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2. 10:38ㆍ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BTS! Resurrecting postmodernism and 1960s pop
BTS라는 아이돌 가수 그룹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한자이름으로 방탄 소년단(防彈少年團)이다. 약간 일본풍 이름이기도 한 소년단이라는 아이돌 가 수그룹은 놀랍게도 한국을 넘어 세계적 스타 연예인으로 팬들을 확장하고 있다. 월간 건축사의 영화코너에 느닷없이 웬 아이돌 이야기? 당연히 가수 이야기는 아니다. BTS라는 아이돌이 세계무대로 확장되면서 만들어내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다.
BTS의 뮤직비디오는 영화의 시놉시스처럼 구성되어, 각각 화면들 영상은 가사 마다 변화하며 내용에 따라 미장센으로 다뤄지고 있다. 배경은 의도적으로 구성 되었고, 그렇게 표현된 색상과 공간은 충분히 건축적이다. 노래 내용에 따라 변 하는 장면 전환은 공간을 이동하는 것과 같다. 다만 영화처럼 시나리오의 줄기를 따라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는 것이 아니다. 단편적인 화면 구성으로 기승전결이 아닌 함축적이고 은유로 전개된다. 4분에서 5분의 시간동안 개연성과 논리적인 이야기 전개가 불가능한 뮤직비디오 특성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은유와 기호로 해석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소설이라면 뮤직비디오를 시처럼 구성한 듯하다.
BTS의 뮤직비디오에도 이런 기호해석을 기반으로 장면들의 전환이 이루어지며, 화면전환은 극적변화로, 말 그대로 잡지 편집같이 보여준다.
모노톤에서 칼라로, 모던한 공간에서 초현실적 공간으로 이동해버린다. 언뜻 보면 ‘뭐지?’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을 보자. 흥미로운 것은 이들 영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는데, 유튜 브엔 상징과 은유로 설명하고 있다. 일종의 기호 해석이다.
특히 색의 사용이 흥미롭다. 색을 사용하는 것도 매우 과감하다. 우리는 색을 사 용하는데 매우 보수적이다. 전통적으로 단청이 존재하지만 BTS의 비디오처럼 만큼 색을 화려하게 사용하진 않았다. 오히려 색은 억제되었고, 재료 고유의 특성을 강조하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디자인 업계에서도 색은 극히 제한적이다. 건 축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건축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자세히 보면 파스텔 톤의 화려하고 밝은 화면 구성이 생경하지 않다. 1960년대 전 세계의 문화적 흐름에 영향을 준 POP 아트가 떠오른다. 60년대의 펑크 문화와 팝아트는 대중적이고 극단의 평 화를 주장한다. 단지 조용한 평화가 아니라, 강함에 대한 지독한 반발의 평화를 주장했다. 덕분에 꽃과 자연 이미지들은 극대화되어 활용되었고, 다양한 색이 등 장했다. 회화와 가구, 모든 패션과 건축에까지 적용된 색은 놀라울 정도로 활용 됐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색의 정체성을 가진 빨강, 파랑, 초록 같은 주조 색보다 는 중간색들인 파스텔 톤들이 대부분 사용됐다. 부드러움에 대한 강조이며, 평화 를 상징한다고나 할까? BTS의 유엔 연설을 보면 뮤직비디오의 표현들에서 보여 진 다양성과 평화 설명이 연결된다.
1960년대의 팝아트나 펑크는 1980년대에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의 부분으로 전 세계에 나타났다.(우리의 1960년대 주류문화권에서는 포스트모 더니즘의 대중문화를 겪지 않았다. 유행하던 외국 잡지를 흉내 낸 패션이나 일부 인테리어에서 나타났을 뿐이다. 1980년대 건축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포스트모 더니즘 역시 잡지흉내였다.) 포스트모너니즘 건축은, 로버트 벤추리가 말하는 건 축에 더 이쁜 색을 입고 화려하게 등장했다.
BTS의 비디오 피땀눈물, Fake Love, IDOL, Boy with Luv에 등장하는 화면들 은 현란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불교 만다라를 연상하게 하는 자유분방함도 드러 난다. 색의 스펙트럼을 전부 사용하고 있는 과한 칼라 구성임에도 놀랍도록 아름 다운 느낌을 준다. 형광색까지 과감하게 사용하는 구성에서 건축 또한 등장한다.
때로는 한옥이 등장하고, 때로는 전형적 서구 클래식 건축 양식이 등장한다. 그 렇게 등장한 전통의 건축 표현들은 자신들의 노래에 맞춰 색이 입혀져서 입체적 이기보다는 평면적으로 등장한다. 이 또한 재미난 표현이다.
때로는 한옥이 등장하고, 때로는 전형적 서구 클래식 건축 양식이 등장한다. 그 렇게 등장한 전통의 건축 표현들은 자신들의 노래에 맞춰 색이 입혀져서 입체적 이기보다는 평면적으로 등장한다. 이 또한 재미난 표현이다.
서구적 아치의 아케이드 공간 역시 형광색으로 단순하게 묘사되고 있다. 구성된 미장센의 여러 가지 형태와 건축적 코드들은 복잡하지 않지만, 유사하지 않은 것 을 뒤섞어 놓았다.
BTS의 뮤직 비디오에서 다양한 문화는 하나의 칼라처럼 다루는 수많은 도구였 던 것이다. 일종의 재료? 일종의 콜라주다. 그 이상의 민족주의적 해석은 오히려 과잉 해석이다.
