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0. 10:05ㆍ아티클 | Article/법률이야기 | Archi & Law
Theory and practice of real estates trust system
Ⅰ. 글의 첫머리에
철수 씨(50세, 가명)는 서울 시내에서 오피스텔을 분양한다는 광고를 보고 모델 하우스를 방문했다. 시내 중심가에서 짓는 오피스텔이었다. 전용면적 23제곱미 터로서 분양대금은 2억5천만원이었다.
분양하는 사람들은, “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면, 틀림없이 대박이 난다. 전세를 놓으면 최소한 전세보증금으로 2억원을 받을 수 있다. 월세는 100만원 이상 받는 다. 지금 남은 물량은 별로 없다. 빨리 분양받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고 했다.
철수 씨는 오피스텔 위치가 워낙 좋아 보이고, 세가 잘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일 그 자리에서 계약금 10%를 지급하고, 오피스텔 세 개를 분양받기로 했다. 중도금은 대출받아서 지급하고, 나중에 세를 놓으면, 월세가 합계 300만원이나 나온다는 환상에 빠졌다.
오피스텔 공급계약서를 보니, 깨알만한 크기로 아주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었 다. 철수 씨는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계약서를 자세하게 읽어보지 않고, 그냥 분양회사 직원이 쓰라는 대로 썼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에는 계약서 를 자세하게 보지 않아도 대출받는 사람이 은행으로부터 현금을 수령하는 것이 므로, 나중에 원리금만 제대로 갚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피스텔 공급계 약서는 분양받는 사람이 돈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
철수 씨는 계약서에, ‘계약자 본인은 계약내용(특약사항 포함)에 대한 충분한 설 명을 듣고 이해하였습니다.’, ‘계약자 본인은 계약내용(특약사항 포함)에 대하여 동의 후 자필 기재한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부분에 대해, ‘이해했습니다’, ‘확인 했습니다’라고 기재했다. 개인(신용)정보 동의서에도 모두 동의한다고 기재했다. 그런 다음 계약자 성명에 기명하고 날인했다.
그런데 계약서 말미에는 계약당사자의 표시로, 갑(매도인, 수탁자), 을(매수인), 병(수익자), 정(시공사), 무(위탁자)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실제로 오피스텔 신 축분양사업을 하는 주체는 무(위탁자)인데, 무(위탁자)는 병(수익자)으로도 동시 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시공사는 건설회사이고, 갑(매도인, 수탁자)은 부동산신 탁주식회사이었다.
병(수익자), 정(시공사), 무(위탁자)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실제로 오피스텔 신 축분양사업을 하는 주체는 무(위탁자)인데, 무(위탁자)는 병(수익자)으로도 동시 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시공사는 건설회사이고, 갑(매도인, 수탁자)은 부동산신 탁주식회사3)이었다.
부동산신탁제도는 실무상 많이 행해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토지소유자는 모든 사항을 부동산신탁회사에 위임하고, 신탁등기를 한 다음 자금을 대출받아 아파 트나 오피스텔, 상가를 신축하고 분양하는 업무를 맡긴다.
부동산신탁의 형태로 토지가 개발되고 있는 경우,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률관계 가 형성되며, 이해관계인들의 권리의무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 다. 건축사로서는 이와 같은 부동산신탁제도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 건축실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Ⅱ. 부동산신탁제도를 활용하는 이유
중요한 재산인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신탁함으로써 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 는 이유는 무엇인가? 땅은 가지고 있는데, 개발할 자금이 없거나 능력이 없는 사 람은 부동산신탁회사를 찾아가 상의를 한다. 토지소유자는 신탁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개발사업을 맡긴다.
신탁회사는 수탁자의 지위에 서서, 위탁자인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개발계획의 수립, 개발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의 조달, 건축, 분양, 건축물의 유지 관리 등 개발 사업의 전 과정을 수행한 다음,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토지소유자에게 교부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갑은 도심지에 대지 1만6500제곱미터를 가지 고 있다. 갑은 신탁회사 을과 계약을 체결한다. 이른바 토지개발신탁계약을 체 결하는 것이다. 을은 수탁자로서 갑의 소유 토지에 대해 신탁등기를 해놓고, 개 발자금을 조달하고, 건설회사를 구해 건축행위를 한 다음, 분양업무도 맡아서 해준다. 그런 다음 개발로 인한 수익을 위탁자에게 교부하고, 그에 대한 보수를 받는다.
