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감리에 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2019.4

2022. 12. 16. 17:09아티클 | Article/법률이야기 | Archi & Law

설계감리에 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Ⅰ. 글의 첫머리에

 

변호사로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세상을 사는 데 법은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법이 없으면 세상을 살아가기가 어렵다. 자기 자신을 지키고 보호받기 위해서 법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변호사라고 하면 사기꾼이 조심한 다. 법을 아는 사람을 상대로 사기 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부동산을 취득하 거나 어떤 거래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건축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분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설계·감리를 한 다음 설계·감리비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 변호사는 직접 소송을 하면 되지만, 건축사가 직접 소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은 금액 같 으면 소송도 하지 못하고 포기한다. 금액이 적지 않으면, 하는 수 없이 소송을 해 야 하는데, 그때도 비싼 변호사비용1)을 부담해야 한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우리나라 재판은 매우 천천히 진행된다. 사건 수가 워낙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재판의 속성이 원래 그렇다. 상대가 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재판은 대체로 장시간 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여 건축주가 시공업자를 상대로 소송하는 과정에서 설 계·감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해 오 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얼마 되지 않는 설계·감리비를 받았을 뿐인데, 몇천 만 원 또는 몇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오면 건축사는 그 덫에 걸려 본연의 업 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털면 먼지 나지 않을 수 없다는 속담처럼, 일단 건축물에 하 자가 발생한 후에 설계자와 감리자가 잘못한 부분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걸어오면 무과실, 무책임을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털면 먼지 나지 않을 수 없다는 속담처럼, 일단 건축물에 하 자가 발생한 후에 설계자와 감리자가 잘못한 부분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걸어오면 무과실, 무책임을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날이 갈수록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면서 건축분쟁 은 증가하고 있다. 건축사는 설계·감리와 관련한 법적 분쟁에 어떠한 유형이 있 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무엇을 어떻게 해 야 하는지 평소에 충분한 연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Ⅱ. 설계감리를 둘러싼 분쟁의 유형

 

그렇다면 건축사가 설계 및 감리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법적 분쟁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약정한 설계·감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다. 계약금은 약정 당시에 받기 때문에 떼어먹히는 경우가 적은데, 중도금이나 잔금의 경우에는 설계나 감리에서 건축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 거나, 건축주 측의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규모가 큰 경우에는 외주용역비도 적지 않게 들어가는데 설계·감리비를 받지 못 하면, 외주용역비는 이미 자신의 돈으로 지출한 상태이므로 건축사는 이중 삼중 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건축주가 재건축조합인 경우, 부실한 회사인 경우, 종교 단체인 경우, 설계계약체결 후 대표자가 변경되거나 해임된 경우에는 후임 집행 부가 종전에 체결되어 진행 중인 설계·감리계약을 인정하지 않거나 공연한 트집 을 잡아 설계·감리자를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건축사는 설계· 감리비 분쟁에 휩쓸리게 된다.

설계·감리계약 체결 자체를 불분명하게 한 경우도 나중에 설계·감리비를 받는데 막 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건축주 사정으로 인해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거나, 아니면 일시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된 경우에도 감리비의 정산에 관해 다툼이 생기게 된다.

 

설계·감리비 분쟁은 건축사가 건축허가를 대행하기로 하는 때에도 발생한다. 건 축주 입장에서는 건축사만 믿고 건축하기로 하고, 건축사에게 건축허가부터 해 달라고 위임을 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건축허가가 어렵지 않고, 대부분 큰 문제 없이 허가가 나온다.

 

그러나 때로는 기속행위에 해당하는 건축허가도 이런 저런 사유로 허가가 장기 간 지연되기도 하고, 행정청에서 허가신청을 반려하거나, 허가거부처분을 하기도 한다. 대규모 건축물이나 특별한 지역 내에서 특별한 용도로 사용할 건축물에 대해서는 국토계획법에 의한 개발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건축허가처분이 재 량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완성된 건축물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여 건축주가 시공업 자를 상대로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이다. 이때 건축주는 변호사 의 도움을 받아 시공업자 뿐만 아니라, 설계자와 감리자를 모두 함께 묶어서 공 동피고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시공업자의 잘못은 쉽게 판명이 날 수 있지만, 감리자와 설계자가 자 신의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감리자 를 상대로, “왜 철저하게 감리를 하지 않았느냐? 감리를 제대로 했다는 사실을 서류로 증명하라”고 따지게 되면 억울하지만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다.

