니다만, 겨울은 다시 매서운 추위를 날이 잘 선 큰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자연은 알아서 제 갈 길을 가는데 인간들이 공연히 호들갑을 떨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공연히 머쓱해집니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이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 설 자리가 좁아지고 먹이가 줄어든다고 한 걱정을 펼칩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늘 알아서 균형을 잡았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인간들이 오만해질 때 생기는 것이겠죠. 45억 년이 넘는 지구의 역사 중에 이제 겨우 7만 년 땅 위에서 서서 살게 된 인간이 몇 천 년 동안 거의 우주를 정복 할 정도로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있노라고 큰 소리를 뻥뻥 칩니다만, 사실 그렇게 자만하다가 망하는 꼴 우리는 여러 번 봤습니다. 겸손해야합니다.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자고 늘 이야기하지만 그 말 만큼 우스운 소리가 없습니다. 자연이 얼마나 힘이 강한데 인간이 감히 그런 소리를 하는가. “힘이 센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야지” 그렇게 생각합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7년 전 하룻밤 내린 비에 철옹성처럼 우면산을 막고 있다고 믿었던 옹벽을 타넘어 집으로 들이닥친 흙더미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까? 우리의 기술로는 바다도 메우고 하늘도 찌른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몇 시간의 비에 얼마나 우리가 무능한지 자연이 얼마나 힘이 강한지 처절하게 깨닫게 한 것이죠. 자연의 힘은 강합니다. 인간은 그 무서움을 알고 잘 피해 다니고 요령껏 처신을 해야 한다는 그런 깨달음 말입니다. 세상이치가 그렇습니다.
얼마 전 포항에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지진을 별로 겪어보지 못한 우리는 그 강한 진동에 가슴을 쓸어내렸고 그 지역에 거주하던 많은 분들이 여러 날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진은 분명 천재이지만 일이 그렇게 커진 것은 우리의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휘어진 다세대주택 필로티의 기둥이 포항 지진의 상징처럼 여러 매체에 오르내립니다. 당장 필로티가 얼마나 위험한 지에 대해 말들이 무성하고 당국에서는 당장 지진에 대한 대책을 강구한다고 발표합니다. 그런 다음 내놓은 대책은 무조건 내진 설계를 강화하자고 큰 소리를 지릅니다. 그리고는 끝. 일단 큰 소리로 한 마디하고 서둘러 사태를 덮어버립니다. 내진설계를 강화하는데...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대책을 발표한 사람이 내진설계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아주 궁금했습니다.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많이 짓고 있는 2층 이하 경골 목구조도 구조 계산서를 허가 시 제출하라고 결정되었습니다. 현실에 대한 파악이 없이 내려진 그 대책에 과연 그것이 얼마나 타당하며 그런 구조계산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쉬운 결정입니다. 또한 그 구조 계산서를 읽어내고 어떻게 검토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방향도 없습니다. 그건 바로 “필로티가 문제이다”라는 섣부른 감상평보다 더 나을 것이 없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경험이 많은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대책을 세우거나 정책을 수립할 때 건축분야의 전문가인 건축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우리가 너무 겸손한 것인가요? 아니면 정부가 너무 유능해서인가요? 서둘러 재단하고 판단하여 대책을 세우지 않고 전문가와 차분히 상의 하고 정확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최선의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우리 모두 자연 앞에서는 겸손하고 문제에 직면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소신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들이 앞으로 나설 때가 되었습니다.
글. 임형남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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