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관에 건축이 없다 2019.2

2022. 12. 15. 09:05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There is no architecture in urban landscape

 

일반인들과 대화에서 “우리나라 공동주택에 건축이 없다”라는 말을 하면 매우 의아해 한다. 아파트가 건축이 아니면 뭐냐고... 과연 그런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건축 전공자들이 만나는 첫 번째 내용은 건축의 구성 3요소라는 비 트리비우스의 정의를 배운다. 기능, 구조, 그리고 미학. 이 세 가지 요소가 맞물 리고 조화를 만들어 내면서 소위 말해서 건축 명작을 탄생시킨다. 물론 그밖에 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 이 세 가지 측면을 항상 분석과 관찰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도시들은 매우 불쌍하다. 왜냐면 세 가지 요소 모두 판단의 핵심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 다. 어쩌면 건축사들이 배웠던 이 세 가지 요소 대신에, 투자 수익성과 법규에 의한 형태, 그리고 값싸고 튼튼하고 시공편한 구조가 핵심이 아니었는지. 한국 현대 건축을 1950년 전후 복구부터 시작으로 본다면, 결코 서구에 뒤처 지지 않을 물량으로 건축이 진행되었다. 이 정도 물량이라면 세계 건축사에 길 이 남을 작품들이 나와도 벌써 나왔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 축사가 이미 오래전에 탄생했어야 한다.

그런데 2019년 현재까지 누구나 인정할만한 세계적 건축사와 건축 작품들 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적어도 일반인 대상으로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말이다.

 

물론 어느 나라나 작품 건축과 그냥 건축의 비율이 파레토 법칙처럼 2:8이라 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벌 어지는 건축이 과연 그 2:8의 2라는 비중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생각이 지배하 는 이유는 도시의 경관을 만들어 내는 건축유 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 파트는 철저한 공급 논리와 자본 논리에 종속되어 있다. 건축적 관점이나 도시 계획적 관점은 항상 우선에 밀려 있다. 슬픈 현실이다. 그런데 단지 이것이 건축사의 술자리 푸념으로 끝날 일 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건축사는 미래의 후손에게 책임이 있다. 그들에게 멋진 도 시와 멋진 건축을 제공해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월간 건축사는 그런 책임 있 는 사명감이 강한 건축사들에게 지면을 할애하고, 고민을 드러내려 한다. 그것은 공동주택만큼의 위용과 자본력이 안 되지만, 개인들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인 작은 주택이나 도시를 구성하는 작은 건축물들에 시선을 가질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건축적 완성도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아파트 형태와 입면을 보면 철저한 경제논리로 완성된 상태다. 수십 채가 똑같은 모습을 가진 도시 경관은 감정이 거세된 비인간적인 느낌까지 든다.

천만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도 조금씩 이런 도시 경관에 대한 생각들이 늘어 나고 있고, 후세대에게 유산으로 남겨줄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크고, 여전히 덜 섬세하고, 여전히 거칠지만 이런 시도가 얼마나 다행 인가? 좀 더 사람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아파트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맨해튼의 배터리파크 시티의 주거단지처럼 도시의 열린 구조로 자유로운 형태와 구성이 되기를 희망한다.

공동주택이라는 표현처럼 공동의 커뮤니티 스페이스가 구성되고, 도시라는 공 동체에서 조화와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쪼개 고, 나눠진 아파트가 필요하다. 거대한 천만병사의 위용이 아닌, 각기 다른 모 양과 모습의 마을을 보여주어야 한다.

봄을 기다리는 창가에 비친 수많은 건물들이 이젠 좀 더 아름답고, 멋진 모습 이었으면 좋겠다. 법으로 잘라진 경사면이 아니고, 비례와 조화로 구성된 건축 작품의 지붕이 절실하다. 단기투자 회수를 위한 무조건 높은 건물보다, 이웃과 조화를 이루는 높이면 좋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조율하는 건축사는 미래를 위한 자부심이 가득차면 좋겠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