 

설계자의 경우에도 구조계산상의 하자 등을 이유로 철저하게 과오 여부를 따지기 시작하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많은 경우 구조기술사가 건축 사가 지정하는 방식으로 구조계산을 한 결과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건축 사는 구조기술사와 사이에 분쟁이 생기기도 하지만, 일단 건축사를 상대로 소송이 걸려오기 때문에 나중에 구상권을 구조기술사에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설계·감리비는 건축주에게서 받아야 하는데, 만일 건축주가 완공된 건축물을 타 인에게 양도하고, 설계·감리비를 주지 않고 파산하는 경우에는 건축사는 설계· 감리비를 받을 곳이 없게 된다.

 

설계·감리계약의 해제와 해지, 취소문제 등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경우 건축주 와 건축사 사이의 법률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매우 복잡한 문제가 된다.

 

도중에 설계·감리계약이 중단되거나 해제된 경우, 건축사는 자신이 그동안 한 설 계·감리비를 얼마나 청구해야 하며, 어떠한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해야 돈을 받 을 수 있는지도 어려운 문제다. 채무자의 재산을 가압류하거나 가처분하는 보전 처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Ⅲ. 설계계약과 감리계약의 법적 성질

 

건축관계자 간의 책임에 관한 내용과 그 범위는 건축법에서 규정한 것 외에는 건 축주와 설계자, 건축주와 공사시공자, 건축주와 공사감리자 간의 계약으로 정한 다(건축법 제15조 제2항). 국토교통부장관은 계약의 체결에 필요한 표준계약서 를 작성하여 보급하고 활용하게 하거나, 건축사협회, 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또 는 업종별공사업협회로 하여금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여 보급하고 활용하게 할 수 있다(건축사법 제15조 제3항).

 

설계라 함은, 설계자가 자기 책임 아래 건축물의 건축, 대수선, 용도변경, 리모델링, 건축설비의 설치 또는 공작물의 축조를 위하여, ① 건축물, 건축설비, 공작물 및 공 간환경을 조사하고 건축 등을 기획하는 행위, ② 도면, 구조계획서, 공사 설계설명 서,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공사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는 행위, ③ 설 계도서에서 의도한 바를 해설 조언하는 행위를 말한다(건축사법 제2조 제3호).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도급계약으로 보는 견해와 위임계약으로 보 는 견해, 도급계약과 위임계약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혼합계약으로 보는 견 해가 있다.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이 문제되는 이유는, 나중에 소송을 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약정한 설계계약의 내용으로 보아 당사자가 어떤 취지로 계약을 체 결한 것인지 해석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도급이나 위임에 관한 민법의 규정은 임의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있으면, 그러한 의사표시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만일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불완전한 경우에는 민법의 도급이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 이를 보충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축설계계약이 도급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건축주는 설계 자가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673 조). 수급인인 설계자는 건축주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일의 완성 전 에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건축주는 언제든지 설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민법 제689조 제1항). 건축주는 설계가 완성되었다고 해도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도급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668조본문). 다만, 설계 자가 부득이한 사유 없이 건축주에게 불리한 시기에 설계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건축주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민법 제689조 제2항).이러한 경우, 설계 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설계계약이 종료되었다면, 설계자는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설계비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86조 제3항).

 

설계계약 상의 이행청구권은 설계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으로서 민 법 제 163조 제3호에서 정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설계계약해제로 인한 설계자의 손해배상청구권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Ⅳ. 설계감리비의 약정은 명확하게 해야 한다.

 

건축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설계·감리를 맡는 경우에는, 상호 간에 건축사가 하여 야 할 업무의 내용 및 범위와 의뢰인이 건축사에게 지급하여야 할 설계·감리비의 금액 및 지급시기에 관하여 약정하게 된다. 보통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데, 어 떤 경우에는 구두로만 약정하고 돈만 받고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중 에 분쟁이 생기면 상호 간에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어떤 사안에서 건축사와 의뢰인은 설계비 잔금 지급에 관해 다음과 같이 약정하 였다. 즉, 건축설계비 잔금은 공사착공 시 지급하고, 다만 공사착공이 건축허가일로부터 6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허가일로부터 6개월 내에 지급하기로 하 였다. 이 사안에서 의뢰인은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건축설계계약서를 자세하게 보면, 설계비 잔금은 공사가 착공되었을 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공사착공이 건축허가일로부터 6개월을 넘기는 경우에는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설계비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다. 따라서 건축주는 건축허가 자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공사에 착공할 수도 없었 다고 주장하면서, 설계비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하였다.