부동산신탁은 토지를 개발할 때 이용되는 제도다. 부동산신탁에는 토지개발신탁 이외에도, 담보신탁, 관리신탁, 처분신탁, 분양관리신탁 등이 있다. 토지신탁을 통해서 토지소유자는, ①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② 신탁회사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으며, ③ 사업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④ 분양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부동산신탁회사는 대외적으로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토지소유자가 개인적으로 개발자금을 차입하는 것보다, 토지를 신탁회사에 신탁해서 신탁등기를 넘겨놓은 상태에서 개발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토지만 소유하고 있는 일반인은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개발사업을 전문으로 하 는 부동산신탁회사가 가지고 있는 사업계획의 수립, 자금조달방법, 시공사 선정, 분양업무 등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개발하려는 토지 가 다수인의 공유인 경우 신탁회사에 신탁등기를 하면 위탁자의 채권자로부터 사업부지에 대한 권리가 보호되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성도 확보될 수 있다.
신탁회사가 직접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업시행자 의 이중분양이나 분양대금의 횡령행위 등으로부터 사업을 보호받을 수 있다. 개 발대상인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에 대한 분양계약의 당사자로 신탁회사가 되 는 경우 대외적으로 신뢰를 주게 되어 분양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Ⅲ. 신탁법상의 주요 법률관계
신탁법은 신탁에 관한 사법적 법률관계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 따르 면, ‘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하는 자(위탁자라 한다)와 신탁을 인수하는 자(수탁 자라 한다)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영업이나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포함한다)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 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수익자라 한다)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 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신탁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계약으로 설정할 수 있다. 등기 또는 등록할 수 있 는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 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 다만, 신 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상속재산에 속하지 아니하며, 수탁자의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파산재단, 회생절차의 관리 인이 관리 및 처분 권한을 갖고 있는 채무자의 재산이나 개인회생재단을 구성하 지 아니한다.
수탁자는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 등을 하고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 다만, 신탁행위로 이를 제한할 수 있다.
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다만, 신탁행위 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수탁자는 수익자6)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수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 우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여럿인 경우의 다른 수탁자는 그 수탁자에게 신 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수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 우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여럿인 경우의 다른 수탁자는 그 수탁자에게 신 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등기법 제123조, 제124조는 신탁의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① 위탁 자, 수탁자 및 수익자 등의 성명, 주소 ② 신탁의 목적 ③ 신탁재산의 관리방법 ④ 신탁종료사유 ⑤ 기타 신탁의 조항을 기재한 서면을 그 신청서에 첨부하도록 하고 있고 그 서면을 신탁원부로 보며 다시 신탁원부를 등기부의 일부로 보고 그 기재를 등기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기재된 경우 이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 여기 서 ‘제3자’는 위탁자, 수익자, 수탁자 및 그 포괄승계인을 제외한 자를 가리키고, 제3자의 선의와 악의를 불문한다.
Ⅳ. 부동산신탁계약의 성질과 내용
부동산 신탁에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 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의 내부관계에서 소유권이 위탁자에 게 유보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2395 판결). 여기에 서 중요한 것은 신탁법상 신탁을 설정한 경우 수탁자는 신탁이 종료될 때까지 신탁재산에 관하여 대내외적으로 완전한 소유권자가 된다는 것이다. 즉, 수탁의 목 적범위에서만 소유권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소유권자가 되는 점에 특징 이 있다.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멸실, 훼손, 그 밖의 사유로 수탁자가 얻은 재 산은 신탁재산에 속하게 된다. 신탁이 종료된 경우에 신탁재산의 귀속에 관하여 는, ① 신탁의 목적을 달성하였거나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와 신탁행위로 정한 종료사유가 발생하여 신탁이 종료된 경우 신탁재산은 수익자(잔여재산수익자를 정한 경우에는 그 잔여재산수익자를 말한다)에게 귀속한다. 다만 신탁행위로 신 탁재산의 잔여재산이 귀속될 자를 정한 경우에는 그 귀속권리자에게 귀속한다.
