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6. 17:05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There is a new perspective on creation
다시 봄이다. 3월이다.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은 작년과도 같다. 아마 내년에도 같을 것이다. 계절은 반복적으로 다시 돌아오고 지나간다. 그사이 바뀌는 것은 무엇이고,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로병사의 생리적 변화를 보여주 는 살아있는 것들은 바뀔 것이지만, 물성적인 것들은 여전할 것이다. 경주 석 굴암의 천년 넘은 석재 기단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고, 로마시대의 흔적인 콜로 세움도 여전하다.
건축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한데, 건축을 만들고 이용하는 사람들은 태어나고 자라고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건축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익숙한 것에서 새것에 열광하면서 끝없는 파괴와 해체를 통해 새로 세운다. 그리고 다시 새것들로 채워지자 오랜 것에 대한 호기심과 낯설 음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더구나 소비 중심의 21세기 생태구조는 낡은 건축에 대한 새로운 경험의 의외성으로 다시 주목 받게 되었다. 뭐랄까? 낡은 것에 대 한 재해석? 새로운 가치 발견? 어쩌면 이런 낡은 것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의 과거에 대한 열등감이 해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무조건 새것에 열광하는 우리는 새것을 만들고자 지나간 흔적들을 말끔히 치 워 버리고 나니,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이 궁금해 졌는지 모른다. 속초에 있는 이북 출신 창업자가 만든 낡은 조선소는 아들이 아닌 손자 대에 와서 허물어지 고 새 건물이 들어서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두 고 카페와 미술관 같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서울 영등포의 한 방직공장은 그 넓은 터를 유지하고,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새로 운 성격과 기능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런던은 도심 한복판 화력 발전소를 거대한 현대 미술관으로 만들어 버렸고, 오 스트리아 비엔나의 화력 발전소는 신흥 부자들이 사는 주상복합아파트로 만들 어 버렸다. 그런가 하면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는 각종 기업들의 본사로 재활 용되면서, 배를 고치던 공장구조를 그대로 두었다. 3월에 바라보는 낡은 것들 의 새로운 부활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런 현상은 부활인가? 박물관의 유물 보존인가?
사실 이런 현상은 과거의 유지와 보존으로 보는 것보다 새로운 해석과 창작으 로 보아야 한다. 런던 템즈강변의 거대한 화력 발전소는 과거 존재한 건축물일 뿐, 내용도 성격도 확 바꿔버린 새로운 공간이며 건축이다. 강화도의 방직공장 역시 과거라는 시간의 존재로서 건축과 기기들은 현재를 장식하는 장식물이며 공간과 장소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장치일 뿐이지 과거와 다른 새 공간이며, 새 건축인 것이다. 새로운 건축은 단지 벽돌이나 기둥의 새것이 아니라, 과거 의 존재를 어떻게 새로운 시각과 용법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 다. 말장난 같지만 낡은 것이 낡은 것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거듭난 것이다.
신생 근대 국가이며 청년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지난 수십 년은 창조와 성장으 로 달려온 시대였고, 건축이었다면 이젠 성년이 되어 더 이상 새로운 근육이 붙지 않아 성숙함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뼈속부터 새것이 아닌, 새로운 정의와 해석으로 가공을 통한 재해석과 부활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뭘까?
봄은 탄생과 에너지의 축적이 자라는 시간이다.
과거의 것들을 재해석하고 활용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새로운 것이고, 새로운 성능과 기능인 것이다.
이른바 재탄생 건축과 도시 공간인 것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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