 

그렇다면, 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건축사와 건축주 사이의 각자 다른 주장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하였을까? 위 사안에서 건축사와 의뢰인이 계약체결 당시 계약이 나 잔금지급채무의 효력을 공사착공 또는 건축허가의 성부에 의존케 할 의사로 위와 같이 약정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건축설계계약 자체를 건축허가 또는 건축착공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100% 의 존시키는 조건부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건축주가 건축사에게 건축물 에 대한 설계를 맡길 때에는 비록 나중에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설계 비는 지급할 의사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았다(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다카10579 판결).

 

Ⅴ. 설계대금 기성금 산정은 어떻게 하는가?

 

갑은 갑 소유의 사업부지를 공동주택, 숙박시설, 업무시설, 문화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의 용도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을과 사이에 을이 개발계획의 작성, 개발계획 및 지구단위계획과 관련한 각종 영향평가도서의 작성, 각종 협의 및 심의 도서의 작성, 건축계획 및 인허가 도서의 작성, 이와 관련된 인허가 업무 일체를 수행 하고, 갑은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그후 갑은 을에게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개발사업의 사업비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보증하게 될 시공사들의 요청에 따라 을과의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병과 새로운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갑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아 증가될 지 감소될 지 알 수 없는 최종 건축허가 면적을 기준으로 하여 기성금을 산정하 여야 한다면 최종 건축허가 시까지는 을이 지급받게 될 기성금의 액수를 특정할 수 없게 되어 사업 진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경우 을이 기성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최종 건축허가 면적을 기준으로 기성금 을 산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2. 16. 선고 2010 가합75469 판결).

 

발주자가 건설회사와 신축공사도급 및 분양위임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설계비부 담을 면할 수 있다는 사정을 기초로 설계자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건 설회사와의 공사도급계약의 체결이 확정적으로 결렬되었고 건축부지 중 타인소 유부분의 건축부지 제공이 불분명한 사정을 설계자가 알게 된 이상 설계자로서 는 발주자와의 협의로 설계의 속행 여부를 결정하여야 함에도 설계를 강행한 경 우 설계보수 전액을 발주자에게 지급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므로 계약상의 보수액을 30퍼센트 정도 감액한 조치는 정당하다(대법원 1993. 9. 24. 선고 93다33272 판결).

 

건축주는 설계계약이 건축계획심의만을 받기 위하여 체결되었기 때문에 심의에 필요한 기본설계에 대한 보수만을 지급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 원에서는 제반 증거에 비추어 이러한 건축주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법원은 건축주도 이 사건 설계계약이 정부의 오피스텔건축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조기체결된 것이라는 점을 시인하고 있는 이상 그 계약의 목적은 건축심 의뿐만 아니라 건축허가까지를 위한 설계계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범 위는 건축심의에 필요한 계획설계, 기본설계만에 국한되지 않고 실시설계까지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저작자가 일단 저작물의 공표에 동의하였거나 저작자가 미공표 저작물의 저작재 산권을 양도하거나 저작물의 이용 허락을 하여 저작권법 제11조 제2항에 의하여 그 상대방에게 저작물의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상 비록 그 저작물 이 완전히 공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동의를 철회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6. 13. 자 99마7466 결정).

 

Ⅵ. 설계자의 손해배상책임

 

건축사가 설계를 맡아 설계도서를 작성해서 교부하고, 그에 따라 공사가 진행된 경우 나중에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공사를 완료하기 전에 설계가 잘못된 경우에는 손해를 본 사람이 당연히 건축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된다.

 

건축사가 설계를 한 경우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 및 제3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 을 지는 때가 있다. 건축설계계약은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에, 만일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으면, 건축주는 설계자에 대하여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하자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 구할 수 있다(민법 제667조 제2항). 즉, 건축사가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작성하여 제출한 설계도서 상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건축주는 설계자를 상대 로 하자를 보수하여 다시 설계도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손 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설계자가 자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채무이행을 지체하는 경우, 채무이행이 불 가능하게 된 경우, 또는 설계자가 불완전한 이행을 한 경우에는 모두 건축주에 대해 채무불이행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에서 채무불이행11)이라 함은, 원래 설계 자가 건축주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설계비를 받기고 약정하였기 때문에, 설계자는 당연히 설계계약을 제대로 이행할 계약상의 의무 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설계자의 설계계약상의 의무, 즉 채무에 대한 불이행에 대해 채무자인 설계자는 채권자인 건축주에 대해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이다. 물론 반대 당사자인 건 축주는 설계자에 대해 설계비지급의무,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것이고, 그러한 설계비지급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똑 같은 방식으로 설계자에 대해 채무불이 행책임을 지는 것이다. 설계계약은 이른바 쌍무계약이기 때문이다.