갑은 자신의 소유 토지를 부동산신탁주식회사 을에게 신탁하였다. 을 신탁회사 는 토지상에 오피스텔을 신축, 분양하여 그 수입에서 투입비용을 회수하고, 수익 을 위탁자에게 교부하며, 을은 신탁사업에 관하여 신탁보수만을 지급받는 내용 의 약정을 하였다. 이와 같이 체결한 계약이 갑과 을 사이에 동업계약인가, 아니 면 토지신탁계약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갑과 을 사이에 위와 같은 내용으로 체결한 계약은 토지신탁계약이라 고 판단하였다. “일반적으로 토지소유자가 부동산신탁회사에 토지를 신탁하고 부동산신탁회사가 수탁자로서 신탁된 토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거나 택지를 조성 하는 등 개발행위를 한 후 토지 및 지상건물을 일체로 분양 또는 임대하여 그 수 입에서 신탁회사의 투입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자에게 수익을 교부하는 취지의 계 약은 신탁법상의 신탁계약으로 볼 것이다. 이와 같은 계약은 달리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토지소유자와 부동산신탁회사 사이의 동업계약으로 볼 것은 아니다.”
어떤 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11)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그 계약에 의하여 제3자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하려는 것인지에 관한 의사해석 의 문제에 속한다. 이는 계약 체결의 목적, 계약에 있어 당사자의 행위의 성질, 계 약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 또는 당사자와 제3자 사이에 생기는 이해득실, 거래 관행, 제3자를 위한 계약제도가 갖는 사회적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계약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판별할 수 있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18804 판결).
도급계약의 특수조건 제9조 제7항은 “원고는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여 공동주 택을 관리하는 입주자로 구성된 자치관리기구로 하여금 계약자에게 하자보수를 직접 요구하게 할 수 있으며, 계약자는 이에 성실히 응하여 하자보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은 원고가 부담하는 하자보수책임의 이행 을 수급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 건설회사로 하여금 대신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일 뿐, 이로써 수분양자들이 피고 건설회사에 대하여 하자보수청구권을 취득 하게 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 다39511 판결).
Ⅴ. 신탁회사가 공사비를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는가?
건축주와 부동산신탁회사가 상가건물의 건축·분양에 관하여 체결한 부동산처분 신탁계약 및 자금관리대리사무계약에서 ‘건설비 등은 건축주의 요청에 의하여 부동산신탁회사가 당사자에게 직접 지급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취지로 약정하 였다. 이러한 경우 건설회사는 건축주 아닌 부동산신탁회사에 대해 공사대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에서는 최종적으로 건설회사는 부동산신탁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을 직접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에서는 부동산처분신탁계약 및 자 금관리대리사무계약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약정하고 기재한 것은, 부동산신탁회 사가 자신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그 계좌로 분양대금을 받아 자금관리를 하기로 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도급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부동산신탁 회사가 건축공사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채무를 인수할 뚜렷한 이유가 없 는 점 등에 비추어, 건축공사의 수급인은 위와 같은 약정에 근거하여 부동산신탁 회사에 직접 공사대금지급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18804 판결).
부동산 신탁된 경우 감리계약을 체결한 감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축주와 감리계약을 체결하였으면, 감리자는 감리비를 건축주에게 청구하여야 하지, 부동산신탁회사에 청구할 수는 없다.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를 하는 경우(이른바 삼각관계 에서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급부를 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이 제3자에게 급부를 한 것이다. 따라서 계 약의 한쪽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04992 판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분양계약에 따라 부동산신탁회사의 계좌에 분양대금을 입금한 것은 이른바 ‘단축급부’에 해당하고, 부동산신탁회사는 건설회사와의 사업약정에 따라 수분양자로부터 정당하게 분양대금을 수령한 것이다. 수분양자 는 이 사건 사업약정의 당사자가 아니고, 또한 수분양자와 건설회사와의 분양계 약이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신탁회사와 건설회사가 맺은 사업약정의 효 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Ⅵ. 부동산신탁회사의 권리
신탁보수약정이 있는 경우에 신탁사무를 완료한 수탁자는 위탁자에게 약정된 보 수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다.신탁계약에 있어서 위탁자 또는 수익자가 부담하는 신탁비용 및 신탁보수 지급의무와 신탁종료 시에 수탁자가 부담하는 신탁재 산을 이전할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수탁자는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에 관하여 부담한 조세, 공과, 기타의 비용과 이자 또는 신탁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자기에게 과실 없이 받은 손해의 보상을 청구 하거나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 신탁의 결과 발생하는 이익뿐만 아 니라 손실도 부담하도록 해야 하고, 수익권 포기를 통해 비용상환의무를 면하 도록 할 필요가 없다. 자익신탁에서 위탁자 겸 수익자는 수익권을 포기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비용상환의무를 면할 수 없다.
