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호, 월간 건축사는 건축의 시대를 증명하는 유일한 자산이다 2019.4

2022. 12. 20. 10:02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Vol. No. 600. Monthly ARCHITECT is the unique asset proving the era of architecture

 

얼마 전 유럽 도서관을 견학하던 건축사가 사진을 보내왔다. 도서관 한켠에 있는 월간 건축사. 그 사진을 보고, 느닷없이 담당하게 된 편집장이라는 자리를 고민하게 되었다.

과장하면 내가 만드는 월간 건축사를 통해서 유럽인들이 한국 건축을 이해하 는 창구가 된다. 그러다 보니 게재되는 작품에 신경이 쓰인다. 하나라도 더 작 품을 게재하고 싶은 욕심도 커지고 있다. 지금 실리는 건축 작품들이 개인 입 장에서 흔적이 되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한 시대를 드러내는 시대적 단면 이기도 하다. 수많은 민간 건축지들이 창간과 폐간을 반복하는 동안 월간 건축사는 계속 진행형으로 지속되었다.

이런 지속성이 월간 건축사의 의미와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우리 건축계 의 시간적 단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2019년 4월호는 창간 600호다. 600호를 고민하다가 50년 넘은 과거부터 살 펴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기사들이 있다. 안타까운 점은 창간호부터 반복적으 로 언급되는 주제와 내용이다. 설계 보수와 감리에 대한 언급은 결의문까지 있 다. 이는 지금도 우리가 말하고 주장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지난 50년 넘 도록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뭔가 특단의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 했다. 흑백에서 칼라로... 과거의 페이지를 보 면서 뭔가 아쉬움이 조금씩 커져갔다. 그것은 우리의 궤적을 볼 수 있는 작품들 때문이었다. 사진들은 변변치 않았고, 작품들은 몇 개 게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척박한 우리나라 풍토에서 시도된 수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선배 건축사들의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이들 작품들을 더 자세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 다. 첨단 정보화 기술로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통해서 과거의 존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60∼70년대 작품들이 주는 매력은 대단했는 데... 아쉽게도 과거 작품들이 존재 하지 않았다. 도시 구조가 바뀌고, 형태가 바뀌었다. 아예 지형이 바뀐 곳도 많았다. 건물은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로 대 체되어 있었다.

과거 한국 건축은 어떠했을까? 해방이후 수많은 노력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김중업과 김수근만 기억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더더욱 놀라운 것은 건축계 자체도 다른 시도들과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라진 건축처럼 한 시대 를 치열하게 살아온 건축사들의 존재도 잊혀져 있었다. 기록과 흔적은 우리의 지나온 시간을 만나는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료와 기록,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홍철수, 이희태, 노용진, 차경순, 공일곤 등등. 후대 건축계들은 이들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나마 월간 건축사의 흑백 사진이라도 남아 일말 의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수많은 도면들도 사라지고 남지 않았다. 국가도 민간도 우리의 기억을 지워버 리고 소멸시킨다. 이는 건강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국회나 대학 도서관 을 가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 도면뿐만 아니라 생생한 사진들이 다양 하게 남아 있다. 루이스 칸의 자료도 마찬가지고, 수많은 건축사들의 작품들이 손으로 그린 도면과 사진들이 넘쳐난다. 이제는 CAD로 그리지만 손으로 일일 이 그렸던 과거의 도면은 그 건축사의 정체성이고 개성이었다. 누구도 보존하 지 않고, 소각되고 버려지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는 시간을 모으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그것은 국가적 자원이기 도 하다. 건축의 아카이브는 국가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