 

설계도서 작성의무의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의 구체적인 유형을 보 면 다음과 같다. ① 완성된 설계도서가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 지 못한 경우, 즉 설계도서에 객관적 하자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② 설계도서가 약정에 의해 구비하여야 할 성질이나 품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 즉 설계도서에 주관적 하자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③ 설계내용을 근거로 한 건축공사 견적액이 당초 예정한 건축공사비를 상당히 초과하는 경우, ④ 건축주의 요구사항이나 지 시와 다르게 설계를 한 경우, ⑤ 설계도서의 잘못으로 그 설계도서에 따라 완성 된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등이 있다.

 

설계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① 설계가 건축주가 지시한 내용 에 반하여 이루어지거나, ② 건축주의 명시적인 지시에는 위반하지 않았으나, 완 성된 건물 자체 설계의 하자가 존재하는 사실 등이 입증되어야 한다. 건축행위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원인이 설계자의 고의 과실로 인한 것이 라면 설계자는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된다.

 

건축설계계약이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 설계자의 건축주에 대한 하자 담보책임은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간 존속한다(민법 제670조). 설계자의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민법상 10년 또는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에 해 당한다. 설계자가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제3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고, 설계자 의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제척기간 경과로 소멸한다.

 

설계용역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공사도급계약상의 채 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 나, 양 채무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 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부진정연대 의 관계에 있다.

 

수인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서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물론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객 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 공동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관련 공동성 있는 행위 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가 성 립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 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먼저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를 상정하여야 할 것인데, 위법행 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상태를 상정함에 있어 고려할 사정들은 위법행위 전후 의 여러 정황을 종합한 합리적인 추론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어야 하고, 당사자 가 주장하는 사정이 그러한 추론에 의하여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이를 위법행 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상태를 상정하는 데에 참작할 수 없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8다37414 판결).

 

Ⅶ. 감리계약에 따른 법적 책임

 

감리(監理)라 함은 건축주의 위임에 따라 건축공사나 건설공사가 설계도서 기타 관계 서류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를 확인하고, 시공관리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 에 대하여 지도 감독하는 행위를 말한다. 건축사가 건축주로부터 받는 감리비는 구체적으로 공사감리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공사감리계약은 감리대상이 된 공 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건축법에 의하면 공사감리자는 공사를 완료한 때에는 감리완료보고서를 작성하 여 건축주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건축주가 건축공사를 완료한 후 건축물을 사용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공사감리자가 작성한 감리완료보고서를 첨부하여 사용승 인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감리자의 감리업무는 감리대상 공사가 완료된 후 감 리완료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더 이상 당해 건축물에 대한 감리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게 되어야 완료된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누12172 판결 참조).

 

감리계약이 도중에 종료된 경우 그 사무에 대한 보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기간으 로 보수가 정해진 경우에는 감리업무가 실제 수행되어 온 시점에 이르기까지 그 이행기가 도래한 부분에 해당하는 약정 보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후불의 일시 불 보수약정을 하였거나 또는 기간보수를 정한 경우에도 아직 이행기가 도래하 지 아니한 부분에 관하여는 감리인에게 귀책사유 없이 감리가 종료한 경우에 한 하여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40001 판결).

 

이 경우 감리사무의 처리비율은 관련 법규상의 감리업무에 관한 규정 내용, 전체 감리기간 중 실제 감리업무가 수행된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실제 감리업무에 투 여된 감리인의 등급별 인원수 및 투여기간, 감리비를 산정한 기준, 업계의 관행 및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진척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다19342 판결 등 참조).

 

공사감리자가 공사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시공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 을 소홀히 하거나, 공사시공자에 대하여 부적절한 지도를 하는 등 감리의무를 위 반함으로써 건축물에 하자가 생긴 경우에는 건축주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15) 또한 공사감리자가 감리를 잘못하여 건축주 이외 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감리자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여 건축주가 감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를 하는 경우에는 감리행위가 끝난 때로부터 10년의 기간이 지나면 시효의 완성 으로 인해 청구권이 소멸된다. 감리계약이 상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에는 5년의 상사시효에 해당한다.

 

건축주 이외의 제3자가 감리자에 대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 는 경우에는 그 제3자가 감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을 안 날로부터 3년의 기간 내에 청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감리행위가 끝난 시 점부터 10년이 지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제척기간이 경과하기 때문에 행사할 수 없게 된다.