토지개발신탁에서는 위탁자 소유의 토지가 신탁재산으로서 수탁자 앞으로 신탁등기가 경료되고 신축건물도 수탁자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되며, 신탁종 료 시 신탁보수와 개발투자비 등을 정산하여 위탁자 앞으로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는 것으로 수탁자의 입장에서는 통상의 경우 위 신탁재 산만으로도 담보가 확보되므로 신탁보수나 개발투자비 등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위와 같은 신탁재산 외에 새로운 담보를 요구할 필요가 사실상 없는 것이다.
토지개발신탁에서 수탁자가 신탁사업을 수행하다가 당사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경제상황의 변화로 그 사업이 중단됨으로써 위탁자가 막대한 신탁비용채무를 부 담하게 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이러한 사정도 신탁비용의 지출 또는 부담에서 의 수탁자의 과실과 함께 고려하여 신의칙과 손해의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상당 하다고 인정되는 한도로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대 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선행 신탁계약의 경우 신탁계약서에서 귀속권리자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신탁 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선행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사업에서 발생한 비용은 수익 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일 뿐이므로 신탁재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수탁자가 선행 신탁계약 종료 후 미분양 물량을 처분한 것은 신탁이 종료된 후에 도 수탁자가 비용보상을 받는 방법으로 자조매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선행 신탁계약 신탁계약서에 따라 수탁자가 자조매각권을 행사한 것으로서 신탁사무 의 처리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하여 미분양 물량의 처분 과 관련한 신탁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
Ⅶ. 부동산신탁회사의 의무
수탁자는 신탁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처분하여야 한다. 신탁계약의 수탁자는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신탁사업을 추 진하는 것이 신탁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위탁자에게 불이익할 때에는 그러한 내용을 위탁자에게 알려주고 그 지시를 변경하 도록 조언할 의무를 진다(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38294 판결 참조).
토지신탁계약에서 수탁자가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말미암아 당초의 예상과 달 리 신탁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이를 계속 수행하는 경우 손실의 발생이나 확대 가 예상되자, 사업의 추진을 중지하고 위탁자에게 수차례 설계변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위탁자의 부동의로 결국 사업이 중단되게 된 경우, 수탁자가 신탁계약과 관련하여 수탁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 반한 잘못이 없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개발부담금 납부의무자로서의 사업시행자 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불로소득적 개발이익을 얻게 되 는 토지 소유자인 사업시행자를 말한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누19354 판결 등 참조).
갑 주식회사가 을 등과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병 주식회사와 체결한 분양 관리신탁계약 및 대리사무계약에 따라 분양대금채권을 병 회사에 양도하였고, 을 등이 이를 승낙하여 분양대금을 전부 병 회사의 계좌로 납입하였는데, 그 후 을 등이 갑 회사와 병 회사를 상대로 분양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또는 분양 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으로 을 등이 납부한 분양대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이 분양계약에 따라 병 회사 명의의 계좌에 분양대금을 입금한 것은 이른바 ‘단축급부’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 병 회사는 갑 회사와의 분양관 리신탁계약 및 대리사무계약에 따른 변제로서 정당하게 분양대금을 수령한 것이 므로, 을 등이 병 회사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원상회복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3다55447 판결).
부동산신탁회사의 상무이사인 피고인이 토지개발신탁사업의 개발투자비 상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제공된 공소외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관리·처분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환원한 사안에서, 단순히 부동산신탁회사에 손 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2786 판결).
Ⅷ. 신탁재산의 범위 및 귀속 방법
신탁계약에 따라 수탁자의 명의로 신축중인 건물도 신탁재산에 포함된다. 신탁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신탁회사는 신축중인 건물에 관한 권리를 수익자에게 귀 속시킬 의무가 있다.