독특하게 이질적인 것들의 병렬 배치임에도 불구하고, 색의 과감한 충돌에도 불 구하고 어색하지 않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녹아들게 만드는 조화의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반복해서 이야기 하면 익숙하고 쉬운 것들의 재구성과 반복, 새로운 구성은 자세 히 보면 전형적 팝 아트(POP ART)로 카테고리를 삼을 만한 것들이다. 한글 또 한 궁서체로 사용해서 촌스러울 법도 한데, 외국 가수의 피처링 장면으로 묘한 조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런 대조적 구성은 실험적인 느낌까지 들 고, 마치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비디오를 연상케 한다.
그들의 영상은 전형적 포스트모더니즘 회화이며, 건축이다. 이런 이질적 병렬의 조화를 더 이야기하면 익숙하고, 쉽고, 편안한 디자인코드들이 서로 화학적으로 섞이지 않고 각각 존재하면서도 묘한 균형(?), 아니 불균형의 조화다. 실루엣 처 리된 한옥 정자에서 춤을 추며 개량한복 입은 가수들은 전통적 춤사위를 21세기 비보이 춤으로 해석했다. 그런가 하면 1940년대 스트림 라인의 아르데코 스타일 의 파스텔풍 건물에서 핑크계열 파스텔톤으로 무장한 가수들이 춤을 춘다. 현란 한 파스텔 스펙트럼이 가득한 건축을 배경으로 백색에 가깝게 노출된 조도의 가 수들 피부는 만화 그 자체이다.
그들의 영상은 전형적 포스트모더니즘 회화이며, 건축이다. 이런 이질적 병렬의 조화를 더 이야기하면 익숙하고, 쉽고, 편안한 디자인코드들이 서로 화학적으로 섞이지 않고 각각 존재하면서도 묘한 균형(?), 아니 불균형의 조화다. 실루엣 처 리된 한옥 정자에서 춤을 추며 개량한복 입은 가수들은 전통적 춤사위를 21세기 비보이 춤으로 해석했다. 그런가 하면 1940년대 스트림 라인의 아르데코 스타일 의 파스텔풍 건물에서 핑크계열 파스텔톤으로 무장한 가수들이 춤을 춘다. 현란 한 파스텔 스펙트럼이 가득한 건축을 배경으로 백색에 가깝게 노출된 조도의 가 수들 피부는 만화 그 자체이다.
팝콘이 튀겨질 때 소리처럼 팝(POP) 아트의 등장이 1950∼60년대였는데, 쉬 운 건축도 같이 등장한 점이다. 한마디로 쉽게 느껴지고 이해되는 건축이다. 팝 아트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것 중 하나가 쉽고, 재밌고, 가볍다는 점이다. 이런 부 분 때문에 건축에서는 애써 무시하고, 외면했다. 하지만 쉽게 이해되는 건축에 주목한 사람이 있었는데, 로버츠 벤추리였다. 건축 또한 시지각적 예술이기 때문 에 눈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중요하다. 사실 매우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후 어렵게 정의되고 정리된 산업화 시대의 건축 표준 미학이 모더니즘이었는데, 단순한 기하학으로 무장된 모더니즘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서구 의 대중 주택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왜냐면 그게 더 이뻐 보이고 편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능중심의 건축 미학은 감정이 절제되고 억제된 이성에 기반 하는 덕분에 자유롭지 않았다. 이런 시대 속에서도 건축의 장식은 소멸되지 않고 여전했다. 상업적 건축부터 장식이 살아남고 재도전하기 시작했는데, 50년대 이 후 중심세력이 된 모더니즘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등장하면서 이 틈을 비집고 대 안으로 등장한 것이 과거를 새롭게 해석한 것들이었다. 인간의 감성을 주목하기 도 하고... 이렇게 재등장한 고전은 역사 인용의 모더니즘으로 가공됐다. 우리는 이것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불렀다. 서구와 다른 건축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지만, 선진 수입품을 선호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흉내 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80 년대 우리나라 건축계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의 형태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자생 적 요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우리 강산에 맞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 이다보니 십년쯤 지나자 하나둘씩 버리기 시작했다.
그런 것이 2020년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 대중문화에서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1980년대 건축의 거칠고 다소 이질적 느낌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비해서 보 다 화려한 이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변용되어 나타났다. 비단 이런 흐름이 BTS 에게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최근 대중에게 건축의 다양성(?)으로 주택 건축을 보여주고 있는 인터넷의 각종 소개들을 보면 백색 건축이 대세이고, 대부분 장난감 같은 귀여움(CUTE)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이버 첫 화면에 뜨는 전국의 하얀 집들이 당장 그렇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 라 프리츠커상을 받은 SANNA의 작품이나 토요 이토의 작품에서도 대중적 기호 아래 쉬운 시선의 건축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하학적 형태로 쉬운 이미지를 구축 하면서 형성되었던 1960년대 그래픽적인 팝 건축으로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 이 21세기형으로 새롭게 등장했다고나 할까?
이쯤에서 뭔가 아쉽다. 이미 90년대 우리 영화계는 베니스를 비롯해서 베를린 영 화제 등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한국 영화에 대한 해외 팬들도 상당하다. 텔 레비전 드라마는 어떤가? 한류의 이름으로 텔레비전 드라마와 가요가 해외에 상 당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무용이나 회화도 해외에 한국 고유의 아티스트들이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건축 순서다. 자! 우리는 준비되었는가? 한번쯤 한국 건축계 전체 가 되돌아보아야 한다. 어찌되었건 건축은 완성된 건물을 건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것도 어디에도 없는 독자성으로...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 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 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ncslab@ncsarchit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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