 

Ⅷ. 설계감리자의 손해배상책임

 

공사가 끝난 후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건축주는 시공업자뿐 아니라, 감 리자와 설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 해 법률적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건축사 A는 건축주 B와 설계·감리계약을 체 결하면서, 감리비를 포함하여 설계보수액을 정하였다. 건축사는 건축주의 행정 적인 절차의 대행뿐만 아니라 공사현장에서 월 5회 이상 출장하여 시공자가 설 계대로 시공하는지 여부에 대한 감시, 감독 및 조언을 하고 지적사항을 건축주에 게 통지하도록 약정하였다. 아울러 건축사는 착공 시부터 준공 시까지 착공신고, 기초중간검사, 단열중간검사, 설비중간검사, 공정보고, 감리일지 작성, 허가조건 의 이행확인 등의 업무를 시공자와 협의하여 이행하기로 하는 사항도 포함하여 서면으로 약정하였다.

 

공사가 끝나고 확인한 결과 완성된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하자에 대하여 건축주 B는 시공회사 C와 건축사 A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 을 제기하였다. 법원에서는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하자는 시공회사의 시공상의 과실과 감리자인 건축사 A의 감리상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인정 하고, 건축사 A는 공동불법행위자인 시공회사와 각자 건축주 B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감리를 담당했던 건축사는, 약정상 자신은 공사현장에 상주하면서 실질적으로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상주감리자가 아니라, 건물의 설계업무에 부수하여 관청에 제출할 서류의 작성 및 제출행위만을 대행하는 법정감리자에 불과하였으므로, 신의칙상 건축주는 건축사에 대하여 건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건축사가 수행한 감리업무의 내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약정에 따라 건축사가 맡기로 한 감리업무는 단순히 감독관청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의 대행뿐만 아니라 공사에 관한 시공지도 및 시공확인, 현황조사, 공정관 리,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공사감리업무도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건축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민사지방법 원 2000. 5. 17. 선고 99가합63195 판결).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배상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 적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 한 경우에는 많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 있는 사람의 채무 중 그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멸하는 것은 물론이나, 많은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 사 람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그 중 적은 범위의 손해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는 사람의 채무는 그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채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적 은 범위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부담하는 쪽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큼만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9600 판결 참조).

 

Ⅸ. 건축설계업체 낙찰자 지위확인소송

 

재개발조합이나 재건축조합에서 건축설계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규모가 크기 때 문에 복잡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조합에서는 건축설계업체를 선정할 때 입 찰을 하여 선정으로 하고, 그에 따라 조합에서 특정 업체를 선정하고 건축설계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총회에서 의결을 한다. 이때 경쟁업체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선정되지 못한 업체에서 선정된 업체에 대해 조합에서 선정의 결한 것이 무효라는 소송을 거는 경우가 있다.

 

갑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건축설계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하였다. 조 합에서 배포한 입찰지침서에서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홍보활동을 하거나 경 쟁업체를 비방하는 등으로 이행각서, 입찰지침서의 내용을 위반할 경우 이 사건 입찰 공고, 입찰지침서, 이행각서의 해당 규정에서 그 위반업체의 입찰을 무효로 하고 있다.

 

갑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건축설계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하였다. 조 합에서 배포한 입찰지침서에서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홍보활동을 하거나 경 쟁업체를 비방하는 등으로 이행각서, 입찰지침서의 내용을 위반할 경우 이 사건 입찰 공고, 입찰지침서, 이행각서의 해당 규정에서 그 위반업체의 입찰을 무효로 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이 사건 입찰 공고 등에서 정한 규정을 위배한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 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할 뿐만 아니라 병도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또는 누가 보더라도 이 사건 결의가 선량한 풍속 기 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한 경우에 한하여 이 사건 결의가 무효가 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갑이 병을 이 사건 사업의 건축 설계업체로 선정하고 병과 건축설계계약 체결을 승인한 이 사건 결의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인정하였다(청주지방법원 2011. 2. 9. 선고 2010 가합5165 판결).

 

Ⅹ. 글을 맺으며

 

날이 갈수록 건축사 업무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건축사는 업무와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가 장 기본적인 원칙은 법대로 한다는 것이다. 종래 업무처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하 던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설계·감리계약서를 체결할 때 여러 가지 상황을 예상하여, 보다 구체적인 내용 으로 특약사항을 기재하는 것이 좋다. 의뢰인과의 모든 업무 관련 연락은 말로 만 할 것이 아니라,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함으로써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증거로 사용하여야 한다.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비밀녹음19)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때문에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할 때는 조심 해야 한다.

 

특히 설계 및 감리업무과정에서 잘못하여 나중에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 도록 관련 법령을 숙지하고 충실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법적 분쟁이 발생하 면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으로 처 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호사비용을 아끼려고 나홀로 소송을 하다가 더 큰 손 해를 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 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 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 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03년부터 대한건축사협 회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cdla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