우선수익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담보신탁은 형식은 신탁이지만 그 실질 은 담보이므로 담보물권의 법리가 함께 적용되며 우선수익권을 변칙담보물권으 로 이해하는 견해와 물권법정주의와의 관계에서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이 상 채권자는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탁이라는 법적 형 식을 통하여 도산 절연 및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우선수익권은 우선 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 탁계약상의 권리로 이해하는 견해 등이 대립되고 있다. 판례는 후자의 입장을 취 하고 있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다59797 판결).
시행사인 갑은 건물을 신축 분양하는 사업을 시행하면서, 시공사 을, 부동산신탁 회사 병(대리사무 수탁자), 금융기관 정(대출기관)과 사업약정 및 대리사무계약 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사업약정에서 약정 당사자들은 ‘시공사 을은 공사대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신축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정하였다.
시공사 을은 대출기관 정에 시공권 및 유치권 포기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 데, 그 내용은 ‘부도, 파산, 회생절차개시 신청, 기타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유 발생 및 기타 정상적으로 본 사업을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본 공사와 관련한 유치권 및 시공권 주장 등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안에서 대 법원은 사업약정서의 문언과 약정의 목적 등에 비추어 위 약정에 시공사 을이 부 동산신탁회사로부터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받기로 하는 조건을 붙였다고 보기 어 렵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6다234043 판결).
건물 신축을 위한 차용금채무도 신탁재산에 포함시키기로 약정하였으나 건물을 신축하는 도중에 신탁계약이 해지된 경우, 완공 전 건물의 소유권 귀속에 관하여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신축중인 건물도 신탁재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신탁이 종료하면 수탁자는 신축중인 건물에 관한 권리를 수익자 또는 위탁자나 그 상속인에게 귀속시켜야 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다 9685 판결).
신탁종료에 의한 계산에 관한 규정인 신탁법 제63조는 신탁이 종료하면 수탁자 는 신탁사무를 최종적으로 계산하여야 할 당연한 의무가 있다는 것과 그 계산을 수익자가 승인한 때에는 수탁자의 수익자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어 수익자가 수 탁자에 대하여 최종 계산의 내용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여 최종 계산에 따른 것 이외의 권리의 이전이나 금전의 지급, 그 밖의 재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리를 선언하고 있는 것뿐이고, 이를 신탁이 종료한 경우에 수탁자가 비용 또는 보수를 청구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Ⅸ. 허위과장분양사건
부동산신탁의 방식으로 상가나 오피스텔을 신축하여 분양하는 경우, 분양계약 자체는 부동산신탁회사가 매도인이 되고, 실제 토지소유자는 어디까지나 위탁자 및 수익자의 지위에 서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신탁회사가 분양대행회사를 시 켜서 분양하면서 매수인에게 허위과장광고를 함으로써 분양계약취소소송을 당 하는 경우, 부동산신탁회사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다. 다만, 사기죄로 형사문 제가 되는 경우, 부동산신탁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허위과장행위로 분양을 한 분양회사 직원이 피고소인이 될 것이지, 부동산신탁회사 임직원이 피고소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상가나 오피스텔을 분양하면서 허위과장광고를 많이 한다. 이런 경우 지금까지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사기죄로 형사고소 를 한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대체로 이런 분양계약의 취소나 사기죄의 성립을 인 정하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 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 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55618 판결).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고,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에 한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의 착오가 되어 취소할 수 있다.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 함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 사표시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5546 판결).
Ⅹ. 글을 맺으며
부동산신탁제도는 나름대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많은 개발사업 에서 효과적으로 이용되어왔다. 그러나 개발사업의 실질적 주체와 대외적인 개 발사업주체가 다름으로 인해, 일반인들은 상가나 오피스텔을 분양받는 경우, 법 적 분쟁28)이 생기면 매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토지소유자도 자신이 직접 개발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신탁회사에 맡김으로써 제대로 개발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신탁사 무를 처리하는 신탁회사에 대해 지급하여야 하는 보수도 적지 않다.
부동산신탁제도는 부득이한 경우 하는 수 없이 이용해야 하지만, 신탁자의 입장 에서는 사전에 보다 면밀하게 이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알아보고, 신중하게 신탁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개발사업의 진행과정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관여함 으로써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 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 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 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03년부터 대한건축사협 회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cd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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